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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햇살192] 코로나 방역으로 본 북한 사회의 특징

김민준 기자 | 기사입력 2022/09/07 [09:23]

[아침햇살192] 코로나 방역으로 본 북한 사회의 특징

김민준 기자 | 입력 : 2022/09/07 [09:23]

1. 북한이 세운 코로나 방역 세계 기록

 

북한이 8월 10일 평양에서 전국비상방역총화회의를 개최해 방역 승리를 선언했다. 이 자리에서 북한은 코로나19 바이러스(아래 코로나)가 출현한 후 2년 동안 유입을 막았고, 코로나가 유입된 지 100여 일 만에 바이러스 박멸에 성공했으며, 74명의 사망자가 발생해 세계적으로 매우 낮은 치명률을 보였다고 밝혔다. 모두 세계 기록이라 할 만한 수치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날 연설에서 “세계보건계의 전무후무한 기적”이라고 평가하였다. 

 

 

현재까지 코로나가 발생한 나라는 모두 229개국(속령 등 포함)이다. 중앙아시아의 투르크메니스탄이 공식적으로는 유일한 미발생국이다. 하지만 투르크메니스탄의 경우 정치적인 이유로 발표하지 않을 뿐 이미 코로나가 널리 퍼졌다는 여러 증거가 나왔다. 예컨대 투르크메니스탄 수도에 거주한 튀르키예(터키) 외교관 케말 우쿤은 2020년에 전형적인 코로나 증상을 보였고 그의 엑스레이 사진을 받은 튀르키예 병원도 코로나 확진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투르크메니스탄이 그의 출국을 불허했고 그는 결국 사망하고 말았다. 

 

한때 태평양의 일부 섬나라도 초기에 강력한 입국 금지 조치로 코로나 유입을 막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필수 물자의 수출입이 불가피해 결국 코로나가 유입되고 말았다. 예를 들어 태평양의 섬나라 통가는 원래 국경을 폐쇄했지만 올해 1월 화산 폭발과 지진해일(쓰나미)로 피해를 보는 바람에 의료지원을 위해 국경을 개방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코로나가 유입되고 말았다. 태평양 섬나라 가운데 마지막까지 코로나 청정국을 유지하던 투발루도 북한에 확진자가 발생하고 얼마 지난 5월 23일 3명의 확진자가 발생하였다. 

 

이렇게 보면 북한은 가장 오랫동안 코로나 유입을 막은 나라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이 100여 일 만에 코로나 종식을 선언한 것도 매우 이례적이다. 지금껏 슬로베니아, 라오스, 스웨덴, 캄보디아 등 몇몇 나라가 코로나 종식을 선언하였지만 이후 신규 발생이나 재유행을 막지 못하였다. 북한도 코로나가 다시 퍼질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 다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연설에서 “악성 전염병의 재발을 근원적으로 방지할 수 있는 조건들이 마련된 것도 방역 위기 종식을 확신할 수 있는 유력한 근거”라고 하였다. 즉, 이번에 유입된 코로나를 퇴치하는 과정에서 가능한 유입 경로를 모두 차단하여 신규 유입을 막았기 때문에 앞으로 재유행은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치명률의 경우 북한은 477만 2,813명의 확진자 가운데 74명이 사망해 0.0016%의 극도로 낮은 치명률을 기록했다. 북한보다 치명률이 낮은 국가는 인구수가 2만 명 미만이며 확진자가 2,000명 미만으로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은 포클랜드 제도, 니우에, 바티칸 시국, 투발루, 세인트헬레나뿐이다. 

 

인구 100만 명당 발생률(아래 발생률)도 매우 낮은 편이다. 북한은 발생률 18만 5,145명으로 81번째 국가다. 참고로 미국은 29만 1,902명으로 57번째 국가, 한국은 46만 447명으로 26번째 국가다. 

 

코로나로 인해 치명적인 피해를 본 나라로 미국을 꼽는다. 지금껏 세계 최고의 선진국으로 떠받들어온 미국이 알고 보니 방역에 엄청난 허점을 가지고 있음이 드러난 것이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9,662만 명의 확진자를 기록했으며, 사망자 역시 107만 명으로 세계 최대 규모다. 그런데 여러 면에서 미국과 정반대의 극에 있는 나라로 꼽히는 북한이 코로나 방역에서도 미국과 정반대의 모습을 보인다는 점은 상당히 흥미롭다. 

