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새해 전망] ② 올해 세계 경제의 여러 변수

문경환 기자 | 기사입력 2023/01/29 [12:10]

[새해 전망] ② 올해 세계 경제의 여러 변수

문경환 기자 | 입력 : 2023/01/29 [12:10]

유엔 경제사회처(DESA)는 25일(현지 시각) ‘2023년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이 1.9%에 그치리라 전망했다. 

 

또 내년 경제도 매우 암울할 것으로 보았다. 

 

이에 자주시보는 세계 경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또 어떤 변수들이 있는지 여러 전문가의 의견을 서면으로 들어보았다. 

 

의견을 보내준 이들은 (사) 다른백년 이사장인 이래경 국민주권연구원 상임이사, 주권연구소 소장인 이채언 전남대 경제학 명예교수, 『바젤탑』(아담 레보어, 더늠, 2022) 옮긴이인 임수강 경제학 박사, 주식회사 A.GAIN 대표이사인 정욱 실천자산관리연구소 소장 등 4명이다. 

 

1. 세계 경기 침체를 경고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온다. 실제로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가.

 

[이래경 상임이사] 

 

주어진 질문에 대한 답변에 앞서 일차적으로 경제는 ‘마치 꽃과 같아서 맞는 토양과 적당한 수분과 햇볕이 있어야 활짝 개화하듯이’ 기반적 조건과 외부적 환경 그리고 제대로 된 정책이 함께 결합하여야 번창하고 발전한다고 말할 수 있다. 

 

지정학적으로 미 패권에 의한 일방적 단극체제가 이제 한계에 달하고 다자적 다극체제로 국제질서가 전환되는 과정에서 우크라이나 내전으로 인한 에너지와 식량의 가격이 일시에 폭등하고 중국과 탈동조화(디커플링)를 선언한 미국의 자국중심주의로 인하여 공급사슬의 병목 현상이 발생하면서 생활의 기본물가 역시 오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현재의 세계 경제는 선진권 중심으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대안과 출구를 찾지 못한 채 오로지 양적 완화라는 과잉 유동성에 의존하여 지난 십여 년을 간신히 유지해온 상황이다. 

 

이는 중증 환자가 진통제로 간신히 몸을 추리고 있는 것에 비유할 수 있겠다. 

 

이에 더하여 현재 미국을 포함한 주요 국가들의 민간 및 공공 부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평균 350% 수준에 이르고 있으며, 2030년에는 물경 400%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근현대사에서 전례가 없는 새로운 상황으로 이것이 부동산 등 자산에 광란의 투기를 야기하고 고율의 물가상승을 발생시킨 가장 주요한 원인이다. 

 

이제 선진경제권 대부분이 과다한 부채와 자본의 과잉유동성으로 인하여 재정과 통화라는 정책적 수단 모두가 한계에 봉착한 상황이다. 

 

여기에, 결국 인류사회의 실책이지만 외부적 조건으로 기후변화에 의한 자연 재앙이 매년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으며, 개발에 따른 자연생태의 교란으로 동물을 매개로 한 전염병의 창궐 즉 팬데믹 상황이 지속되고 반복되면서 공급 측면에서 병목현상(하나의 요소로 인해 전체 흐름이 정체되는 현상)이 재현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채언 명예교수] 

 

경기 침체를 경고하는 목소리가 크다는 그 물음에 아직은 경기 침체가 아니라는 뉘앙스가 담겨 있는데 그 물음부터 잘못되었다고 본다. 

 

이미 우리는 경기 침체기에 들어섰다고 봐야 옳다. 

 

지금 태풍의 한가운데 있어서 우리만 마치 무풍지대에 들어선 것처럼 느껴지나 보다. 

 

태풍의 한복판에서는 바람의 소용돌이가 바깥과는 정반대로 회전하기 때문이다. 

 

서구에서는 장기간의 경기 침체(2008~2017) 끝에 사회 내분(2017~2022)을 겪었고, 사회 내분의 해법으로 외국과의 전쟁(2022)에 돌입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외부로부터의 전쟁의 영향으로 올해부터 경제 파국을 겪을 수 있고 이는 정치적 및 사회적 파국을 통해 새로운 사회에 대한 모색이 요구될 것으로 예상된다. 

