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북 인민군 조종사들은 항공모함도 핵무기도 다 까버리겠다는 의지를 피력해왔다. 실제로 2003년 3월 2일 북 조종사들은 미군 정찰기가 전혀 감지할 수 없는 특수한 전투기와 새로운 비행방식으로 미그기 편대를 몰고 불의에 미군 정찰기 150미터까지 접근하여 공대공 미사일 발사 직전의 상황까지 가면서 미군 정찰기를 위협 격퇴한 적이 있다. 도대체 북 인민군 공군의 이런 배짱과 기술이 어디서 온 것인지 이번 한호석 소장의 글을 통해 조금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저 북의 전투기는 낡고 쓸모없다는 생각 때문에 많은 국민들과 군사전문가들은 연평도 포격전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보복 방식이 우리의 첨단 전투기를 동원한 정밀타격이라 말했다. 하지만 이것도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사전에 전쟁을 막는 것만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길이란 판단이 든다. 한호석 소장의 이번 글에서 남북관계 해법은 오직 6.15와 10.4선언 이행에 있다는 생각을 더욱 절실하게 갖게 된다.]
▲ 미 항공모함뿐만 아니라 핵무기를 북 공군조종사들이 다 까버리겠다는 것은 그런 타격을 가할 비행체를 보유하고 있다는 의미이며 그런 비행조종 능력이 있다는 말일 것이다. 북의 대함미사일과 어뢰정, 미사일정, 잠수함과 함께 스텔스 전투기까지 결사의 각오를 안고 항공모함으로 달려든다면 사실 미군 항공모함의 운명이 어떻게 될 것인지... ©자주민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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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월 30일 북측 언론매체들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김정은 당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인민군 공군 제1017군부대를 시찰하고 비행훈련을 지도하였다. 그 보도기사를 자세히 읽어보면, 아래와 같은 사실들을 알 수 있다.
첫째, 미국의 군사전문 누리집 ‘글로벌 시큐리티(Global Security)’에 게시된 자료에 따르면, 2010년을 기준으로 인민군 공군은 전투기 525대, 폭격기 80대, 수송기 318대, 훈련기 228대를 포함해 모두 1,151대를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미국의 상업위성이 북측 공군기지들을 공중 촬영한 위성사진을 보면 공군기지 1개소의 계류장마다 각종 공군기들이 많아야 10-20대 정도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것도 나무로 만든 기체 위에 알루미늄 판을 씌워 진짜와 구별하지 못할 만큼 똑같이 만들어 계류장에 내다놓은 가짜 공군기 약 500대가 위성사진에 찍힌다는 점을 생각하면, 1,000여 대에 이르는 진짜 공군기의 행방은 묘연하다.
세상에 알려진 것처럼, 인민군 공군기들은 미국군 첩보위성이 내려다볼 수 없는 땅 속에 들어가 있다. 인민군은 미국의 핵공격에도 견딜 수 있는 갱도식 지하계류장과 지하발진기지를 곳곳에 건설하였다. 갱도식 지하발진기지 출입구에는 강력한 방호문이 세 겹으로 설치되었고, 갱도를 곡선화하여 2차 피폭피해를 막도록 설계되었으며, 통풍이 잘 되는 맞뚫레식 갱도로 건설되었다.
2012년 1월 30일 김정은 부위원장의 공군 제1017군부대 비행훈련지도를 보도한 기사에서 북측 언론매체들이 “군사대상물들을 적들의 불의의 타격에도 끄덕없는 난공불락의 요새로 꾸렸다”고 보도한 것은 전혀 과장이 아니다. 미국의 공군무력 연구자들인 예핌 고든(Yefim Gordon)과 앨런 다우스(Alan Dawes)가 2004년에 공저로 펴낸 책(Sukhoi Su-25 Frogfoot)에 따르면, 평안북도 선천군에 있는 선천공군기지는 핵폭발에도 견딜 수 있도록 요새화된 난공불락 공군기지라고 한다. 선천공군기지만 그런 것이 아니라, 인민군 공군기지들은 모두 그렇다.
둘째, 북측은 난공불락 공군기지들을 내륙에 건설하지 않고 동서해안에 가까이 건설하였다. 공군기지를 왜 바다 가까운 곳에 건설하였을까? 만일 미국이 북침전쟁을 도발하는 경우, 북침주력군은 방대한 해공군무력으로 편성된 항모강습단일 것이므로, 인민군 전투비행사들은 미국군 항모강습단을 상대로 싸워야 한다. 인민군 전투비행사들이 미국군 항모강습단을 비대칭전법으로 기습공격하려면, 바다 가까운 곳에 있는 지하발진기지에서 또는 해안절벽을 통해 갱도에서 바다로 직통하는 지하발진기지에서 출격하여 해수면을 스치듯이 초저공으로 비행하는 것이 결정적으로 유리할 것이다. 인민군 공군사령부가 내륙지방 한복판에 자리잡고 있는 것과 달리, 인민군 공군기지들이 동서해안에 가까운 지역에 건설된 까닭이 여기에 있다.
