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정부청사, 국회, 방송국, 대학교, 광화문광장. 위장망을 한 탱크와 장갑차가 곳곳에 버티고 있다. 완전무장한 군인들이 시내 요소를 지킨다. 방송은 정부 발표만 보도하고 신문에 비판 기사는 없다. 기자는 기사검열을 받으러 계엄사를 찾아간다. 12시면 사이렌이 울린다. 통행금지다. 강남·홍대 앞 청춘의 거리는 침묵이다.
계엄령이 내린 서울거리를 상상해 보자. 박정희 정권, 전두환 정권. 그 때가 다시 온다면 어떻게 살 것인가. 5·18 광주항쟁이 다시 오는가. 맨주먹으로 총칼에 대항해 죽겠는가.
계엄은 바로 눈앞에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친다. 우리가 군정이라는 무서운 세상에서 다시 산다고 상상해 보자. 촛불집회 당시 기무사령부가 검토 작성한 계엄령 검토 문건은 국민을 전율케 한다.
기무사는 박근혜 탄핵이 기각되는 것을 기정사실화 했다. 국민들이 절대로 가만있지 않으리라고 단정했다. 국민들이 궐기할 것이다. 위수령을 발령한다. 경찰과 충돌이 생긴다. 충돌 정도는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다. 위수령은 시작이다. 바로 계엄으로 직행이다.
청와대, 광화문, 여의도 등 서울 주요지역에 탱크 200대, 장갑차 550대, 무장병력 4천800명, 특전사 1천400명을 투입하는 계획이 수립했다. 의사당 정문을 탱크가 지키는 광경은 과거 계엄 때 목격했을 것이다. 계엄준비를 자유한국당은 당연한 위기 대비책이라고 한다. 점잖은 표현이다.
김영우 “이런 대비책도 없다면 그게 군인가”
김태흠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지 않는 것은 군의 직무유기다”
유사시 계엄대비를 왜 기무사가 하는가. 계엄은 국방부의 합참이 하도록 법에 규정되어 있다. 기무사가 계획을 수립했다는 사실은 바로 계엄령에 이어 군정으로 직행하는 가장 빠른 길을 마련했다는 것과 같다.
기무사는 군부 안에 보안, 방첩, 범죄 수사를 목적으로 하는 국방부의 직할 수사정보기관이다. 그러나 이들은 박정희 군사독재 정권을 지키는 도구로서 악명을 떨쳐왔다. 기무사는 2008년부터 1년에 200억의 특활비를 썼다. 그들이 박근혜에게 충성을 다 하기 위해 계엄을 준비한 것이다.
기무사의 전신인 국군보안사는 5·18 유족 간에 분열을 조장하고 민심을 왜곡하기 위해 치밀한 공작을 벌였다. 세월호 미수습자의 수장까지 건의했다. 박근혜의 눈물 호소도 건의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엔 ‘광우병 소고기 파동’으로 곤경에 처한 청와대에 ‘댓글 여론공작’을 기획·제안했고, 댓글부대도 별도 운영했다. 세월호 참사 뒤에는 기무사 부대원 60명으로 테스크포스(TF)를 조직해 유가족들을 사찰한 사실도 드러났다. 속속 드러나는 기무사의 계획은 무섭다.
그동안 감시와 견제를 받지 않은 기무사에 대해 강도 높은 수사를 해야 한다는 소리가 높았다. 기무사 개혁 TF가 출범했다. 그런데 TF 위원이 바로 기무사의 계엄령 검토 문건을 만든 장본인이라니 이런 기막힌 일이 있는가. 고양이에게 생선 가게를 맡긴다지만 정도 문제다.
기무사, 이제는 가라
“문 대통령은 촛불집회 당시 국군기무사령부가 계엄령 검토 문건을 작성한 것과 관련해, 독립수사단을 구성해 신속하고 공정하게 수사할 것을 송영무 국방부 장관에게 지시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의 브리핑이다.
김 대변인은 독립수사단이 “국방부 장관의 수사지휘를 받지 않고 독립적이고 독자적으로 수사를 진행하게 된다”고 했다.
