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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미 무기 열전 49] “포병은 현대전의 신”

문경환 기자 | 기사입력 2024/07/31 [19:01]

[남·북·미 무기 열전 49] “포병은 현대전의 신”

문경환 기자 | 입력 : 2024/07/31 [19:01]

최첨단 무기가 넘쳐나는 현대전에서 백 년 전 무기가 여전히 전쟁의 승패를 가르고 있다면 믿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을 보면 그게 사실임을 알 수 있다. 

 

지금 우크라이나 전쟁을 좌우하는 무기는 최첨단 무기가 아닌 150밀리미터급(우크라이나는 155밀리미터, 러시아는 152밀리미터) 곡사포다. 

 

한겨레는 2024년 5월 29일 자 기사 「우크라전 판세, 첨단무기 아닌 ‘구식 155mm 포탄’에 달렸다」에서 “실제 전장에서는 120여 년 전 등장한 곡사포탄이 여전히 전쟁 승패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무기로 남아 있다”라며 “지난 2년 넘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두 나라에서 발생한 사상자의 80%가 포탄에 의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라고 소개했다. 

 

위 기사에 인용된 미국외교협회(CFR)의 보고서 「전쟁 무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경쟁」(2024.4.24.)에는 “포병은 지난 수 세기 동안 ‘전투의 제왕’으로 알려져 왔으며, 이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라는 문장이 나온다. 

 

소련의 이오시프 스탈린 서기장은 1941년 5월 5일 사관학교 졸업 연설에서 “포병은 현대전의 신이다”라고 하였다. 

 

북한은 ‘포병중시사상’을 강조하고 있으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20년 3월 포사격 대항 경기를 지도하면서 “현대전은 포병전이며 포병 싸움 준비가 곧 인민군대의 싸움 준비”라고 하였다. 

 

1300년대에 탄생해 1400년대에 이미 전쟁에서 주요한 무기로 쓰였고 1700년대에는 포병이 새로운 군종으로 독립할 정도로 오랜 역사를 가진 포가 21세기에도 여전히 전쟁터의 핵심 무기라는 건 정말 놀라운 일이다. 

 

이에 앞으로 몇 차례에 걸쳐 포에 관해 살펴본다. 

 

평사포, 곡사포, 박격포

 

일단 용어부터 정리해 보자. 

 

포의 역사가 워낙 길다 보니 여러 용어가 뒤섞여 있고 엄밀히 구분을 안 하는 경우도 많다. 

 

포는 화약을 터뜨려 포탄을 멀리 날려 보내는 도구다. 

 

포는 화약을 발명하고 무기에 활용한 초기 형태다. 

 

화포, 대포는 여러 종류의 포를 통틀어 일컫는 말이다. 

 

▲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는 천자총통. 1555년에 제작했다. 천자총통은 조선시대 화포 가운데 가장 크며 거북선에도 탑재했다.  © 국립중앙박물관


영어로는 cannon, artillery라고 하는데 cannon은 옛날에 쓰던 말이고 요즘은 대체로 artillery를 쓴다. 

 

과거에는 요새에 고정하고 쓰는 포와 야전에서 이동할 수 있는 포를 구분해서 후자를 야포(field artillery)라고 불렀는데 요즘은 고정하고 쓰는 포가 거의 없어서 대부분의 포가 야포다. 

 

포는 발사각과 구경장에 따라 크게 평사포(gun), 곡사포(howitzer), 박격포(mortar)로 나눌 수 있다. 

 

여기서 구경장이란 포신의 길이를 구경(포신 안쪽 구멍, 즉 포강의 지름)으로 나눈 값이다. 

 

따라서 같은 구경의 포라면 구경장이 클수록 포신의 길이가 길다. 

 

예를 들어 국군 포병의 주력인 K-9 자주포는 구경 155밀리미터, 구경장 52로 포신 길이가 약 8미터인 곡사포다. 

 

포신이 길수록 포탄이 날아가는 속도가 더 빠르지만 포신의 무게는 더 무거워지고 포신을 회전하거나 포를 이동해야 할 때 주변 사물에 부딪히기 쉬운 단점이 있다. 

 

그래서 무작정 포신을 길게 만드는 게 아니라 용도에 맞게 설계한다. 

 

평사포는 직사포라고도 하며 구경장 35 이상이며 45도 이하 저각으로만 사격하는 포를 뜻한다. 

 

포신이 길어 포탄 속도가 빠르고 사거리가 긴 게 특징이다. 

 

원래 중세 시대 등장한 포의 주목적은 성벽을 부수는 것으로 투석기 대용이었다. 

 

따라서 성벽이 보이는 곳까지 포를 끌고 간 다음 눈으로 조준해 쏘는 평사포가 포의 초기 형태라 할 수 있다. 

 

평사포의 영어명인 gun을 한국에선 보통 총으로 번역하다 보니 엉뚱한 표현이 나오기도 한다. 

 

예를 들어 국군은 recoilless gun을 무반동총이라 부르는데 누가 봐도 총이 아닌 포다. 

 

▲ M67 무반동총. [출처: SPC Steve Lawrence - 미 국립문서기록관리청]


사실 포나 총이나 크기만 다를 뿐 화약을 터뜨려 탄을 날려 보낸다는 점에서는 똑같다. 

 

그래서 포와 총의 구분이 모호한 경우가 있다. 

 

구경을 기준으로 미국은 15.2밀리미터, 독일은 30밀리미터 이상을 포로 분류하는 식으로 나라마다 기준이 다르다. 

 

▲ M61 벌컨. 일명 ‘발칸포’. 구경이 20밀리미터라서 미국 기준으로는 포지만 독일 기준으로는 총이다. [출처: Robert Frola]


곡사포는 구경장 15~35, 발사각 45도 이상 고각인 포로 포탄의 속도가 느리고 사거리가 짧은 특징이 있다. 

 

하지만 이건 옛날얘기고 지금은 곡사포의 포신이 길어지고 저각 발사도 가능해지는 등 곡사포와 평사포의 구분이 점차 사라지며 평곡사포(gun-howitzer)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융합이 되었다. 

 

그래서 요즘은 전차포 외에 순수한 평사포를 찾아보기 힘들다. 

 

▲ 서방권에서 최고로 꼽히는 자주곡사포인 독일의 PzH 2000 사격 장면.  © Gerben van Es - 독일 국방부


박격포는 구경장이 15 이하로 매우 짧은 포신을 가지고 있으며 45도 이상 고각으로 발사하는 포다. 

 

박격포는 사람이 휴대할 수 있을 정도로 가볍게 만들 수 있고 저렴하며 사용이 간편해서 보병이 사용하는 포로 인기가 높다. 

 

하지만 인기가 높다는 건 지휘관에게 국한한 얘기고 일선 병사들 가운데 박격포를 운용하는 박격포병은 끔찍한 군 생활을 하게 된다. 

 

아무리 가볍다고 해도 포는 포인지라 분해해도 10킬로그램이 넘는 부품을 들고 산을 오르내리는 훈련을 몇 번 하면 지옥을 경험할 수 있다. 

 

한편 핵포탄을 쏠 수 있는 초대형 박격포도 있기 때문에 꼭 박격포를 보병용 소형 포라고 할 수는 없다. 

 

▲ 아프가니스탄 전쟁 중 M120 박격포를 발사하는 미 육군 병사들. [출처: Jim Downen 하사 - 미 육군]

 

▲ 2킬로톤의 핵포탄도 쏠 수 있는 러시아 자주박격포 2С4 Тюльпан(튤립).  © Vitaly V. Kuz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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