 

일부에서는 북한의 코로나 관련 발표를 거짓으로 치부한다. 이들은 올해 4월까지만 해도 ‘북한에 코로나 환자가 많은데 정부가 숨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다 북한이 5월 들어 코로나 발생 사실을 발표하자 ‘환자 수가 훨씬 많은데 축소해 발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근거가 없다. 일단 북한에 상주하는 세계보건기구(WHO)나 각국 대사관들이 북한 정부 발표를 대체로 인정하고 있으며 이에 반하는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인 알렉산드르 마체고라는 8월 19일 러시아 국영 신문 로시스카야 가제타와 인터뷰에서 “우리 러시아 대사관은 그동안 상황을 매우 주의 깊게 지켜봐 왔으며 나는 모든 책임을 지고 다음과 같이 확언한다. 이번 4~5월이 오기까지 코로나가 북한에 유입되었다는 징후는 단 한 건도 없었다”라고 장담하였다. 

 

북한과 비슷하게 국경 폐쇄를 한 투발루 등의 섬나라들도 상당 기간 코로나 유입을 막아냈다. 코로나 환자 0명이 불가능한 게 아님을 알 수 있다. 또 이들 주장대로 북한 정부가 코로나 발병을 숨기려고 했다면 굳이 5월 들어 코로나 환자가 폭증했다고 발표할 이유도 없을 것이다. 

 

북한의 코로나 방역은 세계적으로 사례가 없는 매우 독특한 모습이었다. 이를 자세히 분석해보면 북한 사회의 면모를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2. 북한의 코로나 방역 특징

 

1) 일사불란

 

북한의 코로나 방역에서 나타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일사불란한 모습이다. 

 

북한은 코로나 발생 전에는 국경을 철저히 폐쇄하여 유입을 차단했다. 그리고 일단 코로나가 유입되자 최대비상방역체계를 발동해 모든 도·시·군을 봉쇄하고 사업단위·생산단위·생활단위별로 격폐하였으며, 전 주민 집중 검진을 진행해 발열자와 이상 증상이 있는 사람을 모두 찾아 격리·치료하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에 관해 “나라의 일부분이나 몇 개 지역이 아니라 전반 영역에서 모든 내왕과 이동이 금지되고 정상적인 사업과 활동의 율동이 파괴되어 국가사업뿐 아니라 매 가정, 매 공민들의 생활에서 이전보다 난관과 애로가 몇 배로 가증”되었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강력한 방역 조치를 하면서도 경제 건설을 늦추지 않았다. 지역 봉쇄와 사업·생산단위 격폐로 인하여 생산 활동이 매우 어려웠을 것이다. 방역과 경제 건설을 둘 다 잘 하기 위해서는 매우 까다로운 절차를 도입해야 한다. 예를 들어 자재 운송 과정에서 바이러스가 옮지 않도록 하기 위해 소독은 어떻게 하며 운송 노동자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을 세밀하게 정하지 않으면 방역망이 쉽게 뚫리고 만다. 앞서 언급한 인터뷰에서 마체고라 대사는 “지역을 이동해야 하는 공장·기업소 일꾼들은 당국에서 배정한 특수 차량을 타고 이동했다”라고 하여 나름의 정해진 규율이 있음을 소개했다. 또 수입 물품의 경우 최대 3개월간 소독·격리하였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하루 수십만 명의 코로나 환자가 폭증하는 위기 상황을 빠르게 극복하고 한 달도 안 걸려 안정세를 회복하고 100여 일 만에 코로나 종식을 선언한 것을 보면 국민이 정부 지침을 철저히 잘 따른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당과 정부의 방역 정책을 전적으로 지지하고 공감하며 일치단결로써 받들어준 우리 인민들”이라며 높이 평가했다. 

