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6일 이탈리아 코로나19 확진자가 778명 늘어 합계 4,636명에 이르고 사망자 수가 49명 늘어난 197명에 이르렀다. 한국 언론들은 곧 이탈리아 코로나19 치사율이 4. 2%로 중국에서의 치사율을 넘겼다고 아우성(?)쳤다. 그런데 내막을 아는 사람들에게는 그와 같은 치사율의 차이가 전혀 새롭지 않다. 며칠 전부터 이탈리아는 경증환자들을 빼고 확진자 수를 집계했으니까 중증환자들이 절대다수라 사망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 이탈리아의 집계기준개정에는 내외의 불안과 공황 그리고 이탈리아 공포증을 피하려는 목적이 깔려있을 텐데, 이제는 집계 치사율이 높아지는 바람에 오히려 새로운 불안과 공황이 생겨날 판이다.
정문일침 628편 “코로나19 대응의 타산지석”(https://www.jajusibo.com/49382)에서 필자는 중국에서의 낮은 치사율에 숨겨진 함정을 지적했었다. 전국의 의료자원을 집중하여 치료했기에 사망자가 줄었다는 것. 3월 4일 한 전문가는 중국 중앙TV와의 대담에서 어느 위중환자의 치료사례를 들면서 300만 위안(한화 5억 원을 웃돔) 들였다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한국에서 “가벼움 환자”라고 표현하는 경증 환자들의 격리와 치료에 쓰이는 비용과 의료자원도 엄청나다. 갖은 수단을 동원했기에 경증환자들이 중증, 위중증으로 변하는 경우가 줄어들었고 후베이성 이외의 지역들에서는 치사율이 1% 미만이었고 이제 와서는 거의 90% 이상의 치유율을 기록한다.
미국 시간 3월 5일에 대통령 트럼프는 폭스뉴스와의 대담에서 WHO가 공포한 코로나19의 공포된 치사율 3.2%를 믿을 수 없다면서 자기 육감으로는 1% 미만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중국의 후베이성 이외 지역 사망률 데이터를 보았는지 아니면 정말 순전히 육감으로 판단했는지는 그 자신만이 알 수 있겠다만, 그의 주장이 커다란 파문을 일으키고 역효과를 낸 건 분명하다. 미국이 공포한 확진자는 200명 정도인데 사망자는 10여 명으로 치사율이 너무 높고 10여 명 사망자를 1% 치사율에 따라 역 계산하면 미국에 코로나19 환자가 천 명 넘겼다는 결론이 나온다. 너무 잘 아는척 하는 트럼프 때문에 미국 집계 수자 신뢰도가 떨어지게 된 것이다.
산술적 계산으로는 무시무시한 결과를 얻기 마련이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여 입항하지도 못하고 샌프란시스코 인근 해상에 정박하는 “그랜드 프린세스” 크루즈선에서 검사를 진행했더니 46명 중 21명이 양성판정을 받았다. 그 크루즈선에는 3천여 명이 탑승했다. 단순한 계산으로는 벌써 1,000명쯤 감염되었을 수 있다. 하긴 45명이 감염의심 대상자들이었으니까 다른 사람 중에서 확진자가 나올 비율이 낮을 수도 있으나, 무증상 감염자의 존재와 그보다 앞서 일본에서 큰 소동이 벌어진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크루즈 선의 무서운 감염률을 상기하면 미국에서의 공포 확산이 충분히 이해된다.
처음에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를 중심으로 병이 퍼질 때에는 중국 내의 일부 이슬람교도 네티즌들이 한족들을 비웃는 게시물들을 올렸다. 음식습관, 생활습관이 나빠서 그런 이상한 병에 걸린다는 식이었다. 하여 인터넷에서 다툼이 벌어졌고 어떤 이들은 메르스를 예로 삼아 반박했다. 고작 한 달쯤 지나 이란을 비롯한 중동 이슬람 국가들에서 대량 확산하는 바람에 이슬람 교도들이 음식습관, 생활습관과 종교 신앙 덕에 코로나19에 걸리지 않는다는 신화가 무참히 깨졌다. 요즘 중국 정부가 이란에 있는 교민들을 전세기로 철수하여 간쑤성 란저우시에 집단격리하는데, 300여 명 중 11명 확진자가 발견되었다는 보도가 나오자 어떤 사람은 이란에서 확진자가 벌써 10만 명을 넘겼으리라고 추측했다. 어떤 비례로 계산했는지 잘 이해되지 않는다. 6일 24시까지 그 300여 명 가운데서 확진자 17명이 더 발견되었다는데, 9% 발병률로 따진다면 8,000만을 넘기는 이란에서 수백만 감염자가 생겼다는 결과를 얻게 된다. 그 가능성 유무를 젖혀놓고 일단 그런 단순한 산술적 계산이 엄청난 공황을 자아내리라는 건 의심할 나위가 없다.