실제로 김 대변인은 독립수사단 구성을 지시한 배경으로 “이번 사건에 전·현직 국방부 관계자들이 광범위하게 관련돼 있을 가능성”과 함께 “현 기무사령관이 계엄령 검토 문건을 보고한 이후에도 수사가 진척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순방 중에 긴급지시를 내린 것에 대해선 “(청와대 참모진들이) 사안이 갖고 있는 위중한 심각성과 폭발력 등의 의견을 인도 현지에 있는 대통령께 보고를 드렸다”며 “(대통령이) 순방을 모두 마친 뒤에 돌아와 지시하면 지체된다고 판단한 듯하다”고 설명했다.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대통령의 지시가 없었으면 가만있으려고 했는가. 대통령은 해외 순방이라는 바쁜 일정에도 특별지시를 했다. 시키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 고질적인 병폐가 있다. 가만있으면 중간은 간다는 무사안일주의다. 대통령의 지시가 떨어지자 부랴 부랴 뛰기 시작했다.
기무사의 계엄준비 문건을 전문가들은 ‘예비내란음모’로 규정했다. 과연 기무사의 계획은 그들만의 계획인가. 이 어마어마한 계획을 명령을 생명으로 하는 군부조직인 기무사에서 단독으로 수립한 것인가. 계엄령은 대통령이 명령하게 되어 있다. 그 과정에 국방부 장관이 있다.
이 모든 것을 확실하게 밝혀야 한다. 기무사 계엄령 계획 조사는 공군검찰이 담당하도록 했다. 왜인가. 잡음과 오해와 만약을 위해서다. 한국 사회의 고질적 적폐인 끼리끼리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국민들이 너무나 잘 알 것이다. 또한 이번 기무사의 엄청난 계획을 정부가 얼마나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느냐를 알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것에는 ‘적폐청산’이 있다. 그리고 적폐청산을 방해하려는 세력들이 도처에서 준동하고 있다. 그들은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정부 도처에 안주한 적폐세력, 정보기구도 다를 바 없다. 어떤 의미에서 문재인 정부는 개혁과 한반도의 평화라는 거대한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 적폐세력이라는 막강한 세력과 싸우고 있다.
군부독재 시절부터 이어져 내려온 부패 세력은 6·13 지방선거라는 국민의 응징에도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 거기에다 이들과 손잡은 일부 언론도 극복해야 할 대상이다. 그러나 반드시 이루어 내야 한다. 실패하면 희망이 없다.
불공정 언론적패 척결은 국민의 몫
어느 사회에서든지 적폐는 있고 적폐는 반드시 청산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한국 사회에 켜켜이 쌓여있는 적폐는 촛불혁명으로 집권한 문재인 정부의 제1 청산 과제이자 목표였다. 적폐세력의 저항은 완강하고 치열했다. 기무사의 계엄령 계획도 따지고 보면 군사독재 적폐세력이 과거로 회귀하려는 내란음모와 다름이 없다. 어떤 저항이 있어도 척결해야 한다.
국정원 출신인 김병기 의원이 국정원에 갑질을 했다는 한겨레의 보도가 논란이다. 과연 갑질인가. 분명히 밝혀져야 한다. 한 가지 문제가 있다. 한겨레 보도에 의하면 김병기 의원의 아들은 2014년 국정원 채용시험에 응시했다가 낙방했다. 최종심인 신원조회에 걸린 것이다. 기무사 장교가 신원조회에 걸렸다. 그리고 2017년 3월에는 합격이 됐다.
신원조회란 과거를 조사하는 것이다. 2014년에는 걸리고 2017년에는 안 걸렸다. 왔다 갔다 하는 신원조회인가. 이 사실을 명백히 밝히자는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말이 있다.
“부산에서 콩이면 광주에서도 콩이고, 광주에서 팥이면 부산에서도 팥이다”
2014년에는 문제가 된 신원조회가 2017년에는 문제가 없는가. 진실을 알자는 것이 내로남불인가. 그는 자신의 갑질이 확인될 경우 법적 처벌은 물론 의원직도 사퇴하겠다고 했다.
국정원 인사처장이던 김 의원은 이명박 정권 시절 해직됐다. 해직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고 승소했다. 당시 국정원에서는 왜 그가 해직됐는지 모두 알고 있었다. 김 의원은 현재 민주당 정보위 간사이자 개혁세력으로 평가된다. 국정원은 정보위 소관이다. 국정원은 김 의원의 정보위 배치를 환영할까.
한겨레 보도에 의하면 민주당 내에서 김 의원의 정보위원회 배정을 배제해야 한다는 논의가 있었다고 한다. 근거가 무엇인가. 이런 무책임한 보도도 있는가. 공정해야 한다. 가장 공정하다는 한겨레다.
적폐세력은 어느 누구든 척결해야 한다. 기무사든 국정원이든 같다. 언론 역시 마찬가지다. 국민이 눈 크게 뜨고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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