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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아프리카연합군의 감비아 파병은 세계 자주화의 한 징표

이창기 기자 | 기사입력 2017/01/21 [03:23]

서아프리카연합군의 감비아 파병은 세계 자주화의 한 징표

이창기 기자 | 입력 : 2017/01/21 [03:23]

 

▲ 감비아 바로우 신임 대통령이 세네갈에서 대통령 취임식을 하는 모습(오른쪽)과 자메 전 대통령     ©

 

20일 연합뉴스는 같은 날(현지시간) 알자지라 방송과 AP통신 등을 인용하여 세네갈, 나이지리아, 가나 등 15개 국가로 이뤄진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ECOWAS)가 자메 대통령에게 이날 정오까지 물러나지 않으면 군사개입을 하겠다고 마지막 경고를 했다고 보도했다.

 

ECOWAS 지도자들은 "자메가 신임 대통령인 아드마 바로우에게 권력을 이양하지 않으면 군사적 행동에 직면할 것"이라고 밝혔다.
ECOWAS 소속 주요 국가들이 이끄는 연합군은 전날 오후 바로우 당선인이 이웃국 세네갈 주재 감비아대사관에서 대통령 취임식을 한 직후 감비아 국경을 넘었으나 직접적 군사 작전은 유보한 상태다.

 

연합군의 전체 병력은 세네갈과 다른 서아프리카 4개국에서 파병한 7천명 정도의 규모로 탱크와 장갑차도 배치됐다.
감비아 정부군의 규모는 900명~2천500명 수준으로 서아프리카 연합군에 저항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이며 자메 대통령도 무력 충돌은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감비아 수도 반줄에서는 자메와 기니의 알파 콩데 대통령이 최후 담판을 하고 있다고 한다.

 

ECOWAS 수장인 마르셀 알랭 드 수자는 "우리는 군사 작전을 멈추고 자메에게 최후통첩을 했다"며 "그가 정오까지 감비아를 떠난다고 합의하지 않으면 진짜로 군사개입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앞서 감비아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달 치러진 대선 개표 결과를 공개하며 바로우 후보가 26만3천515표(45.54%)를 얻어 21만2천99표(36.66%)를 기록한 자메 대통령을 이겼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자메 대통령은 이에 불복한 채 지난 17일 90일간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임기도 3개월 연장했다. 자메 대통령은 1994년 29세에 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후 23년째 감비아를 통치하고 있다.

 

여러 언론들의 보도를 종합해보면 자메 대통령은 레스링 선수 출신으로 군 복무시절 29세에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뒤 22년간 서아프리카 감비아를 통치해왔지만 언론탄압, 야당인사 탄압 등을 자행하여 국제사회와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잃었다.

 

자메는 특유의 풍성한 흰색 옷을 입고 이슬람 경전인 코란을 손에서 놓지 않는 모습으로 공개석상에 등장하며, 자신이 비밀스러운 힘을 지녔다는 소문을 퍼뜨렸다. 그는 2007년 “화요일엔 에이즈, 금요일엔 천식을 치료하는 능력을 가졌다”고 주장해 치료를 받으려는 사람들이 대통령궁에 몰리기도 했다. 그러나 자메는 야당 인사, 언론인 등 정권에 반기를 드는 인사들에겐 “아홉 자 깊이의 구덩이에 파묻어 버릴 것”이라고 위협하는 등 인권과 언론 탄압을 서슴지 않았다. 올해 10월에는 국제형사재판소(ICC) 탈퇴를 발표하기도 했다.

 

새로 대통령에 당선된 바로우는 부동산 개발업자 출신의 정치 신인이지만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재건, 모든 정치범의 석방을 공약으로 내걸면서 대중적 인기를 끌었다. 이번 대선에서 8개 야당의 단일 후보로 출마해 승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제형사재판소를 탈퇴하는 것도 백지화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영국 유학시절 마트 경비원일을 하는 등 밑바닥 인생도 경험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감비아 사태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ECOWAS)가 감비아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패권이 기세등등할 때는 온갖 수단을 다 동원하여 친 서방 정치인을 대통령으로 당선시키고 그가 위기에 처할 경우 미군 중심의 다국적군이나 연합군을 파병하여 권좌를 지켜주었는데 이제는 나이지리아, 카메룬 등 반제자주를 표방하는 나라들이 주축이 된 아프리카 자체의 연합조직 차원에서 연합군까지 구성하여 아프리카의 민주적 질서를 지키는 길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과거의 각 지역 연합이 미국의 현지지배기구였다면 지금은 이런 지역 연합이 서방대국들의 간섭을 물리치고 자신들의 지역을 자주적으로 조절통제하는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결국 감비아 선거에 대한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의 연합군 파견은 미국 패권의 붕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아프리카만이 아니라 중남미좌파연합인 '미주(美洲)를 위한 볼리바르 동맹'(알바-ALBA)의 경우 수크레라는 공동화폐까지 만들어 무역결제에 사용함으로써 달러 패권에 대항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른 지역연합도 점차 자주적 지향을 강화해가고 있으며 중동의 경우 사우디 중심 친서방동맹은 갈수록 위축되어가고 있는데 이란 중심 자주진영의 영향력은 계속 확대되어가고 있다. 그 단적인 예가 시리아전쟁과 예멘전쟁이다. 이들 전쟁에서 두 세력이 지금 정면충돌하고 있는데 자주진영이 점점 승기를 굳혀가고 있다.

 

미국 중심의 패권주의가 급격히 몰락하고 세계 자주화의 흐름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각 지역의 자주적인 연합세력들이 공동 화폐에서 나아가 연합군까지 만들어 자기지역의 자주권을 지켜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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