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이것만큼은 꼭 바꾸자’ 21대 국회의 5가지 필수과제

박명훈 주권연구소 연구원 | 기사입력 2020/09/13 [10:46]

‘이것만큼은 꼭 바꾸자’ 21대 국회의 5가지 필수과제

박명훈 주권연구소 연구원 | 입력 : 2020/09/13 [10:46]

지난 1일, 4·15총선으로 닻을 올린 21대 국회 첫 정기국회가 개원했다.

 

국민이 지난 총선에서 진보민주진영에 190석을 몰아 준 지 벌써 5개월이 지났다. 그런데 ‘국민을 위해 일하는 국회’는 아직도 멀게 느껴지기만 하다. 사회대개혁-적폐청산을 위해 시급히 처리해야 할 과제가 한둘이 아닌데 21대 국회는 갈피를 잃은 채 표류하고 있다.

 

진보민주진영 중에서도 특히 더불어민주당이 역사적 대승을 거둔 건 미래통합당으로 대표되는 수구적폐 세력에만큼은 국정을 맡길 수 없다는 국민의 바람이 컸기 때문이다. 꼭 민주당이 좋아서, 문재인 정부가 잘해서 국민이 지지를 한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코로나19 방역수칙을 꼼꼼히 지켜가며 투표장에 간 국민은, 민주당을 중심으로 하는 21대 국회에 ‘국민의 대리자-심부름꾼으로서 이번만큼은 제대로 좀 해보라’고 막중한 임무를 준 것이다.

 

출발이 아쉽기는 하지만 아직 많이 늦지는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 21대 국회가 ‘이것만큼은 꼭 해야 할 필수 과제’ 5가지를 꼽아봤다.

 

 

1. 공수처 출범-검찰개혁

 

지난해 연말에 통과된 검찰개혁 법안에 따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본래 지난 7월 15일에 출범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정부과천청사에 있는 공수처 사무실은 사람도 없이 덩그러니 텅 빈 채 먼지만 잔뜩 쌓여가고 있다.

 

검찰은 그동안 수구적폐 세력-기득권 편에서 무소불위 압수수색과 기소권을 휘두르는 ‘선택적 수사’를 벌여왔다. 지난해 공수처 설치를 찬성하는 국민 여론이 60%를 훌쩍 넘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특히 공수처는 대통령 친인척과 국회의원뿐만 아니라 그동안 검찰, 판사 등 수사 바깥에 있던 ‘고위공무원’의 범죄를 수사할 수 있는 독립기구로서 한껏 기대감이 높았다.

 

민의가 이토록 분명한데 공수처 개막이 지지부진한 이유는 공수처 설치와 검찰개혁에 제동 거는 ‘구 미래통합당 현 국민의힘’의 발목잡기 때문이다. 어떤 기구이든 조직 구성이 핵심이다. 그런데 공수처장을 뽑는데 필요한 국회 몫(각각 여야 교섭단체 2명씩) 추천위원 선정이 국민의힘의 몽니로 가로막혀 한 발짝도 나갈 수 없는 지경이 된 것이다.

 

다만 저들의 발악을 내버려 두는 여당의 안일함이 사태를 키웠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여당 내에서는 공수처법을 개정해 9월 중 공수처를 출범시키겠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공수처가 설치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이 높았다.

 

그러던 민주당은 이낙연 대표 체제가 들어서자 불쑥 국민의힘과의 ‘협치’를 꺼내 들었다. 이낙연 대표는 “야당 설득이 우선”이라고 했고, 김태년 원내대표는 돌연 국민의힘을 향해 북한인권재단 이사회 인선·청와대 특별감찰관 임명과 공수처 법안을 동시에 처리하자는 말을 내놨다. 민의가 담긴 공수처가 어떻게 흥정의 대상이 될 수 있단 말인가.

 

여당이 민의를 뒤로하고 눈치나 보며 미적지근하게 힘을 뺀 사이, 수구적폐 세력은 촛불혁명과 적폐 청산을 뒤집으려 검찰 발 가짜뉴스 유포에 안달이 나 있다. 여당은 좌고우면 말고 진보진영과 각계 시민단체의 의견을 모아 공수처 설치-검찰개혁의 길로 뚝심 있게 달려가야 한다.

 

2. 친일청산에 밑돌 놓을 친일파 파묘

 

지난 7월 15일, 백선엽의 현충원 안장으로 온 대한민국이 시끌시끌했다. 일제강점기 때 만주국 장교로서 우리 조상들과 독립군을 학살한 ‘친일파 중의 친일파’가 현충원에 묻히는 모습에 많은 사람이 분통을 터뜨리고 경악했다.

 

이쯤에서 세계로 눈을 돌려보자. 지구상 그 어디에도 한국을 제외하면 민족반역자를 애국자로 대접하는 나라는 없다. 백선엽 같은 악질 중의 악질-반민족 친일부역자가 감히 독립선열 곁에 묻히는 현실이라니 대단히 개탄스러운 일이다.

