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의 시각으로 세계를 보는 눈, 이인선 통신원의 [러시아는 지금]을 주 1회 연재합니다.
스푸트니크 V는 러시아에서 개발한 코로나19 바이러스 백신이다. 그리고 이 백신은 현재 세계보건기구(WHO)의 목록에서 대량 생산을 시작하는 10대 후보 백신 중 하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11일 러시아가 자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을 세계에서 가장 먼저 공식 등록했다고 발표했다. 백신 이름은 1957년 옛 소련이 인류 최초로 쏘아 올린 인공위성의 이름 ‘스푸트니크’를 본떴다. 러시아 보건부 산하 ‘가말레야 국립 전염병·미생물학 연구소’와 러시아 국방부 산하 제48 중앙과학연구소가 러시아 국부펀드인 ‘직접투자기금(RDIF)’의 지원을 받아 스푸트니크 V를 개발했다. 스푸트니크 V는 2차 임상시험을 마친 상태에서 국가 승인을 받았다.
가말레야 연구소가 스푸트니크 V 웹사이트를 통해 밝힌 내용을 보면, 이 백신은 2020년 8월 1일로 임상 1상과 2상 시험을 마쳤다. 3상 임상시험은 등록 이후 9월부터 현재까지 진행 중이고 점차 스푸트니크 V 생산에 동참하는 국가도 늘어나고 있다. 강력한 항체와 세포 면역 반응을 유도했으며 아직 큰 부작용은 관찰되지 않았다. 특히 3상 임상시험에서도 스푸트니크 V 백신의 효능은 91.4%였다.
스푸트니크 V와 관련한 오해
우리나라는 화이자,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등 미국과 영국에서 제작한 백신에만 관심을 두고 고가에라도 수입할 계획이다. 지난해 12월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정부는 기존에 임상에서 성공률을 보였던 미국과 영국 중심의 백신 외에도 3상에 들어가 있는 모든 백신에 대해서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를 하고 있다”라며 “다만, 러시아와 중국 백신에 대해서는 정부 차원에서는 구매 계약을 하거나 구매에 나선 적은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임인택 보건복지부 보건산업정책국장은 “스푸트니크 백신이 아직 임상 결과가 정확하게 오픈되지 않았고 신뢰성이나 이런 부분들에 대한 검증이 다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정부는 러시아 백신에 대한 구매 검토를 진행하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서방 언론은 코로나19 바이러스 백신 개발과 유통에 있어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 제약회사들에 큰 신뢰를 보이고 홍보용 보도를 하고 있다. 반면, 서방 언론은 중국이나 러시아의 백신 개발 진전에는 의혹만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백신 개발을 체제경쟁의 산물로 인식해 중국이나 러시아의 백신을 덮어놓고 깎아내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반적으로 백신을 개발할 때 임상시험을 3단계에 걸쳐서 한다. 세계보건기구(WHO) 등에서 권고하는 국제적인 백신 개발 프로세스에 따르면 안전성과 효과 등을 최종적으로 검증하기 위해서는 3단계 임상시험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의 전문가들은 스푸트니크 V에 대해 3차 임상시험도 거치지 않고 서둘러 승인한 백신이기에 접종 시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들은 모든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신뢰를 떨어트릴 수 있다며 강한 비판을 했다. 이런 식으로 중국과 러시아에서 개발한 백신이 유통까지 필요한 3상 임상시험을 마치지 않은 채 승인을 받았다며 의혹을 제기하기도 한다.
