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에 일기를 쓰고나서 1월 하순부터 일기장에 써넣은 코로나19 사태 추이를 보다가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2월 23일의 내용 때문이었다.
《중국의 방역, 통제는 계속 효과를 보는 중. 후베이 외 지역들에서 신규 학진자는 고작 18명, 20개 성과 직할시에서 신규확진자 0명. 한국에서는 확진자 수가 600명을 돌파, 감염폭발.》
한국에서 20일에 100명 돌파, 21일에 200명, 22일에 400명 돌파했다가 23일에 600명을 돌파하니 가파른 장성속도에 놀라 그렇게 썼는데, 4월 초순이 반을 넘긴 시점에서 전 세계 확진자가 130만을 넘기고 세계적으로 하루에 수만 명씩 확진자가 느는 판이라 고작 총 수자 600여 명, 1일 증가량 200명 정도를 놓고 “감역폭발”을 운운한 게 가소롭지 않겠는가.
1월 말까지는 중국이 1만 1천 명을 웃돌면서 전 세계 확진자의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다른 나라들에서는 손으로 꼽을 정도의 환자들만 생겨나더니, 2월에는 한국, 이탈리아, 이란에서 감염자들이 늘어나면서 한국이 한때는 2위를 차지했다. 3월 말에는 미국, 이탈리아, 스페인이 앞자리들을 차지하고 중국이 4위로 내려가며 한국은 10위 안팎에 머물다가, 4월 8일 현재까지는 미국,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이 10만 클럽 성원이 되어 8. 2만 명 미만인 중국이 확진자 6위로 내려갔고 10,384명 한국은 17위로 내려갔다. 지금 여러 나라의 추세로 미뤄보면 이제 4월 말에는 중국이 10위 아래로, 한국이 30위 아래로 내려갈 가능성이 다분하다. 중국의 숫자가 거짓이라고 확진자와 사망자 수 뒤에 동그라미를 적어도 두어 개 붙여야 된다고 우기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네들이야 믿거나 말거나 중국 각지에서는 사람들이 차차 정상적인 생활을 회복하니 중국인들의 심리는 1월 하순~ 2월 말까지의 초조함, 불안함과 달리 느긋함이 특징이다.
오늘 점심에 식당에서 식사하는데 한족 여사장이 휴대폰을 들여다보다가 미국 확진자가 40만에 이르렀다고 놀란 소리를 냈다. 한 사람이 100 쯤에 이르면 몰라도 고작 40만에 놀라느냐고 핀잔 아닌 핀잔을 했다. 필자도 끼어들었다. 40만이란 숫자는 총 검사량이 300만 미만인 상황에서 나왔다, 미국 인구는 3억 수천 만이다, 환자들이 후베이성에 집중되었던 중국과 달리 지금 미국은 여러 주에 쫙 퍼졌는데 인구 비례로 계산 좀 해보라, 총확진자가 얼마 되겠는가... 여사장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속셈이 빠른 사람들이 대충 계산해도 4,000만 가량이란 숫자가 나오니 기막히지 않겠는가.
미국에서 감염폭발이 일어나기 전에는 조선(북한)을 도와주겠노라는 소리를 심심찮게 했고 일부 미국 전문가와 언론들은 조선 언론이 발표한 마스크 사진들이 어색하다면서 인민배우 김정화가 마스크를 쓰고 연기를 지도하는 사진이나 백두산 답사자들의 마스크 사진, 건설장 노동자들의 마스크 사진 등이 PS합성되었노라고 주장했다. 겨우 한 달쯤 지나가서 미국에서 마스크 절대 부족으로 정부가 이른바 “안면 가리개”제조와 착용을 권장하여 티셔츠로 얼굴을 감싸는 등 꼴이 세상에 널리 알려졌다. 이젠 누군가 조선의 사진들을 열심히 연구해서 합성조작설을 증명하더라도 미국인들이나 한국인들의 공감을 자아내기 어렵겠다. 또한 미국이 세계 각국에 도움을 요청하고 남의 물자를 가로채는 요즘에는 조선이 확진자 0명을 재확인해도 미국이 조선의 방역을 돕겠다는 희떠운 소리를 내더라도 누가 믿어주겠는가!
이처럼 인간의 인식과 심리는 객관현실의 변화에 따라 변한다. 미국 현지시간으로 3월 24일 항공모함 루스벨트 호에서 3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견되었음이 공개되고 며칠 후 25명으로 늘어났을 때에는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놀랐고 중국의 군사전문가 다이쉬(戴旭)는 “세계급 대문제”라면서 질문을 던졌다. 1월 말에 미국 항구를 떠난 루스벨트 호에는 중국인들이 올라갈 수가 없는데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어떻게 승선했는가? 숱한 중국 네티즌들이 퍼날랐고 중앙텔레비전방송의 아나운서도 방송에서 같은 질문을 했다.
루스벨트 호에 관해 글들을 썼던 필자가 미군이 감염이유로 베트남 다낭 항에 머물렀던 게 걸 거들어 베트남인들이 미국인들이 트윗에서 말싸움을 벌렸음을 간단히 소개한 적 있는데, 한국 언론들이 중점부각한 건 승조원들의 하선여부를 놓고 함장이 편지를 섰다가 경질된 등 미국 내부 충돌이다.
미 항공모함으로서 처음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루스벨트 호는 그처럼 많은 사람들 특히 중국인들의 주목을 끌었지만, 4월 8일 니미츠 호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와 전날의 루스벨트 호, 레이건 호, 칼 벤슨 호까지 도합 4척의 미 항공모함이 작전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되고 태평양에 전개할 항공모함이 없어 미 군사력에 커다란 공백이 생겼을 때에는 중국인들이 감염경로 질문을 던지는 게 아니라 느긋하게 비꼰다. 미 항공모함이 아직도 7척 있잖아, 코로나19가 그 배들이라고 빼놓겠나?
남북관계나 북미관계가 긴장할 때마다 미국이 즐겨 써왔고 한국 보수언론들이 찬미해마지 않은 게 미 항공모함 집단의 반도 수역 진입과 전개였다. 걸핏하면 북의 최고지도자가 벌벌 떤다는 표현도 나왔다. 이제는 누군가 미 항공모함 신화를 들먹였댔자 누구한테 먹혀들까? 중국인들과 조선인들이 미 항공모함들이 코로나19로 골탕 먹는 꼴을 느긋한 마음으로 구경한다면, 일부 한국인들은 무척 불안하겠다. 허나 아무리 태극기부대 등이 성조기를 휘둘러 댔자 바꿀 수 없는 게 코로나19 사태의 변화 추세이다. <저작권자 ⓒ 자주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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