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청년을 다시 받아준 북한
노동신문은 “경애하는 총비서 동지(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품속에서 혁명의 믿음직한 계승자들로 억세게 자라나고 있는 우리의 미더운 500만 청년전위들의 심장은 이렇듯 깨끗한 충성의 맹세로 세차게 높뛰고 있다”라며 “사회주의 건설의 전구마다 투쟁의 불씨가 되고 요원의 불길로 세차게 타 번지는 이런 미더운 전위들이 있어 우리 당이 강하고 조국의 밝은 미래가 앞당겨지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동신문이 말하는 500만 청년 중에는 앞선 연재에서 소개한 ‘불량 청년’ 9명도 있다. 연재 마지막이 될 이번 글에서는 먼저 탈북했다가 다시 북한으로 돌아간 한 탈북자의 사연부터 살펴보려 한다.
북한에서 잘못을 저지른 사람은 먼저 소속된 대중단체에서 비판과 평가를 받고, 그래도 도저히 갱생이 안 되면 사법기관에서 처벌받게 된다고 한다. 당과 집단 차원에서 잘못을 저지른 청년에게 새로운 삶을 살 기회를 준다는 얘기다.
예를 들면 북한은 한국으로 탈북해 ‘반북 방송’에 출연했던 임지현 씨(본명 전혜성·30살)를 아무런 처벌 없이 다시 받아줬다. 2014년 1월 탈북했던 전혜성 씨는 3년 만인 2017년 6월에 중국 쪽에서 압록강으로 헤엄쳐 다시 북한으로 들어갔다고 한다. 전혜성 씨는 자신의 ‘재입북’ 과정을 다음과 같이 전했다.
“솔직히 저는 처벌받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군인들이) 추울까 봐 따뜻한 온돌방에 불 때 주면서 양배추 반찬이랑, 고추 반찬이랑.” -「“납치설은 새빨간 거짓말”…‘재입북’ 임지현, 북한매체 또 등장」, 연합뉴스TV, 2017.8.20.
몇 개월 뒤인 2017년 11월 국내 언론은 북한 언론을 인용해 전혜성 씨가 부모님, 여동생 등 가족들과 동굴 관광 등 나들이를 하는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이를 볼 때 탈북이 북한의 시각에서 ‘불법 월경’이라는 심각한 범법 행위임에도 다시 돌아온 탈북자를 처벌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측면에서 북한이 불량 청년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도 엿볼 수 있다. 북한에서는 죄를 지은 불량 청년이라고 해서 내치지 않고 최대한 집단과 조직에서 청년의 개선을 도우려는 분위기가 있는 듯하다.
영화 「줄기는 뿌리에서 자란다」로 본 개과천선
북한이 잘못을 저지른 청년을 어떻게 대해왔는지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1998년작 북한 영화 「줄기는 뿌리에서 자란다」에서도 자세하게 묘사됐다.
2011년 1월 31일 문화방송(MBC)은 ‘통일전망대’에서 「줄기는 뿌리에서 자란다」를 소개했다. 이 영화는 시민단체 ‘평화이음’이 2020년 7월 31일 유튜브 채널에서 「북녘 건달의 인생 스토리, 북시네마 #06 줄기는 뿌리에서 자란다」라는 제목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이 영화에 관해 MBC는 “북한 안주지구 칠리탄광의 청년돌격대장 류승철의 실화, 폭력조직을 이끌던 젊은이가 청년돌격대로 일하며 새사람이 된다는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어디서 이런 독버섯들이 생겼어?” -주인공 서유정이 마을 불량배 ‘빽자루 패거리’의 대장인 류승철의 뺨을 후려치며 한 말.
영화 초반에는 빽자루 패거리들이 한 여성(서유정)을 둘러싸며 추근대다가 류승철이 서유정에게 뺨을 얻어맞는 장면이 나온다. 이런 패거리를 두고 당 간부들이 “무단 결근자, 건달, 따귀꾼이 여기저기에서 몰려들었다. 하여튼 별 망둥이들이 다 있다”라며 표정을 찌푸리는 장면도 나온다.
그런데 연합당위원회 책임비서 만큼은 류승철이 새사람이 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을 거두지 않았다. 이후 빽자루 패거리가 마을에서 범죄를 저지른 뒤 류승철이 노동교화형을 받아 다른 지역으로 갔을 때도 책임비서는 류승철을 믿어줬다.
