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촛불집회 후기] 꽃샘추위를 녹이며 탄핵의 봄을 만드는 시민들

이인선 기자 | 기사입력 2024/03/02 [22:30]

[촛불집회 후기] 꽃샘추위를 녹이며 탄핵의 봄을 만드는 시민들

이인선 기자 | 입력 : 2024/03/02 [22:30]

잔잔히 내리는 눈과 함께 오늘도 촛불대행진 현장으로 향했다.

 

  © 이인선 기자

 

집회 시작 한 시간 전에 도착해 현장을 돌아보았다. 횡단보도 너머서부터 자주독립 깃발이 보이며 참가자들을 반겨주고 있었다.

 

무대와 무대 뒤편에선 집회 준비에 한창이었다. 자원봉사자들은 오늘도 시민들을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도보에 세워진 천막들에선 손피켓, 스티커, 배지 등을 나눠주고 있었다.

 

  © 이인선 기자

 

▲ 캐리커처를 그려주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 이인선 기자

 

▲ 시민들에게 스티커와 배지를 나눠주고 있었다.  © 이인선 기자

 

스티커를 만들어 나눠주고 있는 시민을 만나 이야기 나눴다. 자신을 ‘광만이’이라고 소개한 그는 “10.29이태원참사 이후 ‘잊지 않으면 잊혀지지 않는다’라는 구호를 중심으로 무언가를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또 아이들이 역사를 올바로 알 수 있게 무언가를 하고 싶었다. 그래서 동생에게 그림을 부탁해서 영상도 만들었다”라고 계기를 밝혔다.

 

이어 그는 “영상과 그림을 사람들이 좋아해 주어 스티커, 배지 등으로까지 만들게 되었다. 촛불집회에 나오는 김에 무료로 같이 나누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 지금처럼 나눔 활동하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현장에서 만난 시민들이 웃으며 인사를 걸어왔다. 그러면서 “당 떨어지면 안 된다”라며 사탕, 빵 등 간식을 주머니에 넣어주었다.

 

매주 만나다 보면 이처럼 서로 친해지게 된다. 그래서인지 시민들 속에선 ‘촛불가족’이라는 말이 자연스레 나온다.

 

▲ 집회 전에 ‘독도는 우리땅’ 플래시몹을 연습하고 있다.  © 이인선 기자

 

최근 촛불행동에서 수여하는 조일권상을 수상한 자원봉사자 박하늘 씨도 만날 수 있었다. 

 

박 씨는 “과분하다. 자원봉사자로 앞으로도 열심히 하겠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그리고 집회장으로 향하는 시민들에게 “어서 오세요~”라고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 자원봉사자 박하늘 씨가 시민들을 안내하고 있다.  © 이인선 기자

 

시간이 오후 4시에 가까워지자 카페에서 몸을 녹이던 시민들, 천막을 돌아다니며 이야기 나누던 시민들이 집회장으로 들어와 앉기 시작했다. 비어있던 자리들이 차츰차츰 채워졌다.

 

자원봉사자들은 시민들에게 방석을 나눠주기 시작했다. 바닥에 앉아 있던 기자도 두툼한 방석을 받을 수 있었다.

 

  © 이인선 기자

 

본집회에 앞서 무대에선 사전 영상이 상영되었다. 영상에서 “우리가 반드시 이길 것입니다”라는 말이 나오자 시민들은 환호를 터뜨렸다. 

 

오늘은 노래와 공연이 이어진 79차 촛불대행진이었다.

 

시민들은 일어나 춤도 추고 자신이 가져온 선전물을 높이 흔들기 시작했다. 집회장을 흥겨운 분위기로 만드는 시민들이었다.

 

  © 이인선 기자

 

  © 이인선 기자

 

  © 이인선 기자

 

  © 이인선 기자

 

  © 이인선 기자

 

행진 시작 전 집회장 뒤편으로 가봤다. 뒤편에선 촛불풍물단과 나팔 부대가 행진에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항상 행진대열 앞에서 행진 분위기를 높여주는 이들이 시민문화제 공연을 즐기는 모습은 어떨까? 이들은 노래와 구호에 맞춰 장구와 북 등을 힘차게 두드리며 시민들과 즐기고 있었다.

 

오후 5시 25분 즈음 시민들은 본집회를 마치고 촛불풍물단과 나팔 부대를 따라 행진을 시작했다.

 

참가자가 많아서인지 행진 대열 뒤쪽은 차량 발언이 크게 들리지 않았다. 그럼에도 시민들의 기세는 힘찼다. 시민들은 “윤석열을 탄핵하라!”, “김건희를 구속하라!”를 계속 목소리 높여 외쳤다.

 

▲ 멕시코에서 온 연인.  © 이인선 기자

 

행진하다 멕시코에서 온 연인을 만났다. 이들은 “한국 정부에 대항해 벌이는 시위를 응원한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또 “미국은 다른 나라에 너무 많은 간섭을 하고 있다. 그러니 한국 정부도 미국을 너무 믿지 않았으면 한다”라고도 말했다.

 

  © 이인선 기자

 

  © 이인선 기자

 

다시 발길을 옮기다 직접 그린 듯한 선전물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선전물을 만들어온 60대 남성 윤 씨에게 어떤 마음으로 만들었는지 물었다. 윤 씨는 “일반 시민들에게 우리의 목소리를 잘 보여주기 위해 만들어왔다”라고 답했다.

 

주한 일본 대사관 앞에서 시민들은 일본을 향해 규탄의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들은 “우리 어민 다 죽는다! 일본은 핵폐수 방류 중단하라!”라고 외쳤다.

 

시민들은 이어 경복궁 앞을 지나 주한 미국 대사관 앞에 도착했다. 시민들은 미국 대사관을 향해 “한·미·일 전쟁 동맹 해체하라!”라고 외쳤다.

 

행진 막바지에 촛불풍물단과 나팔 부대가 시민들을 맞이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행진하던 시민들은 이들에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 보였다.

 

▲ 행진 막바지에 촛불풍물단과 나팔 부대가 시민들을 맞이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행진하던 시민들은 이들에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 보였다.  © 이인선 기자

 

1시간을 행진해 정리집회장에 도착했다.

 

시민들은 “자주독립 만세!”, “촛불혁명 만세!”를 외치며 기세가 더 높아진 모습이었다.

 

김은진 촛불행동 공동대표의 발언을 들으며 많은 시민이 자주독립 깃발을 손으로 펼치고 있었다.

 

자주독립 깃발을 펼치고 있던 50대 여성 안 씨는 “진정한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마음이다. 역사 정의를 이어가겠다는 각오”라며 “한미연합훈련을 보고만 있을 수 없지 않은가. 그 훈련으로 전쟁이 나면 정부는 책임을 질 것인가. 나는 청년들이 전쟁터로 끌려가는 것을 볼 수 없다”라고 말했다.

 

  © 이인선 기자

 

정리집회를 마친 시민들은 “다음 주에 만납시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라며 서로 작별 인사를 나누며 79차 촛불대행진을 마무리했다.

 

시민들은 꽃샘추위를 함성과 열기로 녹이면서 ‘윤석열 탄핵의 봄’을 만들어 가고 있었다.

 
촛불 관련기사목록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