1. 나경원 원내대표 교체
(1) 갑작스런 교체
지난해 12월 11일 선출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2월 10일로 1년의 임기를 마치게 됐다.
자유한국당 규정에는 원내대표의 임기가 1년이지만 국회의원 잔여임기가 6월 이내인 때는 의원총회에서 연장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나경원 의원은 내년 총선까지 임기를 연장하겠다는 결심을 밝히고 12월 4일 의원총회를 예고했다. 그런데 하루 전날인 12월 3일 황교안 대표는 자유한국당 최고위원회를 긴급 소집해 원내대표 임기 연장을 불허했다. 이 때문에 당 내에서는 황교안 대표와 갈등설이 나왔다.
4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김태흠 의원은 원내대표 임기 연장 유무는 의원총회에서 결정할 권한이 있는데 왜 최고위원들이 결정했냐며 “참 유감스럽고 개탄스럽다. 이게 살아있는 정당인가”라고 성토했다. 같은 날 정진석 의원도 “정치 20년씩 한 나도 이렇게 대표와 원내대표가 화합 못 하는 건 처음 본다”며 “정신 차려라”고 호통을 쳤다. 김세연 의원은 당 내 규정 위반이라며 “당이 말기 증세를 보인다”고 토로했다.
다만 나경원 의원은 최고위 결정에 승복한다고 밝혔다. 황교안 대표와 갈등설에 대해서도 중앙일보와 인터뷰(12월 7일 보도)에서 “임기가 다가오는데 이 부분에 대한 논의를 전혀 안 했다? 제가 그랬을까요?”라고 답해 사전 조율이 있었음을 밝혔다. 같은 날 동아일보 인터뷰에서도 “당의 미래를 위해 내 결단으로 그만둔 것이다. 그렇게 이해해 달라”라고 하였다. 논란은 있었지만 어쨌든 본인은 결론을 받아들이겠다는 것이다.
(2) 원내대표 교체는 누구의 뜻?
일각의 주장처럼 황교안과 나경원 사이에 갈등이 있었을까? 하지만 지난 1년 동안 딱히 그런 모습이 있지는 않았다. 만약 황교안-나경원 갈등이 원인이었다면 임기 만료를 앞두고 대립하는 모습이 점점 격렬하게 나타났어야 했지만 그런 건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11월 27일자 중앙일보 보도 「‘포스트 나경원’ 시계제로…일각선 “패스트트랙과 직결될 듯”」에 따르면 황교안 측에서 “원내대표 선거는 당 대표가 아니라 의원들의 의견을 모아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황 대표는 입장이 없다”, “1년 후 원내대표 선거를 하는 것만이 원칙은 아니다. 임기를 연장할 수 있다는 예외조항도 당규에 있기 때문에 뭐라 섣불리 말하기 어렵다”라고 하여 특별히 황 대표가 나 원내대표를 밀어낼 생각이 있지는 않았던 걸로 보인다.
그렇다면 황 대표가 갑자기 원내대표를 교체하기로 결정한 것은 누구의 뜻이었을까? 아마도 검찰이 요구했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 지금 자유한국당과 검찰은 거의 한 몸이나 마찬가지로 공동작전을 펴고 있기 때문이다(이 부분은 뒤에서 자세히 살펴본다).
검찰이 원내대표 교체를 요구한 이유는 다음과 같이 추정된다.
현재 나경원 원내대표는 황교안 대표와 함께 자유한국당의 최선두에서 반정부투쟁을 지휘하는 인물이다. 그런데 나경원의 과거 행적, 자식 문제와 관련해 벌써 7개의 고발장이 검찰에 쌓여 있다. 검찰이 조국 가족을 탈탈 털고 청와대까지 압수수색하면서도 나경원에 대해서는 털 끝 하나 건드리지 않고 있어 그렇지 않아도 규탄의 목소리가 높다. 그런데 총선이 다가올수록 원내대표의 역할도 커질 것이며 대중의 주목도 더 받을 것이다. 동시에 고발건에 대한 규탄의 목소리도 커질 것이다. 즉, 나경원이 원내대표를 계속 하면 검찰 입장에서는 부담이 커지는 것이다. 반면 원내대표를 교체하면 나경원은 일개 의원이 되므로 그만큼 관심에서 멀어지고 검찰도 부담 없이 고발 사건들을 뭉갤 수 있다.
만약 자유한국당과 검찰이 지금 정국을 주도하고 자기 구도대로 끌고 가는 상황이라면 굳이 원내대표를 교체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잘못하면 궁지에 몰릴 수 있는 상황으로 반전됐다. 이런 상황에서는 자기 몸에 붙어있는 리스크 요인을 최소화하는게 필요하다. 물론 이 상황을 만든 결정적 힘은 촛불 국민의 뜨거운 실천이었다.
