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일본 편이었던 미국
미국은 윤석열 정권이 일본에 면죄부를 준 이른바 ‘강제동원 해법안’에 이어 우리로서는 굴욕적인 한일정상회담마저도 극찬했다.
돌아보면 미국은 오랫동안 일본의 편이었다. 특히 일본의 반성과 사죄를 촉구하는 한국을 한일관계 개선의 걸림돌로 여겨왔다.
오바마 정권 시기였던 2014년 12월, 대니얼 러셀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는 “내년(2015년)이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이 되는 해”라면서 “내년에는 어렵고도 중요한 역사문제를 비롯해 한일관계 전체가 개선되기를 희망한다”라고 말했다.
3달 뒤인 2015년 3월, 미 보수성향 정책연구기관인 미국기업연구소가 한일관계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는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이 한목소리로 직접 한일관계 개선에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지 W. 부시 정권 당시 리처드 롤리스 전 미국 국방부 아태 부차관보는 “강제적이고 지속적인 제3자 개입 이외에 다른 대안이 보이지 않는다”라면서 “그런 행동에 나설 수 있는 역량을 가진 나라가 바로 미국”이라고 주장했다.
오바마 1기 정권에서 한반도 문제를 실무 총괄했던 커트 캠펠 전 미국 국무부 아태 차관보도 “미국은 더 개입할 수 있고 또 그렇게 해야만 한다”라고 거들었다.
진영을 초월해 한일관계 개선에 의기투합한 미국이다.
당시 일본 정부는 아베 신조 총리를 중심으로 한일관계가 나빠진 건 일본 탓이 아니라면서 적반하장격으로 한국을 탓했고 미국은 이런 일본의 시각을 받아들였다.
미국은 웬디 셔먼 국무부 정무차관을 중심으로 ‘위안부’ 합의 체결에 노골적으로 개입했다. 셔먼 차관은 “과거의 적을 비난함으로써 값싼 박수를 얻는 것은 쉬운 일”이라며 일본에 사죄를 촉구하는 한국을 비하하기까지 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 2015년 12월, 한일 ‘위안부’ 합의가 미국의 개입으로 졸속 체결됐다. 합의 내용은 일본 정부와 전범기업 대신 ‘제3의 재단’이 모은 기금을 피해자에게 전달한다는 것이었다. 2023년 3월 6일 윤석열 정권이 발표한 강제동원 해법안과도 내용이 비슷하다.
‘위안부’ 합의가 체결되고 11개월이 지난 2016년 11월에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이 체결됐다. 강제적인 한일관계 개선 뒤에는 언제나 미국이 있었다.
트럼프와 바이든에게 당한 한국
미국은 정권이 바뀐 뒤에도 한국을 깔봤다.
지난 2019년 8월, 한국 대법원은 일본 전범기업을 대상으로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그러자 일본 정부는 일방적으로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을 제재하며 한국을 공격했다. 반도체 생산이 한국의 핵심 주력산업이라는 점을 노린 악랄한 공격이었다.
이에 문재인 정부는 지소미아 파기 결정으로 맞대응했다. 그러자 미국은 한국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쏟아냈다.
당시 문재인 정권이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를 불러 불만을 자제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 뒤에도 마크 에스퍼 미 국방부 장관과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은 직접 기자회견을 열어 “지소미아를 종료하지 말라”라며 한국을 비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도 “(문재인 정권에) 크게 실망했다”라며 한국 비난에 가세했다. 미 국무부도 따로 “동북아 안보에 심각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논평을 냈다.
문재인 정권은 ‘미국도 지소미아 파기를 이해했다’고 밝혔지만 2019년 8월 23일 채널A 보도에 따르면 미 실무책임자는 “거짓말이다. 사전 이해는 없었다”라고 한국에 면박을 줬다.
