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칼럼니스트 강미숙 씨가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방선거 후기를 올렸다.
강 씨는 “제 실력보다 넘치는 성적을 받으면 어떻게 되는지 깨닫는” 선거였다고 운을 떼며 “엄밀히 생각해보면 민주당은 달라진 게 없었다”라고 평가했다.
또 민주당은 그동안 남 탓만 해왔다며 “남 탓, 얼마나 쉬운가. 민주당은 야당일 때 그나마 빛이 난다는 말은 수권 능력도 의지도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우회적인 표현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지금이야말로 독립운동하는 심정으로 각자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 우리는 수많은 노덕술과 오제도에게 둘러싸여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라고 주장했다.
강 씨는 자신에게 민주당은 “한발 더 나아가는 데 유용한 교두보”일 뿐이며 “종착지는 보다 진보적인 정당에 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끝으로 “언젠가 다시 깃발을 곧추세울 수 있도록 망나니짓을 서슴지 않는 저들의 작태를 똑똑히 지켜보며 투표장에 가는 힘조차 내기 어려웠던 절망과 무력감을 기억하자”라며 글을 마무리하였다.
다음은 전문이다.
다시, 일상이 정치다
잔치는 끝났다. 제 실력보다 넘치는 성적을 받으면 어떻게 되는지 깨닫는 데에는 실로 엄청난 후과를 치러야 했다. 책임을 물을 특정인이 없기에 다들 내 문제가 아니라고 고개 돌리고 등 돌리며 저마다 당면과제를 달리 설정하며 알리바이를 만들어갔다. 화룡점정으로 가뜩이나 불리한데 당 지도부가 선거를 말아먹는 희한한 선거였다.
엄밀히 생각해보면 민주당은 달라진 게 없었다. 정치에 주체로 참여하고 n분의 1만큼 발화하고자 했던 깨어있는 시민의 눈높이가 달라진 것일 뿐이다.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라는 유훈을 받들어 시민들은 자면서도 두 눈을 감지 않는 물고기처럼 끊임없이 자신의 인식을 담금질하며 살아왔다. 개떡 같은 언론 지형에도 본질을 직시하는 시민들이 절반은 된다는 것이 그 증거다. 문제는 그 에너지를 모아 무엇으로 조직할 역량은 답보상태에 있었다는 데 있다. 당이든 당이 아니든 그릇이 문제다.
과거에는 한두 사람의 앞서가는 혜안을 가진 정치지도자를 중심으로 모였다면 이제는 정치인들보다 더 눈 밝은 지혜로운 시민들을 담아낼 그릇을 만들지도 설계하지도 못한 리더 집단의 부재라는 한계에 봉착했다. 그 한계를 인정하고 싶지 않으니 언론을 탓하고 구조를 탓하고 내부 비판적인 목소리를 탓하며 오직 남 탓만 해 온 것이다. 남 탓, 얼마나 쉬운가. 민주당은 야당일 때 그나마 빛이 난다는 말은 수권 능력도 의지도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우회적인 표현일 뿐이다.
대선과 지선이라는 대형 정치 이벤트는 끝났다. 윤석열 정부가 한동훈을 앞세워 수십 년 동안 싸우며 그나마 기본값으로 만들어놓은 국가 운영의 기본을 어떻게 말아먹는지 지켜보는 일만 남았다. 꼴 보기 싫다고 외면해봐야 더 큰 고통으로 돌아올 뿐이다. 지금이야말로 독립운동하는 심정으로 각자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 우리는 수많은 노덕술과 오제도에게 둘러싸여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번 지선은 투표장에 나가고 싶지 않았던 민주당 지지자들의 선택적 투표였다. 이재명과 김동연, 김한규를 회생시킨 것만으로도 성과가 크다. 김동연마저 침몰했다면 정말 절망적이었을 것이다. 중앙의 헛발질에도 제주에서는 젊은 정치인 김한규를 선택했고 경기도의원 선거는 141석 중 71석을 쟁취하여 다수당이 되었다. 1석이 이렇게 값진 것이다. 애초에 180석을 감당할 능력도 없었던 민주당에게 이리 차이고 저리 차이며 너덜너덜해진 유권자들이 그나마 이 사람만큼은 지켜내야 한다고 투표장을 찾은 덕분이다.
이들을 전진기지로 삼아 민주당은 민주당이 가야 할 길을 가고 더 선명한 이들은 다각도로 진로를 모색해야 할 것이다. 주위에 진보적인 친구들은 내가 민주당 지지자여서 정치적 거리를 느낀다고 하지만 민주당의 간접 선거운동을 하면서도 수차례 입당러시에 차마 입당하지 못할 정도로 나는 민주당을 믿지 않는다. 한발 더 나아가는 데 유용한 교두보로 삼았을 뿐, 종착지는 보다 진보적인 정당에 있다. 민주당의 한계를 몰라서가 아니라 지금은 민주당이 전술적 의미가 크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정치적 선명성만을 지고지순의 무엇으로 매김 하는 태도에는 할 말이 많다.
이번 대형 정치 이벤트는 한국 정치가 케케묵은 이념이나 색깔 타령에서 어젠다를 넓혀가며 완전한 대결 구도로 바뀌는 전환점이라고 생각한다. 정치 경험은 전무하나 탐욕은 전두환을 능가하는 자, 국민의 눈치를 보는 척도 안 하는 뻔뻔한 자가 대통령이 되고 출범과 동시에 차기 대권주자를 띄우는 설정은 정치 고관여층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설정이다. 그간의 정치 경험에서 오는 예측과 설계 따위는 아예 먹히지 않을 수도 있음이다.
이 시기를 남 탓하고 자조하며 자기 비하만 늘어놓으며 정치혐오를 조장한다면 어쩌면 민주개혁 진영은 재기 불능해질지도 모른다. 일본의 시민사회가 어떻게 침몰했는지 뼈아프게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새벽 5시 32분 역전하기까지 엎치락뒤치락하며 한 시간을 더 피 말리는 경기도지사 개표는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도지사는커녕 대변인으로도 적합지 않은 수준 미달의 정치인과 어디 내놔도 부끄럽지 않은 후보와의 대결이 애간장을 다 녹이며 초접전 양상을 보였다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을 시사한다. 전문가 집단은 각자의 영역에서 다각적인 분석을 내놓고 설령 박무로 가득해 시계가 몇십 미터밖에 안 되더라도 길을 제시해야 한다.
실효성 있는 정책계발과 선거운동 방식의 혁신, 인재 채용시스템의 구조적 접근, 차세대 정치인 양성, 정치고관여층 시민들을 중심으로 한 시민 권력의 세력화, 언론 지형 보정을 위한 대안적 언론 등등 지금이야말로 전문가집단의 역량과 행동이 절실하다.
97년 김대중 당선으로부터 시작된 민주정부는 고작 세 번을 거치며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난관에 부딪혔다. 한두 사람으로 바뀌지 않는다는 것과 우리 실력이 여기까지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되 눈은 감지 말자. 언젠가 다시 깃발을 곧추세울 수 있도록 망나니짓을 서슴지 않는 저들의 작태를 똑똑히 지켜보며 투표장에 가는 힘조차 내기 어려웠던 절망과 무력감을 기억하자. <저작권자 ⓒ 자주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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