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전 10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 요청’ 국민동의청원 관련 청문회가 열렸다. 청문회에서는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채해병 수사를 조직적으로 은폐하려 한 정황과 새로운 의혹이 드러났다.
채해병 수사에 개입한 대통령실 부속실
이날 청문회에서는 대통령실 부속실이 채해병 수사에 관여한 정황이 확인됐다. 대통령실 부속실은 대통령의 보좌와 의전을 맡은 조직인데, 본래 업무를 넘어 직권남용을 벌인 점이 드러난 것.
청문회에는 지난해 7월 31일~8월 8일 사이 강의구 대통령실 부속실장과 9번 통화했다고 알려진 임기훈 국가안보실 전 국방비서관이 출석했다. 임기훈 전 비서관은 이른바 ‘VIP 격노설’과 밀접하게 연관된 인물이다. VIP 격노설은 박정훈 해병대 전 수사단장(대령)이 임성근 해병대 전 1사단장을 수사하려 하자, ‘격노’한 윤 대통령이 수사를 막았다는 의혹이 핵심이다.
이성윤 민주당 의원이 관련해 “대통령한테 직접 지시받은 적 있나?”라고 질문하자 임기훈 전 비서관은 “극히 일반적이진 않다고 생각한다”라며 명확한 답을 피했다.
그런데 이성윤 의원이 “부속실장한테 지시받은 적 있나?”라고 다시 질문하자 임기훈 전 비서관은 “그건 지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업무의 조율”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부속실장을) 잘 안다”라며 “부속실장과의 업무 협조는 일정, 행사라든가... 거기까지 말씀드리겠다”라고 말꼬리를 흐렸다.
임기훈 전 비서관의 발언은 대통령실 부속실과 국가안보실이 채해병 수사와 관련해 ‘협조’했음을 인정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날 임기훈 전 비서관과 이종섭 전 국방부장관은 채해병 수사와 관련한 윤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고 인정하면서도 내용에 관해서는 “말할 수 없다”라고 답을 거부했다.
전현희 민주당 의원은 “대통령은 구체적 사실에 수사지휘권이 없고 수사에 관여할 수 없다. 그런데도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국가수사본부를 통해서 경북경찰청의 수사 기록을 탈취한 이 사건은 직권남용”이라고 주장했다.
또 “경북경찰청이 의무가 없는 일을 공무원들에게 시킨 것으로 대통령 개입 가능성이 매우 높다. 수사를 통해 밝혀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국힘당의 ‘자폭’이 키운 삼부토건과 김건희 씨 연루설
김건희 씨와 건설사 삼부토건의 연결고리인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의 대화 내용도 부각됐다. 이종호 전 대표는 김건희 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공범’으로도 지목된 핵심 피의자다.
세간에서는 윤 대통령이 임성근 전 사단장을 수사 대상에서 빼라고 압박한 이유에 관해 김건희 씨와 임성근 전 사단장 그리고 이종호 전 대표와의 친분이 관련이 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청문회에서는 이종호 전 대표가 있는 카카오톡 단체방(단톡방)이 공개됐다. 단톡방 대화 내용 가운데 “삼부 내일 체크하고”라는 이종호 전 대표의 표현이 쟁점이었다.
그래서인지 이날 국힘당 의원들은 삼부토건과 이종호 전 대표의 연루설이 거짓임을 입증하려 시도했다.
유상범 국힘당 의원은 이 전 대표가 포함된 ‘멋쟁해병’ 단톡방 사진을 공개하며 “이게 소위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삼부토건에 로비한다는 명목으로 (주장되는 메시지로) ‘삼부내일 체크하고’라고 돼 있다”고 말했다.
이에 관해 유상범 의원은 골프에는 1부~3부 시간대가 있다며 단톡방에 나오는 ‘삼부’가 골프 용어인 3부라고 주장했다. 유상범 의원은 임성근 전 사단장에게 군 골프장에 ‘3부 시간대’가 있는지 계속 확인하려 했다.
하지만 임성근 전 사단장은 유상범 의원의 거듭된 질문에 “군 골프장에는 (3부 시간대가) 없다”라는 답을 반복했고, 유상범 의원은 당황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증인 선서를 한 임성근 전 사단장은 위증 시 처벌을 피하고자 사실을 답했을 것으로 보인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녹취록에 보면 삼부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많은 사람이 삼부토건이라고 의심 중”이라며 “이종호 씨는 골프장 3부라고 (주장)했지만 국방부가 군 골프장에는 3부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확인한 만큼 삼부토건을 예상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윤석열 정권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재건 사업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하자 삼부토건의 주가가 갑자기 급등했는데, 여기에도 특정세력이 개입한 것 아니냐며 ‘주가조작’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이에 관해 박지원 의원은 “이종호라는 사람이 삼부를 언급한 뒤 삼부토건 주가가 계속 오르기 시작했다”라며 “그 배경에는 이종호가 우크라이나 관계 때문에 주가가 오를 거라는 걸 알고 있던 정황 같은 게 있는데, 거기에 대한 생각이 어떤가”라고 김규현 변호사에게 물었다.
