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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풍선’ 비난하더니 꼬리 내린 미국‥중국의 압박 때문?

강서윤 기자 | 기사입력 2023/02/18 [11:44]

‘중국 풍선’ 비난하더니 꼬리 내린 미국‥중국의 압박 때문?

강서윤 기자 | 입력 : 2023/02/18 [11:44]

지난 2월 4일(미국 현지 시각) 미국 본토 상공으로 들어온 이른바 ‘중국 풍선’을 두고 “주권 침해”라며 연일 중국 정부를 비난하고 중국 기업도 제재하던 미국이 뒤늦게 태도를 바꿨다. 

 

 

그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 시간 순서대로 돌아보자.

 

지난 4일 미국은 최신형 스텔스 전투기 F-22를 동원해 사우스캐롤라이나주 근처 상공에서 풍선을 격추한 뒤 “중국의 정찰풍선이란 것을 확신한다”라며 중국을 몰아붙였다. 이틀 뒤인 6일 미국은 40개국 대사관의 외교관들에게 중국의 잘못을 강조하는 설명회를 여는 등 중국을 강하게 자극했다.

 

이후 미국은 캐나다와 함께 북미 지역의 ‘미확인 정찰 비행체’를 격추하면서 중국을 향한 공세를 이어갔다. 미국·캐나다는 2월 10일 미국 알래스카, 11일 캐나다 북서부 유콘, 12일 미국 휴런호 상공에 있는 3개의 비행체를 격추하면서 중국이 보냈을 가능성을 암시했다.

 

하지만 대중국 공세를 이어가던 미국은 며칠 뒤 말을 뒤집었다.

 

지난 15일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조정관은 설명회에서 “지금까지 우리는 3개의 비행체가 중국 정찰풍선 프로그램의 일부라는 구체적인 징후를 보지 못했고 다른 국가의 정보수집 활동으로 확신할 증거도 없다”라고 밝혔다.

 

미 유력 언론은 미 정부의 대응에 비판을 쏟아냈다.

 

지난 15일 뉴욕타임스는 지난 4일 미국이 격추한 풍선에 관해 중국 남부 하이난성 정찰기지에서 날아오른 풍선은 원래 동쪽으로 향할 예정이었지만, 바람 등 우발적 원인으로 미국 북쪽 알래스카 부근으로 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15일 월스트리트저널, 폴리티코는 미 정부가 3개 비행체와 관련해 말을 바꾼 점을 두고 ▲미국의 과잉 대응과 군의 탐지 능력에 허점이 드러났다 ▲미국이 위협이라며 격추한 비행체 3개 중 하나는 민간인 동호회가 날린 풍선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같은 날 CNN은 백악관을 인용해 대중국 전략·정책, 대만 군사 지원을 맡아온 국가안보회의(NSC)의 로라 로젠버거 중국·대만 담당 선임국장이 조만간 물러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로젠버거 국장의 사임을 두고 백악관 관계자는 “중국 정찰풍선 사건과는 무관하다”라고 선을 그었지만, 시기상 미국이 중국에 관한 태도를 바꾼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미국의 바뀐 대응은 중국이 연이어 내놓은 맞대응 조치와 관련이 있어 보인다.

 

지난 5일(중국 현지 시각) 셰펑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미국 측에 “중국 민간용 무인 비행선이 미국 영공에 잘못 들어간 것은 전적으로 불가항력에 의한 예기치 못한 우발적 사건”이라면서 “사실관계가 명백하며 왜곡과 먹칠은 용납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 영공을 곧 떠날 민간용 비행선에 고집스럽게 무력을 남용한 것은 명백한 과잉 대응이며 국제법의 정신과 국제관례를 엄중 위반한 것”이라며 “미국의 행동은 발리 정상회담 이후 중미관계를 안정화하려는 노력에 엄중한 타격을 주는 것으로 중국이 이에 결연히 반대하고 강렬하게 항의한다”라고 강조했다.

 

셰 부부장은 “중국 측 이익을 해치고 상황을 더 악화하며 긴장 국면을 확대하는 추가 행동을 하지 말길 미국에 촉구한다”라면서 “중국 정부는 현재 사태의 전개를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중국 기업의 정당한 권익, 중국의 이익과 존엄을 단호히 수호하고 추가적으로 필요한 대응을 할 권리를 보유하고 있다”라고도 했다.

 

실제로 지난 16일 중국 상무부는 미국을 대표하는 방산업체인 록히드마틴과 레이시온을 ‘신뢰할 수 없는 실체(기업과 개인)’ 명단에 올려 제재했다. 중국은 곧이어 CATL과 미국 포드자동차의 배터리 합작과 기술 유출 여부를 조사한다며 미국을 압박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CATL은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점유율 1위인 업체다.

 

또 중국 전국인민대표회의(국회)는 미 의회가 풍선과 관련해 내놓은 대중국 규탄안을 “중국 위협론을 부풀린 악의적 정치 농간”이라고 규정했다.

 

중국의 강경한 맞대응 조치가 이어지자 결국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직접 해명에 나섰다.

 

지난 16일(미국 현지 시각) 바이든 대통령은 먼저 지난 4일 격추한 중국 풍선과 관련해 “나는 사과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시(진핑) 주석과 대화하길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아직 3개 물체가 정확히 무엇인지 알지 못하지만 현재로서는 이들이 중국의 스파이 풍선 프로그램과 관련됐거나 다른 국가에서 온 정찰 기구라고 볼 만한 어떤 것도 없다”라며 “정보당국의 현재 평가는 3개 물체가 민간 기업이나 오락용, 연구기관, 기상 연구나 다른 과학 연구와 관련된 풍선일 가능성이 가장 크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뒤늦은 수습에 나섰으나 중국은 좀처럼 받아들이지 않는 모양새다.

 

미 언론은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2월 17~19일(독일 현지 시각) 독일에서 열리는 뮌헨안보회의에서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 정치국 위원과의 회담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블링컨 장관은 중국 풍선을 이유로 지난 5일(중국 현지 시각) 베이징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미중 외교장관 회담을 취소한 바 있다.

 

하지만 왕이 위원은 뮌헨안보회의에서 블링컨 장관을 만나길 거부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전했다. 

 

풍선을 문제 삼아 대중국 공세에 나서려던 미국이 오히려 중국의 반격에 당황해 꼬리를 내린 상황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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