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4월 26일(미국 현지 시각)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미국의 선봉대로 앞장서며 사실상 중국과 러시아를 적으로 돌리겠다고 선언했다.
한미 양국은 한미 공동성명의 ‘포괄적 글로벌 협력’ 항에서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러시아를 비난했다. 포괄적 글로벌 협력이란 말이 좋아 협력이지 한국이 한반도를 넘어 세계 전체를 대상으로, 군사 분야뿐만 아니라 정치·경제 분야 등에서도 미국의 전략에 충실히 따르겠다는 것이다.
양국은 러시아를 겨냥한 대러 제재와 함께 “러시아의 행위를 가장 강력한 언어로 규탄”하고 “정치, 안보, 인도적, 경제적 지원 제공을 통해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지할 것”이라고 했다. 이는 윤 대통령이 로이터통신과 대담에서 우크라이나에 살상용 무기 지원을 암시했을 때보다 한 발짝 더 나간 표현이다. 일각에선 한국군의 우크라이나 파병 가능성까지 우려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각국이 속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회원국 이외에 우크라이나에 살상용 무기 지원, 전쟁 개입 가능성을 직접 언급한 나라는 한국이 처음이다. 러시아와 등을 돌리게 되면 한국이 맞닥뜨리게 될 정치·군사·경제위기는 크게 세 가지로 예상된다.
첫째로, 최소 5,800기가 넘는 핵탄두를 가진 세계 최대 핵보유국 러시아의 위협을 받게 될 것이다.
한반도는 러시아와 바로 맞닿아 있다. 만약 러시아가 한국에 단교를 선언하며 핵무기를 겨누게 되면 지금도 위기인 우리나라의 평화는 한순간에 무너질 것이다. 저 멀리 태평양 건너에 있는 미국은 한국을 지켜주지 않을 것이고 한국은 우크라이나 꼴이 될 수 있다.
둘째로, 석유·천연가스 등 막대한 자원을 보유한 자원 부국 러시아산 자원의 수입이 끊기게 될 것이다.
러시아와 관계가 악화하면 한국은 상대적으로 값싼 러시아산 석유와 천연가스, 아파트 공사 등에 필요한 유연탄·철강·알루미늄 등 원자재를 들여오지 못하게 된다. 지금도 수입이 쉽지 않은 러시아산 자원이 아예 끊기게 되면 한국은 난방비 ‘초폭등’, 공사 중단 등 어려운 상황을 겪게 될 것이다.
셋째로, 세계가 미국 대 중·러로 양분되는 신냉전 시대에서 미국 편만 들면 한국은 세계 시장의 절반을 잃을 수 있다.
지난 4월 26일 문화방송(MBC)은 현대차가 러시아에서 현지 공장을 팔고 철수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현대차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까지 러시아에서 20~30만대에 이르는 자동차를 생산했고, 러시아에서 판매되는 전체 차량 가운데 현대차의 비중은 18%에 이르렀다. 러시아 현지에서 현대차에 부품을 댄 협력업체들까지 줄이어 러시아에서 발을 빼게 된다는 점에서 우리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심각하다.
이 보도와 관련해 현대차는 아직 공장 매각과 철수는 확정되지 않았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는 대러 관계 악화로 인한 한국 경제의 피해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한미 양국은 공동성명 ‘인도·태평양 전역에서의 협력 확대’ 항에서 한·미·일 군사 협력을 암시하며 ▲대만해협의 평화, ▲일방적 현상 변경 시도, ▲남중국해에서의 항행 및 상공의 자유 등을 언급했다. ‘중국’이라는 말은 직접 등장하지 않았지만 모두 중국을 겨눈 표현들이다.
먼저 인도·태평양 전략은 패권이 저물어가는 미국이 자신의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꺼내든 ‘반중’ 전략이다. 본래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중국 주변을 포위해 고립시키겠다며 인도·태평양 개념을 처음 꺼냈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기 들어 미국이 자신의 전략으로 삼았다. 현재 바이든 정권도 인도·태평양 전략을 통한 반중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앞으로 한국은 중국을 고립하려는 미국과 일본을 따라다니다가 중국군과 충돌하게 될 수도 있다.
한미 양국은 공동성명에서 5월 중 한국·태평양 도서국 정상회의를 개최하기로 한 점도 언급했다. 이 역시 남태평양의 섬나라 솔로몬제도와 안보협정을 맺는 등 태평양 국가들과 협력을 확대하려는 중국을 겨눈 조치로 보인다. 윤석열 정권이 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편을 들겠다고 작정한 셈이다.