 

물론 많은 나라들이 북한보다 정도는 약하지만 지역 봉쇄와 환자 격리 등을 하였다. 문제는 정부의 이런 방역 정책을 국민이 잘 따르지 않았다는 점이다. 많은 나라에서 지역 봉쇄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졌으며 심지어 마스크를 거부하는 사례도 속출했다. 마스크 착용을 요구하는 사람과 거부하는 사람 사이에 총격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정부의 방역 방침을 거부하는 국민이 많을수록 코로나는 더 빠르고 널리 퍼져나갔다. 

 

국민이 정부 지침을 잘 따르려면 정부에 대한 신뢰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정부를 불신하면서 지침을 잘 따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대통령제 국가의 특징 중 하나는 대통령 임기 말이 되면 지지율이 떨어지고 대통령 지시가 제대로 시행되지 않는 권력 누수, 이른바 ‘레임덕’ 현상이 빈발한다는 점이다. 국민이 볼 때 대통령이 임기 내내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문제만 일으키면 당연히 정권에 보낸 신뢰를 거두게 되며 지지율도 떨어진다. 그리고 국민은 정권이 바뀌면 방침도 바뀔 것으로 여기며 정부 방침을 무시하게 된다. 

 

이렇게 보면 북한 국민은 노동당과 정부, 즉 지도부를 신뢰하여 방침을 철저히 지킨 것으로 보인다. 지도부가 매우 높은 수준의 방역 지침을 요구했음에도 여기에 항의하거나 지침을 거부했다는 소식은 나오지 않는다. 북한 국민이 지도부를 신뢰하는 사례는 이전에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어 2020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태풍 피해를 본 함경도의 복구 작업에 평양 노동당원이 동참해달라고 호소하는 친필 서한을 공개하자 하루 만에 30만 명의 당원이 파견을 자원하였다. 

 

지도부에 대한 신뢰와 함께 고도로 조직화한 집단주의 사회라는 점도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북한은 모든 국민이 대중단체에 속해서 조직 생활을 한다. 대중단체의 기본 역할은 교양이다. 지도부의 지침은 대중단체를 통해 국민 한 명 한 명에게 전달된다. 그리고 대중단체 안에서 단체 성원들이 지침을 잘 따르는지 매주 점검도 한다. 

 

또한 개인보다 집단을 먼저 생각하는 집단주의 정신도 코로나 방역에 강한 힘을 발휘한다. 전염병의 경우 개인의 편의를 우선하면 병의 확산을 막을 수 없다. 내가 불편하더라도 다른 사람이 병에 걸리지 않게 하기 위해 참아야 병의 확산을 막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마스크가 불편하다며 너도나도 쓰지 않으면 코로나는 순식간에 퍼진다. 실제로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마스크를 쓰지 않는 ‘개인의 자유’를 주장하며 마스크를 거부하는 사례가 속출했고 이에 따라 방역 장벽이 무너졌다. 개인주의 사회는 집단의 이익보다 개인의 자유를 우선시하므로 나타나는 필연적 결과다. 반면 북한에서는 코로나가 유입되기 전부터 전 국민이 마스크를 썼다고 한다. 

 

이처럼 북한은 지도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집단주의 정신이 정부의 방역 지침을 일사불란하게 이행하도록 만든 힘이 되었다. 

 

한국은 국민이 정부 방역 지침을 잘 따른 나라에 속한다. 이는 개인주의 문화가 유입되었지만 여전히 공동체 문화가 남아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 국민이 방역 지침을 철저히 따르며 인내하는 와중에도 몰래 술집을 연다거나, 마스크를 벗고 실내에 모여서 춤을 춘다거나 하는 등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이 종종 일어났다. 문제는 코로나가 워낙 전파력이 강해서 1만 명이 지침을 잘 지켜도 1명이 지침을 어기면 방역 장벽이 와르르 무너진다는 점이다. 

 

또한 한국은 정권마다 대응이 달라 국민 혼란을 부추긴 측면이 있다. 윤석열 정부 들어 ‘과학방역’을 표방하며 사실상 정부가 방역을 포기하고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각자도생’ 방역을 실시하였다. 정부가 방역 긴장을 풀어버리자 코로나 환자가 다시 폭증하기 시작했다. 이에 국민은 ‘과학방역’이 아니라 국민을 괴롭히는 ‘가학방역’이라며 정부를 불신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정부에 대한 불신은 국민 사이에 ‘정부 지침은 따르는 사람만 손해’라는 생각을 퍼뜨려 그나마 남은 최소한의 방역 지침을 허물고 있다. 