이후 류승철이 고향으로 바로 돌아오지 않고 힘든 건설 현장으로 지원하고 적응해나가면서 류승철을 미심쩍게 생각하던 주변의 시선과 평가도 아래처럼 달라진다.
“동무는 어젯날에는 낙오자였지만 오늘은 새 출발을 결심하고 시대의 흐름 속에 뛰어들었소. 그래서 우린 동무를 귀중히 여기고 또 내세워주고 싶은 거요.”
마침내 류승철은 당에서 대학 입학 추천도 받고 고향으로 금의환향하게 된다.
그런데 류승철의 아버지는 “그 사람(당 간부)들은 자기네 대오에 널 돌려세우느라 그렇게 이끌어주었는데 넌 너의 애들을 어떻게 할 셈이냐?”라며 “한때 널 따라다녔고 네가 버려놓은 애들 말이다”라고 류승철에게 패거리의 삶도 책임지라고 강조한다.
깨달음을 얻은 류승철은 대학 입학을 관두고 “사람 구실을 하려면 여길 꼭 와야 돼”라며 패거리를 이끌고 연합당위원회를 찾았다. 책임비서 앞에 선 류승철은 다음과 같이 호소했다.
“나는 빽자루 대장이 아니라 돌격대 대장이 하고 싶습니다. 돌격대 대장을 시켜주십시오.”
그렇게 빽자루 패거리들이 모여 새롭게 차광수돌격대가 결성되고 대원들은 탄광 일 중에서도 가장 힘든 막장 갱에서 생전 해 본 적 없는 탄광 노동자로 일하게 된다.
차광수돌격대에 속한 대원의 여동생은 “난 그전엔 남들이 자기 오빠 자랑을 할 때마다 떳떳하지 못한 오빠 때문에 얼굴도 못 들고 골목길로만 다녀야 했고 그것이 분해서 어머니 가슴을 치면서 울었”다면서 “하지만 이젠 우리 오빠가 좋다. 오빠들 앞으로도 계속 저희들이 오빠들 자랑을 하게 해”달라고 말했다.
물론 ‘개과천선’은 마냥 쉽지 않았고, 청년 대원들에게는 시련과 난관도 있었다. 앞서 연재 2편 「‘노동당 입당’ 앞두고 펑펑 눈물 쏟은 탄광 청년」에서 최충성 대장이 자신이 속한 대대의 성과를 낼 욕심에 자재를 빼돌렸던 것처럼, 차광수돌격대의 일부 대원들도 자재를 빼돌려 따가운 눈총과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모든 걸 다 포기하고 돌격대를 떠나려던 청년도 있었다. 하지만 최고지도자와 당이 방황하던 청년들에게 끝까지 믿음과 사랑을 주면서 떠나려 했던 청년도 다시 돌아오게 됐다고 영화는 전한다.
영화는 온갖 어려움을 뚫고 성공리에 새로운 갱도를 뚫어낸 류승철 대장과 차광수돌격대 대원들이 최고지도자의 훈장을 받고 다 함께 환호하는 장면으로 끝맺는다.
이 영화를 봐도 북한이 잘못을 저지른 청년들을 어떻게 대하는지 느껴지는 듯하다.
오늘을 살아가는 북한 청년들
마지막으로 각지에 탄원해 나선 청년들의 모습을 살펴보려 한다.
국내 언론은 조선중앙티비와 노동신문 등 북한 언론에서 나온 보도를 인용해 북한 청년들이 곳곳으로 지원해 나선 모습을 여러모로 소개했다.
먼저 2021년 3월 20일 MBC 보도 「북한 청년들이 탄광으로 가는 이유」부터 살펴보자.
“사회주의 건설의 어렵고 힘든 전선들에 탄원진출하는 청년들을 열렬히 축하합니다.” -2021년 3월 20일 MBC 보도 「북한 청년들이 탄광으로 가는 이유」에 나오는 글귀 중에서.
MBC는 위 보도에서 조선중앙티비를 인용해 “청년들이 금속, 석탄, 채취공업 부분과 농촌 등 어려운 경제 현장에서 일할 것을 스스로 자원했다”라고 소개했다.
