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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준45] 대북 제재가 날아갈 판인데 미국은 뭐하나

문경환 기자 | 기사입력 2024/04/04 [16:15]

[정조준45] 대북 제재가 날아갈 판인데 미국은 뭐하나

문경환 기자 | 입력 : 2024/04/04 [16:15]

대북 제재 감시 기구가 사라진다

 

3월 28일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위원회 임기 연장 결의안을 표결했는데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부결되었습니다. 

 

▲ 표결을 진행하는 유엔 안보리.  © UN


안보리 15개 이사국 가운데 13개국이 찬성했고 중국은 기권했습니다.

 

안보리는 매년 3월에 결의안을 채택하는 방식으로 전문가위원회 임기를 1년씩 연장해 왔는데 이번에 연장이 무산된 것입니다. 

 

이로써 2009년부터 14년 동안 유지해 온 전문가위원회 활동은 오는 5월 1일 막을 내리게 됐습니다.

 

전문가위원회는 세계 각국의 대북 제재 위반 여부와 북한의 무기 개발 상황을 조사하는 일을 해왔습니다. 

 

따라서 전문가위원회가 사라지면 대북 제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프레시안은 3월 29일 자 보도에서 “패널 종료는 곧 제재 이행을 감시할 방법이 사실상 없어지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제재의 효용성이 상당히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전문가위원회에서 일했던 애런 아놀드 영국 합동군사연구소(RUSI) 연구원은 이번 결정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집행을 거의 불가능하게 만들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러시아의 ‘사익 추구’가 문제인가

 

전문가위원회 임기 연장이 부결되자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즉각 러시아를 규탄했습니다. 

 

그는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는 우크라이나 침략을 강화하는 데 사용할 무기 확보를 위해 북한과 공모했다는 위원회 보고를 숨기려는 것이며, 이는 사익(self-interested)을 추구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국제사회에서 외교의 기본은 국익 추구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국익을 국가의 ‘사익’이라고 주장한다면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사익 추구 없는 외교가 있을까요?

 

1965년 6월 18일 제2차 아시아·아프리카회의 외무부장관 회의 참석차 북한의 박성철 외무상이 알제리에 간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갑자기 우아리 부메디엔 알제리 국방부장관이 쿠데타를 일으켰습니다. 

 

그러자 박성철 외무상이 총을 들고 아메드 벤 벨라 대통령과 함께 싸웠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런 정도가 사익 추구 없는 외교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런 일은 매우 드문 일입니다.

 

모든 나라는 국익을 위해서 외교를 합니다. 

 

외교는 ‘총성 없는 전쟁’이라고 할 만큼 치열합니다. 

 

사익 추구 없는 외교를 주장하는 것은 너무 순진한 생각입니다.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 역시 북한을 돕겠다는 마음도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자국의 이익을 위한 것입니다.

 

미국도 사익을 위해 외교를 합니다. 

 

미국이 유엔 안보리에서 이스라엘을 위해 거부권을 남발해 온 것도 순수하게 이스라엘을 위한 마음으로 한 게 아닙니다. 

 

이스라엘은 중동 지역에서 미국의 이익을 관철할 수 있게 하는 유용한 나라이기 때문에 미국이 이스라엘 편을 들어주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지금 수만 명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죽고 있습니다.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와서 삼성전자를 방문해 미국 투자를 유치한 것도 삼성전자를 위한 게 아닙니다. 

 

미국 반도체 산업을 위한 외교였습니다. 

 

오히려 삼성전자는 최악의 위기에 빠졌고 경계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이 3월 20일 주주총회에서 위기를 시인하며 반성하는 일까지 있었습니다. 

 

미국이 중국과 무역 전쟁을 하고 경제 봉쇄를 하는 것도 무슨 이념이나 국제 정의 같은 거창한 이유 때문이 아니고 그냥 자국 경제를 살리기 위해 중국을 약탈하자는 것입니다. 

 

밀러 대변인은 “우리는 비슷한 생각을 가진 나라들과 협력해 북한을 두둔하는 세력에 대응하겠다”라고 했습니다. 

 

이것도 미국이 사익을 위해 마음에 맞는 나라끼리만 협력하겠다는 것입니다. 

 

국익을 위해 뜻이 맞는 나라끼리 협력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이런 당연한 일이 미국은 되고 러시아는 안 된다는 것은 ‘내로남불’입니다.

 

이런 이유에서 밀러 대변인이 러시아의 사익을 운운하는 자체가 웃기는 이야기입니다.

 

미국이 러시아를 등 떠밀었다

 

생각해 보면 러시아가 처음부터 이런 행보를 한 것은 아닙니다. 

 

러시아도 한때는 대북 제재에 동참하고 전문가위원회 임기 연장 결의안에 찬성했습니다.

