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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청년 이야기] ⑤‘친부모 같은 당’이 보살펴준 흑령탄광의 청년

강서윤 기자 | 기사입력 2022/10/24 [15:50]

[북한 청년 이야기] ⑤‘친부모 같은 당’이 보살펴준 흑령탄광의 청년

강서윤 기자 | 입력 : 2022/10/24 [15:50]

지난 9월 29일 북한 노동신문은 기사 「당의 품에서 우리 청년들은 이렇게 자라고 있다」에서 ‘지난날의 잘못을 뉘우치고 집단 속에서 새 삶을 살게 된 청년 9명’의 이야기를 실었다.

 

 

 

이 소식은 국내 언론에서도 지난 9월 30일 「“평생 주먹 자랑만 했었소”…김정은 격려로 환골탈태한 ‘범법자’ 청년들」이라는 제목으로 내용 일부를 전한 바 있다. 하지만 이 기사는 각 청년과 관련한 이야기를 자세히 전하지 않아 궁금함을 불러일으킨다. 

 

여기에는 또 어떤 사연이 숨어있을까? 이를 알기 위해서는 먼저 지난해 평양에서 열린 청년절 경축행사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살펴봐야 한다. 

 

2021년 8월 말 평양에서 청년절 30주년을 맞아 경축행사가 열렸다. 곳곳에서 모인 청년들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단체로 기념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이후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사정이 어려운 ‘험지’를 가겠다고 나선 청년 9명을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 청사로 특별히 따로 불렀다. 또 청년 9명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북한에서는 최고지도자와 함께 찍은 사진이 대대손손 가보로 전해질 만큼 중요하게 여겨진다.

 

언뜻 청년 9명이 뭔가 ‘엄청난 성과’를 냈으리라고 생각할 법하다. 하지만 그렇기는커녕 한때 이 청년들은 온갖 사고와 소동을 일으켜 따가운 눈총을 받던 ‘불량 청년들’이었다. 오죽하면 가족·친지들도 두손 두발 다 들고 이 청년들을 거의 포기할 지경이었다고 한다. 이랬던 청년들이 잘못을 뉘우치고 험지로 가겠다고 스스로 ‘탄원진출’해 나선 것이다. 

 

탄원진출이란 사정이 어려운 지역에 가겠다고 지원, 그곳에서 노동자·농민으로 생활하는 것을 뜻한다. 청년들로서는 어린 시절부터 살아온 정든 고향을 떠나 머나먼 지역에서 뼈를 묻을 수도 있다는 쉽지 않은 결심을 한 셈이다. 

 

이런 사연을 보고받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청년들을 직접 맞아 격려하고 힘을 북돋아 줬다는 점이 주목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해당 당 조직들에서는 어렵고 힘든 부문에 탄원진출한 청년들이 힘들어할 때에는 지팡이가 되어주고 발걸음이 더뎌질 때에는 기꺼이 떠밀어주고 손잡아 이끌어주어야 합니다”라며 “그렇게 하여 오늘과 같이 가장 어려운 시기에 탄생한 우리 시대의 자랑인 이런 청년들이 먼 훗날에 가서 자기의 한 생을 총화(평가)할 때 인생의 졸업증을 받을 수 있게 하여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아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함께 사진을 찍은 청년 9명의 이름과 현재 소속 단위다. 

 

전천탄광 리수복청년돌격대 김광석, 개천지구탄광연합기업소 조양탄광 최충성, 무산광산련합기업소 노천분광산 오충현, 개천철도국 개천철길대 청년기계화기동1중대 허강일, 흑령탄광 차광수청년돌격대 리주혁, 라진상하수도사업소 무창농축산물생산분사업소 김광명, 강원도청년돌격대 김철룡, 임업관리국 대관임산사업소 최재천, 룡등탄광 김광철청년돌격대 리정혁. 

 

2022년 10월 기준, 청년 9명이 각 험지에 자리하고 난 뒤로 1년이 넘게 지났다. 1년여 동안 청년들은 어떤 삶을 살아왔을까? 이번 연재에서는 노동신문을 바탕으로 사연을 추려 순서대로 소개한다.

 

⑤‘친부모 같은 당’이 보살펴준 흑령탄광의 청년

 

다섯 번째 순서는 리주혁 강동지구탄광연합기업소 흑령탄광 차광수청년돌격대 대원·청년동맹 초급일꾼의 이야기다.

