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개」
황선 | 입력 : 2023/02/23 [13:23]
개
-황선
무엇을 기대하는 것인가?
그 봄
자욱한 안개를 가르며 인천항을 떠나는
여객선
그 기우뚱거리는 선체가
어느 바다에서 쓰러질까,
두근두근 기대했던
너는
지난 가을
그 봄 진도 앞 바다를 휘돌던 물살처럼
인파로 파도치는 이태원 골목
그 아슬아슬한 장면의
피할 수 없는 결론을 이미 알고도
다른 궁리로 마냥 손 놓고있던
너는
오늘도 무엇을 시비해야
도화선에 불이 일지 시시각각 고민하지.
하루아침에 군자도 위선자로 만들고
세상 점잖은 사람들을 폭군으로 몰고
청렴한 선비를 사기꾼으로
양심적 활동가를 내란범으로
비무장의 휴전선을 툭하면 화선으로 몰아가는
너는
공권력이 아니다
개다.
너의 업은 공무가 아니다,
너는 하찮은 권력의 사병이다
주인도 몰라보고
죽을지 살지 모르고 날뛰는
개.
하늘을 보고 싸우자 덤비다
제풀에 눈이 돌아 쓰러질
개. 미친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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