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원이가 그토록 바라던 자주통일의 새봄이 오는 날, 그 자리에도 신혜원은 있을 것이다. 봄이여 오라고, 내내 한 겨울만 살고 갔던 신혜원에게 우리가 기필코 새봄을 안겨주자. 이제 우리가 봄을 부르는 꽃이 되자.”
이혜진 ‘민들레’ 대표가 지난 20일 진행된 ‘민중의 바다에서 자주, 민주, 통일의 꽃을 피운 진보예술 운동가 고 신혜원 동지 1주기 추모제(이하 추모제)’에서 이처럼 강조했다. 민들레는 진보적 예술인들의 모임으로 신혜원 작가가 생의 마지막까지 활동했던 단체이다.
2021년 3월 22일 진보통일운동 예술가 신혜원 작가가 암 투병 중에 세상을 떠났다.
신혜원 작가는 그림으로 자주, 민주, 통일 운동에 헌신해왔다. 신혜원 작가는 홍익대학교 동양화과에 입학한 뒤에 학생운동을 하던 중 한총련 대의원으로 수배가 되기도 했으며 옥고를 치렀다.
신혜원 작가는 학생운동 이후에는 ‘그림공장’, ‘베란다항해’에서 활동하며 조국통일, 반미자주, 촛불항쟁, 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등을 주제로 한 수많은 그림을 창작했다.
2018년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서울 방문을 환영하는 전국 순회 예술공연 ‘꽃물결’ 활동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민들레’ 회원으로 투쟁의 현장에서도 늘 서 있었다.
신혜원 작가는 5년이라는 긴 시간 품을 들여 위안부 할머니들을 그린『들꽃의 노래(2015. 도서출판 일다)를 출간했다. 또한 본지에 진보적 활동가와 만나 대담을 나누는 ‘신혜원의 그려주는 인터뷰’를 연재하기도 했다.
신혜원 작가에 대해 많은 이들이 ‘늘 동지와 조직을 귀중히 여기면서 자기의 일을 무조건 해내는 동지, 민중이 있는 거리를 화폭으로 삼아 그림을 그린 동지’라고 기억하고 있다.
20일 진행된 추모제에서는 신혜원 작가 약력 소개, 추모시 낭송, 추모사, 추모공연, ‘제1회 신혜원 상’ 시상, 유족 인사가 있었다. 그리고 신혜원 작가를 기억하는 이들의 말과 신혜원 작가의 삶을 담은 영상이 각각 상영됐다.
아래는 추모제 영상으로 소개된 신혜원 작가를 기억하는 이들의 말이다.
“나에게 있어 혜원 누나는 잔잔한 밀림 같은 사람이었다. 누나는 언제나 말보다는 행동으로 실천으로 묵묵하게 보여주었다. 그런 모습이 어떤 충고나 명언보다 나에게 많은 울림으로 남아 있다.” - 김상민 홍익대 동문
“거리에서 수요집회에서 함께했던 시간 그리고 술집에서 함께했던 시간이 떠오른다. 또다시 거리에 서야 할 시간이 왔다. 단단하고 따뜻했던 혜원 씨가 그립고 고맙다.”- 김서경 평화의소녀상 작가
“혜원이가 만들어줬던 파도손의 로고가 지금도 현장에서 사용되고 있어서 고맙다. 장애자에게 커다란 힘이 되어줘서 얼마나 고마운지. 억압과 차별이 없는 자유로운 세상에 안식하길 바란다.”- 이정화 정신장애와 인권 파도손 대표
“신혜원은 늘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이다. 실천 현장에서나 어떤 행사나 모임이나 늘 당연히 어딘가에 늘 그 자리에 있는 사람. 그리고 동지들이 부를 때나 늦은 밤에 술 먹고 싶다거나 고민 상담을 할 때 늘 당연히 부르면 오고 늘 그 자리에 있던 사람이다.” – 최아람 민들레 회원
“혜원이가 대학교 동아리 패명이 새순이어서 그런지 대학 때 꽃다지의 노래 ‘강철 새잎’을 즐겨 불렀다. 한결같은 혜원이를 보니까 정말 그 노래 가사처럼 부드러운 만큼 강하고, 여린 만큼 우람한 친구였음을 깨달았다. 내 친구 신혜원은 언제나 나에게 강철 새순이다.” - 윤정훈 홍익대 동문
“같이 책을 읽고, 서로 읽은 책을 소개해주고 수요시위 같이 가고 그림 배우고 이럴 때마다 같이 얘기를 나누면 배우는 게 매우 많았다. 요즘에도 생각이 많이 난다. 좋은 사람이었고 열심히 산 사람이니까 지금 우리와 다른 곳에 있다 해도 열심히 잘살고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 박해란 그림수다 회원
“같은 병에 걸렸는데 혜원이는 죽고 나는 왜 살았을까. 혜원이는 소명을 다했고 아무런 소명을 다하지 못한 나는 살았구나. 혜원이에게 배운 것처럼 세상을 도우면서 잘살아 볼게. 고맙다.”- 김숙인 그림수다 회원
신혜원 작가와 미술운동 단체 그림공장에서 같이 활동했던 전진경 작가는 추모사를 통해 “운전하다가 어떤 공백의 시간에 혜원이 생각이 난다. 진심이었던 작가 신혜원을 함께 기억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김수형 한국대학생진보연합 상임대표는 추모사에서 “언제나 동지들을 진심으로 대하셨던 신혜원 선배. 신혜원 선배는 늘 웃으며 동지들의 이야기에 진심으로 귀 기울이고, 어려움을 겪는 후배가 있으면 한달음에 달려가 함께 눈물짓고 매일 격려하며 활동을 북돋아 주었다. 신혜원 선배의 삶은 늘 동지들에 대한 애정과 사랑으로 차 넘쳤다”라고 신혜원 작가를 떠올렸다.
