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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일침427]스티븐 호킹을 그저 우러르기보다는

중국시민 | 기사입력 2018/03/15 [12:27]

[정문일침427]스티븐 호킹을 그저 우러르기보다는

중국시민 | 입력 : 2018/03/15 [12:27]

 

▲ 스티븐 호킹 박사가 2018년 3월 14일 별세했다는 소식이 보도되었다.     

 

중국에서 2월 14일은 “칭런졔(情人节연인절)”이라는 이름으로 많은 사람들이 즐기지만, 3월 14일 이른바 화이트데이는 명절로 되지 못했다. 단 원주율과 같다 하여 10여 년 전부터 일부 언론들이 “π날”이라면서 과학지식들을 보급했다. 

 

금년에도 3월 14일 아침에는 원주율과 관계되는 내용들이 뜨더니, 오전에 급작스레 영국 과학자 스티븐 호킹의 서거 소식이 전해지더니 기사제조기로 되었다. 아인슈타인이 태어난 날에 호킹이 떠났다고 우연한 일치를 지적하면서 아쉬워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호킹이 50여 년이나 병마에 시달리면서 살아온 자체만 해도 기적인데 아인슈타인과 마찬가지로 76살에 세상 뜬 것 또한 기묘한 일치다. 

이후의 3월 14일은 20세기 전반과 후반에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과학자들과 연관되어 기념활동은 물론 뭔가 팔아먹으려는 상업활동도 늘어날 것 같다. 

 

아인슈타인과 호킹의 저서, 전기, 및 그들을 연구한 서적들과 글들을 필자가 꽤나 보았으니 인생의 상당 부분을 그들과 함께 보냈다고 할 수 있다. 함께 살면서도 별 영향을 받지 않는 인간들이 있나 하면 본 적 없어도 인생관, 세계관과 언행방식에서 많이 배운 사람들도 있다. 아인슈타인과 호킹은 물론 뒤부류에 속한다. 

과학자로서의 아인슈타인과 호킹에 대해서는 필자가 우러러볼 자격 밖에 없다. 단 사회인으로서의 두 사람에 대해서는 나름 생각이 좀 있다. 

 

▲ 이스라엘 화폐 속의 아인슈타인 

 

아인슈타인은 유태인 국가의 탄생을 반겼고 이스라엘 정치인들이 자신을 대통령으로 모시려 할 때 이스라엘을 위해 한 일이 없다면서 사양했다. 이스라엘은 대통령이 상징적인 국가수반일 따름이기는 하지만, 그런 직위라도 거절할 만한 사람들이 많지 않기에 아인슈타인의 사양은 위대한 겸손으로 그려졌다. 물론 그의 사양에 대해 이러저런 해석들도 많고 혹자는 아인슈타인이 이스라엘의 대통령으로 됐더라면 이스라엘이 좀 더 달라지지 않았겠는가고 아쉬워한다. 

 

유럽에서의 유태인 박해역사를 잘 알고 본인이 유태인 출신 때문에 독일에서 밀려난 아인슈타인으로서는 1940년대 말~ 1950년대 초반에 이스라엘을 지지한 게 당연한 선택이다. 아인슈타인 사후에 이스라엘이 세인들의 미움깨를 많이 사는 행위들을 많이 했고 지금 와서 이스라엘의 이미지가 상당히 복잡해졌는데, 아인슈타인으로서는 보지 않은 게 행운일지도 모른다. 원자무기의 연구와 제작을 미국 대통령 루즈벨트에게 제의했던 처사를 1945년 원폭 뒤에 뉘우쳤던 것보다 더 심한 후회를 할 필요가 없었으니 말이다. 

 

호킹은 만년에 지구와 인류의 앞날을 무척 비관했다. 인류가 머지 않은 날에 외계로 이민하지 않으면 안 된다, 외계인들이 지구에 와서 식민지를 만들 수 있다 등등 예언을 거듭 했고 많은 언론들이 그 주장을 날랐다. 

물론 지구가 영원할 리 없으니까 언젠가는 망하고 인간들이 다른 별로 날아가 살아야 할 때도 있을 것이다. 단 그런 날이 호킹의 우려처럼 빨리 다가오겠는지 의심스럽고 또 수십 억 인간이 모두 외계로 갈 기술이 만들어지는 게 지금으로서는 불가능해보이는데 어떻게 이민할 인간들을 선택하고 떠나보내겠는지도 의문이다. 이런 건 순전한 과학기술문제지만, 호킹의 식민지 걱정은 과학을 떠난 문제로서 필자는 불만이 많았다. 

 

호킹으로서는 지구와 인류의 멸망도 외계인의 식민도 보지 않고 간 게 행운일지도 모른다. 백인으로서 호킹이 배운 건 백인들이 아메리카를 “발견”한 뒤 인디안인들을 몰아내면서 주인 노릇을 한 것과 아프리카의 거의 전부, 아시아의 상당부분을 식민지로 만들어 착취하고 약탈한 역사이다. 아니, 1942년 생인 그로서는 그저 역사가 아니라 청년시절까지 보고 듣고 느낀 현실이었다. 하기에 그는 인류보다 훨씬 과학기술이 앞선 외계인들이 지구에 오면 인류를 노예로 삼고 지구를 식민지로 만들리라는 공포를 느끼는 게 자연스러웠다. 허나 백인중심 역사를 벗어나서 보다 다양한 시각으로 세계의 역사와 현실을 보면 민족들과 국가들의 만남이 항상 식민지를 낳은 게 아니었고 화해, 융합, 공생, 발전의 실레들이 아주 많다. 

 

외계인이 백인식 사유를 가졌다면 혹시 지구를 식민지로 만들지도 모른다만, 아세아식 문화를 가졌다면(유럽에서 수백 년 동안 아세아는 낙후의 대명사로서 뭐나 좋은 게 없었다만) 결과가 다를 가능성이 크다. 외계인의 과학기술이 정말 굉장히 발전했다면 정치지혜도 상당히 높아야 이치에 닿는다. 

 

아인슈타인과 호킹은 굉장한 성과를 내놓았고 극적인 인생을 살았으므로 생전에는 물론 사후에도 많은 사람들이 거들고 연구하고 씹는다. 최근에만 해도 아인슈타인의 편지 경매와 더불어 그 역시 “미투”였다는 따위 해석(?)들이 나오지 않았는가. 휄체어에 앉아서도 바람을 써서 이혼, 재혼한 호킹에게도 던져질 오물들이 엄청 많으리라 짐작되는데, 과학자로서의 두 사람과 자연인으로서의 두 사람, 사회인으로서의 두 사람을 갈라놓고 보는 게 올바른 처사겠다. 

 

또한 단순이 별이 우주로 떠나갔다는 식으로 감상적인 평에 그치기보다는 위대한 과학자들의 지식구조, 세계관 등의 부족점도 정확히 파악하여, 그들이 저지른 부류의 오류를 피하개는 게 현명한 처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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