 

정부가 바뀌면서 지자체 대응도 바뀌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문재인 정부 시절 서울 성동구의 한 주민은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고 보건소 상담 전화를 받았다. 이 환자는 사정상 재택 치료가 어려워서 격리시설에 들어가고 싶었지만, 당시는 확진자가 급증하던 시기로 당일 격리시설 입소가 힘든 상황이었다고 한다. 통화 당시 당일 격리시설 입소가 힘든 것을 알리던 보건소 직원은 환자의 기침 소리가 너무 심한 것을 듣고 어떻게든 오늘 내로 들어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고 당일 마감 시간 직전 입소할 수 있었다. 격리시설은 환경도 좋고 편의 제공도 잘 되어 그 환자는 매우 편하게 치료하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고 한다. 

 

이런 세심한 조치는 지자체에 대한 신뢰로 이어진다. 2021년 서울연구원 조사 결과 성동구는 서울시 구민 신뢰도 1위를 기록했다. 이번 6.2 지방선거에서도 민주당 후보였던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57.6%의 득표율로 서울 구청장 중 유일하게 3선에 성공했고 서울 구청장에 당선된 8명의 민주당 후보 중 득표율도 가장 높았다. 더욱 놀라운 점은 이번 지방선거가 대선의 연장선에서 치러져 국힘당이 강세였으며 성동구도 오세훈 국힘당 후보에 60.9%를 몰아주어 서울 25개 자치구 중 득표율 5위를 차지했다는 것이다. 

 

반면 윤석열 정부 들어 서울의 모 지역에 살던 한 주민은 황당한 일을 겪었다. 확진 판정을 받은 이 환자는 혼자 살고 가까이 사는 지인도 없었다. 확진 판정을 받고 재택 격리 중이던 이 환자는 열이 심하게 올라 보건소에 전화해서 약을 어떻게 구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보건소는 가까운 병원에 전화하면 문자메시지로 처방전을 줄 테니 약국에서 약을 받으라고 안내하였다. 

 

그래서 자신이 자주 가던 병원에 전화해보니 ‘그런 식으로는 처방전을 줄 수 없고 일단 병원에 나와야 한다, 그런데 코로나에 걸렸으면 병원에 나오면 안 된다, 다른 사람을 대신 보내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환자는 처방전도 받지 못했고, 설사 받더라도 약국에 갈 수 없어 답답한 마음에 다시 보건소에 연락했더니 보건소에서는 ‘보통 해주던데 이상하네, 고생이 많으시겠네요’라는 말만 하고 아무런 대책도 세워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게 지자체의 차이 때문인지, 정부가 바뀌었기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런 식으로 행정 절차도 엉망이고 환자에 무책임하기까지 한 모습을 보이면 국민은 정부를 신뢰하지 않고 방역 지침을 따르지도 않을 것이다. 

 

2) 과학방역

 

북한 국민이 방역 지침을 잘 따른 것은 지도부에 대한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실제 방역 지침이 과학성을 충분히 담고 있지 않다면 불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먼저, 북한은 확진자 대신 발열자를 통제하였다. 

 

물론 북한도 유전자 증폭(PCR) 검사를 하였으며 이에 따라 확진자와 발열자를 구분해서 언급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 상황을 발표할 때도 발열자 수만 공개하였고 방역 지침도 발열자를 대상으로 하였지, 확진자를 구분하여 따로 지침을 내지 않았다. 

 

북한이 확진자 대신 발열자를 기본 대상으로 조치한 것은 PCR 검사의 한계 때문으로 보인다. 한국의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한국에서 실시하는 PCR 검사의 민감도는 98% 이상, 특이도는 100%라고 한다. 민감도란 양성을 양성으로 판단할 확률이다. 따라서 코로나 환자가 PCR 검사를 받으면 100명 가운데 98명 이상은 양성 판정을 받지만 0~2명은 음성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특이도는 음성을 음성으로 판단할 확률이다. 