화이자, 모더나 등 서구의 백신의 경우 통상적인 절차보다 훨씬 압축적인 과정으로 개발되었다. 모더나와 화이자 모두 임상 관련 상당수 데이터를 비공개하고 있다. 그래서 제대로, 꼼꼼히 한 것인지, 안정성에 문제는 없는지 등의 문제 제기가 있다. 로이터 통신은 지난해 11월 17일 화이자백신의 효과 지속 기간도 아직 불확실할뿐더러 고령자와 임산부, 만성질환자 등에 접종했을 경우 안전성과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한, 로이터 통신은 모더나와 화이자 백신 모두 다른 면역반응을 유도하기 어렵고 증상 발현만 막아줄 뿐이라고 지적했다. 설대우 중앙대 약학대학교수는 “화이자 백신 90% 효과라는 표현은 상당한 과장이다. ‘감염되지 않을 확률이 90% 될 수 있다’라고 고쳐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설 교수는 “백신이라는 것은 더 많은 데이터가 쌓여서 실제로 그러한 효과를 냈을 때 단정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지, 지금 이 정도 데이터만 갖고는 단정적으로 90%의 효과가 있다고 하기엔 어려움이 있다”라고 덧붙였다.
스푸트니크 V를 비롯한 코로나19 바이러스 백신은 모두 두 차례에 걸쳐 접종하고 있다.
RDIF에 따르면 스푸트니크 V의 가격은 1회 접종 당 10달러 미만으로 총 20달러 미만의 금액을 책정해 다른 국가들과 계약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화이자는 자사의 백신이 1회 복용량에 약 20달러이므로 2회 복용하면 40달러가 든다고 밝혔다. 모더나의 경우도 독일 주간지 「벨트 암 존탁」에서 백신은 주문량에 따라 1회 복용량에 10달러에서 50달러까지 든다고 밝혔다. 물론 옥스퍼드 대학교와 아스트라제네카가 협력해 만든 백신 아스트라제네카는 중간이윤 없이 생산되어 1회 복용량에 4달러로 싸다. 그러나 아스트라제네카의 경우 3상 임상시험 도중 발생한 투약량에 따른 면역 효과 차이 문제를 지난해 12월에서야 해결해 아직 조건부 판매 승인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RDIF는 백신 운송 및 보관 온도도 2~8℃의 온도에서 동결 건조 형태로 이뤄지기 때문에 국제 시장뿐만 아니라 열대 기후 지역 및 접근하기 어려운 지역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화이자는 영하 70℃, 모더나는 영하 20℃인 것에 반해 스푸트니크 V는 지역적 특성에 구애받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다.
스푸트니크 V를 향한 반응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20년 12월 2일 러시아 전역으로 스푸트니크 V로 코로나19 바이러스 예방 접종을 시행할 것을 공표했다. 미하일 미슈스틴 러시아 국무총리는 이 예방 접종은 “온전히 자발적인 의사에 따라 무료로 제공된다”라며 교사, 의사, 그리고 사회 근로자들에게 먼저 주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예방 접종은 무료로 2021년 안에 전 국민이 다 접종받을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지난 1월 초 미하일 무라쉬코 러시아 보건부 장관은 대규모 예방 접종을 위해 “현재 150만 회 이상 분량이 백신의 민간 유통에 도입되어 러시아 연방 지역으로 전달되었고 예방 접종이 매우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라고 발표했다. 이는 새해 연휴 안에 러시아 전역에 백신을 민간 유통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에 따른 것이다. 알렉산드르 긴즈부크르 가말레야 연구소 소장은 “80만 명~100만 명 이상의 러시아인들이 이미 백신을 접종받았”다며 “설명서에 열거된 것 외에 다른 부작용은 발견되지 않았다”라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RDIF는 지난 11일 보도문을 통해 “이미 150만 명 이상이 스푸트니크 V 백신을 맞았다”라면서 “이 백신은 심한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지 않는다”라고 공표했다.
스푸트니크 V를 향한 국제적 반응 활발해
지난해 8월부터 베트남, 몰도바공화국, 인도,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키르기스스탄, 중국, 멕시코, 캄차카반도, 페루, 세르비아, 스릅스카 공화국, 베네수엘라, 브라질, 필리핀, 벨로루시, 아제르바이잔, 카자흐스탄, 이스라엘 등 40개국에서 스푸트니크 V를 구매하겠다고 의사를 표했고 RDIF는 생산되는 대로 공급과 접종을 진행하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해 9월 7일 모스크바에서 백신 등록을 마친 후 3차 임상시험과 함께 9월 9일에 첫 자원자들에게 1차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그리고 러시아뿐만 아니라 공급받은 국가들(벨로루시, 브라질, 인도, 아랍에미리트 등)에서도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러시아가 3상 임상시험을 꼼꼼히 진행하면서 스푸트니크 V를 연구, 생산하겠다는 국가도 늘어나고 있다.