(3) 자유한국당-검찰 유착의 핵심은 황-윤 결탁
앞에서 자유한국당과 검찰이 한 몸처럼 공동작전을 펴고 있다고 했는데 이 부분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지난 8월 18일 황교안은 8월 24일부터 대정부 장외투쟁을 재개한다고 선언했다. 5월 25일 이른바 ‘민생투쟁 대장정’을 마친 후 3개월 만이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 내에서도 명분이 없다며 “상상할 수 있는 유일한 돌파구가 장외집회냐”, “정치 신인의 한계”, “우리가 지금 장외투쟁에 쓸 돈이 어디 있느냐” 같은 불만이 터져 나왔다.
그런데 8월 27일 갑자기 검찰이 조국 관련 압수수색을 단행해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검찰총장이 친 문재인, 반 자유한국당 성향으로 여겨지던 윤석열인 데다가, 청문회를 앞두고 있는 장관 후보를 압수수색하는 초유의 상황이 발생한 걸 보면 뭔가 있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덕분에 자유한국당 장외집회는 흥행에 성공했다. 물론 흥행의 1등공신은 검찰이었다.
11월에 있었던 청문회도 비슷하다. 3개월 이상 한국 사회를 뒤흔들었던 사안이었기에 조국 후보 청문회는 태풍의 눈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은 청문회 일정 합의를 거듭 파기하면서까지 준비에 심혈을 기울였지만 정작 청문회 내내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고 결국 조국 청문회는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나버렸다.
그런데 청문회가 끝나자마자 검찰이 조국 후보의 아내 정경심 교수를 기소하면서 청문회는 관심 밖으로 사라져버렸다. 자유한국당에 쏟아질 비난을 검찰이 차단해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자유한국당 청문위원들은 마치 청문회가 끝나면 기소될 것을 미리 알고 있었던 것처럼 “정 교수가 기소된다면 법무부 장관을 수행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을 거듭하며 조국 후보를 공격했다.
황교안 단식 농성도 검찰과 손발이 착착 맞았다. 황교안은 11월 20일부터 8일 동안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단식농성을 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언론에서 최대 이슈로 띄워줬음에도 MBC 여론조사 결과 67.3%가 황교안 단식에 공감하지 않는다고 답하는 등 여론은 싸늘했다. 당 내에서도 비판 의견이 나왔다. 사무총장 출신 김용태 의원은 “황교안 대표가 단식으로 얻은 것은 당 혁신이 아니라 당 사유화”라며 비난했다.
그럼에도 황교안은 단식 이후 청와대 분수대 앞 텐트를 집무실로 꾸려 농성을 이어가기로 했다. 그리고 이틀 후 검찰은 청와대 압수수색을 전격 단행했다. 야당 대표가 청와대 앞에서 농성을 하고 검찰이 청와대를 압수수색하는 모양을 만들어준 것이다.
이처럼 자유한국당과 검찰은 한 몸처럼 공동작전을 펴고 있으며 핵심 연결고리는 황교안과 윤석열로 압축된다.
황교안은 현재 자유한국당 대표로 다음 대선에 제1야당 대선 후보로 나설 가능성이 있다. 만약 황교안이 대통령이 된다면 사상 첫 검사출신 대통령이 된다. 검찰 입장에서 검찰권력을 결정적으로 강화할 절호의 기회가 열리는 셈이다. 황교안 입장에서도 검찰을 권력의 제1수단으로 활용할 것이다. 이번에 확인한 것처럼 검찰의 화력이 제일 막강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검찰이 하면 공신력도 생긴다. 표창장 하나로 나라를 뒤흔들어도 검찰이 하니까 ‘뭔가 있겠지’라고 여길 정도다. 따라서 황교안이 대통령이 되면 대한민국은 검찰천하의 검찰공화국이 될 것이다.
이런 관계다보니 황교안이 검찰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나경원을 원내대표에서 끌어내린것 아닐까.
2. 추미애 법무부 장관 내정
(1) 타협의 길
지난 8월부터 자유한국당, 검찰, 언론, 극우단체 등 적폐세력이 온 힘을 다해 조국을 공격했다. 만약 저들의 시나리오대로 됐다면 어떤 상황이 펼쳐졌을까? 김대중 정부 초기 상황을 통해 유추해보자.