 

[임수강 박사]

 

지난해 초부터 미국 연준이 물가상승을 빌미로 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면서 미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 나라들의 자산 가격이 붕괴하고 있다. 

 

이는 2008년 글로벌 위기 이후, 그리고 코로나 위기 이후 미국 연준을 비롯한 주요 나라들의 중앙은행들이 이른바 양적 완화를 통해 위기의 전면화를 뒤로 미루려 했던 정책이 한계에 다다랐음을 의미한다. 

 

주요 중앙은행들의 양적 완화는 정책을 편 나라뿐만 아니라 주변 나라들의 자산 가격도 높이 끌어올렸지만, 실물 부분이 생산한 부가가치가 그 자산 가격의 유지를 뒷받침할 만큼의 수준에 이른 것은 아니었다. 

 

따라서 금리 인상으로 촉발된 자산 가격의 하락 폭은 상승 폭이 컸던 데 비례하여 매우 클 가능성이 높다. 

 

자산 가격의 하락과 나란히, 그리고 그 영향으로 실물 부문의 위축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주요 국제기구(IMF, 세계은행, OECD)는 2022년 대비 2023년의 세계 실질 GDP 성장률이 3.1~3.2% 수준에서 1.7~2.7%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세계 생산이 줄어들면 교역량도 줄어들 것이다. 

 

국제금융센터는 세계 교역량이 2022년의 3.5~4.3% 증가에서 2023년에는 1.0~2.0% 증가로 증가 폭이 떨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자산 가격 하락은 그동안 누적된 부채 문제를 표면에 드러낼 수 있다. 

 

여기에 더해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의 감소와 물가상승이 지속되면 기업 구조조정의 확대, 실업 증가, 실질 임금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다.

 

[정욱 소장]

 

과거 미국 경기 침체의 역사를 보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 이상이면서 실업률이 5% 이하인 상태가 한 분기 이상 지속되면 반드시 경기 침체가 따라왔다. 

 

경기가 과열되어 물가상승이 나타나면(특히 임금 인플레이션) 이를 끌어내리기 위해 금리를 큰 폭으로 올려야 하는데, 결국 경기가 버틸 수 없다.

 

그런데 미국은 지난해 여름 9%대의 기록적인 소비자물가지수를 기록했고 최근까지도 6.5%대라는 높은 수준의 물가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실업률은 지난 12월 3.5%로 전월(3.6%)보다 0.1%포인트 하락해 1960년대 후반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미국의 실업률은 작년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3월 이후 3% 중후반에 머물고 있다.

 

그래서 역사적 경험에 비추어 많은 전문가가 경기 침체를 경고하고 있다.

 

미국의 실질 소매 판매 증감의 역사를 통해서도 미국의 경기 침체를 가늠할 수 있다. 

 

▲ 미국 실질소매판매 증가율(기준: 1년 전 대비)     © advisor perspective

 

위 그래프에서 흑백 음영으로 표시한 구간이 경기 침체 구간이다. 

 

1973년부터 80년대 초반까지 이어진 오일쇼크 발 경기 침체, 2000년 닷컴 버블, 2008년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 위기까지 모든 경기 침체 기간에 실질 소매 판매는 마이너스(-)를 보였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코로나 팬데믹 직후 급락했던 실질 소매 판매는 이후 금리 인하와 양적 완화 그리고 대규모 재난지원금 등 경기부양 패키지가 쏟아져나오면서 하락폭 이상의 급등세를 보였지만, 급등했던 실질 소매 판매 그래프가 작년 하반기부터 다시 급락하며 기준점 0%를 뚫고 내려오는 모양새를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추세상 경기 침체가 곧 올 가능성이 높으며 침체의 골 또한 깊을 것이라는 전망을 할 수 있다.

 

JP 모건 최고경영자(CEO) 다이먼은 지난 10월 “미국 경제에 허리케인이 다가오고 있다”라면서 코로나19 팬데믹 때 대규모 지원금으로 쌓였던 소비자들의 저축이 내년 중반에 모두 소진될 것이고 경기 침체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 데이비드 솔로몬도 노동자 급여가 감소하고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며 우울한 전망을 발표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극도로 비정상적인 유동성 잔치가 낳은 경기과열이 역대급의 물가상승을 만들었다. 