김규현 변호사는 언론에 이 전 대표가 있는 단톡방 내용을 제보한 인물로, 이날 청문회에 참고인으로 출석했다가 증인으로 전환됐다.
김규현 변호사는 “이종호 전 대표와 단톡방에 있던 분들이 평소 삼부토건 관련 사업 이야기를 많이 했다”라고 주장했다.
유상범 의원은 삼부토건 논란을 불식시키려는 의도로 단톡방 사진을 공개한 듯하다. 그러나 되레 김건희 씨와 삼부토건 연루설을 키워 ‘자폭’한 셈이 됐다.
한편 임성근 전 사단장은 이종호 전 대표와 군 골프장에서 같이 골프를 쳤다는 의혹을 부인했다.
이에 김용민 민주당 의원이 “(군) 골프장에 다른 사람 이름으로 골프 치러 갈 수 있나?”라고 묻자 임성근 전 사단장은 “다른 사람 이름으로는 어렵다”라고 답했다. 어렵다고 한 것이지, 안 된다고는 말하지 않은 점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김용민 의원은 “(군 골프장 출입 명단에) 이종호 이름이 없으니까 이종호랑 골프를 안 쳤다고 얘기하는데 차명으로 얼마든지 갈 수 있다. 이종호가 실제 갔어도 다른 사람 이름으로 갔으면 안 드러난다는 것이다. 그렇게 자신만만하면 안 된다”라고 임성근 전 사단장을 몰아붙였다.
그 순간 임성근 전 사단장은 아무런 답도 하지 못하고 묵묵부답해 의구심을 자아냈다.
새로운 의혹, 임성근 구하기 댓글팀 조직
임성근 전 사단장을 구하기 위한 이른바 ‘임성근 댓글팀’이 운영되고 있다는 새로운 의혹도 제기됐다.
여기에는 인터넷 카페에 임성근 전 사단장의 외사촌 동생인 광주고검 박철완 검사가 댓글을 다는 등 관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장경태 민주당 의원은 박철완 검사의 군대 친구가 해당 카페를 운영하고 있으며, 박철완 검사 역시 카페에 옹호하는 댓글을 달았다고 주장했다. 해당 카페는 청문회가 진행되는 도중 갑자기 비공개로 전환돼 접속이 차단됐다.
이에 관한 임성근 전 사단장의 답변은 오락가락했다.
박지원 의원은 “(박철완 검사가 카페에 임성근 전 사단장의)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 박정훈 대령 수사 절차에도 문제가 있다”라고 적었다면서 “그리고 박 대령을 변호하는 군인권센터 등에 반박하는 글도 올렸는데 몰랐나?”라고 임성근 전 사단장에게 물었다.
임성근 전 사단장이 “알고 있다”라고 답했고, 박지원 의원이 이에 관해 어떻게 알게 됐는지 다시 묻자 “(카페에) 들어가서 읽었다”라고 했다.
이날 임성근 전 사단장은 박철완 검사에게 청문회 기간 수시로 문자를 보내며 법적 조력을 받았다. 임성근 전 사단장은 박철완 검사와는 점심때만 통화했다고 주장하다가 정청래 법사위원장으로부터 “들통 날 거짓말”은 하지 말라는 지적을 받았다.
그런데 임성근 전 사단장은 박철완 검사의 군대 친구가 카페를 만들어서 운영한 점에 관해서는 “그건 모르겠다”라고 잡아뗐다. 임성근 전 사단장과 박철완 검사의 관계를 고려하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될 만하다.
이를 두고 박지원 의원은 “(임성근 전 사단장이) 말끝마다 거짓말하니까 ‘저는 했습니다’라고 들린다”라고 꼬집었다.
윤석열 탄핵 약속한 국회의원들
청문회에서는 윤 대통령을 “주범”으로 지목하며 “탄핵”을 강조하는 국회의원들의 발언도 눈에 띄었다.
이성윤 의원은 청문회가 본격 시작하기 전 의사진행 발언에서 “오늘 청문회는 윤석열 탄핵 안건을 심의하는 내용”이라면서 “모든 길은 윤석열로 통하고 있다. 이 사건의 주범은 다름 아닌 윤석열이다. 김건희는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여전히 윤석열은 빠져 있다”라며 윤 대통령을 증인으로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은 청문회가 끝나기 직전 마지막 발언에서 “지금까지 드러난 증거들, 모두가 인정하는 이종섭의 결재 그리고 기록의 이첩 기록의 탈취는 다툼이 없는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참고인들의 진술, 그 밖의 국방부 관계자들의 진술 그리고 대통령과 대통령실, 국방부와의 통화 내역에 비춰서 이 사건은 기소할 정도로 중대한 대통령의 위법 행위가 인정된다”라며 “저는 법사위에서 윤석열을 탄핵할 만큼 조사가 이뤄졌다고 생각한다. 반드시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소추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청문회의 시작과 끝이 ‘윤석열 탄핵’으로 통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청문회를 거치면서 윤석열 탄핵에 앞장서는 국회의원들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특별취재단=문경환, 박명훈, 이영석 기자] <저작권자 ⓒ 자주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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