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보를 시정하지 않은 한국언론
2017년 11월 1일 한국 모 언론은 중국이 1000킬로미터 세계 최장 “땅밑 수로”를 뚫게 된다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南华早报)의 10월 30일자 보도를 전했다. 서부 티베트 고원지대의 2840킬로미터 길이 얄룽짱뿌(雅魯藏布) 강의 강물을 저지대인 신쟝(新疆)위구르 자치구의 타클라마칸 사막으로 보내는 지하수로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는데, “이를 통해 한반도 1.2배 면적(27만㎢)에 달하는 타클라마칸 사막에 매년 황하(黃河) 수량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100억~150억t의 물을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하루 앞서 중국 외교부 대변인 화춘잉(华春莹, 화춘영)이 정례 기자회견에서 기자의 질문을 받고 “내가 요해한 바로는 당신이 말한 상황이 사실무근이다(据我了解,你说的情况不属实)”고 명확히 밝혔더니, 강물흐름바뀜으로 영향을 받을까봐 걱정하던 인도언론들은 신속히 외교부 대변인의 부인내용을 전했다.
헌데 한국 언론들은 그날 기자회견에서 화춘잉이 10. 30 중한 사드협의에 관한 대답은 즉시 온전히 보도하면서도 지하수로 관련 답변은 거들지도 않았다. 아무리 외국언론의 보도를 전달했다더라도 오보는 오보건만 시정하지 않으니 잘 된 일은 아니다.
한국언론들은 국내 인사나 단체, 업체의 항의를 받으면 명백한 오보를 시인하고 해당기사를 삭제하거나 사과문을 게재하지만, 국제기사 오보는 시인도 사과도 가물에 콩 나듯한다. 사실 지하수로는 학술제의단계에 처했을 뿐이라 홍콩 언론의 보도는 지나친 비약과 추측이 많았다.
♦ 거대공사 능력을 갖춘 중국
중국에서는 그 설을 접한 사람들이 메마른 사막 일대를 강남처럼 푸르른 낙원으로 바꾼다는 구상은 물론 아름다우나 환경에 대한 영향평가는 신중해야 된다는 입장을 취한다. 그러나 그런 수로를 건설할 능력이 있느냐에 대해서는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 해발고 차이가 2000미터 넘는다던가, 추정건설비용이 1키로미터당 10억 위안(약 1700억원)이어서 총 1조 위안(약 170조원)에 이르리라던가는 문제로 여기지 않는다. 중국은 수십 년 동안 서부 고원지대에서 철길, 도로 등을 건설하면서 지리, 수문 상황은 빠삭하게 장악했고 고원시공도 풍부한 경험을 쌓았으니 세계의 그 누구보다도 덜 잘 할 인간자원을 저축했다.
1950~ 1954년에 군인들이 칭짱꿍루(青藏公路 칭하이- 티베트 도로)와 촨짱꿍루(川藏公路 스촨성- 티베트 도로)를 닦아 자동차길이 없던 역사에 종지부를 찍을 때에는 주로 수공으로 일하면서 기계수단을 꿈꾸기 어려웠고 희생도 많았다. 그러나 이제 와서는 시공의 주력은 기계 그것도 대형장비로 바뀌었다. 그중 철길, 수로 등의 터널 뚫기에서는 쉴드 굴착기(shield machine)가 특별히 두드러진다.
♦ 수입에 의거하면서 설음도 많았던 쉴드 굴착기
20여 년 동안 중국 전역이 거대한 공사장으로 변하면서 기계, 장비들이 늘어났는데 한때 중장비는 주로 수입에 의존했다. 예전에 지하시설을 만들려면 땅을 파고 시공한 다음 복개하는 방식을 취했으니 효율이 떨어지고 원가가 높으며 주변 주민들에게도 불편을 끼쳤다. 허나 쉴드 굴착기는 지하에 들어갈 자리만큼만 땅을 판 다음 지하에서 규정된 지름의 굴을 뚫으면서 터널의 틀을 단번에 잡아주기에 여러 모로 좋았으니 중국에서 “뚠꺼우지(盾构机)“라는 공식명칭 외에 ”띠쌰쟈오룽(地下蛟龙, 지하의 용)”이라는 별호로도 불린다. 용이 입으로 수분 많은 흙과 모래 따위를 삼키면 배에서 소화하여 모래는 버리고 흙탕물은 작업면으로 돌려보내 압력을 제공하는 등으로 굴착, 배출, 추진을 하는 것이다. 인력이나 착암기 따위는 아예 비교도 할 수 없었다. 좋은 장비라 기술도 복잡하여 기계, 전기, 액압, 전도, 정보기술 등이 얽혔고 장비의 밀봉, 칼의 수명, 칼의 교체 문제들을 완벽히 해결해야 생산과 조작이 가능했다.