 

이제 미국의 유례없이 과격하고 급격한 긴축 행보가 심각한 경기 침체를 가져올 가능성이 커졌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은 법이다.

 

2. 올해 세계 경제의 주요 변수에는 무엇이 있나.

 

[이래경 상임이사]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의 수준, 이렇게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통상 2.0%의 물가상승률을 성장을 촉진하는 이상적인 수준으로 설정하고 이를 유지하려는 금융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에 따라 경제성장률이 2.5% 이하로 떨어지면 일단 불황에 진입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현재 선진국 중심으로 당장은 물가상승률이 7~10%의 위험한 수준을 보이고 있으며 향후 5~6% 수준의 완화된 상태를 상당 기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성장률 예측은 기관마다 다르지만 국제통화기금(IMF)은 불황 진입기인 2.7%로 예측하고, 세계은행은 1.7%로 이미 불황에 진입한 것으로 판단한다. 

 

달리 말하면 세계 경제의 실질성장률(명목성장률 - 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 2~4% 수준으로 이는 결국 역성장 즉 뒷걸음질한다는 뜻이다. 

 

여기에서 예외적 지역은 아세안과 중국이다. 

 

전문가마다 견해를 달리하지만 성장률 4~5%에 물가상승률이 2~3% 수준으로 2~3%의 실질 성장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며, 세계 경제의 회복 여부가 이들 지역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기 처방에 관한 전문가들 사이의 핵심 논쟁은 ▲현재의 높은 물가상승 현상이 잠정적이고 일시적이냐 아니면 장기적이고 구조적이냐 하는 점과 ▲물가상승의 대응책으로 고금리를 중심으로 하는 강력한 금융정책의 선택이 옳으냐 아니면 적정한 금리 정책과는 별도로 조세와 산업을 중심으로 하는 재정 정책을 우선으로 해야 하느냐 하는 점이다.

 

[이채언 명예교수] 

 

① 무엇보다 미국 달러를 세계 기축통화로 계속 사용할 수 있는가 없는가가 초미의 관심사다. 

 

물론 미 달러화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해서 반드시 중국 위안화나 러시아의 루블화로 대체될 수는 없다. 

 

어느 통화든 절대적 우위를 차지하지는 않기에 어떤 상품을 어느 나라에서 수입하느냐에 따라 선호하는 보유 통화가 달라진다. 

 

과거에는 미 달러화의 보유가 투자가치로서의 보유라면 오늘날은 미국으로부터 수입할 상품의 필요성 때문에 그 구매력으로서 미 달러를 보유한다. 

 

그런데 미국의 수출품이 대체로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는 생활에 꼭 필요한 생필품도 아니고 그렇다고 호화로운 사치품도 아니다. 

 

주로 의약품, 그 가운데서도 희귀병에 쓰이는 진기한 의약품들이 많다. 

 

미국이 그동안 수출해온 군사용 무기는 우크라이나전쟁 이후 별로 인기가 없다. 

 

그에 비해 미국이 수입할 상품은 생활에 필수적인 생필품이기 때문에 달러화만으로는 구입하기 어렵다. 

 

그래서 최근 미국은 전기차, 반도체, 바이오 같은 다른 제조업의 부흥에 노력하고 있다. 

 

따라서 과거 선진국으로 알려진 영미를 비롯한 유럽 각국에서는 ‘국내 통화가치 불안정 → 수입 생필품 가치의 등귀 → 생계비의 악화’가 필연적이고 이에 따라 올해에는 ‘선진국 각국에서의 동시다발적인 정치적 사회적 격변 → 자유민주주의 각국의 각자도생 → 사분오열되는 가치동맹’이 예상된다.

 

② 이제는 경제생활이 수출입보다는 내수를 중심으로 돌아가게 된다. 

 

과거에는 중진국이나 후진국의 경제정책이 ‘수출 증대 → 외화 축적’을 목표로 했으나 이제는 미리 점찍어 둔 물건을 살 수 있는 나라를 찾아 그 나라의 통화를 준비해야 한다. 

 

과거에는 경제활동의 목표가 화폐의 축적이었다면 이제는 소비의 풍족과 다양화가 경제활동의 목표가 될 것이다. 