이어 청년들이 버스를 타고 각 지역으로 떠나기에 앞서 간부들과 주민들이 꽃목걸이를 걸어주고 배웅하는 장면을 전했다. 또 북한에서는 이러한 청년들의 모습을 두고 “청년들의 숭고한 정신”, “아름다운 지향”이라는 평가를 했다고 소개했다.
신유진 만경대구역 청년동맹위원은 “힘든 일 한번 못 해 보고 자란 제가 이겨낼 수 있을까 하고 걱정도 컸다”라며 “앞으로 어렵고 힘들 때마다 저를 이렇게 따뜻이 바래다 준 동지들의 모습을 그려보며 더 높은 석탄산을 쌓아가는 데 적은 힘이나마 다 바치겠다”라고 말했다.
김경림 청년은 “농촌에 나가면 생각보다 더 어려울 것이 많을 것”이라며 “그렇지만 부모님들, 동무들 또 조직의 기대를 가슴에 새기고 일을 잘해서 꼭 다수확 농민이 되겠다”라고 강조했다.
김정숙평양제사공장에서 생고치 냉동처리 방안을 고안해 비단실의 품질과 생산성을 높인, 북한의 최고 명문대학 김일성종합대학을 나온 청년의 일화도 소개됐다.
평양건설장비공장에서 생산 원가를 낮출 수 있는 연마기를 설계하고 제작한 청년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조선중앙티비는 “어렵고 힘든 곳에 자기가 설 자리를 찾고 거기에서 꿈과 희망을 꽃 피워갈 불같은 열의에 넘쳐있는 우리의 미더운 청춘들, 이들의 눈으로 보는 세계는 오늘이 아니라 찬란한 내일”이라고 주장했다.
MBC는 조선중앙티비 보도를 인용해 2021년 기준 북한의 어려운 험지 곳곳으로 탄원한 청년들의 숫자가 1,300명이 넘고 그 수는 갈수록 늘고 있다고 전했다.
다음으로는 2021년 12월 11일 한국방송(KBS)에서 보도한 「[요즘 북한은] 혹한에도 오지로!…북 청년들 ‘탄원’ 열풍 외」를 살펴보자.
KBS는 청년미풍 열성자회의에 참가한 류수련 속도전청년돌격대 참모가 “미풍 선구자라는 부름 앞에 떳떳할 수 있게 조국을 위해서 사회와 집단을 위해서 자신을 다 바쳐 나가겠다”라고 외치는 모습을 소개했다.
SBS도 2022년 7월 22일 관련 소식을 보도했다.
이 보도에서는 ‘각도 특파 기자들이 보내온 소식’이라는 북한 방송의 여러 장면이 소개됐다. 여러 곳에 지원한 함경북도 청년 130여 명을 비롯해 라선특별시, 함경남도 곳곳으로 지원한 청년들을 축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이 가운데 한 청년은 “미풍 선구자로서 응당 서야 할 자리가 바로 농촌학교의 조그마한 농장, 높지 않은 보답이라고 생각하고 서슴없이 이 길을 택했습니다”라고 외쳤다.
노동신문은 “이 땅에 태어난 청년이라면 잘났든 못났든 품 들여 혁명의 기둥감으로 키워주시는 경애하는 총비서동지(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어버이 사랑의 품속에서 조선청년들은 이렇게 사회주의강국의 믿음직한 역군으로 억세게 자라나고 있”다며 “바로 그것으로 하여 주체혁명위업의 핏줄기는 오늘도 내일도 굳건히 이어지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오직 노동당의 품에서만 청춘의 새 출발도 인생의 크나큰 영광도 있다”라고 강조했다.
[북한 청년 이야기] 연재모음
①‘주먹 자랑’하던 불량 청년이 개과천선한 사연 https://www.jajusibo.com/60672
②‘노동당 입당’ 앞두고 펑펑 눈물 쏟은 탄광 청년 https://www.jajusibo.com/60689
③믿음과 노력으로 ‘801호 굴착기’를 몰게 된 청년 https://www.jajusibo.com/60714
④‘백두산과 가까워지고 싶다’며 철길을 정비하는 청년 https://www.jajusibo.com/60734
⑤‘친부모 같은 당’이 보살펴준 흑령탄광의 청년 https://www.jajusibo.com/60765
⑥‘정신력’으로 강원도의 험한 자연을 이겨낸 청년 https://www.jajusibo.com/60774
⑦지도자와 당에 고마움을 느끼는 청년들 https://www.jajusibo.com/607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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