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회 말 투아웃 투스트라이크’
한동훈이 “9회 말 투아웃 투스트라이크라면 원하는 공이 안 들어와도, 스트라이크 아웃인지 애매해도 휘둘러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는 말로 국힘당 비대위를 맡는 심정을 밝혔습니다.
여기에는 3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첫째, 현재 윤석열 정부와 국힘당이 9회 말 투아웃 투스트라이크 상황에 놓여 있다는 인식입니다. 즉 절체절명의 상황에 놓여 있다는 것입니다. 그동안 기세등등한 모습으로 깐족거리는 언사를 계속해 왔으나, 실상은 위기 상황이라는 진단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엄살이 심하다고 해도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표현을 사용할 사람은 없습니다. 한동훈과 국힘당이 현 상황을 ‘9회 말 투아웃 상태’로 인식한다는 것은 당장 총선 필패가 코앞이고, 차기 대선도 장담할 수 없으며, 결국 윤석열, 김건희는 물론 한동훈 자신까지도 감옥행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내심 걱정하고 불안해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둘째, 날아오는 공이 애매해도 일단 휘두르겠다는 것은 우물쭈물하지 않고 주동적으로 상황을 타개해 나가겠다는 의미입니다. 민심을 잃어 어려운 상황이지만 자기에게 있는 모든 힘을 활용해 일단 붙어보겠다는 의지의 표명입니다. 문제는 한동훈이 휘둘러보겠다는 것은 야구방망이가 아니라 ‘칼’이라는 것입니다. 상관인 윤석열이 휘둘러 대권을 거머쥔 것도 그 칼 덕분이었고, 자신이 현재 입법부와 민심을 만만하게 보는 것도 권력의 칼 덕분인데, 그것을 신나게 한번 써보겠다는 의미입니다. 즉 민주당과 반대파를 향한 검찰수사, 압수수색, 영장 청구 등 공안탄압을 하겠다는 것이고, 이미 한동훈을 찬양하기 바쁜 언론과 여론조사 기관을 활용해 대대적 여론공작을 하겠다는 것이고, 야권분열과 보수대연합이라는 쇼도 개봉박두라는 것이고, 재벌을 동원해 경기부양책을 펼치는 척하는 한편, 한국에서 국힘당 정권이 망하면 큰일이라고 여길 미국과 일본 형님들의 지원도 믿고 일단 가보겠다는 것입니다. 국민의 마음은 떠났어도 언론, 재벌, 미국 등이 밀어준다면 그것이 방망이든 칼이든 한판 대차게 휘둘러보겠다는 것입니다.
셋째, 9회 말 투아웃 투스트라이크 상황에서 홈런을 쳐서 영웅이 돼보겠다는 야심입니다. 역전승은 막판 극적인 상황에서 해야 신화가 됩니다. 이미 시나리오가 있고, 승산이 있다는 전제하에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 한동훈은 9회 말 투아웃 상황에서 홈런을 날려 대한민국 보수세력의 영웅이 되어 보겠다는 꿈에 부풀어 있습니다.
‘윤석열 밟을 일만 남았다’
cbs 장윤정 기자가 방송에서 최근 국힘당 ‘윤핵관 급’ 몇 명과 통화했는데 그들이 ‘앞으로 우리에게 남은 것은 윤석열을 밟는 것이다’라는 말을 했다고 전했습니다. ‘밟는다’는 표현을 썼다는 것입니다. 도를 넘는 윤석열의 부정부패나 무도한 정치에 대한 비판과 반성으로 국힘당 내부에서 이런 소리가 나오는 상황은 물론 아닙니다. 그렇다면 한동훈 비대위원장을 저토록 포장할 이유가 없습니다. 저들은 윤석열과의 거리 두기를 통해, 살길을 모색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 길은 자신도 살길이고, 다 죽어가는 윤석열을 살리는 길이기도 합니다.
한동훈이 국힘당 비대위원장이 되면 일단 윤석열 탈당으로 거리를 두고, ‘대통령이 소속되지 않은 교섭단체와 원내정당이 특검 추천권을 갖’도록 되어 있는 김건희 특검법에 의거 자신들도 특별검사를 추천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최종 결정권을 지닌 윤석열이 자신이 탈당한 국힘당에서 추천한 특검 후보를 임명하도록 해서 특검을, 아무짝에도 쓸모없어진 공수처 꼴을 만들 수 있다는 계산입니다. 국힘당이 세운 특검이 김건희 주가조작을 무혐의로 결정해 버리면, 윤석열과 거리 두기로 민심의 지지도 얻고, 특검 무력화로 윤석열 김건희도 살리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이 아니라 국힘이 반윤석열의 중심이 되면 한동훈과 이준석, 이낙연, 금태섭 등이 모일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됩니다. 윤석열 입장에서는 ‘나를 밟고 가라’며 길을 열어주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특히, 어차피 그렇게 가야 한다면 자기를 밟는 것이 한동훈이어야 가장 안심할 수 있다고 여길 것입니다. 자기를 밟는 것이 쇼로 끝나야 하는데 김기현이나 장제원 등은 진짜로 짓밟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한동훈과 김건희 사이에 오간 카톡만 봐도 윤석열, 김건희와 한동훈의 끈끈함은 예상할 수 있습니다. 윤석열, 김건희, 한동훈은 3위 일체이고 서로 가장 믿을만한 존재이자, 서로의 약점 또한 속속들이 아는 돈독한 사이입니다.
