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어린이정원 개방 당장 중단하라!”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는 19일 오전 11시 용산 어린이정원 정문 앞에서 학부모 10여 명이 이같이 외쳤다.
이날 참교육학부모회 서울지부, 평등교육실현 서울학부모회, 서울혁신교육 학부모네트워크, 온전한 생태평화공원 조성을 위한 용산시민회의, 작은 도서관 ‘고래 이야기’, 녹색연합, 강민정·서동용·윤미향 국회의원이 공동으로 ‘용산 어린이정원 개방 중단을 요구하는 학부모 기자회견’을 열었다.
학부모들은 윤석열 정부가 아이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위험한 짓을 하고 있다며 용산 어린이정원 개방을 당장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먼저 용산에서 어린이·청소년을 위한 작은 도를 운영하는 용은중 씨가 학부모를 대표해 발언했다.
용 씨는 “우리 아이는 초등학교 4학년인데 2년 전까지 축구 선수하고 군인이 꿈일 만큼 축구를 정말 좋아한다. 하지만 아이가 축구를 마음껏 할 수 있는 넓은 공공운동장이 없는 상황에서 용산 ‘어린이정원’ 개방 소식에 손뼉을 칠 뻔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라고 말을 했다.
이어 “개방된 이곳은 다이옥신은 기준치의 34.8배, 비소는 39.9배가 검출됐다. 그리고 벤젠, 페놀, 납 등 온갖 유해 물질이 검출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어린이정원을 개방하면서 오염의 실상을 모를 리가 없었다고 생각한다. 당장 실상을 공개하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회를 본 김은희 ‘온전한 생태평화공원 조성을 위한 용산시민회의’ 대표는 “용산의 초등·중등학교는 용산공원이 어린이정원으로 개방하였고 축구장이 있으니까 토요일 일요일 예약하라는 공문을 보낸다. 우리 아이들을 이 위험한 곳에 초대하여 마음껏 뛰어놀라고 윤석열 정부는 학교까지 이용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전은영 서울혁시교육학부모 네트워크 대표는 “공원 부지 어디에도 위험한 곳이라는 문구 한 줄 없다. 오염 해결을 하지 않은 곳에서 전국 유소년 축구대회, 전국 유소년 야구대회 개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어린이에게 필요한 것은 오염을 가득 담고 역사 청산도 제대로 하지 않은 넓기만 한 잔디밭이 아니다. 좁더라도 안전한 곳이다. 15센티미터가량의 흙을 덮으며 청산해야 할 역사를 덮은 땅이 아니라 소박하더라도 당당할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는 용산 어린이정원을 개방하면서 오염된 곳에 15센티미터의 흙을 덮었기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을 하고 있다.
정규석 녹색연합 사무처장은 이런 윤석열 정부의 행태를 비판했다.
정 사무처장은 “아이들이 축구를 하다가 태클로 땅이 파이면 오염물질이 나올 수 있지 않은가. 만에 하나 폭우가 내려서 15센티미터 정도로 덮은 흙이 쓸려 내려가면 그곳에서 아연 등 오염물질이 노출돼 우리 아이들에게 닿을 수도 있다. 그런데 왜 개방하는가”라고 말했다.
강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어린이정원을 개장한다는 기사를 보고 정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용산 미군기지는 사실 유해 물질 덩어리가 모여 있는 장소 아닌가. 어린이정원 개방은 위험 물질과 흉기 같은 것들을 잔뜩 모아놓은 통 위에다가 얇은 천 하나 얹어놓고 그 위에서 아이들이 뛰어놀라고 얘기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라면서 “윤석열 대통령 스스로 어린이날을 맞이해서 ‘어린이가 우리의 미래다’라고 얘기했는데 우리 미래인 아이들의 생명과 안전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대통령을 우리는 용납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의 모든 학부모가 관심을 가지고 문제 해결에 함께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위험한 곳을 ‘임시’라고 붙여 개장한 것을 중단할 수 있도록 국회에서 논의하겠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어린이정원을 살펴본 김은희 대표에 따르면 다이옥신이 검출된 곳을 가보니 한쪽은 가림막으로 가려져 있으나 한쪽으로 완전히 노출돼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다이옥신이 처음으로 검출된 곳이 부평의 미군기지였다. 다이옥신을 정화할 때 다이옥신이 바람에 날릴 위험을 막기 위해 돔을 설치하고 1,000℃의 열을 토양에 투입하면서 정화했다고 한다. 이렇게 보면 어린이정원은 다이옥신에 무방비로 노출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김 대표는 어린이정원 개방으로 어린이들을 위험한 곳으로 내몬 것과 관련해 국토부·환경부 등에 대한 고소·고발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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