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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에서 온 편지] 실력으로 국민의 뜻을 받드는 진보운동을 해나가자

유선민 | 기사입력 2020/09/11 [17:44]

[감옥에서 온 편지] 실력으로 국민의 뜻을 받드는 진보운동을 해나가자

유선민 | 입력 : 2020/09/11 [17:44]

* 21대 총선에서 오세훈 미래통합당 후보 낙선운동을 했던 유선민 한국대학생진보연합 회원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현재 서울 동부구치소에 수감되었습니다.

감옥에서 온 편지에서는 구속된 학생이 보내오는 글을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권력이란 민심이라는 물 위에 뜬 배와 같다는 말이 있습니다. 배를 뒤집을 수도,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도 민심의 지지를 받는지 여부가 절대적이라는 것입니다. 국민의 요구와 부합하는 정책을 펼쳤을 때 국민은 정부를 신뢰하며 지지를 보냅니다. 그런 과정이 쌓여 믿음이 형성되고 이는 국정 운영에 위력적인 힘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이를 위해서는 실력이 필요합니다. 진짜 민심을 읽을 수 있는 실력, 민심을 정책화할 수 있는 실력, 그리고 이를 구체적인 현실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실력이 있어야 민심의 힘으로 국정 운영을 흔들림 없이 해나갈 수 있습니다. 실력이 없으면 국민들은 기대와 지지를 거둬버리며, 권력의 레임덕은 가속화됩니다. 권력을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권력을 통해 국민의 요구를 실현해 낼 수 있는 구체적인 정책과 실력을 갖추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노력해야 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우리나라 집값 문제의 심각성은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고 나서도 가만히 있는 집이 하루가 멀다고 억 소리 나게 올랐습니다. 서울의 아파트 전셋값은 60주 연속 상승하고 있습니다. 집이라는 것이 국민들의 생활공간이 되어야 하는데 우리나라 부동산은 투기시장이 되어 버린 지 오래이며, 부동산 거품으로 경제가 유지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부동산 정책이 발표되면 그 틈새를 파고들어 이익을 추구하는 투기 세력들 때문에 정작 정책의 혜택을 받아야 하는 서민들은 이중, 삼중의 고통을 받습니다. 우리나라 주택 공급률은 이미 100%를 훌쩍 넘었는데 여전히 내 집 마련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보다 더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부동산 재태크를 하는 사람들이 여러 채의 집을 가지고 집값 올리기에 혈안이 되어있는 상황에서 부동산을 잡고 집이 본연의 목적에 맞게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만반의 준비를 해 투기 세력들이 끼어들 틈을 주지 않고 전격적으로 단행해야 합니다. 내 집 마련이 인생의 목표가 되는 것이 아니라 국민 기본권으로서, 국민이라면 누구나 보장받을 수 있는 주택, 주거 공공제의 시대로 나아갈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런 근본적인 전환을 가져올 수 있는 부동산 대책과 결단을 마련한다면 국민들의 기대는 높아질 텐데 계속 발표되는 대책들에 우려와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 현재의 실정입니다. 투기는 억제하고, 강하게 규제하며 국민들의 주거권이 보장되는 그런 실질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부동산 문제가 해결될 수 있습니다.

 

남북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분단의 장기화로 인해 국민의 행복추구권은 보장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분단을 이용해 기득권을 유지한 세력들과 외세로 인해 한반도는 평화가 위협당하고 군사적 긴장과 전쟁위기 상황에 국민들이 불안에 떠는 일이 많았습니다. 4.27 판문점 선언과 9.19 평양 공동선언은 우리 국민들에게 종전과 평화협정의 새 시대, 남북 협력을 통한 교류와 민족경제 발전을 통해 통일 한반도에 대한 기대를 안겨주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기대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86%의 압도적인 지지율로 표출되었습니다. 민심이 평화, 번영, 통일의 새 시대에 있었지만 문재인 정부는 민심을 따르지 않고 미국의 승인 정책을 추종하며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렸습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가치를 계승한다고 했지만, 미국의 승인정책 안에서 냉전체제의 낡은 질서를 유지하며 이명박, 박근혜 정권과 궤를 같이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으니 국민들의 실망은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00년 6.15 공동선언 발표 이후 합의 사항을 이행해 나가는 과정에서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실행에 옮기면서 미국을 결국 설득시켰으며 개성공단, 철도연결 등을 현실화시켰습니다. 많은 국민은 평화번영, 통일의 청사진을 제시해준 김대중 정부의 통일정책을 지지했으며 국민들의 지지 속에 교류, 협력 사업은 꾸준히 지속될 수 있었습니다. 최근 문재인 정부가 남북교류 사업으로 물물교환 방식을 추진하려고 했으나 대북 제재에 걸려 시작도 전에 삐거덕대고 있고, 21세기 조선총독부와 같은 남북관계 발전의 걸림돌 한미워킹그룹에 대해서도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해체가 아닌 권한축소 등을 주한 미대사 해리스에게 제시하며 타협을 시도해보려 했으나 이마저도 미국은 절대 불가라며 승인정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심정은 얼마나 답답할까요. 예속의 족쇄를 끊어내고 민족자주의 입장에서 남북정상 합의들만 드팀없이 이행했다면 이를 방해하는 세력은 국민들의 엄호 속에 충분히 저지해 나갈 수 있었을 텐데 민심과 동떨어진 철학과 정책에 기반해 사태를 이 지경으로 만들었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최근 지지율 하락은 시사해주는 바가 많습니다. 확고한 국정철학과 정책, 실천 의지가 없으면 풍랑 위에 휘청거리는 배와 같을 수밖에 없습니다. 몇 번의 이벤트만으로 위기를 모면하려고 하면 금방 밑천이 드러날 수밖에 없습니다. 사랑하는 연인이 마음이 떠나가고 있는데 자신의 태도, 입장, 부족한 점에 대한 진지한 성찰 없이 보여주기 ‘쇼’로는 마음을 돌려세울 수 없습니다. 민심을 얻는 자 천하를 얻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국민 속에서, 국민들에 의거해서, 국민의 뜻을 따라 정책을 펼쳐 나갈 때 국민의 사랑을 받는 정치 세력이 될 수 있습니다. 여러 나라 대통령, 지도자들의 높은 지지율의 배경도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개혁과 진보를 바라는 국민들의 열망은 날로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현실화 시켜낼 수 있는 정치세력을 갈망하고 있습니다. 진보운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명확하며 국민의 마음에 꼭 드는 진보운동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실력을 키워야 합니다. 진보운동을 해나가고 있는 많은 정치 세력이 이를 제1의 사명으로 여기고 묵은 때를 벗겨내고 국민주권시대에 꼭 필요한 존재가 될 수 있도록 해봅시다. 진보운동의 최종 목표는 진보정권을 수립해 국민주권을 실현하는 것입니다. 진정으로 민심을 받들고 있는가. 국민을 향한 사랑의 마음으로 꽉 차 있는가. 국민에게 희망의 미래를 앞당겨 줄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는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합니다. 

 

▲ 지난 총선에서 오세훈 후보 낙선운동 했다는 이유로 구속되어 있는 유선민한국대학생진보연합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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