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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형 노선서 벗어나 미국에 붙은 독일의 앞날은? ①

박명훈 기자 | 기사입력 2023/05/30 [21:51]

균형 노선서 벗어나 미국에 붙은 독일의 앞날은? ①

박명훈 기자 | 입력 : 2023/05/30 [21:51]

▲ 독일 국기를 배경으로 왼쪽은 빌리 브란트, 오른쪽은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  

 

현재 독일 연방공화국의 국가문장은 독수리다. 독수리를 잘 보면 양쪽 날개를 서쪽과 동쪽으로 활짝 펼치고 있다. 이는 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독일 부흥의 뼈대가 된 균형 외교와 동방정책을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다.

 

▲ 독일 국장.

 

앙겔라 메르켈 총리 시절까지만 해도 독일의 대외 정책은 국익 중심의 독자성이 돋보였다. 그런데 정권이 바뀌면서 독일의 대외 정책도 달라졌다.

 

지난 2021년 12월 8일(독일 현지 시각) 독일 연방의회에서 새로운 총리로 선출된 사회민주당(아래 사민당)의 올라프 숄츠 총리는 미국 편으로 급속히 기울었다. 이는 과거 독일이 미국의 반대를 뚫고 소련 등 공산주의권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며 부흥했던 때와는 사뭇 다른 행보다.

 

이번 글에서는 먼저 과거 독일의 대외 정책을 짚어보기로 한다.

 

균형 외교와 동방정책으로 부흥한 독일

 

지난 1969년부터 1974년까지 집권한 사민당의 빌리 브란트 서독 총리는 미국의 반대를 뚫고 ‘반쪽’인 동독을 비롯해 소련 등 공산주의권과 교류하는 이른바 동방정책을 주도했다.

 

아래는 브란트 전 총리가 1971년, 동방정책으로 동독·러시아·폴란드 등과 관계를 개선한 공로로 노벨 평화상을 받으며 한 말이다.

 

“전쟁은 일어나선 안 되며 사라져야 한다. 오늘날 어떤 국익도 평화를 지키기 위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중략... 유럽과 전 세계의 안정을 달성하려면 외교 정책은 긴장을 줄이고 국경을 넘어 교섭을 널리 퍼뜨리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동방정책은 이후 숄츠 정권 출범 전까지 독일 대외 정책의 길잡이가 됐다.

 

한국 외교부는 2017년에 발표한 보고서 「독일 외교」에서 “미·소간의 데탕트 무드와 유럽에서의 긴장완화라는 상황변화에 맞춰 브란트 총리는 유럽의 현상을 인정하고 긴장완화를 추구하는 대동구(동유럽) 관계개선 정책인 동방정책을 적극적으로 전개하며 동독과 협력정책을 추구”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1990년 동·서독 간 통일로 재탄생한 통일 독일은 냉전 종식 후 새로운 국제질서의 형성 과정에서 정치적, 경제적 위상이 강화되면서 이에 걸맞은 외교적 역할을 국내외적으로 요청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독일의 위상을 평가했다.

 

중국·러시아에 손을 뻗은 메르켈의 장기집권

 

숄츠 총리의 전임인 메르켈 전 총리는 무려 16년(임기: 2005년 11월 22일~2021년 12월 7일) 동안 독일을 이끌었다. 독일 통일 전 동독에서 성장한 메르켈 전 총리는 진영을 가리지 않고 독일의 국익에 따른 판단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집권 당시 메르켈 전 총리는 보수 정당인 기독교민주연합(기민련) 소속 총리로서 중국·러시아 친화 정책을 펴 독일의 번영과 평화를 이끌었다. 메르켈 정권 들어 독일의 성장률은 꾸준히 높았고 유럽연합(EU)에서의 지도력도 이전과 비교되지 않는 수준으로 강해졌다. 메르켈 전 총리가 당이 다른 브란트 전 총리의 동방정책을 계승해 국익과 실리를 챙긴 결과였다.

 

메르켈 전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인 2017년 5월 “우리는 유럽인으로서 우리 운명을 위해 스스로 싸워야만 한다”라고 주장했다.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워 독일 등 서방 각국에 방위비 분담금을 인상하라는 등 무리한 요구를 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날린 경고였다. 

 

이런 기조는 바이든 정권 들어서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2021년 2월 비대면 뮌헨안보회의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이 돌아왔다”라고 강조했으나, 메르켈 전 총리는 “우리(미국과 독일) 이해가 늘 하나로 모이는 건 아니다”라고 대꾸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독일과 러시아를 잇는 천연가스 수송관인 노르트스트림2의 완공과 개통을 가로막자 보인 반응이었다.

 

미국의 견제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메르켈 전 총리의 뚝심은 대러 관계뿐만 아니라 대중 관계에서도 일관됐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메르켈 전 총리의 퇴임에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시 주석은 지난 2021년 10월 13일, 비대면으로 진행한 중국-독일 정상회담에서 총리 퇴임을 두 달 앞둔 메르켈 전 총리를 “오랜 친구”라고 부르며 “중국의 문은 언제나 당신에게 열려있다. 중국과 유럽 관계 발전을 계속 지지해 주기를 바란다”라고 특별히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러자 메르켈 전 총리도 “나의 총리 재임 중 중국의 빠른 발전을 높이 평가하며 유럽과 중국이 복잡한 요소를 극복하고 계속 발전할 것으로 믿는다”라고 화답했다.

 

이재승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지난 2021년 11월 1일 인터넷신문위원회에 올린 기고 「‘엄마’ 메르켈 떠나는 독일 외교, 대서양 동맹·대중 관계 등 ‘산 넘어 산’」에서 메르켈 전 총리의 대중 정책을 아래와 같이 분석했다.

 

“미국과의 대표적인 가치 동맹국이기도 하면서, 제조업과 수출 대국으로서 중국 시장을 포기할 수 없었다. 메르켈은 재임 중 워싱턴을 14회, 중국을 11회 공식 방문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에게도 메르켈만큼 신뢰할 수 있는 외교 파트너는 드물었다.” 

 

16년이라는 긴 집권 기간 동안 메르켈 전 총리는 때로는 러시아와 중국을 비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익을 고려해 선을 넘지 않는 노련한 모습을 보였다.

 

메르켈 전 총리 임기 말, 메르켈 전 총리를 향한 독일 국민의 지지율이 무려 82%에 이르렀던 건 ‘무티(엄마) 메르켈’을 떠나보내는 독일 국민의 아쉬움이 담긴 평가였던 셈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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