 

이러니 ‘친일파는 3대가 부귀영화를 누리지만 독립운동가는 3대가 거지꼴을 못 면한다’는 냉소가 터져 나오는 것이다. 동시에 친일청산은 시대의 요구로 호출되고 있다. 이제 친일의 끈을 끊어내고 민족정기를 바로 세워야 한다. 그를 위한 첫 삽이 바로 친일파 파묘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가 3.1운동 100주년을 앞두고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국민 인식 여론조사’를 벌인 결과, 무려 국민의 80.1%가 “친일잔재가 청산되지 않았다”라고 응답했다. 광복회는 21대 총선을 앞두고 민의에 발맞춰 각 정당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자들 1,109명을 대상으로 ‘친일 행위의 국립현충원 안장 불가 및 이장, 단죄비 설치를 위한 법률’ 동의 여부를 물었다. 설문에 참여한 민중당(진보당), 정의당, 민주당 후보들 대다수는 “찬성한다”라고 답했다.

 

앞서 1949년, 이승만에 의한 반민특위 강제 해체 이후 친일청산은 우리 사회의 꾸준한 과제였다. 또한 우리 사회를 바로 세우기 위해 묵직한 과제다. 도대체 언제까지 국민의힘으로 대표되는 ‘토착왜구들’이 민족의 역사를 깔아뭉개며 친일을 긍정하는 ‘비정상적 극한 난동’을 용인해야 하는가? 이 질문에 21대 국회는 친일파 파묘 법안 제정이라는 답을 내야 한다.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는 일은 친일파 파묘에서 시작된다. 이를테면 일제와 나치에 부역한 ‘에키타이 안’ 안익태가 만든 ‘가짜 애국가’를 부르는 비정상은 친일파 파묘와 함께 바로잡을 수 있다. 친일파 파묘 법안의 조속한 통과는 친일청산의 밑돌이자 이정표가 될 것이다.

 

3. 남북관계 복원할 대북전단 살포금지법

 

정부는 지난 2018년 판문점선언에서 대북전단 살포금지 조치를 합의했지만 이행하지 않았다. 그 결과가 지난 6월 북측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였다. 2018년 당시,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의 대문이 활짝 열릴 듯했던 황홀경이 와르르 깨지고 남북관계는 파국으로 치달았다. 사태가 이렇게까지 된 데에는 손 놓고 있던 국회의 책임도 크다.

 

그러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외통위)는 지난 8월 3일, 여야의 의견이 엇갈린다는 이유로 대북전단 살포금지법안을 안건조정위원회로 넘겼다. 외통위 소속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90일이 경과하면 (법안을) 처리할 생각”이라며 “충분한 토론을 거쳐 야당을 설득하겠지만 (안 된다면) 어쨌든 처리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해당 법안은 최장 90일 동안 여야가 논의해야 하는 사항으로 묶여버렸다.

 

발의까지 해놓고는 왜 일부러 돌아가는 길을 골랐는지 묻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돌이켜보면 추경 처리 등 대북전단 살포금지법을 통과시킬 기회-시기는 언제든지 있었다. 혹 여당이 민심이 아닌, 국민의힘의 분별없는 색깔론 공세에 움츠러든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이 이상의 남북관계 파국을 막기 위해 대북전단 살포금지법 제정을 한시라도 빨리 서둘러야 한다. 민주당이 해당 법안을 극력 반대하는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등을 빼고 강력히 밀어붙이면 될 일이다. 이제 여당은 “의석이 부족해 일을 못 한다”라는 ‘핑계’를 댈 수도 없다.

 

수구적폐 세력이 틈만 나면 꺼내 드는 악랄한 색깔론 공세가 통하지 않는 길은 오직 판문점선언 합의 이행과 그에 따른 남북관계 진전뿐이다. 평화, 번영, 통일의 초침이 자꾸만 뒤로 돌아가는 것을 이대로 두고 볼 수 없다.

 

돌아보면 지난 20대 국회에서는 당시 자유한국당의 방해로 판문점선언 국회 비준도 무산됐다. 이 기회에 대북전단 살포금지법과 함께 판문점선언을 비롯한 이전 남북 선언의 국회 비준을 함께 추진한다면 ‘남북관계 복원’은 큰 힘을 받게 될 것이다.

 

4. 세월호참사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4·16 세월호참사 이후 6년 하고도 5개월 가까운 시간이 지났지만, 국회 차원의 진상규명은 너무 느리고 더디다.

 

세월호참사 진상규명과 관련해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가 있지만 세월호 선체의 조사 결과를 내놓을 뿐 정작 강제수사와 기소를 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세월호의 진실을 길어 올리자면 국민을 대리하는 국회의 협력과 전폭 지원할 수 있는 법안 제정이 필수적이다.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4·16가족협의회)와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4·16연대)는 세월호참사를 박근혜 정권이 국민 304명을 구하지 않은 “국가 범죄”로 규정, 세월호참사 7주기 이전까지 관련 법안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법안의 내용은 ▲사참위에 수사권 부여·조사 인원 확충·조사 기간 연장을 담은 특별법 ▲김관홍법(피해자지원특별볍) 개정 ▲생명안전기본법 제정 ▲세월호참사피해자 모독 엄단 등을 담고 있다.

