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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울뿐인 미국의 백신 특허 일시 면제

백남주 객원기자 | 기사입력 2021/05/11 [13:16]

허울뿐인 미국의 백신 특허 일시 면제

백남주 객원기자 | 입력 : 2021/05/11 [13:16]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백신 이기주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자 제약회사들의 특허권(지식재산권) 유예 지지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그 실효성을 두고 곳곳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심지어 일종의 ‘언론플레이’, ‘립서비스’ 정도로 평가절하 하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당장 백신과 관련 재료 수출을 막고 있는 미국이 특허권 면제를 주장하는 것은 모순이란 비판이 제기된다. 백신 수출부터 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국 내 백신 생산시설이 있는 인도가 ‘코로나19 재앙’ 국가가 된 원인 중 하나는 미국 정부의 백신 관련 원료 수출 규제 때문이다. 인도 세룸인스티튜트 등 백신 제조업체들은 미국으로부터 원료를 수입할 수 없어 백신 생산이 지연된다고 밝힌바 바 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중남미 생산 거점을 표방했던 멕시코도 미국의 원료 수출 금지로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해 3월 코로나19 백신을 국방물자생산법 적용 대상으로 지정했고, 바이든 대통령도 같은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국방물자생산법은 대통령이 지정한 산업에 대해 제품 생산부터 가격과 수출까지 직접 통제할 권한을 연방정부에 부여한다.  

 

이에 유럽 국가들은 바이든 대통령의 제안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 7~8일(이하 현지시간) 포르투갈에서 열린 백신 특허 유예 관련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백신 지재권 면제는 공급 부족에 대한 해결책이 아니다”며  “미국이 백신과 원재료를 세계에 제공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유럽연합(EU)은 역내 생산된 4억 회분의 50%인 2억 회분을 90개국에 수출했는데, 미국은 자국산 백신을 모두 내수용으로 묶어두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한 것이다. 6억 회 분에 달하는 백신을 쟁여놓고 있는 미국은 사용하지 않기로 한 아스트라제네카 6000만 회분만 나눠주겠다고 밝힌 상태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도 “미국은 백신(완제품)뿐만 아니라 생산을 가로막는 백신 원료 물질의 수출 금지부터 해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장 백신 구하기가 발등에 떨어진 불인 개발도상국 입장에서 특허 유예는 한가한 소리로 들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백신 특허권 유예가 현실화되기 위해선 세계무역기구(WTO) 164개 회원국 전원의 ‘찬성’이 필요하다. 현재 EU는 물론 영국, 일본, 스위스 등도 반대하고 있는 실정이다. 논의 과정만 해도 상당시간이 소요될 것이 뻔하다. 

 

백신 관련 특허권이란 것이 하나만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화이자와 모더나의 메신저리보핵산(mRNA) 기반 백신을 만드는 데 80~100건의 특허가 관여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논의 과정이 복잡할 수밖에 없고 핵심 기술이 빠진 채 지재권 면제가 이뤄질 가능성도 크다. 

 

백신 특허 유예가 이뤄진다 해도 제조 기술과 인력이 부족한 개발도상국이 자체로 백신을 생산할 수 있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미국이 백신 특허 유예를 얼마나 강하게 밀어붙일지도 미지수다. 

 

당장 특허유예 반대 국가들을 설득하는 게 필요하다. 하지만 각국의 제약사의 이해관계가 걸려있는 상황에서 여타 국가들이 미국의 입장을 지지해줄지 의문이다. 

 

일례로 화이자와 백신을 공동 개발한 바이오앤테크가 독일 기업이다. 독일 제약사 큐어백은 전 세계 세 번째 mRNA 백신 개발 성공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자국 내 제약사 설득도 필요하다. 현재 화이자, 모더나 등 미국 백신 제조사들은 ▲중국‧러시아로의 기술 유출, ▲기업의 투자‧연구 의지 감퇴, ▲백신 제조 원재료 확보 경쟁으로 인한 혼란 등을 이유로 특허 유예에 반발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이들을 설득하는데 있어 한반도 등 다른 나라의 내정에 간섭하는 만큼의 정치‧외교적 힘을 발휘하지 않는다면 백신 특허권 유예 발언은 공허한 공약에 불과하다. 

 

이렇게 쉽지 않은 과정을 모를리 없는 바이든 행정부가 ‘백신 특허 유예’라는 정치적 ‘립 서비스’를 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지난 6일 미국 뉴욕시가 외부 관광객에게도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해주겠다고 밝혔다. 지난달에는 알래스카주도 관광객 유치를 위해 여행객들에게 공항에서 백신 접종을 해주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전 세계적 수만명의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는 상황에서도 돈 벌이를 위해 ‘백신관광’을 운운하고 있는 미국이 자국의 ‘돈벌이’에 걸림돌이 될 ‘백신 특허 유예’에 진심을 다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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