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영양제를 비롯해 단백질 보충제가 대대적으로 유행입니다. 바쁜 일상에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하고 영양적으로도 치우친 식사를 하다 보니 이런저런 보충제로 혹시 모를 결핍을 채우려는 것이겠지만, 최근 단백질 보충제 대유행은 몸짱 열풍의 영향이 큰 것 같습니다. 이른바 ‘벌크업’, 근육을 키우기 위해 흡수가 빠르고 지속적인 단백질이 필수라는 것입니다. 건강을 위해 운동을 생활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그것이 가뜩이나 과열 상태인 외모지상주의를 더 부추기거나 꼭 필요하지도 않은 관련 상품의 소비로 흐르는 것은 좀 걱정스러운 일입니다. 특히 운동과 더불어 생활 습관의 핵심인 식생활 개선에서는 혁신 없이 간편식, 보충제 위주의 생활이 더 자리 잡는다면 그것은 근본적이고 긍정적인 변화로 이어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에게 단백질이 부족할까? 답은 ‘그렇지 않다.’입니다. 우리는 전통적으로 통곡물과 채소, 밭작물을 주식으로 살아왔고 가끔 명절이나 잔치가 있는 날 정도에 동물성 단백질과 동물성 지방 등을 섭취해 왔습니다. 그런 식단 때문에 근육이 무력했는가 하면 그렇게 먹고도 힘든 농사일을 척척 해냈습니다. 2세대 전과 비교해 오늘날의 문제라면, 통곡물과 신선식품의 섭취는 줄고 동물성 식품의 섭취는 비약적으로 늘었다는 것, 가장 깊은 곳의 땀샘을 열어 신체를 정화하는 작용을 하는 노동으로 땀 흘리기와 같은 일을 많이 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단백질의 일일 권장량을 정상 범주의 몸무게 1킬로그램당 1그램 정도로 하고 있으며, 근육운동을 열심히 하는 사람의 권장량 역시 킬로그램당 2그램을 넘지 않습니다. 직장이나 학교의 급식에도 으레 고기반찬이 포함되어 있고, 저녁 약속이나 회식, 혼밥(혼자 밥 먹기)에 이르기까지 주된 요리가 육식(생선요리, 계란요리 포함)이고 보면, 하루 권장량을 채우는 일이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그리고 콩뿐 아니라 현미나 귀리에도 상당량의 단백질이 있습니다. 단백질이 풍부한 잡곡밥을 지어 먹는다면 심혈관계의 질환에도 좋은 양질의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습니다.
단백질 과잉 섭취는 부작용을 낳을까? 단백질 보충제를 권하는 사람들은 간이나 신장의 기능이 떨어지거나 통풍 등 특이 질환자가 아니라면 단백질 보충제로 인해 필요량보다 많은 양의 단백질을 섭취했다고 해도 별문제는 없다고 주장합니다. 다만 비타민제를 과복용했을 경우처럼 좀 비싼 변을 볼 뿐이라는 정도의 부작용이 있을 뿐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제가 듣기엔 적당량의 단백질을 정상적인 대사를 통해 흡수하면 간이나 신장에도 도움이 되는 것을 굳이 무리가 되도록 섭취한다는 것은 좀 이상하게 여겨집니다. 간과 신장은 특히 해독에 매우 중요한 기관인데 쉽게 그리고 줄기차게(최근 보충제는 신체에 단백질을 끊임없이 제공하기 위해 먹는 즉시 흡수되는 단백질부터 수 시간에 걸쳐 흡수되는 입자까지 복합적으로 제조되고 있습니다.) 흡수되는 단백질을 처리하느라 피곤하게 만들어서 좋을 게 있을까요? 꼭 보충제가 아니라 식품을 통해 얻어지는 단백질도 그 양이 과하거나 분해가 어려운 종류일 경우 소화과정에 독성을 유발하기 때문에 중증 환자들은 당뿐 아니라 동물성 단백질 역시 엄격히 제한하기도 합니다. 물론 반대로 영양분을 통 섭취할 수 없는 노인이나 중환자들이 단백질 보충제를 유동식으로 드셔야 할 때도 있습니다.
이상의 대략적인 이유 외에도 큰 우려가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또 걸리는 것은 단백질 보충제의 대유행이 사양 산업이 돼가던 미국 축산산업의 새로운 활로가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입니다. 아니 축산자본이 찾아낸 새로운 상품이라고 해야 할까요?
단백질 가루의 대부분은 소젖에서 분리해 낸 유청단백질과 대두단백질입니다. ‘축산업’과 ‘유전자조작 대두’를 따로 꺼내놓고 보면 채식이 유행하고 건강이며 환경이 주 관심으로 되는 추세에 반하는 소재가 아닐 수 없는데, 이 상품들이 단백질 보충제라는 포장을 입으면 매우 첨단인 것으로 여겨지는 것입니다. 이 글에서 미국의 대규모 축산산업이나 GMO 산업이 미치고 있는 동물과 인류, 생태계의 영향에 대해 구구절절 늘어놓지는 않겠습니다.
진짜 건강해지려는 결심으로 운동을 하는 거라면, 식생활의 혁신, 더 많은 햇빛, 더불어 사는 세상을 향한 관심, 그리고 함께 웃는 웃음 등이 이런저런 보충제보다 더 필수적인 것으로 생각됩니다. <저작권자 ⓒ 자주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건강 관련기사목록
|
많이 본 기사
황선의 치유하는 삶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