 

③ 우리나라의 주력업종이 자동차, 반도체, 인공지능(AI), 5G, 바이오산업, 메타버스(현실의 상호작용을 가상공간에서 구현한 것) 등이었는데 이들 산업은 지금껏 수출 증대를 염두에 둔 것들이므로 조만간 공급 과잉에 직면할 것이다. 

 

이들 과잉으로 공급된 품목은 아마도 2023년 말경이면 저렴하게 소비될 수 있을 것이다. 

 

④ G7의 7개국 경제와 브릭스(BRICS) + 이란, 아르헨티나의 7개국 경제가 물가, 국내총생산(GDP), 환율 변동, 인구, 고용 등의 여러 면에서 흥미로운 대비를 이룰 것이다.

 

[임수강 박사]

 

미중 관계다. 

 

1990년대 이후 중국의 세계 시장 참여는 중국의 저임금 노동력을 세계 시장 과잉 달러와 결합하고자 했던 미국 자본의 요구를 반영한 것이다. 

 

중국이 세계 시장에 공급하는 상품량이 늘어나면서 그 이후 글로벌 수준에서 물가가 안정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글로벌 금융자본은 물가 수준이 낮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느슨한 화폐 정책 덕분에 자산 가격 상승 혜택을 누릴 수 있었다. 

 

그런데 미중 경제 관계의 발전은 차이메리카(세계 경제를 주도하며 상호의존적 관계에 있는 미국과 중국을 가리키는 신조어)라는 상호의존적인 상황을 만들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중국 노동자들의 숙련도가 높아지고 기술력이 발전하는 계기를 제공했다. 

 

중국의 노동 숙련도와 기술력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미국은 이를 견제하기 시작하는데 처음에는 지식재산권 도둑질론으로 소극적으로 대응하다 나중에는 봉쇄론을 들고나온다. 

 

미국의 이러한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중국 봉쇄 전략(그리고 중국과 가까워진 러시아에 대한 봉쇄)은 글로벌 과잉 달러와 저임금 노동력을 결합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이른바 글로벌 가치사슬을 깨트리는 결과를 가져온다. 

 

이것이 최근 물가가 상승한 중요한 원인이었다.     

 

물가상승에 대해 주요 중앙은행들은 금리 인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자산 가격이 붕괴하고 이것이 실물 경제의 위축에 영향을 주는 현상이 지속하고 있다. 

 

현재의 추세가 이어질지 그렇지 않을지는 미국이 중국에 대해 자기의 의지를 어느 정도 관철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미국의 대중 봉쇄가 성공하면 성공할수록 세계 경제는 더 어려워질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미국의 중국 봉쇄에 많은 빈틈이 보인다는 사실이다.

 

[정욱 소장]

 

상반기 미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가 가장 중요한 요소일 것이다. 

 

시장에서는 경기 침체 우려를 근거로 연준의 비둘기파 행보를 기대하지만 아직까지 연준의 태도는 매파 경향이 강하다. 

 

시장은 당장 자신의 주식수익률만 생각하지만 연준은 물가상승을 잡아야지만 주식 상승(경제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고 본다. 

 

올해 미국 금리가 5% 초반 또는 중반 어느 선에서 고점을 형성할지, 그게 언제가 될지가 가장 중요한 변수라 생각한다.

 

세계 경제에 긍정적인 변수도 있다. 

 

바로 중국의 리오프닝(코로나19로 위축된 경제활동을 재개하는 현상)이다. 

 

지난해 중국 경제는 고강도 방역(제로코로나) 정책으로 인해 큰 상처를 입었다. 

 

그런데 지난해 연말부터 중국은 코로나 공존(위드코로나) 정책으로 급선회하면서 빠르게 일상 회복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확진자 급증과 사망자 증가로 불안한 모습이 비치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는 성공적인 국면 전환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 상반기 중국의 코로나 공존 정책이 성공하고 당국의 부양 의지가 제대로 실천된다면 소비 증대와 작년 큰 타격을 받았던 부동산과 정보통신(IT)산업의 기저효과까지 등에 업고 올해 5%대의 경제성장률 회복을 넘어 7%대의 서프라이즈도 가능하다 본다.

 

중국의 내수경제가 활력을 얻으면 침체에 직면한 세계 경제에도 가뭄 속 단비와 같은 긍정 효과가 기대된다.