1998년 2월 정권교체를 이루며 취임한 김대중 정부가 1년차를 갓 넘긴 1999년 5월 24일, 국민의 정부 2기 내각이 출범했다. 법무부 장관에는 김태정 검찰총장이 임명됐다. 그리고 다음날 ‘옷로비 사건’이 터졌다. 1998년 10월 외화 밀반출 혐의를 받고 있던 신동아그룹 최순영 회장의 아내가 김태정 검찰총장 아내에게 고가의 옷을 선물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김대중 정부는 야당인 한나라당(지금의 자유한국당)의 집중 공격을 받았고 김태정 법무부 장관은 취임 15일 만에 사임하는 수모를 겪었다.
그러나 국회 청문회는 아무것도 밝히지 못해 ‘알아낸 건 앙드레 김의 본명 뿐’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왔으며 사상 첫 도입한 특별검사의 수사 결과도 옷로비가 없었다는 것으로 끝났다. 대검도 ‘실체 없는 로비’로 결론 내리고 수사를 종결했다. 한나라당은 상황이 불리해지자 김대중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까지 사건에 끌어들였으나 사실 무근으로 확인됐다. 모두가 헛소문에 놀아난 꼴이었다. 그러나 6개월 동안 야당과 언론의 집중 공격을 받은 김대중 정부의 도덕성은 치명상을 입었고 그해 6월 있었던 재보선에서 참패하였다.
결국 김대중 정부는 휴전을 택했다. 김태정 장관의 후임으로 임명된 김정길 장관은 임기 내내 무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대중 대통령은 7월 26일 발족한 박정희 기념사업회 명예회장을 맡기도 했다. 야당과 타협을 택한 것이다. 적폐 입장에서는 김대중 정권을 길들이는 데 성공한 셈이다.
지금 적폐세력도 이처럼 문재인 정권이 타협의 길로 나올 것을 꾀하고 있다. 조국 장관이 물러나자 언론은 일제히 전해철을 차기 법무부 장관으로 유력하다며 분위기를 만들었다. 왜 하필이면 전해철이었을까?
작년 지방선거 당시 경기도지사에 도전한 전해철은 당내 경선 경쟁상대인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에 대해 도를 넘은 공격을 주도했다. 거의 지금 적폐들이 조국 전 장관에게 공세를 퍼붓는 수준으로 떠들었다. 특히 부인으로 추정되는 트위터 계정을 고발하는 강수를 뒀다. 당시 중앙일보는 “더불어민주당의 친문계와 비문계가 인구 1300만 명의 전국 최대 광역단체인 경기도에서 격하게 부닥쳤다. 8일 각종 여론조사에서 앞서가는 비문계 이재명 전 성남시장을 향해 친문계 핵심인 전해철 의원이 ‘고발 공세’를 펴면서다”라고 보도했다. (2018년 4월 9일자 보도 「전해철 ‘혜경궁 김씨’ 계정 고발 … 이재명 “내 아내 것 아니다”」)
사실 전해철은 자유한국당이 할 일을 대신 해준 것이다. 자유한국당이야 민주당의 대권 주자들을 하나씩 주저앉히고 싶기 때문에 이재명 후보도 당연히 공격 대상이다. 그런데 자유한국당이 이재명 후보를 직접 고발하면 적폐 대 개혁의 싸움으로 구도가 만들어질텐데 전해철이 고발하는 바람에 내부분열이 되었고 결과적으로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에게 타격이 되었다. 보수적폐가 살 길을 열어준 셈이 됐다.
심지어 경선에서 이재명 후보가 승리하자 민주당 내에서 “이재명 대신 (자유한국당 후보인) 남경필을 뽑자”는 황당한 주장이 터져 나왔다. 특히 인터넷 상에서는 이재명 후보를 인신공격하는 글이 넘쳐났다. 민주당이 심각한 분열에 빠진 것이다. 이런 분열의 중심적 위치에 있던 인물이 전해철이다.
전해철은 지난해 민주당 당대표선거에서도 분열 양상을 이끌었다. 친문세력이 이해찬 후보를 밀고 있는데 친문핵심으로 꼽히던 전해철이 갑자기 김진표 후보를 공개 지지한 것이다. 언론은 대체로 ‘친문세력의 분화’로 보도했다. 게다가 김진표 후보는 ‘이재명 경기도지사 자진 탈당’을 주장해 당 내 갈등을 키운 인물이었다.
이처럼 전해철은 민주당 내 분열의 핵심으로 보인다. 최근 이철희 의원이 분열행각을 벌이는데 전해철은 그와 비교할 수 없는 핵폭탄으로 볼 수 있다.