이어 “후배들은 신혜원 선배가 남기고 가신 고귀한 동지애, 그리고 사랑과 웃음이 꽃피어나는 자주 통일된 세상을 향한 신념을 반드시 기억하겠다”라면서 “격동하는 지금 이 정세 속에서 우리는 새롭고도 엄중한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 어떤 난관도 곁에 있는 사랑하는 동지들과 어깨 걸고 맞받아 나아간다면 반드시 뚫어낼 수 있다는 믿음과 뜨거운 동지애이다. 한국대학생진보연합도 신혜원 선배가 평생 실천으로 보여주었던 자주, 민주, 통일을 향한 고귀한 뜻과 뜨거운 지향을 본받겠다. 한반도의 자주, 민주, 통일을 실현하는 데 앞장서는 대진연이 되겠다”라고 다짐했다.
‘제1회 신혜원 상’은 박민아 한국대학생진보연합 예술단 ‘빛나는 청춘’ 단원이 받았다.
‘신혜원 상’은 신혜원 작가 4대 정신인 ‘강직한 신념, 투철한 조직관, 왕성한 실천력, 높은 실력’을 따라 배우는 데서 모범을 보인 문예 일꾼에게 주는 상이다.
박민아 회원은 지난해 대전지역 노래패 활동 강화를 위해서 서울에서 대전으로 활동 지역을 옮기는 결심을 했다. 그리고 예술창작 활동, 실천 활동에서도 모범을 보였다고 한다.
추모제에서는 박민아 단원이 창작한 신혜원 작가 추모곡 ‘목련을 닮아’ 공연이 있었다.
박민아 단원은 “혜원 선배의 모습을 떠올리면 목련꽃이 생각난다. 포근한 목련꽃의 꽃잎들과 봄의 시작을 알리는 목련과 혜원 선배가 닮았다고 생각한다”라면서 창작 배경을 설명했다.
추모제에서는 노래패 ‘우리나라’의 ‘이 나무와 함께’, 대학생 율동패 ‘흥’의 ‘투쟁을 멈추지 않으리’ 등의 추모공연이 있었다.
또한 황선 평화이음 이사장의 추모시 ‘동행’의 낭송도 있었다.
마지막으로 조준규 씨가 유족 인사를 했다.
조준규 씨는 “오늘처럼 이렇게 당신이 사랑했던 동지들이 당신을 기리고 있고 나는 그 동지들과 함께하고 있어 든든하다. 세상 누구보다 앞장에서 투쟁하는 우리 동지들. 세상 누구보다 가슴 뜨겁게 적들과 싸우고 서로 사랑하는 동지들. 오늘 보니 당신이 딱 그 모습이었다. 당신이 몸과 마음을 바쳐 투쟁하던 그 길을 동지들과 함께 따라가겠다”라고 말했다.
추모제에 참석한 이들은 신혜원 작가의 4대 정신을 따라 배워 자주, 민주, 통일을 위한 투쟁에 전력을 다하겠다는 결심을 세우며 추모제를 마쳤다. 이날 추모제는 유튜브로도 생중계되었다.
한편, 신혜원 작가를 기억하는 이들은 신혜원 작가 추모집을 준비 중이다. 4월 말이나 5월 초에 출간할 예정이라고 한다. (책 제작 비용 후원계좌: 카카오뱅크 3333-14-5615026 이혜진)
추모제 전체 영상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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