이런 중장비를 자체로 만들지 못했기에 중국은 1대에 수억 위안 씩 주면서 독일이나 일본에서 수입했고, 일단 고장이 나면 건설자들로부터 업체 간부들에 이르기까지 미칠 지경이 되었다. 장비가 멎어서면 매일 백만 위안 가까운 손실이 생기는데, 작은 고장도 외국 전문가를 모셔와야 했고, 그 사람들은 8시간 노동제도를 엄격히 지키면서 연장 근무라곤 없었고 주말에는 반드시 휴식했다. 심지어 노동시간마저 집문을 나서는 순간부터 계산했으니 시간당 임금이 600~ 800유로(한화로 약 76~ 102만 원)에 이르렀다.
“문제해결은 밤을 넘기지 않는다(解决问题不过夜)”라는 전통을 가진 중국 건설자들이 얼마나 강한 충격을 받고 가슴이 아팠겠는가. 결론은 국내생산이었다. 외국회사와 합작하거나 완전히 자체로 시작하는 등 여러 가지 방식으로 연구, 제작을 시작한 중국은 근년에 생산누계 1500대를 돌파했고 시장점유율이 60%에 이르렀다. 2017년 10월 26일, 중국이 완전히 자체로 설계, 제작한 15. 03미터 지름 굴착기(泥水平衡盾构机)가 허난성(河南省, 하남성) 정저우시(郑州市)의 중톄좡뻬이(中铁装备, 중철장비)회사의 공장에서 생산라인을 내려섰다. 이 100미터 길이, 4천 톤 무게의 쉴드 굴착기는 광둥성(广东省, 광동성) 싼터우(汕头, 산두) 6. 8킬로미터 왕복 6차선 해저터널 시공에 참가한다. 2018년에는 15. 8미터 지름의 제품을 내놓으려고 노력한다. 이 속도로 나아가면 세계 최대 기록돌파도 시간문제다.
단순히 지름만 따지면 2015년 9월에 상하이(上海, 상해)에서 생산된 15. 76미터 지름 굴착기가 있으나, 그건 독일 회사가 주도하여 만든 것으로 국산이라 평하기 어려우니, 정저우에서 생산되는 완전 국산이 중요한 의의를 갖는 것이다.
철도, 도로, 수리건설, 지하철, 해저터널 등 인프라 건설이 활발하게 벌어지는 중국이라 쉴드 굴착기 수요가 전 세계의 60%이상을 차지하는데, 이 시장에서 국산제품이 60% 점유률을 기록했다는 건 전 세계 시장의 36%이상을 차지했다는 말이다. 쉴드 굴착기 핵심기술은 중국이 이미 장악했고 굴진로봇연구를 시작하여 중국산 쉴드 굴착기의 지능화가 다음 단계 목표란다. 이제 중국의 쉴드 굴착기 기준을 제정하고 제조대국으로부터 제조강국으로 나아가게 된단다. 이러한 종합능력을 가진 중국이 국내에서만 맴돌 리가 없으니 외국에도 진출했다.
♦ 중국이 외국과의 교류에서 느낀 것들
2017년 7월에 영국의 348킬로미터 고속철도 2호선(HS2)의 키로당 건설원가가 3억 파운드(한화 약 1400억원 상당)로서 중국의 20배라는 보도가 나와 영국 네티즌들이 한탄했었다. 중국은 예전에 인건비가 싸서 가격경쟁에서 유리했는데, 이제는 장비의 국산화로 장비구매 및 사용원가도 싸기에(쉴드 굴착기의 경우 외국제보다 2000만 위안 정도 싼 건 기본이고, 종합비용은 1억 위안 줄일 수 있단다) 국내에서도 국제에서도 경쟁우세가 늘어났다.