키릴 드미트리예프 RDIF 대표는 지난달 3일 유엔 총회에서 “세계 인구의 50% 이상을 대표하는 40개국 이상이 스푸트니크 V 백신에 관심을 표명했다”라고 말했다. 드미트리예프 RDIF 대표는 기금에 12억 회 이상 분량의 백신 주문이 왔다고 덧붙이며 “우리는 특히 인도, 중국, 브라질, 한국, 아르헨티나 및 기타 백신을 생산하는 국가들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그들의 생산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RDIF와 한국 바이오기업 지엘라파(자회사 한국코러스 포함)는 스푸트니크 V를 한국에서 연간 1억 5, 000만 회분 이상 생산하는 데 합의했다고 지난해 11월 13일 밝혔다. 현재 스푸트니크 V 백신은 지엘라파의 자회사인 한국코러스의 춘천공장에서 생산 중이다. 지엘라파 관계자는 “현재 트라이얼(시험) 백신은 생산 중”이며 “생산 중인 백신과 러시아 생산분의 비교 이후 순차적으로 백신을 공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타스, AP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보건부와 벨로루시 보건부는 지난해 12월 29일(현지시간) 공동 성명을 통해 스푸트니크 V의 첫 배송분이 이날 벨로루시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드미트리 파인비치 벨로루시 보건장관은 “벨로루시가 코로나19 백신 대규모 접종이라는 새로운 단계를 시작했다”라며 의료진, 교사, 직업상 타인과의 접촉이 많은 이들이 우선 접종대상이라고 말했다. 벨로루시는 자원자 100명에 대해 자체적으로 스푸트니크 V 임상시험을 진행한 뒤 지난해 12월 21일 사용을 승인했다. 이처럼 벨로루시와 같이 구소련의 국가들을 비롯한 다양한 국가들로까지 스푸트니크 V 공급이 확대되고 있다.
RDIF는 대한민국, 카자흐스탄, 브라질, 중국, 인도 등이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러시아의 스푸트니크 V 생산에 착수했고 우크라이나, 유럽 국가들 등에서도 생산하는 것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스푸트니크 V에 이은 또 다른 백신이나 치료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말부터 G20 지도자들을 상대로 스푸트니크 V가 필요한 나라들에 스푸트니크 V를 제공할 준비가 되었다고 말했다. 이어 푸틴 대통령은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 목록을 만드는 것이 “우리(전세계)의 공동 목표”이기 때문에 러시아는 두 번째와 세 번째 백신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드미트리예프 RDIF 대표는 지난해 12월 21일 아스트라제네카와 스푸트니크 V 백신에 있는 아데노바이러스 26형을 조합하는 방식으로 백신 결합 접종 임상시험을 한다고 공개했다. RDIF는 앞서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의 효능을 높이기 위해 스푸트니크 V와 결합 접종을 통한 임상시험을 권했고, 아스트라제네카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협동 연구가 성사되었다. 서명식에는 푸틴 대통령을 비롯해 가말레야 연구소, 러시아의 대형제약사 '알-파름'도 참석했다. 서명식에서 푸틴 대통령은 파스칼 소리오 아스트라제네카 최고경영자가 인류를 위한 매우 중요한 목표 달성을 위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다면서 그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현재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종식되지 않는 상황에서 많은 이들이 백신과 치료제에 관심이 있는 만큼 스푸트니크 V에 이은 다른 백신이나 치료제가 개발될 가능성이 크므로 지속해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저작권자 ⓒ 자주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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