 

박근혜 정권 시기 일부 인사들을 솜방망이 기소하는데 그치는 검찰특별수사단의 수사로는 세월호의 진실을 수면 위로 길어 올릴 수 없다. 진보민주진영이 압도적인 국회 구성에서 더 이상 수구적폐 세력으로 대표되는 국민의힘의 방해도 ‘허용’되지 않는다. 이제야말로 국회가 두 팔 걷어붙이고 바짝 세월호참사 인양을 주도해야 할 계절이 왔다.

 

세월호 부모님들은 21대 국회의원 당선자들이 임기를 시작한 지난 5월 30일에 의원회관을 찾았고, 수구적폐 세력을 제치고 당선된 초선 의원들이 세월호 배지와 나비 브로치를 가슴에 달며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다짐했다. 진보민주진영의 국회의원들은 가슴팍에 단 ‘초심’을 다시 상기하고 세월호참사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입법 속도전을 펼쳐야 한다.

 

그것이 세월호참사 7주기 이전까지 별이 된 아이들의, 남은 부모님과 가족분들의 원통함을 조금이라도 풀어줄 수 있는 길이다.

 

5. ‘진짜 노동자 권리’ 위한 전태일 3법

 

전태일 열사가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고 외치며 돌아가신 지 50년을 맞는 올해, ‘제대로 노동할 권리’를 담은 전태일 3법 법안 제정 운동이 공론화되고 있다

 

지난 7일, 스스로를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의 가족”으로 소개한 박인경 님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렇게 적었다

 

“코로나야 그렇다 치고, 현장에서 죽지 않고 일하는 세상, 사고에 대한 불안 걱정 없는 세상, 고용불안으로 겪는 아픔이 없는 세상은 지금 당장 우리의 작은 노력으로 한발 나아갈 수 있습니다. 간절히 바랐던 전태일 3법을 우리 힘으로 만듭시다. 함께 동참해주세요.”

 

전태일 3법에는 ‘근로기준법 제11조’와 ‘노조법 제2조’를 개정,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하자는 내용이 담겨있다. 법안은 정규직, 비정규직을 구분하지 않고 ▲모든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 적용, 모든 노동자가 회사 내부에서 당당히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노조 할 권리 보장, 중대한 산업재해가 터진 기업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 ▲모든 노동자가 죽지 않고 일할 권리를 보장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전태일 열사가 외친 근로기준법이 사실상 ‘먹통’ 상태다. 2020년 기준 대한민국은 하루 평균 2.3명이 산업재해로 사망하는 ‘세계 1등 산재 공화국’이다. 작년 기준 산재로 돌아가신 노동자들의 숫자가 자그마치 2,000명을 훌쩍 넘었다. 코로나19 시국에서 GDP(국내총생산) 하락 폭이 다른 선진국보다 낮으니 괜찮다고 자화자찬하기에 노동 현실은 잔혹하고 열악하다. 우리나라의 노동 조건은 세계 최하위로 악명이 높다.

 

돌아보면 2016년 구의역에서 안전문을 점검하다 몸이 끼인 김 군이, 2018년 충남 태안화력발전소 현장에서 컨베이어벨트에 몸이 빨려 들어간 김용균 노동자가 처참하게 돌아가셨다. 올해 4월 29일, 이천 물류센터 공사장 화재에서는 38명의 이주노동자를 포함한 건설노동자분들이 돌아가셨다.

 

이뿐 만 아니라 최근 들어 코로나 확산으로 배달 물량이 밀려들면서 택배 노동자분들이 과로로 돌아가시고 있다. 택배 노동자는 특수고용직으로 분류돼 안전관리 수칙-산재 대상에서조차 아예 벗어나 있다. 이처럼 우리 사회에는 노동권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사각지대에 있는 노동자들이 너무나도 많다.

 

앞서 소개해 드린 돌아가신 노동자 대다수는 비정규직-특수고용직 노동자다. 만약 전태일 3법이 국회에서 진작 통과돼 제힘을 발휘했더라면, 저분들이 가족을 두고 안타깝게 돌아가시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국회가 지금 당장 전태일 3법을 통과시켜야 하는 이유다. 죽음을 막을 수 있는 해법을 알면서도 모른 척하는 건 소름 끼치는 직무유기다.

 

나, 가족, 친구가 삶을 위해 노동을 한다는 점에서 우리는 모두 노동자다. 강조하건대 전태일 3법 발의-제정은 노동권을 바로 세우고 노동자의 죽음을 막는 이정표가 될 수 있다. 촛불혁명 이후 압도적 민의를 받아 탄생한 ‘촛불국회’라면 역사와 시대를 위해 제대로 된 일을 해야 한다.

 

괜히 국회를 ‘민의의 전당’이라고 부르는 게 아니다. 국민을 대리하는 심부름꾼으로서 금배지의 무게, 민의를 하나하나 새겨 제대로 일하는 국회의원들이 보고 싶다. 진보민주진영이 결정권을 쥔 역대급 21대 국회가 국민의 여망에 부응하기를 절실히 바란다.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