외국에서 중국은 시공능력을 과시하는 한편 외국인들에게서 배우기도 한다. 2017년 10월 30일, 1250킬로미터 길이의 알제리 북방 간선철도에서 난제로 나섰던 14. 68킬로미터 길이 간타스 터널이 개통되었다. 북아프리카에서 제일 긴 이 터널은 지질조건이 복잡하여 “지질기사의 재난”이라고 불렸고 그 때문에 공사가 지연되었다가 중국철건고분유한공사(中国铁建股份有限公司, 중국철도건설 주식회사)가 6년 반 품을 들여 난제를 해결했다.
7년 가까이 중국기준과 유럽 기준이 터널건설의 최대 쟁론거리였다 한다. 중국회사 부총경리 왕찡쑹(王劲松, 왕경송)은 간타스 터넬의 시범의의는 중국회사가 완전히 유럽 기준체계의 요구에 따라 엄격한 유럽기준 체계 아래에서 생존, 발전할 수 있고 또한 세계에 중국이 간단한 시공만이 아니라 복잡한 공사의 설계에도 참여할 능력이 있음을 알려줬다(中国公司完全可以适应欧标体系的要求,在严格的欧标体系下生存、发展,也同时告诉世界,中国是有能力参与复杂工程的设计,并不只是简单的施工)는데 있다고 말했다.
원래 중국은 낙찰된 후 시공만 책임지게 되었고, 설계는 영국과 프랑스를 잇는 해저터널을 설계했던 프랑스회사가 맡았다. 헌데 2013년 9월에 출구 900미터 지점에 이르렀을 때 이회암이 변형을 일으켜 부딪쳐 아치형 틀이 단열되고 콘크리트가 떨어지는 현상이 생겨났다. 원래 설계방안을 쓸 수 없게 되고 프랑스 회사사람들은 속수무책으로 “기사의 재난”을 운운했다. 독일 설계회사가 내놓은 해결책도 신통치 않았다. 그보다 앞서 일본 모 회사도 알제리 고속도로 건설에서 그런 지질조건을 만나 붕락사고가 생겼고 나중에는 고속도로가 에돌아가게 됐다 한다. 중국의 철도건설 전문가들은 터널뚫기 경험에 비추어 중국 국내에서 암석성분특징을 분석, 국내 전문가와 유럽 유명회사들에 자문한 다음 새로운 시공방안을 제기했는데 업주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프랑스 회사의 검증과 인정을 받지 못했고, 업주 측은 원가가 높아질까봐 걱정했던 것이다. 1년 반 시공이 중지되었다가 중국 회사가 자체의 방안으로 자비를 들여 30미터 시험삼아 건설한 다음 변형문제가 통제됨을 발견했으나 남들을 설득시키기 어려웠다. 끊임없는 소통을 거쳐 중국 회사가 유럽의 품질통제방법에 적응하고 유럽의 관용방법을 보다 많이 받아들였으며, 감독 측도 중국 회사의 품질문제처리방법을 인정하여 상호 신임이 이뤄졌으므로 후기에는 문제해결이 훨씬 쉬워져 시간을 줄이고 속도를 높였다 한다. 기준차이가 중국 회사들의 외국시공에서 늘 문제를 일으키고 엄격한 유럽기준 때문에 참패한 중국 기업들도 많다는데, 왕찡쑹은 이렇게 이야기했다.
“기준수출이 어디 쉬운가. 인프라건설을 예로 하면, 한 방면으로 이론체계가 다르다. 중국은 구소련의 이론체계를 이어받아 쓰는데, 중국의 고효율 건설 모식에서 대량의 표준도첩을 제정하여 강제로 보급하면서 안전성 및 통용성을 강조한다. 그러나 설계사는 불리한 상황들에 부딪치면 원리를 연구하지 않고 직접 표준도첩을 골라 쓰면서 그렇게 하면 된다는 걸 알 뿐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는 모르다나니 기층설계사의 원리장악과 과정설계능력이 제한되어 상세한 계산서 앞에서 흔히 속수무책이다. 유럽과 아메리카 나라들은 세밀화와 개성화 설계를 보다 중시하면서 원리 및 과정 논증을 강조하기에 통용표준도첩은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배수로를 예로 들면 국내에서는 보통 수문계산에 근거하여 몇 가지 직경의 제정된 표준도를 고르면 되는데, 유럽기준체계에서는 배수로마다 구조계산 및 기초지지력논증 등 전반 과정 설계를 진행해야 한다.
