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에서 온 편지] 마르지 않는 천지의 물줄기 되어

김수형 | 기사입력 2020/01/12 [17:29]

[감옥에서 온 편지] 마르지 않는 천지의 물줄기 되어

김수형 | 입력 : 2020/01/12 [17:29]

 

'감옥에서 온 편지'는 지난해 10월 18일 미 대사관저 월담 투쟁으로 현재 서울구치소에 수감되어 있는 김수형, 김유진, 김재영, 이상혁 학생들이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으로 보낸 편지를 소개하는 기사입니다.(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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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지 않는 천지의 물줄기 되어

 

-김수형

 

사랑하는 나의 어머니!

굵은 서릿발 내리치는

드높은 애국의 길에

나를 부른 것은

그 어떤 명예와 금붙이도

높으신 누군가의 명령이나 화려한 언어도

아니었습니다

 

오로지

삼천리 강산에 굽이쳐 흐르는

자주, 민주, 통일의 물결

대한의 붉은 심장

가장 깊은 곳부터 끓어오르는

해방조국 염원의 용솟음뿐이었답니다

 

오천년 빛나는 역사의 화폭 앞에

이 자랑찬 반도의 민중은

외세의 더러운 군홧발 따위에

쉽게 짓이겨질

그런 나약한 존재가 아니었음을

거룩한 피의 맹세로써

천명하였지요

 

일제의 폭압과 잔혹한 칼부림에 맞서

조선 천지가 궐기한 그 날

칠흑같던 어둠을 뚫고

만 백성이 대한의 이름되어

해방조국 비추는

횃불의 바다로 일어났음을

어머니! 나는 보았습니다

 

그들은

단군의 기상

불굴의 투혼 아로새긴

날 선 보검이 되어

일제의 심장을 꿰뚫었고

적들의 붉은 선혈 낭자한 명주천은

내 나라 내 민족의 손에

갈갈이 찢기었음을

어머니! 나는 보았습니다

 

그렇게 역사는 흘러왔습니다

흐르지 않는 물은

이내 고여

썩기 마련이기에,

자주, 민주, 통일의 물결따라

역사는 흐를 수 밖에 없었고

흘러야만 했습니다

 

거스를 수 없는

찬란한 민족사의 물줄기는

그렇게 쉼없이

세차게 반도를 흘러갔습니다

 

아아!

그러나 그들은

역사의 흐름을 거역한 채

뻔뻔한 낯짝으로

한반도를 점령하러 왔다며

녹슨 철조망

내 민족 허리에

둘러메우고

악취 가득히 밴

성조기를 기어이

내 민족 가슴팍에

내리 꽂았답니다

 

허나, 이 땅

눈부신 조선창공에

휘날릴 수 있는 건

오직

대한민중의 긍지

자주의 승리 뿐이란 것을

어머니! 나는 알았습니다

 

잠들어버린 반도의 새벽 아래

제국주의의 피서린 칼바람도

용맹한 범의 기개

뜨거운 통일의 염원 머금은

한라의 숨결만은

어찌 할 수 없었음을

어머니! 나는 알았습니다

 

그 어떤 맹세보다 순결한 피로

민주의 꽃 피우려

외세의 오물 뒤집어 쓴

불결한 독재, 유신을 뿌리뽑고

민족단결의 기치

높이 들고 일어선

젊은 학도들의 기상을

어머니! 나는 보았습니다

 

길고 긴 기다림 끝에

오월의 봄 맞이하니

들불처럼 민주의 가슴 속을 번져나간

자주, 민주, 통일의 열망은

감히 총칼과 탱크, 헬기 따위의

쇠붙이로 부술 수 있는 것이

아니었음을

 

그 처절한 최후의 항전은

콧대 높이 서있던

제국주의의 첨탑마저

산산히 불살라버렸음을

어머니! 나는 보았습니다

 

사랑하는 나의 어머니!

일제로부터 해방을 맞이한 지

수십 여년이 흘렀음에도

내 조국이 아직도

외세 놈들의 식민지나 다름없다는

사실을 마주할때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는

그 원통함을 아시나요!

 

심심하면 총칼과 피로 놀음을 하고

쓰러진 자의 울부짖음

비웃기를 밥 먹듯이 하며

사람은 그토록 가벼이 죽이곤

얼룩진 돈다발을 숭배하는

내 나라 국민을

한낱 고양이만도 못한

미물로 바라보는

간악한 저들의 횡포가 보이시나요!

 

내 가슴에 횃불을 지펴올린 건

단지 그들의 세치 혀가 내뱉는

수천억, 수조원의 요구가 아니라

제 것인 마냥

남의 나라에 떡하니 버티고 앉아

천하를 호령하는 척

침 튀기며 떵떵거리는

파렴치한 미 제국주의의 존재

그 자체였습니다!

 

사랑하는 나의 어머니!

삼천리 강산에 굽이쳐 흐르는

자주, 민주, 통일의 물결 따라

저는 흐르렵니다

 

이내 하늘로 솟아

분단의 적폐

미국의 잔해

싸그리 집어 삼키는 소나기 되어

저들을 역사의 뒤안길로

쓸어 보내렵니다

 

그리곤

세상 가장 낮은 곳으로 흐르는

마르지 않는 천지의 물줄기 되어

세차게 반도를 흘러가렵니다

 

그렇게 흐르고 흘러

민주선열들의 거룩한 피

항일, 항미전사들의 숭고한 땀방울

단장의 아리랑 선율 맡에 흐르는

내 민족의 눈물 한 아름

팔천만 겨레의 긍지

가득히 머금은 채

드높이 솟은

파도가 되럽니다

 

제국주의의 너절한 담벼락따위

힘껏 내리쳐 깨부술

그런 조선의 파도가 되렵니다

 

마침내

자주조국의 찬란한 광명

통일의 새 아침과 얼싸 안을

드넓은 조선의 바다가 되렵니다

 

그렇게

내 민족이 내 나라 주인 되어

평화의 품에 안겨 잠들고

오천년 빛나는

역사의 가로 아래

무궁히 번영해 나아갈

진정한 우리나라에서

나는 비로소 살아 숨쉬렵니다

 

사랑하는 나의 어머니!

오늘도 난

메서운 서릿발 내리치는

가슴벅찬 애국의 길에

설레이는 맘 가득히 안고

자주의 내일을 바라보며

꿋꿋이 걸어나가렵니다

 

내 가진 모든 사랑을 담아

이 글을 올립니다.

 

* 이 시는 김수형 학생이 지난해 12월 말에 진행한 '대진연 제주 역사여행'에 보낸 것입니다. 

 

▲ 미 대사관저 투쟁으로 구속된 대학생들의 수번과 이름     ©자주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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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23 2020/01/13 [15:29] 수정 | 삭제
  • 정말 용감하고 애국의 열이 가득찬 젊은이입니다. 이런 남조선의 청년들이 있는 것만해도 민족의 통일은 먹어 놓은 것입니다. 이런 선구자들의 뒤를 따라 많은 청년들이 나설 것이라 믿습니다. 경의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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