셋째, 인민군 공군 제1017군부대 비행훈련을 지도하던 김정은 부위원장은, 전투비행사들을 가리켜 “우리의 비행사들은 한 몸이 그대로 육탄이 되여 사회주의조국의 신성한 령공을 금성철벽으로 지켜갈 만만한 배심에 넘쳐있는 사상과 신념의 강자들”이라고 하였다. 전투비행사들의 육탄정신을 지적한 것이다. 이것은 의례적인 격식발언이 아니라, 항상 격동상태에서 결전을 각오하고 있는 인민군 전투비행사들의 정신력을 지적한 것이다. 북측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것처럼, 인민군 전투비행사들은 스스로를 ‘하늘의 결사대’라 부르며, “미국놈들 쳐갈기는 판가리 결전에 한목숨 바치리라”는 육탄정신과 자폭정신으로 투지와 담력을 연마하고 있다.
인민군 전투비행사의 육탄정신과 자폭정신을 형상화한 영화는, 북측에서 1984년에 제작된 ‘우리를 기다리지 말라’는 제목의 예술영화다. 그 예술영화의 주인공 전투비행사는 “우리를 기다리지 말라”고 쓴 마지막 쪽지를 동료 전투비행사에게 남긴 채, 미그기를 몰고 출격하여, 동해에 출몰한 미국 해군 제762호 순양함에 저공비행으로 돌진, 자폭충돌로 격침시키는 결사의 의지를 보여준다. 북측 인민들이 부르는 ‘나는 영원히 그대의 아들’이라는 제목의 애창곡이 바로 그 예술영화의 주제곡이다. 북측 인민들이 일상적으로 접하는 영화와 노래 속에도 그처럼 육탄정신과 자폭정신이 흘러넘치고 있으니, 실제로 육탄정신과 자폭정신을 연마해온 전투비행사들의 정신무장에 대해서는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근접공중지원기(close air support aircraft)들 가운데 하나인 수호이-25(su-25) © 자주민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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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 2012년 1월 30일 북측 언론매체들이 김정은 부위원장의 공군 제1017군부대 비행훈련지도를 보도한 현장사진 13장 가운데는, 북측 언론매체에 처음 공개되어 독자들에게 낯선 공군기 한 대가 등장한다. 창공을 날아가는 모습을 비교적 가까운 지상에서 찍은 현장사진에 나타난 그 공군기가 바로 정밀유도폭탄, 레이저유도폭탄, 레이저유도 공대지미사일을 장착한 이 기종은 전천후 및 주야간으로 적군의 전차와 장갑차를 공격하는 우수한 능력을 가졌다. 북측이 작전배치한 수호이-25 근접공중지원기 26대가 주한미국군과 한국군의 전차부대에게 매우 위협적이라는 점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그런데 미국 <공군보(Air Force Times)> 2012년 2월 1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 공군은 국가재정파산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대폭적인 군비감축의 일환으로 주방위 공군 3개 대대, 예비역 공군 1개 대대, F-16 1개 대대, F-15 1개 훈련대대를 감축하면서 A-10 근접공중지원기 102대도 퇴역시키게 된다. 미국군이 보유한 A-10 근접공중지원기 348대 중에서 29%가 사라지는 것이다. 이것은 주한미국군에 작전배치되어 있는 A-10 24대가 해외차출 형식으로 철수할 수밖에 없음을 예고하는 것이며, 한반도에서 전차전력 균형이 깨지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 2003년 3월 북 미그기들이 미군 정찰기 RC-135S의 150여미터까지 접근하여 20분간 비행했다는 sbs보도 ©자주민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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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조종사가 저 미사일발사 단추만 눌렀다면 미군 전자 정찰기는 그대로 산산조각이 났을 것이다. 당시 공대공 미사일유도 레이더는 미군 정찰기를 정확히 요격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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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째, 2012년 1월 30일 북측 언론매체들이 김정은 부위원장의 공군 제1017군부대 지도를 보도한 현장사진 13장 가운데는, 김정은 부위원장이 전투기 조종석에 올라가 내부를 살펴보는 장면, 그 전투기 앞에서 전투비행사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는 장면을 담은 현장사진이 들어있다. 그 현장사진에 나온 전투기가 바로 미그-29다. 사진에 나온 미그-29는 오래 전에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직접 시찰한 전투기다. 북측에서는 최고영도자가 직접 시찰한 군사장비를 사적비행기, 사적땅크, 사적함정 등으로 부른다. 그런 군사장비들은 전시용이 아니라, 전투상황에 돌입하는 경우 선두에 나설 수 있도록 평시에 관리를 잘 하고 있는 실전용 군사장비들이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미그-29 기체가 진록색으로 도색된 것이 눈길을 끈다. 사적비행기로 특별관리하는 미그-29 한 대만 그렇게 도색된 것이 아니라, 2012년 1월 8일 <조선중앙텔레비죤방송>이 방영한 기록영화 ‘백두의 선군혁명위업을 계승하시여’에 나온, 계류장에 서 있는 다른 미그-29들도 모두 똑같이 진록색으로 도색되었다. 전투기 기체에 칠하는 도료무게도 상당하여 항공연료를 그만큼 더 소모하기 때문에 기체도색을 하지 않는 것이 유리한데도, 인민군은 왜 미그-29 기체를 진록색으로 도색하였을까?