이 터널을 예로 삼으면, 우리는 경험으로 이렇게 설계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을 안다. 허나 방안을 프랑스 회사에 보내니 상대방은 왜서 이렇게 하느냐, 어떻게 이런 결과를 계산해냈느냐를 물었고 우리는 대답할 방법이 없었다. 나중에 제3자 회사를 찾아 우리의 방안을 그들 유럽 기준 언어로 바꾸어서야 프랑스 회사가 마지못해 인정했다. 이것도 이 공사가 1년 반 끈 원인이다. 물론 기준 배후에는 정치, 경제 역량의 각축도 있다. 필경 기준을 통제하면 언어권을 틀어쥐었음을 의미하니까.(输出标准谈何容易,以基建为例,一方面是理论体系不一样,中国沿用的是前苏联的理论体系,在中国高效建设模式下,制定了大量的标准图集并强制进行推广,强调安全性及通用性,但设计师考虑不利工况组合后不研究原理而直接选用标准图集,知其然不知其所以然,制约了基层设计师的原理掌握和过程设计能力,在详细的计算书面前往往束手无策,欧美国家更注重于精细化和个性化设计,强调原理及过程论证,通用标准图集一般不被接受。以涵洞为例,国内一般根据水文计算选择几种孔径制定标准图;但欧标体系下每座涵洞均须进行结构计算及地基承载力论证等全过程设计。
“就以这次隧道为例,我们的经验告诉自己,这样子设计可以解决问题,但把方案报到法国公司那时,他就要问为什么这样做,你是怎么计算出这个结果,我们没办法回答,最后找了一家第三方公司,把我们的方案换成他们欧洲标准的语言,法国公司才勉强认同,这也是这个工程一度拖了一年半的原因,当然标准背后的争论是政治经济力量的角逐,毕竟控制了标准意味着控制了话语权。)”
♦ 반도에 시사해주는 바
중국 회사들의 경력과 감수는 반도에 시사해주는 바가 많다. 소련식 체계는 시공과 난제해결의 속도를 높이는 장점으로 사람들이 풍부한 경험을 쌓게 하여 난제들을 잘 풀어나가게 만든다. 조선(북한)의 건설이론과 기술은 구소련유학파들이 배워온데 기초하여 발전시켰으므로 난제해결에서는 기발한 착상과 얻기 쉬운 자재가 큰 역할을 한다. 조선사람들이 기준을 따지면서 전면적인 계산을 요구하는 유럽식 인물들과 부딪치면 쌍방이 서로 얼마나 답답하겠는가?
한국은 서방이론과 기술을 인입했으나 나름 “하면 된다”식의 전통을 만들었기에 만약 남과 북이 함께 무슨 공사를 벌린다면 통하는 면이 있겠다만, 기준의 제정부터 장비의 사용, 인간의 활동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문제에서 서로 이해하고 적응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한국에서는 조선의 건설자와 건설능력에 대해 두 가지 극단의 평가가 병존한다. 하나는 조선의 장비가 형편 없어서 사람들이 맨 손으로 일하는데 효율이 낮고 공사질도 떨어진다는 것이고, 하나는 조선이 세계 최고 장비를 갖고 굉장한 능력을 가졌다는 것. 특히 땅굴 뚫기로서 스위스에서 수입한 최고장비가 있고 인간들도 세계 최고여서 마음먹은 대로 얼마든지 굴을 뚫는다는 신화 같은 설이 제법 시장을 갖는다. 서울 밑에까지는 물론 반도 남쪽 끝에까지 “북한 땅굴”이 뻗어있고 청와대 바로 밑에 “북한 장갑군단”이 배치되었다고 강력히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조선의 건설능력, 특히 땅굴 뚫기 능력과 성과가 어떠한지 필자야 알 수 없다만, 그런 놀라운 능력을 가졌다면 평화목적에 쓰일 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고대한다. <저작권자 ⓒ 자주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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