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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촛불이 타올랐다..“집다운 집에 살고 싶다”

김영란 기자 | 기사입력 2021/10/30 [11:18]

다시 촛불이 타올랐다..“집다운 집에 살고 싶다”

김영란 기자 | 입력 : 2021/10/30 [11:18]

▲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에 분노한 집 없는 사람들이 10월 29일 촛불을 들며 다시 촛불 항쟁을 선포했다. [사진제공-전국민중행동(준)]  

 

▲ [사진제공-전국민중행동(준)]  


시민들은 2016년 10월 29일 ‘박근혜 퇴진’을 외치며 촛불항쟁을 시작했다.

 

그리고 5년이 흐른 2021년 10월 29일 보신각 앞에서 다시 촛불이 들렸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에 분노한 집 없는 사람들이 촛불을 들며 다시 촛불 항쟁을 선포했다. 

 

한국진보연대, 진보당, 민주노총, 전농, 한국청년연대, 대진연 등 69개 단체로 구성된 ‘무주택자 공동행동’이 이날 ‘제3차 무주택자 공동행동(이하 3차 공동행동)’을 진행했다.

 

3차 공동행동에는 반지하에 거주하는 청년, 신혼부부, LH 월세 세입자, 30대 여성 노동자 등이 발언에 나서 폭등한 집값과 전·월세난, 부동산 투기공화국에 대한 분노의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집이 더 이상 투기의 대상이 아니라 누릴 권리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종덕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사무총장은 여는 말에서 “나라다운 나라를 함께 만들자고 촛불을 들었지만, 무엇이 바뀌었냐. 촛불정부를 자임했던 문재인 정권에서 집값은 두 배로 폭등했고, 부자의 부동산세는 깎아주고, 임대사업자 ‘슈퍼 특혜’를 주고, 영끌 빚투로 온 나라가 부동산 투기공화국이 되었다”라며 강하게 규탄했다. 이어 “토지공개념을 도입해 주거 문제가 국민 모두의 기본권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은평구 무주택 시민인 김예원 씨는 “대장동에서 보듯이 대규모 택지개발을 통한 분양주택 신규 공급은 기득권들의 투기장이 될 뿐”이라며 “신규 공급보다 문턱을 낮춘 공공임대주택을 늘려야 한다”라고 말했다.

 

광진구의 반지하의 집에 사는 청년 김민경 씨는 “서울의 대학에 합격해 꿈을 안고 서울로 왔다. 그런데 현실은 고시원, 반지하, 원룸을 전전해야 했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로 인해 좁은 원룸에 갇혀 지내다 우울증까지 생겼다. 요즘은 과연 서울살이가 옳은 선택이었을까 한탄스러운 생각이 든다”라며 “행복주택은 방음이 안 되는 고작 5평짜리 원룸이지만 그마저도 당첨되기가 로또보다 어렵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이제는 정말 꿈이 돼버린 내 집 마련은 바라지도 않는다. 그냥 2년 후 이사 가는 집은 지상에 있는, 집다운 집이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라고 말했다. 

 

무주택 시민 최미숙 씨는 문재인 대통령의 전세대출 확대 방침이 서민을 위한 정책인 것처럼 포장했지만 사실은 갭투기만 조장하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전세대출을 해줄 테니 그 돈 빌려서 폭등한 전세금으로 내라는 것”이라며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 [사진제공-전국민중행동(준)]  


신혼부부인 전찬영 씨는 서울 상경 후 4년이 흐르고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처음 둥지를 틀었던 그 반지하에서 벗어나는 것만큼은 도저히 불가능했다. 제게 가정이 생기고 가족이 늘어나는 일은 정말 기쁜 일이지만, 저는 이제 걱정이 앞선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최근 입덧으로 고생하는 아내, 앞으로 태어날 아이가 앞으로도 이런 환경에서 또는 이와 비슷한 환경에서 계속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이 이제야 너무나 아프게 와 닿는다. 이제는 열심히 일하고, 돈을 모아서 집을 산다는 게 불가능해졌다는 것을 안다. 주식이든 코인이든, 영끌해서 갭투자를 하든, 뭔가 다른 방법을 시도하지 않으면 도태되는 시대”라고 현실태를 짚었다. 

 

서울 시민 정태훈 씨는 “싱글 침대와 빨래 건조대만으로 공간이 꽉 차는 원룸에서 그것도 법적으로는 주택도, 주거목적으로 지어진 건물도 아닌 상업시설 오피스텔에서 월세로 6년째 거주하고 있다”라며 “제 통장의 잔액은 차곡차곡 쌓이지만, 잔액 쌓이는 속도보다 집값이 올라가는 속도가 백배, 천배는 빠르다”라고 토로했다.

 

30대 여성 노동자인 이서영 씨는 “40대에도 내 집을 가질 것이라는 기대는 없다. 우리가 함께 싸워서 누구나 안정적으로 살 곳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들자”라고 외쳤다. 

 

무주택자 공동행동은 한국 사회 불평등의 핵심인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임대사업자 특혜 폐지 ▲부동산 보유세의 실질적 강화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 ▲전·월세 인하 등 세입자 권한 강화 ▲비농업인의 농지소유 금지 ▲재벌의 부동산 소유 제한’의 요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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