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이음이 월간 '민족과 통일' 1월호를 발간했습니다. 우리사회와 한반도 정세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검찰 개혁에 대한 올바른 관점을 위하여
들어가며
검찰 개혁이 지금 시대의 화두이다. 그 화두는 일단 윤석열 총장 징계로 가라앉는 듯하다. 하지만 징계에 대한 윤 총장 측의 소송과 공수처 구성 과정 등을 통해 검찰 개혁이 다시 주요 의제로 떠오를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검찰 개혁은 당연히 해야 한다고 하면서도 보는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로 이해되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서로 다른 이해를 통해 박근혜 탄핵 때 함께 촛불을 들었던 민주화운동세력이 사분오열되고 있다는 점이다. 적폐 정권을 퇴진시키고 진전하는 과정에서 그런 분열은 필연일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견해도 있을 수 있으나, 그런 상태로 과연 수구의 반동을 저지할 수 있는가? 나아가서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민족자주와 통일, 평등 세상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느냐 하는 점을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이런 전제하에서 작금의 검찰 개혁에 대한 몇 가지 대표적인 견해에 대해 살펴보고 올바른 관점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여기서 거론되는 관점은 물론 글쓴이가 임의로 구분한 것이고, 어느 하나의 관점보다 둘 이상의 관점이 혼재되어있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시민민주주의적 관점
검찰 개혁에서 가장 보편적인 견해는 시민민주주의적 관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특정 기관에 과도한 권력 집중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고, 이를 분산시키고 견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문재인 대통령의 검찰 개혁에 대한 생각은 이 관점에서 나온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것 자체에 대해 반대할 사람은 없다. 속마음은 어떨지 몰라도 겉으로는 수구까지도 찬성하고 있다.
이 관점의 문제는, 원론적으로 의미가 있지만, 검찰 개혁을 추진하는 세력과 그것을 방해하려는 세력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음으로 그야말로 원론에서 머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검찰 개혁의 귀결이 제도 개선으로 되어야 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추진하는 주체와 대상이 누구인지를 정확하게 설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개혁의 대상이 되는 세력의 방해로 잘못하면 좌초될 수도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검찰 개혁이 오랜 세월 동안 표류한 것도 바로 이런 점에서 정확한 이해와 합의가 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촛불 정부 수호의 관점
검찰 개혁을 촛불 정부 수호의 차원에서 바라보는 관점이 있다. 지금 검찰 개혁을 열렬히 지지하고 응원하는 시민사회 세력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이 관점을 지닌 사람들일 것이다. 이 관점에 일리는 있다. 실제 현재의 윤석열 검찰이 검찰 개혁을 저지하고 방해하려는 것을 넘어서서 이 정부를 흔들려고 하는 데까지 나아갔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것을 앉아서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고, 그렇기 때문에 윤석열 검찰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을 통해 촛불 정부를 수호하겠다는 것이 잘못되었다고만 볼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관점을 지닌 사람들은, 박근혜 탄핵을 위해 촛불을 들었던 사람들 중에서도 이 정부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거나 혹은 부정적인 견해를 지니는 사람들도 적지 않게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검찰 개혁을 현 정부에 대한 지지와 옹호로 무리하게 끌어들일 때 수구와 전선을 형성할 수 있는 광범한 사람들의 결집이 어렵게 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그러한 언행이 오히려 촛불 정부 수호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그것은 실제 지난 1년여 기간 동안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자유주의적 관점
촛불 정부 수호의 관점과 정반대에 서 있는 관점이고, 우리가 제일 경계해야 할 관점이다. 이 관점은 현 정부가 자신에 대한 사정의 칼날을 무디게 하거나 회피하기 위해 검찰 개혁이라는 명분으로 현재의 검찰을 무리하게 공격한다고 주장한다. 수구 야당이나 수구 언론의 관점이 명분상으로는 이와 유사한데 실제 진보라고 하는 사람들 속에서도 이런 주장을 한다.