당시 문재인 정권은 “아무리 동맹 관계여도 대한민국의 이익 앞에 어떤 것도 우선할 수 없다”라며 미국의 압박에 한동안 버텼다. 하지만 몇 달 지나지 않은 2019년 11월 22일에 지소미아 파기를 철회하고 ‘종료 유예’ 조치로 수위를 낮췄다. 미국에 의한 백기투항이었다.
하지만 미국은 한국을 공격한 일본에는 별다른 비판을 하지 않았다. 대신 공격의 화살을 지소미아 파기로 한일관계, 더 나아가서는 한·미·일 군사 협력에 균열을 낸 한국에 돌린 것이다.
한일 과거사 청산을 통해 한·미·일 군사 협력을 완성하려 한 미국의 관점에서는 한국이 ‘골칫덩어리’였다. 한국을 미국과 일본 아래에 두어야 패권이 저물어가는 동북아시아에서 최대한 이득을 뽑아낼 수 있는데, 한국이 일본을 비판하며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바이든 부통령이 대통령이 된 지금도 한국을 깔보는 미국의 시각은 똑같다.
윤석열 정권이 내놓은 강제동원 해법안 발표 전후로 미국은 이제 더 이상 숨기지도 않고 일본 편을 들고 있다.
지난 3월 6일, 윤석열 정권이 일본에 면죄부를 주는 이른바 ‘강제동원 해법안’을 발표했다. 그런데 가장 먼저 움직인 건 바로 일본이 아닌 미국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다렸다는 듯 미국 시간으로 한밤중에 환영 성명을 발표하며 극찬했다. 그 뒤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도 환영 성명을 따로 냈다.
이뿐만 아니라 주한미국상공회의소가 앞장서서 일본 전범기업 대신 피해자 배상을 맡은 행정안전부 산하 재단에 가장 먼저 기부 의사를 밝혔다. 이는 한국 대기업을 향해 ‘미국이 먼저 모범을 보였으니 얼른 동참하라’는 압박으로 풀이된다.
미국에 분노한 민심
국내 민심은 일본 편을 드는 미국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관련 기사에서는 “그들(미국)은 철저히 자기들 유리할 대로 행동한다. 동맹? 이용만 할 뿐!(푸**)”, “바이든은 친일이지. 오바마 때도 바이든은 한국보단 일본 편이었지.(올**)”, “미국은 그 얍삽한 입 다물어라.(호*)”, “양아치 미국 바이든 정권은 힘의 논리로 대한민국을 짓밟지 마라.(리*)” 등 미국을 비판하는 누리꾼들의 댓글이 쉽게 눈에 띈다.
방송인 김어준 씨도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서 여러 차례 미국을 “도둑놈, 날강도”라고 지목했다. 또 한일관계 개선을 주문하는 미국에 ‘찍’소리도 못 하는 윤석열 정권을 “호구”라고 비판했다.
군사·안보 전문가인 김종대 전 국회의원도 지난 23일 유튜브 채널 ‘김종대TV’에서 윤석열 정권이 미국이 원하는 한일정상회담을 했다며 “글로벌 호구”, “탄핵감”이라고 거침없이 분노를 쏟아냈다.
지난 3월 21일, ‘강제동원 사죄 및 배상촉구 의원모임’ 대표인 김상희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은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를 통해 한일정상회담 과정에서 “한국이 완전히 호구를 잡힌 것 같다”라고 주장했다. 또 그 뒤에 한일관계 개선을 바라는 미국이 있었다고 진단했다.
김 의원은 2015년 위안부 합의 당시 대통령이었던 박근혜가 미국의 엄청난 압력을 받았고 여기에는 북·중·러와 대결하는 신냉전 구도를 짠 “미국하고 일본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여기에 한국이 빨려 들어가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미국에 제대로 할 말을 못 하던 민주당에서도 미국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는 점이 주목된다. 그만큼 일본을 편드는 미국에 분노한 민심이 심상치 않다는 방증으로 보인다.
앞으로 미국을 향한 민심의 분노가 나날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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