이낙연의 이해하기 힘든 급발진도 이 연장선에서 봐야 합니다. 이낙연의 상상을 뛰어넘는 행동은 뭔가 특별한 충동질이 없으면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호남에서도 비판이 거세고 그의 행보를 따를 세력도 변변치 않은 상황에서, 이낙연에게 용기를 주는 그럴듯한 시나리오와 누군가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낙연은 반윤석열 기치 아래 한동훈 등과 손을 잡는다면 재기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여길 수 있습니다. 한동훈은 검사에 신물나 하는 여론 때문에 확장성이 약하고, 이준석은 보수층에서 시건방진 놈으로 찍혀 있는데 반해, 이낙연 자신은 보수가 좋아할 만한 점잖은 성품이고, 반이재명 그룹도 끌고 갈 수 있는 한편, 문재인이나 윤석열에 대한 비판이나 지지 모두 흡수 가능하며, 호남표까지 가져올 수 있으니 자기야말로 보수세력의 차기 대권후보로 가장 적당하다고 여길 수 있습니다. 일본과 특히 미 대사관 쪽에서 움직이며 그런 희망을 불어넣는다면 민심은 고려하지 않고 헛된 야망에 혼을 파는 정치인들이 수두룩합니다.
이낙연의 기행이 이해되는 부분입니다.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다’
친이재명계 정성호 의원은 개인 SNS에 한동훈에 대해 ‘절대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다’ 등의 표현을 쓰면서 두려운 심정을 드러냈습니다. 그는 며칠 전 ‘김건희 특검을 총선 뒤에 하자면, 민주당 수사도 총선 뒤에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미의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한동훈을 두고 ‘술을 좋아하는 윤석열과는 다른 사람’이라느니, ‘냉철한 판단력과 강력한 실행으로 여당을 변화시킬 능력이 있다’느니 하는 말들은 자칫 민주당이 나서서 한동훈이라는 정치검사를 찬양하는 것으로까지 보입니다. 이런 반응은 김용 유죄판결, 송영길 구속에 겁을 먹은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으며, 이재명 최측근인 정성호 의원의 이 같은 반응은 이재명 대표 역시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하게 합니다.
안 그래도 이재명 대표는 기대와 달리 결정적 순간, 겁을 먹고 동요해 왔습니다. 본인이 직접 ‘조선일보가 무서워 대장동 사례에 따른 개발이익 환수 정책을 공약화하지 않았다’고 말한 것에서도 의외의 소극성과 두려움을 보여주었습니다.
‘쓰나미는 9회 말 투아웃 상황인 국힘의 처지, 심판자 국민을 믿어라’
그러나 곰곰이 돌아봐야 합니다. 이재명에게 쓰나미가 없었던 적이 있었던가?
도지사가 된 뒤엔 김부선 쓰나미가 몰아쳤고, 대선 후보가 되고 나서는 대장동, 조폭 연루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억지 사건들로 하루도 빠짐없이 쓰나미 속에서 살아오고 있지 않은가? 그 엄청난 쓰나미 속에서도 죽지 않고 살아 있는데 이것은 무엇 때문인가?
정답은 이재명 대표 본인이 이미 말했습니다. 단식과 구속의 위기를 국민의 성원 속에서 돌파하며 구치소 앞에서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국민들 덕’이라고, ‘정치는 정치인이 하는 것 같아 보여도, 결국 국민이 하는 것’이라고.
겁먹을 필요 없습니다. 답은 이재명 대표가 이야기했듯 국민에게 있습니다.
우리 국민은 국회 본청 계단에서 결연하게, 단식하는 이재명 대표를 엄호한 바 있습니다. 그때 이재명과 민주당의 정치인들도 다 보았습니다. 국민은 시대가 무엇을 요구하는지 다 알고 계십니다, 정치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선명하게 알고 계십니다. 그것을 자신의 대리인인 정치인에게 ‘들으라!’고 명령하는 높은 주인의식을 행사하고 계십니다.
가짜뉴스, 여론조작, 검찰의 탄압, 경제적 협박, 미국의 정치공작… 그 무엇도 깨어있고 단결한 국민을 더는 속여 넘길 수 없습니다.
정치인들은 이제 자신이 어떤 수준의 국민을 대리하고, 어떤 존재를 믿고 갈 것인지 선명히 해야 합니다. 국민을 무시하는 정치인도, 출세에 환장해 몸을 사리는 정치인도, 단박에 알아보고 심판합니다. 누가 얼마만큼 변하고 있는지, 그 방향이 옳은지 그른지, 주권자 국민은 다 예민하게 판단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3당 합당에 충청과 부·울·경이 넘어갔는지 몰라도 이제는 그런 꼼수로는 대하를 틀 수 없습니다.
국민은 단순한 지지자를 넘어, 자기 요구를 자기가 관철하는 직접 정치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것은 희망적인 일입니다.
이런 변화를 진정한 정치발전으로 여겨 환영하고 순응하는 당과 정치인은 민심이라는 순풍에 돛을 맡긴 듯 순항할 것이고, 국민을 믿지 못하고 배척하면 제아무리 튼튼해 보이는 방주라 하더라도 노도에 통째로 뒤집어질 것입니다.
국민을 믿지 못하고 두려움에 빠지면 가랑비도 쓰나미가 됩니다.
지금 9회 말 삼진아웃과 쓰나미를 눈앞에 두고 있는 것은 윤석열, 김건희, 한동훈과 국힘당입니다.
기적을 낳는 선수도 ‘국민’, 승리를 선언할 심판자도 오직 ‘국민’뿐입니다. 이것을 믿어야 승리합니다. <저작권자 ⓒ 자주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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