 

당시에는 미국과 러시아의 공동 이익이 존재했던 것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핵무기를 가진 두 나라인 미국과 러시아는 신흥 핵보유국이 등장하는 게 달갑지 않습니다. 

 

그만큼 자기들이 세계에서 누리는 권력을 나눠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두 나라는 핵 비확산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협력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부추겨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유도했습니다. 

 

그리고 우크라이나에 무기와 군사 정보를 지원하며 사실상 러시아와 대리전을 치르고 있습니다. 

 

또 러시아에 경제 제재를 가했습니다.

 

러시아 은행들은 국제결제망에서 차단됐으며 러시아의 주요 수출 품목인 석유, 석탄, 천연가스와 여러 원자재 등의 수출도 제한되었습니다. 

 

게다가 막 완공해 제대로 가동도 하지 못했던 러시아-독일 가스관인 노르트스트림-2가 파괴되는 일도 있었습니다. 

 

이처럼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미국과 러시아는 사실상 적대국이 되었고 공동의 이익은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리고 미국은 러시아가 북한과 밀착하도록 등을 떠밀었고 지금도 떠밀고 있습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전략소통조정관은 3월 28일 브리핑에서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 협력 심화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유지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큰 관심을 가져야 할 사안”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국제사회는 러시아의 침략에 맞선 우크라이나 국민을 지지”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미국이 러시아에 맞서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원하겠다는 겁니다.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부터 러시아를 적극, 전폭 지지한 거의 유일한 나라입니다. 

 

러시아 처지에서는 자신을 위협하는 미국을 멀리하고 반대로 자신을 지지하는 북한과 가까워지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닐까요?

 

얼마 전 북한은 윤석열 대통령이 “자위적이며 당위적인 불가항력의 군사력을 키우는 데 단단히 공헌한 ‘특등 공신’”이라고 했습니다. 

 

우크라이나를 지원하여 결과적으로 러시아가 대북 제재 전문가위원회 연장에 거부권을 행사하도록 해 북한을 도와준 미국도 ‘특등 공신’에 포함될 것 같습니다.

 

피해는 고스란히 미국에

 

이번 전문가위원회 임기 연장 목적은 대북 제재를 강력하게 유지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미국이 러시아를 어떻게든 설득해서 대북 제재에 동참하도록 해야 했습니다. 

 

러시아와 중국이 이번에 전문가위원회 임기 연장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회의 전부터 다들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원래 3월 22일 하기로 한 표결을 28일로 연기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미국은 일주일 가까운 기간에 러시아를 설득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부결 후에도 러시아를 설득하는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 없습니다. 

 

밀러 대변인은 “이번 거부권 행사에 따른 결과는 러시아 홀로 져야 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미국은 이번 결정에 따른 모든 피해를 러시아가 지도록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 결정 때문에 러시아가 피해를 볼지는 의문입니다. 

 

미국에서 러시아를 압박할 수 있는 수단은 거의 없어 보입니다.

 

또 밀러 대변인은 “북한은 무모한 행동과 불안정한 도발을 더욱 대담하게 감행할 것이며, 한반도 평화 전망은 더 어두워질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이것은 ‘이번 거부권 행사의 피해는 미국과 한국이 지게 생겼다’는 뜻으로 들리는데 그러지 않나요? 

 

이번 결정으로 미국이 피해를 봤다는 것을 자신도 알고 있는 것입니다.

 

로버트 칼린 미들베리국제연구소 연구원은 3월 27일 스팀슨센터가 주최한 온라인 세미나에서 “만약 북한이 서해상의 섬들을 포함하는 것으로 새 국경을 정의하고 북한 영토라고 말한다면 우리는 벼랑 끝에 있게 된다”라며 “서해상에서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했습니다. 

 

서해를 불씨로 전쟁이 날까 봐 미국이 겁을 먹고 있으며 뭔가 공포에 질려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의 안보가 위협당하나 봅니다. 

 

안쓰러운 일입니다.

 

미국이 인식을 전환하면?

 

전반적인 상황을 볼 때 미국이 북한을 상대하는 것이 매우 버거워 보입니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는 바람에 군사적으로 압박하기도 힘든데 러시아, 중국의 반대로 대북 제재도 점점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이럴 거면 차라리 미국이 인식을 전환해보면 어떨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미국이 북한과 근본적인 관계 개선을 하고 러시아, 중국과 화해와 공존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세계 평화를 증진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나라는 이스라엘 정도밖에 남지 않습니다. 

 

미국을 비롯한 나토와 북한, 중국, 러시아가 단결하면 이스라엘 정도는 간단하게 제압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길을 가는 것도 꽤 의미가 있어 보이는데 과연 미국이 그렇게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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