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0일 중국이 중재한 이란·사우디아라비아 국교 정상화 합의를 기점으로 중동 지역에서 평화·화해 분위기가 높아지는 가운데, 중동 지역 15개 국가에 사는 국민 다수가 미국을 신뢰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일(현지 시각) 미국 여론조사업체 갤럽은 미국의 이라크 침공 20년을 맞아 중동 15개국 국민이 미국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갤럽은 중앙아시아에 속하는 아프가니스탄, 북아프리카에 속하는 모로코 등도 넓은 의미의 중동으로 포함했다.
이번 조사는 중동 지역 국민을 대상으로 ‘미국이 중동 국가의 민주주의 실현에 진심을 다하고 있는가’, ‘미국이 중동 국가의 자결권을 인정하는가’, ‘미국이 중동 국가의 경제발전에 기여했는가’ 세 가지 물음을 던졌다.
먼저 ‘미국이 중동 국가의 민주주의 실현에 진심을 다하고 있는가’라는 물음을 살펴보면 부정 비율이 긍정 비율을 압도했다.
이와 관련한 부정 비율은 미국과 대립하는 이란에서 81%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어 튀니지(78%), 튀르키예(76%), 팔레스타인(75%), 이라크(72%), 아프가니스탄(61%), 쿠웨이트(42%), 모로코(38%)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미국의 역할을 긍정하는 비율은 평균 10%대에 그쳤다.
‘미국이 중동 국가의 자결권을 인정하는가’라는 물음에서도 미국에 부정적인 여론이 비슷하게 나타났다.
이와 관련한 부정 비율은 이란(80%), 튀르키예(78%), 튀니지(77%), 팔레스타인(76%), 이라크(71%), 아프가니스탄(61%), 요르단(57%), 쿠웨이트(42%), 모로코(38%) 순이었다.
‘미국이 중동 국가의 경제발전에 기여했는가’라는 물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와 관련한 부정 비율은 이란(82%), 튀르키예(76%), 튀니지(74%), 팔레스타인(71%), 이라크(71%), 아프가니스탄(67%), 요르단(51%), 쿠웨이트(41%), 모로코(34%) 순이었다.
부정 평가가 60%를 넘은 이란, 튀르키예, 튀니지, 팔레스타인, 이라크, 아프가니스탄은 모두 미국의 개입으로 나라 안팎이 혼란에 빠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이라크는 지난 2003년 미국의 침공을 받은 뒤 수많은 국민이 죽거나 난민이 돼 정치·경제·사회 기반이 무너졌고 내전까지 계속되고 있다. 지난 2001년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한 미국은 2021년 8월 들어 아프가니스탄에서 야반도주하듯 미군을 철수시켰다.
튀니지는 지난 2011년 이른바 미국 정보기관의 개입 의혹이 있는 이른바 ‘아랍의 봄’으로 벤 알리 정권이 무너진 뒤 사회 안팎이 혼란을 겪고 있다. 이스라엘과 맞닿은 팔레스타인은 70년 넘게 이스라엘을 일방적으로 편들어온 미국에 앙금이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소속 국가인 튀르키예에서 미국을 향한 부정 여론이 높다는 점도 눈에 띈다. 튀르키예는 과거 친미 행보를 보였지만 미국이 지원한 친미 인사가 에르도안 정권을 뒤집으려 한 쿠데타 시도, 러시아와 가깝게 지내며 탈미 노선을 걷다가 미국의 강력한 경제 제재를 받는 등 미국과 악연이 있다.
미국의 직접 침공과 제재를 받지 않은 모로코, 요르단, 쿠웨이트에서는 세 가지 질문에서 미국을 긍정하는 여론이 다른 중동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다만 이들 국가에서도 미국의 역할을 긍정하는 여론은 평균 20~30%대에 머물렀다.
갤럽은 “중동 지역의 민주화와 민생 개선에 대한 미국의 약속과 달리 이라크와 무슬림이 다수인 중동 12개국에서는 미국의 역할에 긍정적으로 반응하는 여론이 매우 소수에 머물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저작권자 ⓒ 자주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중동, 미국, 민심 관련기사목록
|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