또 한미 양국은 중국이 대만해협의 평화를 해치고 있다는 시각을 드러냈다. 일방적 현상 변경 시도는 그동안 미국이 중국을 향해 ‘중국이 대만을 무력으로 점령하려 할 것’이라며 써온 표현이다. 남중국해에서의 항행 및 상공의 자유를 강조한 건 중국 남쪽 해상과 상공에서 군함과 전투기를 동원한 미국의 군사행동을 한국이 지지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한미 공동성명에 간접적이고 모호한 내용이 담겼다면, 워싱턴 선언은 중국과 러시아를 직접 겨눈 상당히 구체적인 미사일 전략이 담긴 행동 선언이라 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은 워싱턴 선언에서 한국의 새로운 전략사령부와 미국 전략사령부가 새로운 도상훈련을 함께 진행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여기서 한국의 새로운 전략사령부는 한국형 미사일 사령부를 뜻한다. 국방부는 지난 2022년 7월 윤석열 대통령에게 한 보고에서 2024년까지 육·해·공군을 하나로 묶어 미사일을 이용한 선제타격과 대량응징보복 조치를 담은 전략사령부를 설립하겠다고 보고한 바 있다. 이는 주한미군사령관이 지휘하는 한미연합사령부 아래에서 북·중·러를 겨눈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관련이 있다.
미 전략사령부는 미 국방부의 통합전투사령부 가운데 하나로 전 세계적 지휘통제, 핵무기 등의 전 세계적 타격 및 전략적 억제, 대량살상무기 운용 등을 맡고 있다. 워싱턴 선언에서 “미국 전략사령부와 함께 수행하는 새로운 도상훈련”을 강조한 윤 대통령의 말은 미국이 주도하는 북·중·러를 겨눈 군사 훈련에 한국이 참여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김종대 전 국회의원은 한·미·일 삼국 공동 미사일 작전사령부 설립을 위한 움직임이라며, 한·미·일 삼국이 단일 지휘관 아래에서 ‘공동의 교전수칙’을 만드는 동북아판 미사일 방어체계를 통해 북·중·러를 겨누려 한다고 경고했다.
워싱턴 선언에는 미국 전략핵잠수함을 한반도에 자주 정기적으로 보내겠다는 내용도 담겼다. 한미 양국은 표면상 북한의 핵미사일 대응을 명분으로 들었지만, 실제로는 북한을 넘어 중국과 러시아를 겨눈 것이다. 전략핵잠수함의 핵미사일 사거리는 최대 1만 2,000킬로미터로 중국과 러시아까지 닿기 때문이다.
지난 4월 28일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페이스북에서 한미정상회담 결과를 두고 “조만간 주한미군과 한미동맹은 북한이 아닌 주변지역까지 확장하는 새로운 작계(작전계획)로 바뀔 것이다. 새 작계로 바뀌면 그토록 작전권(전시작전통제권)을 되찾기 위해 작계5015를 연습해온 것도 다 날아가 버릴 것”이라면서 “이번 방미로 윤 대통령에게는 국민, 국익, 국격 3가지가 없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그 자리에 있을 이유도 자격도 없다”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한미정상회담 이후 5월 7일에는 한일정상회담이 열렸고, 오는 5월 19일~21일에는 윤 대통령이 초대받은 히로시마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중간에 한·미·일 정상회담이 진행된다. 모두 한·미·일 군사 협력 강화가 주요 의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이번 한미정상회담은 한·미·일 대 북·중·러 대결 구도를 부추기는 발판이었다고 할 수 있다.
최근 중국과 러시아는 한국을 향해 거친 표현을 쏟아내며 연거푸 경고하고 있다. 한국 경제의 큰 비중을 차지했던 중러 경제 협력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 경제에 빨간 불이 들어왔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지난 6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윤 대통령에게 개 산책용 목줄을 선물했다며 자랑스러운 듯 공개했다. ‘급’이 맞지 않는 미 국무장관이 윤 대통령에게 개 목줄을 선물했다는 소식에 인터넷에서는 미국이 윤 대통령을 개처럼 길들였다는 조롱이 쏟아졌다.
윤석열 정권이 주인(미국)의 명령에 따라 중러 양국을 물어뜯는 ‘미국의 사냥개’를 자처하면서 한반도는 언제 전쟁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일촉즉발의 화약고가 됐다. <저작권자 ⓒ 자주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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