 

3. 경기 순환 주기에 따라 내년에는 경기가 살아날 것으로 전망하기도 한다. 어떻게 보는가.

 

[이래경 상임이사] 

 

자본제의 속성은 이익의 실현을 위하여 호황과 불황을 내재적으로 반복(boom & Bust cycle)한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7~10년 단위로 이루어지는 중단기 순환과 50~70년 단위로 이루어지는 장기 순환이 있다. 

 

중단기 순환은 일상적인 통화와 재정 그리고 산업 정책으로 완화하고 대응할 수 있지만, 장기 순환적 위기는 사회적 변혁과 소유의 문제를 포함한 부의 재분배가 이루어지지 않고는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이 정론이다. (토마 피케티, 레이 달리오 등 참조)

 

현재의 세계 경제는 장기 순환적 위기에 진입하고 있으며 지난 40년간 시장 만능 중심의 운용에서 야기된 심각한 불평등과 순환구조의 단절, 생산성 저하 그리고 기후변화 및 과소비에 따른 지속 조건의 위기 등 온갖 중증 현상을 보인다. 

 

따라서 단기적 회복이 있다고 해도 이는 예외적이고 단기적 현상일 뿐, 장기적인 변혁적 조치가 없이는 진통제 수준의 처방으로 연명할 것이다.

 

[이채언 명예교수] 

 

경기가 되살아날 조건은 외연적 혹은 내포적 시장 확장밖에는 없다. 

 

기존의 생산품을 더 많이 판매할 수 있거나 기존의 노동력이나 산업기자재를 이전보다 더 싼 가격에 구매할 수 있으려면 시장을 확대하는 길밖에는 없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에서도 외연적 시장 확장은 외부 사회가 전쟁에서의 패배나 내부적 붕괴로 더 이상 독자생존이 불가능하여 어느 날 갑자기 전리품처럼 넝쿨째 수중에 들어오는 경우다. 

 

이에 비해 내포적 시장 확장은 사회 내부적으로 자원배분과 소득분배를 둘러싼 지역 간, 계층 간의 알력과 다툼을 통해 배분 및 분배구조를 재편성하는 경우를 가리킨다. 

 

결국 시장 확대란 경제 외적인 폭력을 통해 경기 회복을 도모하는 방법이다. 

 

이와는 달리 폭력이 없는 평화로운 방법으로 시장을 확대하려면 신산업 혹은 신기술이 등장해야 한다. 

 

지금 논의되는 신산업·신기술은 전기자동차, 인공지능(AI) 기술, 바이오산업, 메타버스 등이 있다. 

 

그런데 이러한 신기술·신산업은 이미 주요 산업국에서는 국가적 중점사업으로 모두 심혈을 기울이고 있어 산업국끼리는 경쟁이 치열하다. 

 

반면 산업화가 덜 된 나라에는 아직은 일종의 사치품처럼 간주하여 생활에 꼭 필요한 상품도 아닐 뿐 아니라 국가 존립에 꼭 필요하지도 않다. 

 

그래서 신기술·신산업은 외연적 시장의 확대로 이어지기 어렵다. 

 

게다가 지금은 세계 시장이 예전보다 더 축소되어 그룹별로 분리되고 격리된 상태이므로 세계 시장을 상대로 투자할 분야도 아니다. 

 

따라서 신산업·신기술이 애초에 의도한 대로 시장을 확장하려면 주로 내수시장을 상대해야 할 터인데 이도 여의치는 않다. 

 

먼저 지금 언급되는 신산업·신기술은 전혀 새로운 산업이 아니라 기존의 산업을 대체해야 하는 것들이기 때문에 다른 산업을 지워나가야 성장할 수 있다. 

 

전기자동차는 화석연료 자동차를 지워나가야 하고, 인공지능(AI) 기술은 기존의 노동력을 대규모로 지워나가야 하며, 바이오산업도 기존의 약물과 의료기술을 지워나가도록 예정되어 있다. 

 

메타버스도 바로 그렇다. 

 

인간의 생활 가능 영역이 하루 24시간으로 한정되고, 하루의 구매력도 물리적 국내총생산(GDP)이 그대로인 한 증대할 수 없으므로, 메타버스가 보장하는 다양한 활동이라고 해 봤자 그것이 늘어날수록 현실 세계에서 기존의 활동을 잠식해야 하고 기존의 가상 세계에서의 활동도 비례적으로 잠식한다. 