 

이런 오차 때문에 코로나 환자 중 극히 일부가 PCR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을 받고 ‘나는 음성이니까 괜찮다’라며 마음 놓고 돌아다니면 전파력이 강한 코로나가 퍼져서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이 때문에 북한은 확진자 대신 발열자를 모두 격리한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북한은 코로나 백신 접종을 보류하였다. 

 

코로나 백신의 경우 국제 백신 공동구매 기구인 코백스(COVAX)의 지원을 받아 저렴하게 혹은 무상으로 구할 수 있다. 북한은 코백스에 백신 지원을 신청했다가 정작 코백스에서 백신을 배정하자 갑자기 취소해버렸다. 당시 북한은 코로나로 심각한 영향을 받는 나라들에 재배정하라고 권고하였다. 

 

당시 북한은 백신의 안전과 효능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고, 부작용에 대한 법적 책임을 면제하는 합의서에 서명하길 꺼렸다고 한다. 

 

실제로 지금의 코로나 백신은 종류를 불문하고 여러 논란에 빠져 있다. 급하게 만들다 보니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아 부작용이 많고 효과도 불분명한 것이다. 현실에서 부작용이 속출하자 ‘백신 맞고 죽거나 아픈 것’과 ‘코로나에 걸려서 죽거나 아픈 것’ 사이에 무슨 차이가 있냐는 자조 섞인 목소리까지 나오는 형편이다. 이 때문에 백신을 거부하는 움직임도 세계 여러 나라에서 격렬히 일어나고 있다. 

 

또 백신을 한 번만 맞아서는 소용이 없고 여러 차례 맞아야 하는데 얼마나 많이 맞아야 하는지도 확실하지 않다. 한국에서는 지난 4월부터 4차 접종까지 권장하고 있다. 그런데 백신 개발 속도가 바이러스 변이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기존 백신을 맞아도 변이 바이러스에는 무용지물인 상황이 속출하고 있다. 

 

이런 점들을 고려해 북한은 백신 접종을 보류했을 것으로 보인다. 

 

경제제재로 인해 양약을 수입, 제조하기 어려운 북한은 고려의학(한의학)과 민간요법을 코로나 치료에 적극적으로 도입하였다. 그런데 이런 고려의학이나 민간요법이 의외로 효과가 있다는 분석이 국내에서 나왔다. 

 

북한은 열이 나는 경증 환자에게 패독산, 안궁우황환, 삼향우황청심환을 권했다. 또 노동신문은 경증 환자의 경우 “금은화를 한 번에 3~4그램씩 또는 버드나무 잎을 한 번에 4~5그램씩 더운물에 우려서 하루에 3번 복용”하면 도움이 된다고 소개했다.

 

중앙일보는 5월 16일 자 보도 「“확진땐 버드나무잎 우려 먹어라”…北방역 효과, 뜻밖 반전」에서 “실제 일부 관련된 증상을 어느 정도 완화할 효과가 있는 처방이라고 한의계에선 평가한다”라고 하였다. 대한한의사협회 권선우 의무이사는 “패독산은 기본 처방에 다른 약재가 가감되면서 연교패독산, 형방패독산 등으로 처방 이름이 바뀌는데 기본적으로 급성 감염병에 사용한다”라며 “즉각적인 해열, 진통 효과가 있고, 특히 항바이러스 작용이 있어 단순 감기부터 인플루엔자(독감) 등에 광범위하게 쓸 수 있다”라고 했다

 

고창남 강동경희대한방병원 한방내과 교수도 “패독산은 땀을 나게 하고 열을 낮춰주고 통증을 없애는 그런 효과가 있다. 삼향우황청심환의 경우에는 혈액순환을 잘 시켜주는 효과가 있다”라며 북한의 처방에 근거가 있다고 설명했다. (「[요즘 북한은」 ‘고려 약’ 생산 박차...경증에 효과? 외」, KBS 뉴스, 2022.5.21.)

