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규탄하기 위해 미국이 요청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가 ‘빈 손’으로 끝났다.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을 옹호하며 거부권을 행사했다.
2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안보리 회의가 열렸다. 북한이 군사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실은 발사체 천리마-1형을 발사한 뒤 이틀 만에 열린 것이다.
이번 회의는 안보리를 통해 북한을 규탄하려는 한·미·일과 북한을 적극 옹호하며 막아나서는 중러 간의 대결을 방불케 했다.
로버트 우드 미국 유엔 주재 차석대사는 “북한은 반복해서 공격적으로 결의안을 위반하고 있다. 안보리는 이에 대응해 행동해야 한다”라면서 “두 이사국이 가만히 앉아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는 것을 믿을 수 없다”라며 중국과 러시아를 겨눴다.
이해당사국 자격으로 참석한 황준국 유엔 주재 한국 대사는 “위성 대신 핵탄두를 탑재하면 핵무기가 되는 것”이라면서 “안보리의 무대응은 북한을 대담”하게 만들고 있다고 했다.
이시카네 기미히로 유엔 주재 일본 대사도 탄도미사일 기술을 사용한 북한이 안보리 결의를 위반했다면서 “우리의 침묵은 규칙을 위반한 나라가 마음대로 행동하게 부추길 뿐”이라고 거들었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오히려 북한을 적대하는 한·미·일의 군사 행동이 동북아시아 위기의 본질이라고 되받아쳤다.
겅솽 유엔 주재 중국 부대사는 “오늘의 한반도 상황이 아무 이유 없이 벌어진 것은 아니다”라며 “북한의 행동뿐 아니라 모든 당사자의 언행을 함께 봐야 한다”라고 미국을 질타했다.
또 “북한의 정당한 안보 우려는 오랫동안 해결되지 못한 상태”라면서 한미 워싱턴 선언과 최근 진행되는 한미연합·합동 화력격멸훈련(아래 화력격멸훈련)이야말로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 유지 목표에 위배된다고 짚었다.
옌나 에브스티그니바 유엔 주재 러시아 차석대사 역시 “점점 늘어나는 한·미·일의 군사 활동이 동북아에서 파괴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라면서 “긴장의 악순환이 계속되는 근본 원인은 소위 확장억제라는 개념 아래에 미국과 그 동맹들이 대북 압력을 높이고 있다는 것”이라고 한·미·일을 쏘아붙였다.
남미와 아프리카 지역의 안보리 이사국은 긴장 완화를 위한 대화를 촉구했다.
안보리 회의는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북한을 규탄하는 의장 결의안, 의장성명, 언론성명 등이 하나도 채택되지 않고 마무리됐다. 안보리 회의를 요청한 미국과 여기에 동조한 한국과 일본이 북한을 옹호한 중러에 의해 밀려난 모양새다.
만약 북한이 공언한대로 빠른 기간 내 군사정찰위성 2차 발사에 나설 경우, 한·미·일이 안보리를 통해 북한을 규탄하려 시도하겠지만 이를 중러가 막아나서는 장면이 또다시 되풀이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3일 20차 아시아안보회의가 진행 중인 싱가포르에서 한·미·일 삼국 국방 분야 수장이 만났다. 이와 관련해 국방부는 공동보도문에서 한·미·일 삼국이 올해 안으로 북한의 탄도미사일 경보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체계를 가동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