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인노회(인천부천민주노동자회) 사건 관련자들은 10여 년간 긴밀하게 함께 활동해 온 선배를 죽음으로 몰아넣고, 한때나마 의기투합했던 친구, 동료들을 치안본부가 이적단체 가입죄로 조작하여 탄압할 수 있게 협력하였다면 이제라도 진상을 낱낱이 스스로 밝히기를 촉구한다.”
인노회 사건 관련자들, 성균관대 민주동문회, 강제녹화진상규명위원회(아래 단체들)는 7일 공동성명에서 행정안전부 경찰국장으로 임명된 김순호에게 이처럼 요구했다.
8월 7일은 최동 열사(성균관대 80학번)의 32주기였다.
최동 열사는 1988년 3월 결성된 인노회의 산파 역할을 했다.
1989년 검찰은 이적단체 구성죄 혐의로 인노회 관계자 20여 명을 연행, 구속했다. 최동 열사는 1989년 4월 28일 치안본부 대공 3부 요원들에 의해 연행된 후 구속되었다. 최동 열사는 약 20여 일에 걸쳐 치안본부에서 조사받았다. 재판에서 집행유예로 석방된 후 최동 열사는 동료들에게 치안본부 조사 과정에서 고문을 받았다고 말했다.
고문 후유증에 시달리던 최동 열사는 1990년 8월 7일 분신자살했다.
최동 열사와 인노회가 다시 여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 이유는 김순호(성균관대 81학번) 때문이다.
김순호는 최동 열사의 후배이며, 인노회에서 부천지구를 담당했다.
그러던 중 김순호가 1989년 초 돌연 잠적한다. 김순호 잠적 이후 검경은 인노회 수사에 들어갔으며, 인노회 관계자들을 연행했다. 그리고 1989년 8월 김순호는 ‘대공 특채’로 대공 3부, 경장이 된다.
경찰국장으로 임명되고 과거 행적이 불거지자 김순호는 활동에 지쳐가던 중 경찰에 스스로 가서 심경을 토로했다고 밝혔다. 인노회와 관련해서 문제가 될만한 말은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김순호의 이런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져 보인다.
경찰 입장에서 보면 김순호는 범법자이다. 경찰이 그런 사람을 처벌하기는커녕 특채로 고용한 것이다. 이는 경찰과 김순호 사이에 모종의 관계가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인노회 사건으로 연행된 사람들은 “김순호만 아는 내용을 경찰들이 알고 있어 놀랐다”라고 주위에 증언했다.
단체들은 같은 성명에서 “부천지구에서만 김순호와 밀접하게 활동해 오던 일반회원인 세 사람만 꼭 집어서 치안본부에 연행됐기 때문에라도 김순호는 의심을 살 만하였고 그뿐만 아니라 김순호는 자취를 감춘 이후 학생 시절부터 노동운동 시절까지 약 10년간 매우 가깝게 지냈던 선배인 최동 열사의 장례식이나 30여 년간 진행된 추모식에 단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다”라고 주장했다.
공안 기관들은 이른바 ‘프락치’를 이용해 많은 진보, 민주, 통일 인사를 탄압해왔고, 심지어 활동가를 프락치로 만든 사례도 있다.
소위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조작 사건에도 프락치가 있었고, 2019년에는 국정원의 프락치로 활동했다고 양심선언 한 사람도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대한민국에 김순호와 같은 인물이 더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 이전의 적폐 정권은 김순호와 같은 사람은 드러내지 않은 채 음지에서 일하도록 해왔다.
하지만 윤석열 정권은 프락치 의혹이 있는 사람을 주요 직책에 앉혔다. 앞으로 김순호와 같은 사람을 더 중용하겠다는 의중이 담긴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윤석열 정권이 음지에 있던 프락치들을 앞세워 진보민주 세력을 대대적으로 탄압하겠다는 의도가 아닌지 우려된다. <저작권자 ⓒ 자주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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