 

윤지원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의약데이터부 선임연구원도 “실제로 버드나무는 의학적으로 진통, 해열에 활용한 역사가 깊은 식물”이라며 “버드나무 껍질의 살리실산 성분이 효과를 나타내”는 물질이며 이 물질을 이용해 만든 약이 아스피린이라고 소개했다. 또 금은화(인동초)는 “발열, 기침, 인후통에 효과”가 있으며 “오미크론의 주 증상인 인후통에도 임상적인 효과가 있어 한의원, 한방병원뿐만 아니라 약국에서 품절 사태를 낳기도 했던 은교산의 주요 성분이기도 하다. 항염증, 항바이러스, 항균, 항산화 작용이 있는 금은화의 주요 성분이 네트워크 약리학 분석에 의해 경증 코로나19 치료에 면역 반응 및 염증 인자 생성에 미치는 영향이 입증되기도 했고, 항바이러스 감염 및 폐 손상 복구 기전을 통해 다중 표적, 다중 경로의 특성으로 작용한다는 것이 발표된 바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 북한은 언론과 출판물을 통해 코로나와 관련한 상식 문답, 의학적 지식, 자택 격리 시 지켜야 할 섭생, 민간요법 등 다양한 자료를 홍보하였다. 특히 코로나 후유증 치료 안내서는 어른용, 임산부용, 어린이용으로 나눠 자세히 소개하였다. 

 

이처럼 북한은 현실 조건에 맞는 대중적인 치료법을 국가가 나서서 적극적으로 홍보하였다. 대통령이 환자 몸에 소독제를 주사해보자, 말라리아 치료제가 효과가 있다는 둥 엉터리 말을 하고 이를 따라 한 환자가 사망하는 소동까지 발생한 미국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철저한 방역 규율을 세우면서 동시에 경제 건설을 계획대로 밀고 나가기 위해서는 세밀한 대응책을 마련해야만 했을 것이다. 여러 나라가 겪는 일이지만 코로나 방역은 99%를 완벽하게 해도 1%만 구멍이 뚫리면 엄청나게 확산하고 만다. 그렇다고 무조건 꽁꽁 싸매면 경제가 치명타를 입게 된다. 또 사람마다 제각각의 사정이 있다 보니 다양한 경우에 따른 대책을 하나하나 세워야만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관료주의가 없어야 한다는 점이다. 앞에서 소개한 서울의 두 보건소 사례처럼 공무원이 국민 한 명 한 명의 사정을 세심히 살피며 맞춤형 대응을 하면 성공적인 방역이 되지만, 국민의 사정이야 나 몰라라 해버리면 방역 전선은 무너지고 만다. 

 

북한이 세밀한 대응책을 세우고 방역과 경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다면 간부들의 관료주의가 없었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3) 과감한 결단

 

북한은 코로나가 퍼지던 초반 가장 먼저 국경을 폐쇄한 나라 중 하나다. 당시만 해도 코로나의 전염성이 얼마나 심각한지, 치사율이 얼마나 높은지 알려지기 전이어서 많은 나라가 어느 정도의 방역 조처를 해야 할지 가늠하지 못할 때다. 한국도 중국발 입국자를 원천 차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지만 끝내 시행하지 못했다. 중국발 입국자를 차단할 경우 발생할 정치·경제·사회적 혼란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북한은 정치·경제·사회적 문제를 각오하고 과감히 국경 폐쇄를 결정했다. 이를 두고 북한 노동신문은 5월 26일 자 보도에서 “세계의 많은 나라들이 악성 바이러스 전파 상황 앞에서 아직은 전전긍긍하고 있던 그때 우리 당은 천리혜안의 예지로 이 바이러스의 위험성과 그것이 우리나라에 유입될 경우에 초래될 심각한 후과를 꿰뚫어 보았다”라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빛나는 선견지명과 담대한 결단에 의하여 우리나라에서는 지구상에 악성 바이러스가 발생한 첫 시기에 벌써 국경을 물리적으로 완전히 차단하는 단호한 조치를 취하였다”라고 평가했다. 