▲ 1, 2, 3번은 미군 정찰기에서 촬영한 당시 북이 미그 29 전투기, 3번 사진을 보면 인민군공군 마크가 선명하다. 4번 사진은 최근 훈련을 위해 이륙하는 미그 29의 최슨 사진, 5번 사진이 바로 혼쭐난 미군 정찰기 © 자주민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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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에서 1999년까지 인민군 공군에서 하급관리장교로 근무한 경력이 있는 탈북자가 2006년 5월에 서해상으로 월남하였는데, 인민군이 미그-21과 미그-29의 공중전 연습을 진행하였다는 흥미로운 그의 이야기가 ‘월간조선’ 2007년 2월호에 실렸다. 그가 전한 이야기에 따르면, 미그-21이 공중전을 연습하게 될 지역의 상공에 미리 가서 매복하였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미그-29가 나타나지 않아 그냥 기지로 돌아갔다고 한다. 나중에 밝혀진 사실은, 미그-29가 그 지역의 상공에 귀신같이 나타나 미그-21를 가상사격한 뒤에 피격 인증사진까지 찍고 유유히 돌아갔다고 한다.
매복 중이던 미그-21에 장착된 레이더가 미그-29의 접근을 전혀 포착하지 못한 까닭은, 미그-29 기체에 스텔스 기능의 레이더 흡수도료(radar-absorbent material)가 칠해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레이더 흡수도료로 칠한 미그-29는 레이더 화면에 원래 기체 크기의 약 5분의 1 정도의 크기로 작게 나타나므로, 상대측 전투비행사가 그렇게 축소된 미그-29의 고속접근을 육안으로 식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명백하게도, 인민군이 보유한 미그-29의 진록색 기체는 스텔스 기능의 레이더 흡수도료를 도색한 것이다. 위에 나온 탈북자의 말에 따르면, 인민군이 레이더 흡수도료를 처음 칠하고 미그-21을 상대로 공중전 연습을 한 때가 1990년대 초라고 하였으니, 북측은 벌써 20여 년 전에 레이더 흡수도료를 개발한 것이다.
그 날, 김정은 부위원장은 공군 제1017군부대에 대한 비행훈련 지도와 시찰을 모두 마치고, 군부대장 허룡의 가정을 방문하였다. 허룡은 2003년 3월 2일 미그-29를 몰고 동해안에서 241km 떨어진 공해 상공까지 날아가, 세계 최강의 전자탐지장비를 탑재한 미국군 전략정찰기 RC-135S와 충돌할 위험을 무릅쓴 육탄정신을 발휘하여 15m까지 근접비행을 하며 공중나포위협과 격추위협으로 그 전략정찰기를 격퇴시킨, 북측에서 유명한 전투비행사인데, 그 전공으로 ‘공화국 영웅’ 칭호를 받았다. 당시 미국군 정찰기 RC-135S가 세계 최강의 전자탐지장비를 가동하고 있었으면서도 미그-29 접근을 전혀 포착하지 못한 까닭은, 레이더 흡수도료를 칠한 진록색 미그-29가 해수면을 스치듯이 초저공비행술로 날아갔기 때문이다. 미국 공군은 사건 당시 RC-135S 승조원 한 사람이 기창 밖을 찍은 현장사진 한 장을 그 사건 이후 8년이나 지난 2011년에 가서야 공개하였는데, 그 사진에서 진록색 미그-29의 비행모습을 볼 수 있다.
북측에 대한 무지와 편견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인민군 공군이 낡은 기종들만 잔뜩 보유하였다는 식으로 평가절하하지만, 그것은 육탄정신과 자폭정신으로 무장하고 어떤 정황에서도 물러설줄 모르는 1,000여 대의 ‘불새’들이 펼칠 기상천외한 비대칭전법이 무엇인지 모르는 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