민주당에 있지만 자유한국당에 가까운 정치성향을 가진 김진표가 총리로, 전해철이 법무부 장관이 되었다면 문재인 정권은 최대치로 우경화하고 민주당은 분열해 심각한 위기 상황이 찾아왔을 것이다. 적폐세력이 전해철 법무부 장관설을 열심히 띄운 것도 이걸 노린 것이다. 만약 전해철이 장관이 됐다면 적폐들의 광란은 승리의 고지에 올라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을 것이다.
(2) 결사·야전의 길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전해철 카드를 버리고 갑자기 추미애 카드를 꺼냈다. 추미애 지명자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저돌적이고 강경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으며 대체로 조국 전 장관보다 더 강성이고 검찰 개혁 의지도 조국 전 장관과 동급이라는 평을 한다. 또한 추미애 지명자는 판사 출신으로 헌정 사상 최초의 지역구 5선 여성 국회의원이며 박근혜 탄핵 당시 민주당 당대표를 지낸 인물로 무게감 있는 정치인이다. 이 정도면 장관급이 아니라 총리급으로 봐야 한다. 이런 인물이니 추진력이나 돌파력도 강할 것으로 본다.
문재인 대통령이 전해철 대신 추미애 카드를 선택한 것은 적폐세력과 적절한 타협을 통해 남은 임기를 무사안일로 보내는 길을 거부하고 끝까지 검찰개혁, 적폐와의 전쟁을 멈추지 않겠다는, 쉽게 말해 결사의 길, 야전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봐야 한다.
추미애 지명자는 장관으로 임명되면 이런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를 구현해야 한다.
많은 이들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했으니 지금이라도 해임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한다. 실제로 윤석열 해임 국민청원도 있었다. 그러나 검찰총장 임기 2년은 법에 따라 보장된다. 대통령이나 법무부 장관이 마음대로 해임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만약 법을 무리하게 적용해 해임한다면 윤 총장이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고 해임효력정지가처분을 신청하는 등 법적 분쟁에 들어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청와대 압수수색 영장도 발부해주는 사법부가 윤 총장 편을 들어줄 가능성이 높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부메랑이 되어 날아갈 수 있다.
추미애 지명자가 할 일은 이보다는 정상적인 인사권을 발동하는 것이다. 한동훈 검사장 등 윤 총장의 수족을 잘라내는 건 어렵지 않다. 인사이동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리고 임은정 검사 등 정의롭고 심장이 뜨거운 검사를 요직에 배치해야 한다. 이런 건 법무부 장관 고유 권한이므로 충분히 할 수 있다.
거대한 얼음을 깨는 건 바늘 하나로 충분하다. 날카로운 바늘과, 그 바늘을 내려칠 든든한 망치만 있으면 된다. 저 공룡과 같은, 야수와 같은 적폐검찰을 깨는 데도 검사 한 두명이면 충분하다. 그 뒤에 든든한 촛불 국민이 있기에 반드시 승리할 수 있다.
3. 추미애 지명은 의미 있는 계기로 볼 수 있어
적폐 총공세가 제대로 먹혀들었다면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지금쯤 10% 이하로 떨어졌을 것이다. 그리고 청와대와 민주당 내분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고 벌써부터 차기 대선주자들이 군웅할거하며 혼돈의 정치가 펼쳐지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크게 추락하지 않고 보합세를 유지하다 이제 상승세로 나아가고 있다.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조국 사태가 터진 8월부터 지지율이 빠지기 시작해 10월 셋째 주에 39%까지 떨어졌다가 다시 상승, 12월 첫째 주에 48%로 조국사태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민주당 내부도 일부 분열요소가 있지만 기본은 ‘원팀’을 유지하고 있다.
청와대와 민주당이 붕괴하지 않고 살아난 배경에는 촛불이 있다.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서초동 촛불이 시작된 것은 추석 직후인 9월 셋째 주며 매주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그리고 한국갤럽 여론조사를 보면 대통령 지지율도 9월 셋째 주까지 떨어졌다가 넷째 주부터 다시 상승하기 시작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다 조국 전 장관이 사퇴한 10월 셋째 주에 다시 떨어졌다가 그 다음 주부터 또 상승해 지금에 이르렀다. 즉 여론이 악화되기 시작하는 적절한 시점에 서초동 촛불이 출발, 적폐 공세에 방어벽을 쳐 양 진영이 대등한 세력 관계를 형성하도록 만든 것이다.
적폐세력은 지금 상당히 버거울 것이다. 자신들의 모든 힘을 다 동원했는데 예전 같으면 자기 뜻대로 됐을 일이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청와대 압수수색은 이런 상황에서 벌어졌다. 정권을 마음대로 요리한다며 즐기는 상황이 아니라 자신들의 공격이 먹히지 않아 당황하는 가운데 칼질을 한 것이다.