 

 

 

 

 

북한의 수도인 평양시에 속한 대동강 동쪽의 강동군, 이곳에 강동지구탄광연합기업소가 있다. 평양에 자원을 공급하는 강동지구탄광연합기업소는 흑령탄광, 강동탄광, 덕산탄광을 비롯해 100개가 넘는 탄광이 딸려 있을 정도로 규모가 크다.

 

 

 

리주혁 대원은 강동지구탄광연합기업소에서도 흑령탄광에 소속된 탄광 노동자다. 앞선 연재 글에서 살펴본 청년들의 사연처럼 리주혁 대원 역시 과거에 문제를 일으켰지만, 현장 탄광에서는 리주혁 대원을 배척하지 않은 것은 물론 초급일꾼 역할을 맡기는 등 믿음을 보여준 듯하다.

 

노동신문은 “리주혁 동무는 자신과 난관을 이기는 법을 배우며 돌격대의 믿음직한 청년동맹 초급일꾼이 되었다”라고 전했다.

 

그런데 리주혁 대원이 인정을 받게 된 건 리주혁 대원 혼자만의 힘만은 아니었다. 지난 1년여 동안 당일꾼(간부)들이 리주혁 대원의 곁에서 여러모로 도움을 줬다고 한다. 

 

노동신문은 리주혁 대원을 맞이한 당일꾼들이 “경애하는 총비서 동지(김정은 국무위원장)께서 품 들여 다시 태어나게 해주신 청년들을 친자식처럼 책임지고 잘 키우겠다”라며 마음속으로 맹세를 다졌다고 소개했다.

 

이와 관련해 “인생의 새 출발을 하는 청년들의 마음의 탕개(죄어드는 마음이나 긴장성)가 잠시나마 풀릴까 봐 그들을 맡은 당일꾼들과 청년동맹 일꾼들은 늘 걱정을 놓지 못했다”라고 노동신문은 강조했다.

 

당일꾼들이 리주혁 대원을 얼마나 생각했는지 보여주는 일화가 있다.

 

탄광에 들어오고 시간이 지나 리주혁 대원은 또래 청년들과 특별한 설맞이 모임에 참가하는 등 인정을 받게 됐다. 그런데 모임을 마치고 돌아온 리주혁 대원에게 책임일꾼이 찾아와 다음과 같이 당부했다고 한다.

 

“당의 사랑과 믿음을 받을수록 늘 겸손하게 자신을 낮추고 더 성실하게 일해야 하오. 벼 이삭은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고 하지 않소.”

 

이 책임일꾼은 리주혁 대원이 청년동맹 초급일꾼이 되고 난 뒤에도 관심을 놓지 않았다. 청년동맹 초급일꾼이란 각 일터의 ‘기초 단위’에 소속된 청년들을 책임지는 간부라고 할 수 있다.  

 

노동신문에 따르면 책임일꾼은 리주혁 대원이 청년들에게 저마다 맞는 역할을 맡길 수 있는 방도를 알려주는 한편, 도움이 될 새로운 정보가 담긴 책도 건넸다. 

 

그런데 탄광에서 리주혁 대원을 챙긴 건 위 책임일꾼만이 아니었다고 한다.

 

노동신문은 “당 책임일꾼들은 막장에 들어가 리주혁 동무와 함께 일하면서 경애하는 총비서 동지(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하늘 같은 사랑과 믿음을 순간도 잊지 말고 석탄산을 높이 쌓는 것으로 보답하자고 적극 고무해주었다”라고 전했다,

 

그 밖에 강동지구탄광연합기업소 당 조직에서도 리주혁 대원을 비롯한 청년들이 일을 마치고 편히 쉴 수 있도록 침실을 꾸려줬다. 이를 위해 당 조직에서 사람을 파견하고 건설 자재도 보장해줬다고 한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당 조직은 리주혁 대원이 탄광에서 어떻게 일하는지, 평소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도 세세히 챙겨줬다고 한다.

 

당 조직이 “흑령탄광 차광수청년돌격대 대원 리주혁 동무를 비롯하여 탄광에 진출한 청년들을 적극 도와주어 그들이 석탄증산투쟁의 앞장에서 청춘의 슬기와 용맹을 남김없이 떨치도록 잘 이끌어”주었다고 노동신문은 전했다.

 

이를 두고 노동신문은 당 조직에서 “청년 돌격대원들의 사업과 생활을 친부모의 심정으로 따뜻이 보살펴주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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