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우제
-황선
하늘이시여, 비를 내려 주소서
붉은 혓바닥 날름거리며 감히 하늘까지 범하려드는 무도한 화마를 잠 재워 주소서
세상 가장 더러운 가랑이들이 사지를 활짝 열고 누웠습니다 짓밟은 사연들 죽여 내던진 목숨들 어느 골짝에 매장시켜 두고 제 욕망에 겨워 날이면 날마다 차려지는 굿상 위로
벼락처럼 천둥처럼 내리쳐 오소서 백두대간 푸른 등줄기 곧추 세워 탐욕의 밥상 뒤집어 엎고 저들이 뽑아낸 눈물만큼 그만큼 울게 하소서
땅을 태우고 하늘을 넘보던 발칙한 화마 싹 밀어낸 폐허에 기적처럼 민들레 철쭉이 피면 그 땐 보드라운 봄비로 오소서
용하다, 잘 견뎠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새 희망의 삼천리 어루만져 주소서. <저작권자 ⓒ 자주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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