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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햇살213] 북한과 유엔을 대하는 미국의 관점 문제③

문경환 기자 | 기사입력 2023/01/03 [06:33]

[아침햇살213] 북한과 유엔을 대하는 미국의 관점 문제③

문경환 기자 | 입력 : 2023/01/03 [06:33]

차례

1. 거듭된 유엔 안보리 회의 결렬에 발끈한 미국

2. 중러 탓하기의 불합리성

3. 드러난 미국의 속셈

4. 현실과 동떨어진 대국주의

5. 미국은 민심을 따라야

 


 

(이어서)

 

5. 미국은 민심을 따라야

 

미국은 북한의 핵을 없애고 나아가 체제를 붕괴시키고자 한다. 하지만 군사적 압박도, 경제 봉쇄도 소용이 없다. 유엔에서도 통하지 않고, 중러를 통해서도 해결할 수 없다. 지금으로써는 미국이 할 수 있는 게 없어 보인다. 이제 미국은 불가능한 일에 매달리지 말고 민심을 따라야 한다. 

 

1) 민심은 평화와 공존을 원한다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하면서 중국-대만 양안 사이에 전쟁 위기가 고조되었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미국의 지원에 힘입어 대만 독립을 주장하며 중국과 일전도 불사할 것처럼 강경한 모습을 보였다. 세계는 우크라이나에 이어 동아시아에서 또 전쟁이 발발할지 긴장하며 사태를 주시하였다. 

 

그리고 11월 26일 대만 지방선거가 열렸다. 집권 민진당과 차이 총통은 선거 과정에서 중국의 안보 위협과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강조했다. 반면 제1야당인 국민당은 전쟁 위험을 없애기 위해 교류·협력을 통해 중국과의 긴장 완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선거 결과 민진당은 21개 시·현 중 5곳만 이겨 참패를 하였다. 국민당은 13곳에서 승리했고 특히 6개 직할시 중 4곳을 차지했다. 차이 총통은 창당 이후 역대 최악의 결과에 책임을 지고 민진당 주석직에서 물러났다. 

 

대만 국민의 선택은 평화와 공존이었다. 중국을 적으로 대하며 전쟁 불사를 외칠 것이 아니라 교류·협력하며 평화롭게 지내자는 것이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KBS가 지난해 광복절을 맞아 국민 통일의식을 조사한 결과 ‘선제타격’으로 상징할 수 있는 윤석열 정부의 대북 강경 정책을 반대하는 의견이 55.8%로 찬성 44.2%보다 높았다. 또 남북정상회담 개최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는 무려 81.3%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한국갤럽이 지난해 11월 초에 조사한 결과를 봐도 윤석열 정부의 대북 정책이 잘못이라는 응답이 48%로 잘하고 있다는 응답 33%보다 훨씬 높았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강경 대응에 대해서도 57.5%가 잘못이라고 답했다. 

 

▲ 최근 촛불집회에서는 평화를 위해 윤석열이 퇴진해야 한다는 주장을 쉽게 볼 수 있다.     © 문경환 기자

 

이처럼 한국 국민도 평화와 공존을 바라고 있다. 

 

미국 내에서도 점점 평화와 공존을 바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해 10월 9일 대북 전문가를 인용해 미국은 북한을 비핵화하려던 지난날의 실패를 인정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앙킷 판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CEIP) 핵정책프로그램 선임연구원은 “북한은 이미 (비핵화 싸움에서) 이겼다. 쓰디쓴 현실이지만 어느 순간 우리는 그걸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드 오캐럴 코리아리스크그룹 대표는 “대부분의 미국 고위 관리들은 이제 비핵화가 일어나지 않을 거란 점을 개인적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공개적으로 말할 수도 없고, 말하지도 않을 것”이라 주장했다.

 

며칠 후인 10월 21일 미국 미들베리 국제학연구소(MIIS) 동아시아 비확산프로그램 책임자인 제프리 루이스 교수는 미국의소리 인터뷰에서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자는 주장을 했다. 3일 후 블룸버그통신도 칼럼에서 “수십 년간 지속된 한반도 비핵화 구상은 실패했다”, “북한이 지난달 자신을 핵보유국으로 선언한 이후 미국과 그 동맹은 이 현실을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북한의 핵을 인정하고 평화와 공존으로 선회하자는 주장이 계속되자 급기야 미 국무부가 진화에 나섰다. 지난해 10월 31일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미국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가능성에 관해 “그것은 우리의 정책이 아니며, 앞으로도 결코 정책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지 않는다”라고 못을 박았다. 

 

물론 북한과 평화 공존하자는 주장은 아직까지 미국의 주류 의견이 아니다. 그러나 전에 없던 의견들이 나온다는 점에서 민심의 변화 방향을 알 수 있다. 

 

2) 민심은 힘과 정의를 따른다

 

보통 민심은 힘과 정의를 따르게 마련이다. 정의가 없는 힘에는 저항이 따르게 마련이다. 또 힘이 없는 정의는 외면을 받는다. 힘과 정의가 둘 다 있다면 민심은 여기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낸다. 

 

지금 미국은 힘도, 정의도 없다. 

 

미국의 힘은 주로 군사력과 경제력이었다. 

