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군사 전문 기자의 수준
“‘하늘의 전함’이라고 불리는 미군의 최신예 전투기 AC-130J ‘고스트라이더’”
2024년 6월 12일 한미 특수전 부대 연합훈련에 참여한 AC-130J 고스트라이더를 두고 국내의 한 군사 전문 기자가 한 표현이다.
국내 언론은 미국 무기를 찬양하는 데 익숙한데 아무리 그래도 독자들에게 사실을 왜곡하는 건 문제다.
아마 말 지어내기 좋아하는 어떤 기자가 처음에 쓰니 다들 사실 확인도 하지 않고 따라 쓰는 듯하다.
AC-130J의 정식 이름은 고스트라이더, 별명은 ‘죽음의 천사’다.
AC-130J가 실전 배치된 건 2017년이므로 최신예 비행기인 건 맞는데 그 뿌리인 AC-130A가 등장한 건 1968년이라서 그냥 최신예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50년도 더 된 비행기의 최신 개량형이라고 하는 게 적당하겠다.
그리고 AC-130의 조상은 1956년 실전 배치된 수송기 C-130 허큘리스(헤라클레스의 영어식 발음)다.
정확히 따지자면 C-130 허큘리스의 개량형인 C-130J 슈퍼허큘리스를 개조한 게 AC-130J다.
마지막으로 AC-130J를 ‘전투기’라고 했는데 군사 전문 기자가 ‘전투기’의 개념을 모른다는 게 충격적이다.
전투기(Fighter)는 주로 공중에서 전투하며 제공권을 장악하는 비행기로 미군 제식명에 따르면 F를 사용한다.
F-15, F-16, F-22, F-35 등을 떠올리면 된다.
AC-130J의 AC는 공격기(A·Attacker)와 수송기(C·Cargo)를 합친 것으로 넓은 범주의 공격기에 들어가지만 미군은 건십(Gunship)이라는 이름으로 별도로 분류한다.
짧은 문장 하나에서도 이렇게 많이 틀리는 게 한국 언론의 현실이다.
미군은 왜 건십을 운용하는가
일단 AC-130J의 제원부터 살펴보자.
근접항공지원이란 지상군의 요청을 받은 공군이 아군과 가까이 대치한 적을 공격하는 것이다.
적아가 매우 가까이 있기 때문에 지상군이 적의 위치를 정확히 알려줘야 하고 공군이 적을 정확히 공격해야 한다.
보통 공격헬기, 공격기, 전폭기가 근접항공지원을 하는데 미국은 B-52H나 B-1B 같은 전략폭격기를 동원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이런 군용기들은 단점이 있다.
무기 탑재를 많이 할 수 없어서 목표물을 한 번 내지 몇 번 공격하고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공격해야 할 적이 매우 많은데 지상군 수가 적다면 공군이 장시간 공중에 머물면서 충분히 화력을 쏟아부어 줘야 한다.
그런 면에서 장시간 비행이 가능한 전략폭격기가 유리하다고 할 수는 있는데 유도폭탄이나 공대지 미사일도 비싸고 전략폭격기 운용비도 비싸서 부담된다.
그래서 등장한 게 건십이다.
건십은 값비싼 유도폭탄이나 공대지 미사일 대신 저렴한 기관총과 대포를 사용한다.
또 원래 수송기였기 때문에 탄환을 대량 탑재할 수 있다.
특히 건십은 파일론 회전(pylon turn) 기동으로 쉴 새 없이 적을 공격할 수 있다.
파일론 회전이란 목표물을 중심으로 원을 그리며 중심 방향으로 기울어진 채 회전하는 비행 기법이다.
AC-130J는 무기가 왼쪽에만 달려있기 때문에 공격할 때 항상 반시계 방향으로 회전한다.
그러나 예정대로면 이미 탑재했어야 하지만 아직 감감무소식이다.
건십은 한반도 전쟁에 투입될 일이 없다
국내 언론은 한반도 유사시 미군 특수부대들이 AC-130J 고스트라이더와 함께 날아와 북한을 응징해 줄 것처럼 묘사한다.
하지만 여러 조건을 따져볼 때 AC-130J는 한반도에 투입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 이유는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가 건십을 운용하지 않는 이유와 같다.
건십은 기존에 있는 무기를 수송기에 달면 되므로 손쉽게 만들 수 있다.
그런데 왜 다른 군사강국들은 건십을 운용하지 않을까?
건십의 가장 큰 약점은 방어력이 0에 가깝다는 점이다.
애초에 수송기는 전투용이 아니기 때문에 속도도 느리고 기동성도 약하고 레이더에도 잘 포착된다.
그런데 최전선 상공을 장시간 선회해야 한다.
따라서 만약 적이 건십을 발견하면 대공포나 대공 미사일, 전투기로 손쉽게 격추할 수 있다.
실제로 베트남전에서 미군 AC-130은 6대나 격추되었고 승무원 52명이 사망했다.
건십을 투입하기 전에 제공권을 완벽하게 장악해야만 하는 것이다.
미군도 주로 군사력이 약한 나라나 테러 집단같이 제공권을 쉽게 장악할 수 있는 상대에 주로 건십을 투입한다.
그래도 불안해서 주로 밤에만 운용한다.
덩치가 커서 맨눈으로 관측되기 쉽기 때문에 그나마 들킬 확률을 낮춰보자는 것이다.
또 플레어와 채프 등 대공 무기를 교란하는 장비를 잔뜩 싣고 다니면서 적이 있을 것 같다는 판단이 들면 수시로 뿌려댄다.
AC-130의 별명인 ‘죽음의 천사’도 수시로 뿌려대는 플레어의 모습이 천사의 날개 같다고 해서 붙은 것이다.
이처럼 건십은 승무원들이 불안에 떨면서 운용해야 하는 극악한 무기다.
당장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건십을 제공하지 않고, 우크라이나도 건십을 요구하지 않는 이유를 생각해 보면 된다.
대공 무기가 발달한 러시아를 상대로 건십은 아무런 쓸모가 없는 것이다.
또 건십은 사방이 탁 트인 넓은 지형에 유리하며 산악지형에는 불리하다.
산에 가려 적을 제대로 공격할 수 없기도 하고 적의 대공 무기가 숨어 있다가 공격하기도 쉽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들은 굳이 건십을 운용하지 않고 공격헬기를 이용해 근접항공지원을 한다.
이런 단점은 북한과 전쟁을 할 때 더욱 크게 드러날 것이다.
북한은 한국전쟁 때부터 강력한 미국 공군을 상대하느라 대공 무력 확보에 많은 힘을 기울였다.
건십을 보내봐야 무사히 돌아올 가능성이 작다.
게다가 북한은 산악지형이 많아 건십 운용에 불리하다.
따라서 한반도에 전쟁이 나도 미군은 건십을 투입하지 않을 것이다.
마찬가지 이유로 한국군도 건십을 도입할 생각이 전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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