 

바이러스가 퍼졌을 때도 북한은 바로 최대비상 방역체계를 가동하였으며, 국가 예비 약품을 해제해 전국에 공급하였고, 군의를 투입해 격리된 주민에게 약과 식료품을 전달하였다. 미국의 전쟁 위협이 일상적으로 존재한다고 주장하는 북한 입장에서 국가 예비 약품을 풀거나 군의를 대민 사업에 동원하는 것은 상당한 부담과 모험이었을 것이다. 

 

이런 과감한 결단은 지도부가 국민을 믿을 때만이 가능하다. 만약 국경 폐쇄나 최대비상 방역체계 가동을 했는데 국민 속에서 불만이나 항의가 터져 나오면 방역 조치도 제대로 효과를 발휘할 수 없고 지도부의 신뢰도도 타격을 입게 된다. 하지만 북한 지도부는 국민이 지도부의 결정을 잘 따라줄 것이라 믿었기에 이처럼 과감한 결단을 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많은 나라 정부가 방역 단계를 올렸다가 야당과 일부 국민의 반발로 인해서 지지율이 떨어지고 끝내 방역 단계를 낮추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도 2020년 12월 들어 일일 평균 확진자 수가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기준을 초과했지만 경제적 피해를 우려해 끝내 3단계 격상을 하지 않아 논란을 빚었다. 그 전에 거리두기 단계를 올리거나 아니면 낮추지 않을 때마다 여러 혼란과 항의가 빗발쳤기에 정부로서도 3단계 격상을 주저한 것이다. 

 

방역지원금이나 소상공인 손실보전금 문제도 마찬가지다. 얼마나 줄 것인지, 누구에게 줄 것인지, 어떤 형태로 줄 것인지, 언제 줄 것인지를 가지고 매번 전쟁을 치렀다. 기준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고작 하루 차이의 개업·폐업 날짜 때문에 몇백만 원을 받고 못 받고가 갈리는 식의 문제가 비일비재하게 터졌다. 그런데 기준을 어떻게 정하든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사람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게 문제다. 이는 자본주의 체제의 허점으로 어쩔 수 없다. 

 

과감한 결단을 사회주의 체제의 특성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사회주의는 일당제 정치체제(노동계급의 정당만 집권할 수 있음)를 가지고 있기에 당과 정부가 한번 결정하면 중간에 반론과 저항 없이 신속하게 집행이 된다. 반면 자본주의는 다당제 정치체제를 가지고 있기에 정부의 결정에 대해 야당이 반대하고 국회나 법원이 정부 결정을 뒤집어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4) 공동체

 

지역을 봉쇄하고 단위별로 격폐를 하면 고통을 받는 사람이 생기게 마련이다. 당장 먹을 게 떨어진 세대도 있을 수 있고 생필품이 필요한 세대도 있고, 아프거나 기타 주변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도 생길 수 있다. 흔히 물이나 공기도 부족해 봐야 귀한 줄을 안다고 평소에 당연하다는 듯 이용하던 것을 갑자기 못하게 하면 예상 밖의 곤란한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어려움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정부의 세심한 노력도 필요하지만, 주민 사이에 서로 돕는 화목한 공동체 문화가 큰 힘을 발휘한다. 한국에서도 코로나로 인해 자가 격리에 들어간 1인 가구를 위해 이웃들이 먹을 것을 집 앞에 두고 간다거나, 지자체에서 긴급구호물을 보내줘서 큰 도움을 받았다는 미담이 많았다. 

 