 

그런데 군사력에서 여러 나라에 밀린다는 게 세계 앞에 드러났다. 시리아 내전에서는 러시아군이 미군 비밀기지를 폭격했지만 미국은 충돌을 우려해 항의하지 않겠다고 꼬리를 내렸다.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정규군 면모도 갖추지 못한 탈레반에 쫓겨 야반도주를 하였다. 자기들이 부추겨 전쟁이 일어나게 만든 우크라이나에겐 무기 지원만 할 뿐 절대 참전은 하지 않겠다고 못을 박았다. 북한이 극초음속 미사일을 발사하자 미국은 서부 해안의 공항들에 모두 운항 정지 명령을 내리는 소동이 벌어졌지만 북한을 응징하겠다는 말도 못하고 대화 재개만 요청하고 있다. 

 

경제 상황도 심상치 않다. 물가 폭등을 잡겠다며 금리를 미친 듯이 올렸는데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 아무도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1년 내내 경기 침체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했으며, 전문가들마다 미국 경제 전망이 어둡다고 아우성이다. 이에 인플레이션 방지법 같은 정책을 쏟아내며 동맹국을 털어먹으려 하고 있다. 

 

▲ 2023년에도 암울한 미국 경제.     

 

미국의 힘이 예전만 못하고 계속 추락하자 동맹국들이 점차 이탈하고 있다. 최근 이 흐름에서 두드러진 나라가 사우디아라비아다. 전통적인 친미 국가였던 사우디는 지난해 미국의 석유 증산 요청을 거부하고 러시아, 중국과 손을 잡으며 탈미 흐름을 주도했다. 

 

한편 북한은 미국과 정반대로 갈수록 힘을 키우며 국제 사회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1991년 소련 해체와 동구 사회주의 붕괴로 북한에 위기가 닥쳤다. 당시 김일성 주석이 회의를 소집해 인민군 고위간부들에게 “전쟁이 일어나면 이길 수 있느냐”라고 묻자 간부들이 “이길 수 있다”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그러자 김일성 주석이 “자신이 있느냐”라고 다시 물었고 당황한 간부들이 대답을 못하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일어나 “우리는 이긴다. 조선이 없는 지구는 필요 없다. 우리 공화국이 지는 경우에는 지구가 깨어져 망할 때”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NK리포트] “조선 없는 지구 깨버려야 한다”」, 조선일보, 2003.1.14.)

 

▲ 1991년 회의 장면을 담은 북한의 그림.     © Corbis

 

2003년 1월 10일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한 뒤 노동신문은 12일 사설을 통해 “조선이 없는 지구는 깨버려야 한다”라며 당시를 떠올리게 했다. 

 

지구가 깨지면 모두 죽는다. ‘조선이 없는 지구는 깨버려야 한다’는 말은 ‘너 죽고 나 죽자’, 즉 같이 죽자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북한은 ‘너 죽고 나 살자’를 이야기한다. 여러 종류의 대륙간 탄도미사일과 대형 수소폭탄을 개발하고 선제 핵공격을 법제화하여,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기 전에 미국 본토에 핵미사일을 날려 상황을 종료하겠다는 게 북한의 구상이다. 혹시 있을 미국의 핵 반격에 대비해 전국에 지하 대피시설을 만들어놓기도 했다. 반면 미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에 대한 대비가 부족하다며 불안에 빠져 있다. 

 

미국은 정의를 구현하지도 않는다. 

 

미국은 독점을 추구한다. 독점을 추구하기에 공존을 거부한다. 미국은 세계가 자신의 지배와 간섭 아래에 있어야만 한다고 여긴다. 그래서 미국의 지배와 간섭을 거부하는 북·중·러 같은 나라들은 체제 전복, 정권 축출의 대상이 된다. 중국의 경제 규모가 커지자 곧바로 무역 전쟁을 일으키고 세계 시장에서 중국을 몰아내기 위해 각국에 중국과의 탈동조화(디커플링)를 요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은 자신의 ‘정의’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2011년 5월 미국은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했고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정의가 실현됐다”라고 선언했다. 리언 파네타 당시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NBC 인터뷰에서 ‘오사마 빈 라덴의 은신처를 알아내기 위해 물고문 등을 포함한 강한 심문 기술을 사용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대답했다. 미 특수부대가 무단으로 들어간 파키스탄은 주권 침해라고 항의했고, 헬무트 슈미트 전 독일 총리는 “분명한 국제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이것이 미국의 ‘정의’ 구현 방법이다. 

 

반면 북·중·러는 미국의 체제 전복을 요구하지도, 시도하지도 않는다. 정권 교체를 추진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미국과 공존을 요구한다. 

 

북한에서 미국의 체제를 무너뜨리겠다는 이야기는 나온 적이 없다. 북한은 시종일관 안전 보장을 요구했으며 공존, 공리, 공영을 주장하였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지난해 10월 26일 미국의 미중 관계 전국위원회 연례 시상식 만찬에 축하 서신을 보내 “중국은 미국과 함께 상호 존중, 평화 공존, 합작 공영하고, 새로운 시대에 중국과 미국이 올바르게 공존할 수 있는 길을 찾아 상호 양국뿐만 아니라 세계에도 이익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하였다. 

 

러시아 외무부는 지난해 3월 8일 “러시아와 미국은 냉전 때와 같은 평화적 공존 원칙으로 돌아가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그러나 한 달여 뒤인 4월 18일 워싱턴포스트는 미국이 유럽과 함께 러시아와 협력·공존하지 않고 고립·약화하는 장기전략을 수립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처럼 힘도, 정의도 미국에 없다. 민심이 미국을 향할 이유가 없다. 민심이 미국을 따르지 않는다면 미국이 민심을 따라가야 한다. 민심이 원하는 평화와 공존이 바로 미국이 가야 할 길이다. 여기에 미국이 살 길이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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