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는 왜 군소정당후보가 없는가

이형구 주권연구소 연구원 | 기사입력 2020/11/09 [15:47]

미국에는 왜 군소정당후보가 없는가

이형구 주권연구소 연구원 | 입력 : 2020/11/09 [15:47]

평화이음이 월간 '민족과 통일' 11월호를 발간했습니다. 

우리사회와 한반도 정세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미국에는 왜 군소정당후보가 없는가

 

미국은 양당제 국가이다. 양당제란 두개의 거대정당만이 권력을 차지하는 정치체계를 말한다. 미국은 민주당과 공화당, 이 두 정당이 권력을 쥐고 있다. 미국에도 제3의 정당, 군소정당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들이 상원이나 하원에서 다수 의석을 차지하거나 대통령에 당선되는 건 꿈도 못 꿀 일이다. 미국은 기득권을 흔들 수 있는 제3의 정당이 성장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1. 탄압

 

미국에서 군소정당이 출현할 수 없는 첫 번째 이유는 미국이 노골적으로 진보정당을 탄압하고 제거했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 공산당이다. 여론조사를 보면 미국 국민 사이에 사회주의에 대한 지지가 적지 않다. 2019년 5월, 미국 갤럽이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는 43%의 국민이 ‘일정한 형태의 사회주의는 미국에 좋다’라고 응답했다. 2019년 미국 여론조사 업체 서베이몽키의 조사에서는 18~29세의 미 국민 중 무려 61%가 사회주의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에서 사회주의를 지향하는 정당은 전혀 힘을 못 쓰고 있다. 

사회주의 정당이 성장하지 못한 기본적인 이유는 미국이 탄압했기 때문이다. 1950년대 미국의 메카시즘은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유명한 사례다. 메카시즘 광풍이 일어나기 전이나 그 후에도 노동조합 등 진보적인 세력을 극도로 탄압해 말살시켜버렸다. 이렇게 미국은 제국주의 질서에 반대한다는, 정말로 미국을 변화시키려는 정당은 탄압하여 제거해버렸다. 민주당과 공화당은 사실 미 제국주의 입장에서는 누가 집권해도 크게 변하지 않는,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 정당이다.

 

2. 선거 제도

 

미국은 탄압과 함께 선거 제도 자체를 제3의 세력이 권력을 차지하지 못하도록 만들어버렸다. 새로운 정당이 성장하는 걸 어떻게 막고 있는지 미국의 대통령 선거를 통해 살펴보자.

 

(1) 선거인단제

 

미국 대통령 선거는 가장 많은 국민에게서 표를 받는 사람이 당선되는 게 아니다. 미국 국민은 자기가 사는 주를 대표할 선거인단을 뽑는다. 그리고 그 선거인단이 국민을 대신해 투표한다. 더 큰 문제는 이 선거인단이 미국 국민의 투표결과에 비례해서 선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뉴욕주의 선거인단은 29명이다. 그런데 공화당이 뉴욕주 선거에서 이긴다면 선거인단 29명은 모두 공화당이 가져간다. 공화당 51%, 민주당이 49%가 나왔다고 하더라도, 공화당이 승리했으면 29명의 선거인단을 모두 공화당이 가져간다. 그래서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는 득표수에서는 이겼지만 선거에서는 지는 일이 빈번하다. 

민주당과 공화당, 두 당 사이에서도 불합리한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상황에서 제3당이 선전하기란 하늘에 별따기보다 어렵다. 제3당이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하려면, 미국 전역에서 국민의 지지율을 높이는 것보다는 주를 하나씩 하나씩 점령해야 한다.

 

(2) 무소속 및 제3정당에 대한 차별: 밸럿 액세스 규정

 

제3당 앞에 놓인 시련은 선거인단제도 뿐만이 아니다. 제3당이 후보로 등록하기 위해선 민주당과 공화당은 안 해도 되는 별도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 그 절차란 바로 밸럿 액세스 규정이다. 무소속 후보나 민주당이나 공화당이 아닌 정당의 후보가 투표용지에 이름을 올리기 위해서는 그 주에서 일정 이상의 서명을 받아와야 한다. 