북한도 서로 돕는 공동체 문화가 힘을 발휘한 듯하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연설에서 “하나는 전체를 위하고 전체는 하나를 위하는 집단주의 정신과 남이 아파하면 같이 아파하고 어려울 때일수록 더 위해주는 덕과 정이 전 사회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것으로 하여 우리의 제도는 남들이 가질 수 없는 불가항력을 발휘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또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코로나 방역 과정에서 나타난 여러 미담을 “악성 전염병에 시달리는 인민들에게 약품과 식료품을 보내주기 위해 철야 전투를 벌인 공장 종업원들과 일꾼들도 있고 가산을 아낌없이 덜어내어 마련한 물자들을 합숙과 대학기숙사, 육아원, 애육원에 보내준 사람들도 있으며 방조(도움)가 필요한 세대, 곤란한 이웃들에게 사심 없이 식량과 부식물, 필수품을 보내준 주민들도 있습니다. 이런 고마운 지원자들은 중앙과 지방, 공장과 농어촌 그 어디에나 다 있으며 또 그 속에서는 존경하는 전쟁 노병 동지들로부터 시작하여 평범한 근로자들, 인민반장들, 부양 여성들, 나어린 소년단원들에 이르기까지 각계각층을 다 찾아볼 수 있습니다”라고 소개하였다.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국비상방역총화회의를 열어 그간 고생한 보건·의료 부문 관계자들을 치하하였으며 군의들을 위한 축하 행사를 별도로 마련해준 것이다. 특히 군의들을 축하하는 자리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방역 위기가 지나가고 어느덧 동무들이 수도의 거리들을 떠났다는 보고를 받고 며칠째 왜서인지 계속 허전하기만 하고 동무들 생각이 계속 들었고 무엇인가 못 해준 것에 마음속 아쉬움을 덜 수가 없었습니다”라며 취지를 설명하였다. 

 

▲ 전국비상방역총화회의에서 의료인들을 치하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북한의 발표를 보면 보건·의료 부문 관계자들과 군의들은 100여 일의 최대비상 방역체계 가동 기간 거의 24시간을 근무하며 초인적인 활약을 했다고 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우리나라가 이번 보건 위기 속에서 감염자 수에 비해 사망자 수가 특별히 적은 것은 우리 방역, 보건 일꾼들이 한계를 초월하는 노력과 헌신으로 당과 정부의 방역 정책, 보건정책을 결사 관철하였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앞서 언급한 인터뷰에서 마체고라 대사는 “담당 의사들과 지원 나온 군의관, 의대생 자원봉사자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집과 아파트를 돌아다니며 감염자를 확인했다. 모든 환자를 예외 없이 즉시 발견하고 즉시 치료해 많은 이의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라고 소개하였다. 

 

전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보건·의료 부문 관계자들은 코로나 퇴치를 위해 눈물겨운 헌신을 하였다. 한국에서도 의사와 간호사를 ‘영웅’으로 칭송하며 ‘#덕분에’ 응원 물결이 퍼지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에서 이들의 노고를 제대로 위로하지 않아 아쉬움도 있다. 오히려 정당한 임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공공의료를 축소하고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지도 않아 의료인들이 정부를 상대로 투쟁에 나서는 모습까지 나타났다. 

 

이뿐 아니라 야당이 정부를 공격하는 과정에서 불똥이 튀는 경우도 있었다.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은 머리가 하얗게 셀 정도로 고생하며 코로나 방역의 최선두에서 헌신했기에 많은 국민의 사랑을 받았다. 그런데 국힘당은 어떻게든 정부의 방역 성과를 깎아내리기 위해 정 청장을 집중적으로 공격하였다.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정치방역’이란 오명까지 뒤집어써야 했으니 앞으로 어떤 관료가 코로나 방역을 위해 헌신할까 싶다. 실제로 윤석열 정권 들어 새로 임명된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은 ‘과학방역’이란 명목 아래 방역을 아예 ‘방치’해버렸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질병관리청이 아니라 질병관람청이라는 비판까지 하고 있다. 

 

* * * 

 

한국은 아직도 코로나 확산으로 고통받고 있다. 최근 신규 확진자가 급증해 하루 10만 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이런 속에서 우리는 북한의 코로나 방역 경험을 무조건 깎아내릴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봐야 한다. 

 

김창현 인제대 교수는 9월 1일 통일TV에서 “지원 없이 빠른 시간 내 내부의 확산을 막은 것은 높이 평가할 일이며 축하해 줄 일은 분명합니다. 북에 대한 존중이 참 필요한 시기인 듯합니다. 백신과 의료용품 지원하겠다고 자꾸 제안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안 받겠다는데 그건 예의가 아니지 않겠습니까? 도리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말이지요, 신속하게 코로나 확산을 막고 청정지역을 만든 그 경험을 배우겠다는 자세 아닐는지요”라고 주장하였다. 곱씹어볼 필요가 있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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