 

즉, 메타버스에서의 활동과 구매력이 늘어나는 만큼 기존의 가상 세계와 현실 세계에서의 활동과 구매력이 같은 정도로 축소되어야 한다. 

 

따라서 내포적 시장 확대 효과는 기대할 것도 없다.

 

[임수강 박사]

 

현재의 세계 경제 수축은 경기 순환 과정에서 나타나는 한 국면임과 더불어 미국과 중국의 불균등 발전에 따른 미국의 전략적인 선택을 반영하여 나타나는 측면이 있다. 

 

여기에서 후자가 중요하다. 

 

미국의 중국 봉쇄는 미국 전체 자본의 장기적인 이익을 반영하여 결정된 것이다. 

 

따라서 정책의 변경이 쉽게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정책의 유지에서 취약한 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중국 봉쇄는 특히 미국 금융자본에 큰 손실을 감수하도록 강요한다. 

 

미국의 금융자본은 손실이 커질수록 자국의 전략적 선택에 반발할 가능성이 생긴다. 

 

물가상승이 지속되면 대중들의 불만도 증가할 터인데 정책당국은 이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은 주변국들에 대해서도 중국 봉쇄에 동참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주변국들이 이를 얼마나 따를지도 미지수다. 

 

이러한 변수들 때문에 미국이 예상보다 조기에 중국 봉쇄를 완화하고 분업 관계를 복원하는 방향으로 돌아설 가능성도 열려 있다. 

 

그럴 경우 경기 수축은 지금보다 둔해질 것이다.

 

[정욱 소장]

 

결국 미국 경제의 향방이 핵심일 것이다. 

 

내년에 미국 경기가 살아나길 기대하는 건 성급하다 본다. 

 

작년 말까지도 미국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높긴 했지만 그 원천이 대출이라면 말이 달라진다. 

 

미국 상업은행의 신용카드와 리볼빙 등을 통한 소비자 대출은 지난해 4월을 기점으로 급격히 늘어 올해 소비자 대출 연체율이 13년 이내 최고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미국 소비자 대출 추이 (신용카드와 기타 리볼빙, 은행 대출)     © FRED

 

고금리로 돈 씀씀이가 줄어들 것이란 예상과 달리 대출을 늘려서라도 소비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카드 매출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레스토랑 같은 음식점업은 0.5% 상승했지만 가구점 매출은 -0.7%, 전자제품점 매출도 -0.8%를 기록했다. 

 

취미, 악기, 서점 매출도 줄었다. 

 

지금 꼭 필요한 것 아니면 소비를 줄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 시기의 높은 물가상승을 감안하면 사실 음식점 역시 장사가 더 잘된 것도 아닐 수 있다.

 

미국은 국내총생산(GDP)의 70% 이상을 소비가 차지하는 소비 대국이다. 

 

소비자들의 대출이 크게 늘고 연체율이 높아지면 쉽사리 경기를 회복하기 어렵다.

 

게다가 금리 인하를 통해 유동성을 늘려야 경기를 다시 살릴 수 있을 텐데, 향후 수년간 4~5% 수준의 물가상승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서 연준을 비롯한 중앙은행들의 정책 수단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고 전망한다. 

 

우선 중국이 못 먹고 못 입으며 싼 물건을 세계에 공급하던 과거와 달리 이제 거대한 소비시장으로 변모하고 생산비가 증가하고 있어서 세계 물가를 낮추고 달러 유동성(수출대금)을 흡수하여 물가상승을 낮추던 과거와는 상황이 많이 변했다. 

 

또한 격화되는 보호주의는 공급망의 왜곡을 부르고 생산단가를 높이며 나아가 분쟁을 증가시켜 원자재 가격 불안을 야기하니 보호주의가 확산하는 과정에서 물가는 상승 압력을 받게 될 것이다.

 

이렇게 물가상승이 일상화하거나 언제든 다시 강한 물가상승이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연준은 금리 인하 카드를 함부로 꺼내 들기 어려워지고 과감한 경기부양책은 쉽지 않을 수 있다.

 

 
세계경제 관련기사목록
광고
광고
광고
광고
정세분석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