자유주의는 역사적으로 볼 때 누구나 자유를 누릴 권리가 있다는 명분을 갖고 있지만, 그것이 그대로 실현되기 어려운 역관계가 있다는 것을 숨긴다. 지금 검찰 개혁도 마찬가지인데 검찰이 우리 사회에서 어떠한 조직인지를 망각한 채 갑자기 검찰이 개과천선해서 살아있는 권력을 위해 사정의 칼날을 들이대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물론 수구 야당이나 수구 언론은 착각하는 것이 아니라 현 정부를 무너뜨리기 위해 그런 주장을 하는 것인데, 진보라고 하는 사람 중에서도 현 정부를 비판하려는 의도가 너무 강한 나머지 이런 착각을 하는 것이다.
근본주의적 관점
검찰 개혁보다 소중한 문제들이 묻혀 버린다고 안타까워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게 있다. 예를 들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과 같은 노동문제들이 산적해 있는데 검찰 개혁 때문에 이러한 의제들이 묻혀 버린다는 것이다. 또 국가보안법 철폐나 분단 극복, 반미자주화를 위한 의제들이 많은데 검찰 개혁에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노동문제나 통일과 자주의 문제는 검찰 개혁과 선후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들은 그것대로 제기하고 싸워나가야 한다. 다만 검찰 개혁을 자유주의자 혹은 시민민주주의자들이나 하는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또 현 정부를 지지하고 옹호하는 사람들만의 일이라고 한정해서도 안 된다. 실제 검찰은 과거나 현재나, 또 지금 이 상태로 간다면 앞으로도 노동자들에게, 자주와 통일을 위해 싸우는 사람들에게 가장 적대적인 세력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역사적 관점
검찰 개혁을 이야기할 때 놓쳐서는 안 될 가장 중요한 관점은 바로 역사적 관점이라고 생각한다. 검찰은 일제 강점기와 군사독재 기간 동안 이 땅의 민주적이고 민족적인, 진보적인 사람들을 탄압하기 위해 복무해 왔다. 그 대가로 그들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러 왔고, 민초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 되었던 것이다. 사실 이들이 하는 짓들을 보면 현대판 탐관오리라는 소리를 들어도 싼 집단이다.
그런데 모든 국민이 검찰 개혁을 역사적 관점으로 볼 수는 없다는 한계가 있다. 더욱이 이 관점에 동의하는 사람들만으로 검찰 개혁이 이루어질 수도 없다. 그러기 때문에 꾸준히 이 관점을 설득해 나가되 수구 적폐가 아니라면 동의할 수 있는 관점으로 검찰 개혁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 그것은 검찰의 권력을 분산하고, 검찰의 독선에 대한 견제 장치를 마련하고, 검찰 내 하나회라 할 수 있는 정치 검찰 인맥을 청산하는 것이다.
맺으며
1987년 이후 문민정부인 김영삼 정부와 두 번의 민주정부를 거치면서 독재권력은 많이 약화되었다. 군도 정치군인들이 많이 제거되면서 이전과 같이 정치개입을 할 위험은 많이 줄었다. 정보기관 역시 이전 같지는 않다. 그런데 유독 검찰만이 오히려 힘을 키웠다. 이전부터 이들은 육법당이라고 하는 독재정당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여타 세력들이 약화되고 이명박근혜 정권이 이들을 활용하면서 더욱 힘이 세진 것이다.
민주화의 역사는 친외세 독재세력을 무장 해제시켜 가는 과정이었다고 볼 수 있다. 성과도 있었고 한계도 많이 있었다. 또한 결함과 오류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흔히들 말하듯 그놈이 그놈인 것은 아니고, 죽 쒀서 개 준 것도 아니다. 우리는 지금까지의 민주화 성과를 무로 돌리려고 하는 수구적폐세력의 난동을 막아야 하고,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온전한 민주화, 민족 자주, 분단 극복, 평등 세상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그 과정에서 이제 무력화시켜야 할 집단이 바로 검찰, 정확하게는 정치 검찰이다. 이들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이들이 독차지하고 있는 권력을 분산해야 하고, 이들의 핵심을 이루며 망동을 부리는 정치 검찰 인맥을 청산해야 하고, 그러한 것들을 제도화해서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위에서 말한 관점들의 장점을 모두 수렴할 수 있는 통합적 관점의 확립이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서는 박근혜 탄핵을 위해 촛불을 들었던 사람들의 단결이 어느 때보다 절실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저작권자 ⓒ 자주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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