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저히 그 꼴을 봐줄 수가 없다.”
이국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이사장은 ‘역사정의와 평화로운 한일관계를 위한 공동행동’(약칭 한일역사정의행동)이 15일 오전 11시 용산 대통령집무실 앞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정부가 친일 행보를 하고 있다며 이처럼 비판했다.
이국언 이사장은 “윤석열 정부 들어서서 한일관계에서 가해자와 피해자, 완전히 주객이 전도됐다. 사과해야 할 사람과 사과받아야 할 사람이 거꾸로 뒤집혔다”라면서 “한일관계 해법은 일본 정부가 즉각 사죄하고 배상하는 길 밖에 다른 방도가 없다”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오는 20일(미국 현지 시각) 유엔총회에 참석한 이후에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기시다 총리는 강제징용 노동자 소송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을 끝까지 지켜본 뒤에 한일정상회담 개최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한다. 마치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용서를 빌어야만 만나주겠다는 자세이다.
윤석열 정부는 일본 정부의 태도를 비판하기는커녕 한일정상회담을 어떻게든 성사하려는 모양새이다.
한일역사정의행동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정부의 이런 행태를 ‘구걸·굴욕 외교’라면서 한일정상회담 추진을 반대했다.
김재하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는 “정상적인 한일관계는 구걸하는 것이 아니라 짧게는 100년 길게는 수백 년간 우리 민족을 학살하고 탄압하며 수탈한 일본에 대해서 당당하게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영토인 독도를 자신의 땅이라고 우기는 일본에 대해서 당당하게 이야기하고 사과를 받아내는 관계가 정상적인 한일관계이다. 정상회담 해달라고 구걸해서 일본에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는가”라며 굴욕적인 한일정상회담 추진 중단을 요구했다.
김영환 민족문제연구소 대외협력실장은 “아베가 총리였을 때 역사 부정론이 일본에 전면적으로 등장해 한일관계를 파탄으로 몰아갔다. 또한 한국과 중국에 대한 혐오 발언으로 동아시아의 평화를 파탄에 빠뜨린 장본인이 아베이다. 군함도와 사도 광산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무리하게 추진한 것도 아베”라면서 “아베에 대한 역사적인 평가 없이, 한덕수 총리까지 동원해 아베 국장에 사절단을 파견하는 것은 굴욕 외교의 결정판”이라고 윤석열 정부를 비난했다.
한일역사정의행동은 기자회견문에서 “국내 정치에서 실정을 거듭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가 외교적 성과에 급급하여 강제동원 문제,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한일 군사협력, 방사능 오염수 방류 문제, 재일조선인 차별 문제 등 한일관계 현안에 대해 진정한 사과와 반성 그리고 배상을 전제하지 않은 졸속한 합의를 시도하는 것을 심각하게 우려하며 굴욕 외교, 구걸 외교를 되풀이하는 윤석열 정부를 강력히 규탄”했다.
아래는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일본의 강제동원에 대한 진정한 사과와 배상 없이 한일정상의 섣부른 졸속 합의 반대한다
한국 정부는 오는 9월 20일부터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한일정상회담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는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잇단 정책 실패로 날로 추락하는 지지율의 회복을 노리고 있다.
우리는 국내 정치에서 실정을 거듭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가 외교적 성과에 급급하여 강제동원 문제,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한일 군사협력, 방사능 오염수 방류 문제, 재일조선인 차별 문제 등 한일관계 현안에 대해 진정한 사과와 반성 그리고 배상을 전제하지 않은 졸속한 합의를 시도하는 것을 심각하게 우려하며 굴욕 외교, 구걸 외교를 되풀이하는 윤석열 정부를 강력히 규탄한다.
또한, 잇따른 비판에도 일본에 대한 우리는 강제동원 문제와 관련하여 2018년 대법원판결의 정신을 훼손하는 임기응변식 대위변제를 모색하는 한국 정부에 대해 강력히 경고한다. 진정한 사죄 없이 가해자 전범 기업이 참여하지 않는 자발적인 성금으로 현금화를 막으려는 어설픈 시도는 강제동원 문제의 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 인권과 존엄의 회복을 위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투쟁은 역사적인 대법원판결이 제대로 이행되는 그 날까지 계속될 것이다.
우리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하여 이미 파탄이 난 이른바 ‘2015 한일합의’에 집착하는 한일 양국 정부를 강력히 규탄한다. 세계 각지에서 평화의 소녀상을 철거하려는 협박을 계속하는 일본 정부의 반인권적인 행태, 수요시위를 혐오 발언으로 위협하는 역사 부정 세력과 이를 방관하는 한국 정부의 무책임한 행태는 평화를 사랑하는 세계 시민들의 연대로 반드시 극복될 것이며, 평화의 소녀상은 여성 인권과 평화의 상징으로 더욱 굳건하게 자리 잡을 것이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올바로 해결될 때까지 진실과 정의를 향한 수요시위와 세계 시민들의 평화의 외침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미국의 일방적인 패권 질서를 추종하는 한·미·일 군사협력을 결단코 반대한다. 지난 9월 1일 한국과 일본 그리고 미국의 안보실장이 하와이에 모여 미국 중심의 한미, 미일 양자 군사적 협력을 한·미·일 3자 차원으로 확대 격상하여 대북 대중국 억제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합의했다고 한다. 이렇게 군사협력까지 나아가기 위해선 미국으로서는 한일 양국 간의 과거사 문제 등 현안 해결이 선결되어야 군사협력의 진전이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우리는 이처럼 미국이 한·미·일 군사협력을 위해 한일관계 개선을 종용해 온 사실을 잘 알고 있다. 2015 한일합의와 2019년 지소미아 종료 유예가 그 결과물이다. 윤석열 정부가 국민적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제동원 문제 등을 굴욕적으로 합의하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신냉전을 방불케 하며 대중국 대북 적대 정책을 밀어붙이는 미국의 요구를, 강제동원과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해법을 가져오라고 윽박지르는 일본의 요구를, 굴욕적으로 수용한다면 그 결과는 일본의 군사대국화와 한반도 전쟁의 먹구름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윤석열 정부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덧붙여, 방사성 오염수로 해양 방류로 생태계를 파괴하고 수많은 생명을 위협하는 환경파괴 범죄마저 서슴지 않으려는 일본 정부와 이를 용인하는 듯한 무책임한 한국 정부를 강력히 규탄한다. 우리는 간토 학살 100년을 앞둔 지금 양국 정부가 재일조선인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당장 멈추게 하는 노력에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또한, 우리는 아베 전 총리의 국장에 반대하는 일본 시민들에게 뜨거운 연대의 마음을 보내며, 한덕수 총리의 파견에 반대한다. 아베 전 총리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노골적으로 방해했으며, 식민지배와 침략전쟁을 미화하는 역사 부정론을 선동하여 대법원판결의 이행을 가로막고 일방적인 수출규제로 한일관계를 파탄에 빠뜨렸다. 동아시아 평화를 가로막은 아베 전 총리를 일방적으로 미화하는 일본 정부의 시도는 국제사회의 싸늘한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우리는 한일 양국 정상이 일시적인 지지율 만회를 위한 외교적 성과에 급급하여 과거사를 봉인하고 졸속한 만남과 협의에 급급해할 것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인권과 정의, 생명과 평화를 바라는 한일 시민들의 진정한 바람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할 것을 촉구한다. 한일정상의 섣부른 졸속 합의는 역사정의와 평화를 바라는 시민들의 강력한 저항에 직면할 것이다.
2022년 9월 15일
역사정의와 평화로운 한일관계를 위한 공동행동 <저작권자 ⓒ 자주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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