그러나 지난 4개월을 거치며 국민들은 적폐의 수법을 알아버렸다. 처음에는 문재인 정권에 실망하는 듯 했으나 검찰과 언론의 실체를 직시하기 시작했다. 검찰은 법과 원칙에 따라 정의를 위해 수사하는 게 아니라 자기 기득권을 지키고 자유한국당의 총선 압승을 돕기 위해 국민에게 부여받은 수사권을 이용하는 것뿐이다. 언론 역시 공정보도와는 거리가 먼 존재다. 청와대 안방을 휘젓고 다니는 검찰의 광란에 더 이상 국민은 호응하지 않으며 황교안의 단식을 조중동과 네이버가 그토록 홍보하고 검찰까지 도와줬지만 국민은 고개를 돌렸다. 이제 적폐세력의 약발이 예전만 못하다.
여기에 문재인 대통령이 전해철을 버리고 추미애를 선택하면서 결사전의 의지를 보였다. 이는 끝까지 검찰개혁을 하겠다는 뜻이며 제2의 노무현 전 대통령 죽음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다짐, 정치타살을 당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한을 풀겠다는 의지다.
여기에 총리까지 김진표가 아닌 다른 인물을 세우거나 그냥 이낙연 총리로 계속 간다면 보수적폐세력은 대단히 어려운 상황에 몰릴 것이다. 적폐 입장에서는 조국 전 장관을 매개로 총공격을 했는데 추미애 장관이 검찰개혁을 밀고 나가면 아무런 성과도 남기지 못한 게 된다. 문재인 정권을 길들이는 것도 실패다. 김진표 총리, 전해철 법무부 장관 조합을 성공했으면 문재인 정권을 완전히 길들일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적폐가 쓸 새로운 카드는 없다. 그저 검찰의 청와대 공격을 지속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칼을 오래 쓰면 무뎌지기 마련이다.
검찰의 칼날은 무뎌지고, 문재인 청와대의 의지는 서슬 퍼래지고 국민 여론은 문재인 청와대로 옮겨가고 있다. 여기에 윤석열은 공포를 느낀 것으로 보인다. 자기 힘만 믿고 미친 듯 칼을 휘둘렀건만 칼을 맞은 상대가 안 쓰러지고 오히려 거인이 되어 자기를 노려보며 반격을 하면 당연히 공포에 휩싸이게 된다. 그래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 지명이 발표되자 곧바로 윤석열이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충심에는 변화가 없다”는 얼빠진 얘기를 내뱉은 것이다.
‘윤석열’, 이 이름이 대한민국 헌정사에 얼마나 더러운 이름으로 기록될지 본인이 똑똑히 보게 될 것이다. 국민의 신임으로 검찰총장이 된 자가 국민을 농락하고 국민을 향해 칼질을 한 배신자였다는 혹독한 평가가 내려지게 되어 있다.
나경원 원내대표 교체도 적폐들의 작전이 안 먹히고 있음을 보여준다. 총선을 앞두고 원내대표를 교체하는 것도 혼란을 부르고, 게다가 정상적인 절차를 밟지 않고 당대표가 갑자기 주저앉히는 식으로 교체하는 바람에 더욱 혼란을 불렀는데 자신들이 정국을 주도하고 있다면 이런 혼란을 일으킬 이유가 없다. 혼란을 무릅쓰고 긴급히 원내대표를 교체한 것은 그만큼 자기 앞에 몰려오는 위험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런 모습들을 종합해볼 때 정국에 의미 있는 변화가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반전의 배경에는 사법적폐청산 범국민시민연대를 중심으로 하는 깨어있는 시민의 항쟁, 그리고 미국의 대북적대정책으로 유지되던 한반도 냉전체제가 녹아내리는 상황이 있다. 이는 기회가 될 때 분석하고자 한다.
한편 조국 전 장관과 문재인 대통령이 부정비리에 엮이지 않았다는 게 대단한 의의를 갖는다는 게 확인되었다. 만약 부정비리 사실이 확인되었다면 적폐의 공세를 뒤집기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역대 최고 수준의 먼지털이식 수사로 일관한 검찰의 광란과 언론의 마녀사냥 속에서도 확인된 부정비리가 나오지 않았다. 이것이 적폐의 칼날을 무디게 만들었고 그 칼의 성격이 망나니의 칼임을 뚜렷이 보여주었다.
그리고 이것이 문재인 대통령이 전해철 대신 추미애 카드를 선택하는 대단히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약점을 잡혔다면 미국과 적폐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이 글은 자주시보와 주권연구소에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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