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하기 싫으면 어렵게 고민할 필요 없다. 그 자리에서 내려오면 된다. 그렇게 하기 싫은 대통령을 왜 하는가. 지금 당장 내려오면 된다.”
이국언 (사)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대표는 한일정상회담이 열리는 7일 오후 2시 대통령실 앞에서 윤 대통령을 향해 이렇게 호통쳤다.
이날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은 한일정상회담 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기자회견에는 50여 명의 시민이 참여했다. 시민 중 일부는 연설자들의 규탄 발언에 “윤석열을 타도하자”, “한일정상회담 반대한다” 등의 구호를 중간에 외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지 이제 1년이 다 되어간다. 지난 1년 우리 국익 우리 외교가 얼마만큼 훼손되고 망가지고 국민의 자존심이 얼마나 추락했는지 우리는 목도했다. 정의는 물구나무섰다. 피해자들이 오히려 거리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어떻게 이럴 수 있단 말인가”라며 울분을 터뜨렸다.
계속해 “지난 3월 한일정상회담 당시 사대·망국 외교라는 국민적 비판이 일자 윤석열 정부는 ‘우리 정부가 먼저 물컵에 반을 채우고 나면 일본이 나머지 물컵 반을 채울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일본이 채웠던 물컵의 반은 무엇이었나”라면서 “역사 교과서를 왜곡하고, 강제동원을 부정하고.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고 기시다 총리를 비롯해 일본 의원들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했다. 이게 과연 일본의 성의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석운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공동대표는 “12년 만에 한국에서 한일정상회담을 환영할 수 없는 입장”이라며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와 강제동원 피해자들께 진정성 있게 사죄할 것, 일본 전범 기업들이 일제강점기에 자행한 인권 침해에 대해 사죄와 배상할 것, 후쿠시마 핵 오염수 해양투기 즉각 중단할 것,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지 말 것, 군사 대국화 폐기와 한·미·일 군사협력 체계 강화 중단할 것” 등을 요구했다.
“기시다 총리는 현충원이 아니라 서대문 형무소를 가야 한다. 일제강점기 학살당한 항일 독립운동가들 앞에서 무릎 꿇고 사죄해야 한다.”
김은형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이같이 말하며 한일정상회담을 규탄하는 연설을 이어갔다.
김 부위원장은 “기시다 총리와 윤 대통령이 만나고 있다. 또 어떤 일이 벌어질지 걱정부터 앞서는 대한민국 국민이다. 윤석열 정권의 굴욕 외교는 이제 굴종을 넘어 매국을 넘어 망국 외교로 넘어가고 있다. 미국의 세계 패권의 요구 앞에 군사 재무장을 다그치는 일본과 군사동맹이 우리나라와 우리 민족, 우리 국민을 위해 무엇이 이롭단 말인가”라면서 “노동자, 민중을 외면하며 민족을 거부하고 평화의 길을 외면하며 전쟁을 부르는 한·미·일 전쟁 동맹으로 역사도, 국민의 존엄과 생명도 저버리는 대통령으로 된다면 반드시 국민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백휘선 평화나비 네트워크 전국 대표는 “윤 대통령은 기시다 총리와 숯불갈비 먹으며 절친이라도 되려는가. 이웃 국가이니 좋은 사이가 되면 좋다. 하지만 우리 국민이 100여 년간 흘린 피와 상처는 치유 받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은 안중에도 없이 홈 파티할 생각에 신이 나는가. 일본의 사죄와 반성 없이는 그 무엇도 시작할 수 없다. 한일관계는 아직도 시작점에 서지도 못했다”라면서 “이번 한일 정상회담에서 일본은 전쟁 범죄를 인정하고 역사에 기록할 것을 약속해야 한다. 피해자를 향한 진심 어린 사죄와 법적인 배상을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연희 겨레하나 사무총장은 “이번 한일정상회담에서 우려되는 것은 한일, 한·미·일 군사협력이다. 일본과 군사협력을 하면 일본의 재침략, 자위대의 한반도 상륙으로 이어지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있는가”라면서 “한일 군사협력은 나라를 팔아먹는 것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 한일, 한·미·일 군사협력은 중단돼야 한다. 한반도의 위기를 몰아넣는 윤석열 정권의 대일·대미 추종 외교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굴욕 외교, 망국 외교, 굴종 외교, 윤석열 정권 규탄한다”, “일본의 역사 왜곡 규탄한다”, “일본의 군국주의 무장화 규탄한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날 기자회견 사회를 본 주제준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공동 운영위원장은 “대통령은 단지 조각배에 불과하다. 그것을 띄우는 것도 물이고, 그것을 엎어뜨리는 것도 물이다. 그 물은 민심”이라며 “국민을 이기는 대통령은 없다. 윤 대통령이 또다시 기시다 총리와 한일정상회담에서 굴욕·굴종·망국 외교를 거듭한다면 국민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시민들은 부부젤라를 불고, 함성을 지르며 대한민국 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대일 굴욕 외교를 하는 윤석열 정부와 일제강점기 시절의 범죄 행위에 사죄하지 않는 일본에 경고를 보냈다.
한편, 이날 대학생들은 기시다 총리가 가는 곳마다 1인 시위를 벌였고, 청년학생들은 오전 11시에 한일정상회담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함께 만드는 통일세상 평화이음은 논평을 통해 “노골적으로 재침 야욕에 들떠 군사 대국화와 재무장을 선언한 기시다가 이 땅을 밟는다는 것은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가 전쟁 위기 속으로 한 발 더 빠르게 다가가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라면서 “기시다는 전쟁을 몰고 올 것이 아니라, 식민 지배와 전쟁 범죄에 대해 일제가 저지른 전쟁 범죄의 피해자들에게 무릎 꿇고 사죄부터 해야 마땅하다”라고 주장했다.
윤석열 정부의 대일 굴욕 외교로 한일정상회담을 바라보는 국민의 눈길은 싸늘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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