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개성에 있는 남북연락사무소가 잿가루로 변했다.
동시에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관계 성과들도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한반도에는 불안과 긴장이 짙게 드리워졌다.
그런데 돌아보면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관계 정책은 진작 폭파됐다.
언제부터였을까?
가장 가깝게 잡자면 1년 8개월 전 미국의 ‘승인’ 팔찌를 몸에 장착한 때였다.
워킹그룹이라는 조선총독부의 통치를 순순히 따를 때 이미 남북관계의 기둥이 무너졌다.
이번 대북전단 살포는 그나마 남아있던 남북관계의 가능성마저 모조리 폭파시킨 격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 정권 들어서 30번이나 대북 전단 살포가 있었고, 4.27 판문점선언에서 ‘더 이상은 서로 뿌리지 말자’고 약속한 이후로도 15번이나 살포되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관계를 스스로 폭파시킨 것은 꽤 오래된 일이다.
게다가 이 중에 단 1차례 막았다는데 이명박근혜 시절에는 19차례나 막았다고 하니 두 숫자의 차이가 18이다.
열여덟, 읽다 보니 절로 욕이 된다.
한 국민으로서 배신감마저 느껴진다.
이것이 15만 평양시민 앞에서 민족을 외치던 대통령의 본모습이었나 싶어 어안이 벙벙하다.
네티즌들은 “우리가 약속 잘 지키고 북한이 어기는 줄 알아 왔는데 그 반대였다”, “충격이다”, “북한도 속고 나도 속았다. 그럼 나는 반정부친북좌경용공이적빨갱인가?”라며 성토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말하는 남북관계 발전은 입으로만 존재하고 정권 포장지로만 써먹는 것이었다.
거슬러 올라가 보면 임기 초반부터 내내 걱정이 되긴 했다.
모든 연설문에 ‘통일’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고 ‘평화’만 잔뜩 거론하는 것이 어째 고구마 목에 걸린 듯 답답했더랬다.
평화에도 ‘통일’평화가 있고 ‘분단’평화라는 게 있는 건데, 설마 후자를 얘기하는 건 아니겠지 하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다가 대통령 입에서 ‘통일’이라는 단어를 처음으로 듣게 되었으니 그 자리가 바로 역사적인 2018년 4월 27일이었다.
‘이제는 되었구나! 통일평화로 돌아섰구나’ 싶었는데 그 뒤에 또 ‘통일’이라는 글자는 사라졌다.
다시 등장한 것은 9월 19일 평양에서였다.
가슴을 쓸어내렸다.
15만 평양 시민들 앞에서 한 연설이니 이제 되겠구나 싶었다.
그러나 웬걸 ‘평화’라는 글자마저 ‘승인’이라는 늪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말았다.
비교적 미국과 가깝다는 정세현 전 통일 부장관조차 “미국에 맞설 용기”를 주문하고 “일단 밀고 나가야 한다”, “승인받다가는 아무것도 못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의 최근 모습들을 보면 ‘용기’가 없어서가 아니라 ‘스스로’ 걸어 들어 간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
분단과 평화는 결코 양립할 수 없다.
승인과 통일은 단 한 발짝도 함께 갈 수 없다.
자주를 다져놓은 그 위에 평화와 통일을 세워야만 든든하다.
승인 위에 쌓은 남북관계, 기만과 안일함 위에 세운 통일은 오늘과 같이 순식간에 무너지는 모래성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관계를 스스로 폭파한 셈이다.
그것도 오래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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