투표용지에 이름을 올린다는 개념이 우리로서는 생소하다. 우리나라로 치면 홍길동이라는 후보가 대선에 출마했다. 그런데 홍길동 후보는 서울시 투표용지에 이름을 올리고 싶으면 일정 수 이상의 서울 시민의 서명을 받아와야 한다. 만약, 서울시에서는 정해진 숫자만큼 서명을 받았는데 경기도에서는 받지 못했다면 어떻게 될까? 홍길동 후보는 서울시 투표용지에는 이름이 찍혀서 나오지만, 경기도 투표용지에는 이름이 나오지 않는다. 이게 미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밸럿 엑세스 규정이다. 정말 황당하지 않을 수 없다. 더 황당한 건 민주당과 공화당은 이 절차를 밟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아주 노골적으로 제3정당이 약진하는 걸 막는 제도를 둔 것이다.

2000년 미국 대선에서 랄프 네이더가 녹색당 후보로 출마한 적이 있었다. 네이더 후보는 오클라호마 인디애나 주 등에서 서명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 심지어 아이다호에서는 서명용지를 도둑맞기까지 했다. 그 결과 네이더 후보는 44개 주에서는 입후보에 성공하고 7개 주에서는 실패했다. 이런 식으로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는 날이 올까?

이렇듯 민주당이나 공화당이 아니고서는 정치에 뛰어든다는 것은 무척 어렵다. 제3정당이 겪어야 하는 어려움은 사실 한 두 개가 아니다.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선 TV토론에 참여해야 할텐데, TV토론에 참여하기 위해선 15% 이상의 지지율을 확보해야 한다. 주별로 제도가 상이하다는 것도 난관 중에 하나이다. 앞서 살펴본 밸럿 엑세스 규정도 주마다 다르기 때문에 따로 찾아봐서 준비해야 한다. 서명이 아니라 돈을 내면 되는 주도 있다. 버니 샌더스 같은 사람은 무소속이지만 정계에 진출하기 위해 민주당 경선에 참여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무소속이 민주당 경선에 참가하는 것도 이상한 말이지만, 미국은 주별로 이 규정마저 다르다. 샌더스는 무소속이 민주당 경선에 참여하는 게 허용된 주에서 출마했다. 이러니 미국에서 영향력 있는 제3의 정당이 나오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다.

 

3. 선거자금 

 

선거 제도도 문제지만 사실 현실적인 큰 장벽은 바로 돈이다. 2017년 한국 19대 대선에서 각 후보가 선거에서 쓴 돈은 문재인 후보가 500억 원, 홍준표 후보가 420억 원, 안철수 후보 480억 원 정도였다. 미국의 경우 2016년 대선에서 공화당 트럼프 후보가 약 5천억 원, 민주당 힐러리 후보가 약 9천억 원을 썼다. 미국 정치에서 어느 후보가 더 모금을 많이 했느냐를 두고 누가 이길 가능성이 높은가를 점치기도 한다. 2018년 중간선거의 경우 상대 후보보다 돈을 더 많이 쓴 후보가 하원 선거에서 88.8%, 상원 선거에서 82.9% 이겼다고 한다.

2019년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당내 경선을 치르던 후보 중 18명이 선거자금 부족으로 중도하차했다. 민주당 내 지지율 5위를 기록하던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은 “선거 모금액이 바닥났다. 난 억만장자가 아니어서 캠페인을 자력으로 끌고 갈 수 없다”고 선언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도 2019년 말 선거 모금액이 바닥나 사퇴할지도 모른다는 예측이 나오기도 했다. 선거비용 문제는 민주당과 공화당에서도 신인 정치인의 진출을 막고 있다. 제3당의 사정은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다.

미국 선거는 국민이 정치에 참여할 수 없게 만들어져 있고, 국민이 투표해도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비민주적인 선거이다. 천문학적인 돈을 가져야 비로소 정치판에 뛰어들 엄두를 낼 수 있다. 그리고 미국은 공화당과 민주당, 이 기득권 세력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정치세력은 권력을 차지할 수 없도록 정치체제를 만들었다. 변화를 거부하는 자본가, 기득권의 나라가 미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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