글쎄 더 심한 추산을 한 분도 있다. 한국 서울대학 병원의 최평균 교수는 2월 28일 최악의 상황에 코로나19 사태가 연말까지 지속되고 전국 40% 인구가 코로나19에 감염될 수 있다고 내다보았다. 2,000만 이상 감염자를 의미하기에 중국에 곧 알려졌는데, 약간 의외로 믿거나 당황해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었다. 어서 한국인 입국을 금지해야 한다는 댓글이 관련 기사들 밑에 복붙(복사해 붙이기)된 건 꽤나 있어도.
1월 말 우한시 봉쇄 초기 마스크와 방호복 부족은 한국 언론들이 즐겨 보도한 바였다. 생수통을 뒤집어쓰고 비말을 막는다는 사진 따위가 인기를 끌기도 했다. 3월 초 한국에서 “마스크 대란”이 일어났고 생수통 마스크는 등장하지 않았다만, 외부의 누군가 한국인들의 마스크 구매 줄서기 따위를 조소 거리로 삼으면 한국인들로서는 불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한편 방호복도 부족하여 일부 의료진들이 위에 비닐을 덧씌워 사용하는 사진들도 나왔는데, 그런 상황을 외부의 누군가 조롱한다면 한국인들이 어떤 기분이 들까?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할 때 중국은 마침 춘절(설)이 겹쳐 많은 기업과 노동자들이 휴식하는 바람에 물자들을 제대로 생산할 수 없었다. 하여 방호복과 마스크가 엄청나게 모자랐는데 2월 초순에 전국에서 후베이성으로 실어 가는 방호복이 하루 13만 벌로서 수요를 빠듯이 만족시킨다고 했다. 원래 해방군 군복을 생산하던 회사가 급작스레 방호복을 생산하기 시작하여 1일 생산량이 4~5만 벌로서 전국 생산량의 1/3을 차지한다는 보도가 나온 직후라 간단한 계산으로 당시 전국의 하루 생산량이 13.5만 벌 정도이다. 그러니까 전국의 생산물량을 몽땅 후베이성과 우한시에 들이민 셈이었다.
3월 6일 오후 우한시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후베이성에 내려간 중앙지도조 성원, 국무원 부비서장 딩샹양(丁向阳)은 코로나19 사태 발생 초기 전국의 방호복 일간 생산량이 고작 2만 벌이었는데 이제는 50여만 벌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한 달 남짓한 동안 우한시로 운반된 방호복은 560여만 벌로서 우한이나 후베이성 자체로는 절대로 보장할 수 없는 물량이란다. 우한시와 후베이성 다른 도시의 관계자들도 여러 기회에 전에는 방호복, 마스크, 장갑 등 방호물자들을 하루하루 조달해야 했으나 이제는 1주일 정도 여분을 갖고 있다고 말하여 상황의 호전을 증명했다.
딩샹양은 방호복 외에 N95 등 마스크 생산량 변화도 말했는데, 필자는 기억하지 못했다. 백성이 의료용 마스크를 쓸 필요는 없으니까. 단 마스크 생산량 변화에는 당연히 관심해왔으니 2월 초 전국 하루 생산량 2,000만 장으로부터 2월 말 3월 초 1.2억 만장으로 늘어났다는 것으로 하여 안도의 숨을 내쉬곤 한다. 집계 수자를 보고 믿는 게 아니라, 필자가 사는 고장에서도 공적 마스크가 공급되기 시작했으니까 실제로 느끼는 바가 있는 것이다. 아마 코로나19 감염자가 많으냐 적으냐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마스크 공급 여부와 공급배정량이 결정되는 모양이다. 한국의 1주일 2장보다는 많은 수자지만 그렇다고 방심할 수는 없어서 마스크에 1회용 받침을 받쳐서 아껴 쓰는 판이다.
역시 3월 6일 중국 정부는 마스크를 비롯한 의료자원 수출에 아무런 제동도 걸지 않았다고 관원이 말해 일부 네티즌들은 내가 아직 마스크를 사지 못했는데 왜 외국인들에게 주느냐는 항의 댓글들을 달았다. 그러나 중국의 절대다수 지방에서 코로나19가 퍼지지 않지만 세계 여러 나라에서는 확산 추세이니 마스크 수출이 옳다는 의견들도 많았다.
중국인들이 잘 참고 견디면서 코로나19 확산을 막고 마스크를 아껴 쓴 결과 구입이 비교적 자유로워진 것처럼 한국인들도 코로나19 진정세를 맞기를 바란다. 마스크나 방호복 생산량은 한국 정부가 손가락 한 번 튕기면 곧 늘어나는 게 아니지 않는가. <저작권자 ⓒ 자주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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