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5의 타전
-황선
245개 탄흔의 전일빌딩은 일렁이는 대나무숲이며 일광욕을 즐기는 광주의 사람들을 평화롭게 굽어보고 있었다
그것은 흡사 245개의 눈 같기도 하고 그것은 흡사 245개의 입 같기도 했다. 언듯 눈물을 흘리는가 싶었는데 언듯 어머니의 눈빛으로 도시를 지키고 있었고 반성 없는 학살자들에게 된 욕을 쏟아내는가 하면 상처자리마다 호호 입김을 불어주고 있었다.
야만과 증오에서 태어난 그것이 어떻게 사랑이 되었는지 거짓을 위해 자행된 난사가 어떻게 기어이 살아남아 진실의 DNA가 되었는지 전일빌딩 245개의 총구는 오늘도 우리에게 그날의 진실을 타전하고 있다.
똑바로 들어라, 그날 총탄을 갈기던 헬기는 아직도 우리 머리 위를 배회하고 있고, 그날 만일의 사태를 대비한다던 미항모 역시 우리 앞바다에서 여태 침 흘리고 있다.
이 만큼 온 것도 분명 기적이지만 심취해 잊지는 말아야 한다고 기억하고 경계하고 부단히 싸워야 똑같은 반복을 면한다고. 5월이면 하루 245번씩 세상을 향해 외치고 있다.
(전일빌딩은 80년 5월 당시 헬기에서 난사된 탄흔 245개를 안고 서 있는 유적지입니다. 빌딩의 9, 10층에는 관련한 조형물 및 기록물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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