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사 강화 외치는 윤석열 정권
윤석열 정부는 ‘유엔군 참전의 날’인 7월 27일을 성대하게 기념했다.
유엔군으로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노병 62명이 한국을 방문했고, 데임 신디 키로 뉴질랜드 총독, 자비에 베텔 룩셈부르크 총리 등 유엔 참전국 정부대표단도 한국에 왔다.
현직 대통령 처음으로 윤석열 대통령은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을 찾아 유엔군 위령탑을 참배했으며 부산 ‘영화의 전당’에서 열린 유엔군 참전의 날·정전협정 70주년 기념식에서 기념 연설을 했다.
윤 대통령은 “유엔군 사령부는 한반도의 평화를 지키고 대한민국을 수호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다하고 있다”라면서 “유엔군 사령부는 한반도 유사시 유엔의 깃발 아래 우리 우방국들이 즉각적인 군사 지원을 제공할 수 있게 하고, 전쟁 수행에 필수적인 유엔사 후방 기지 일곱 곳을 자동적으로 확보하는 플랫폼”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또한 “오늘의 대한민국은 유엔군의 희생과 헌신 그리고 피 묻은 군복 위에 서 있다”라고 강조했다.
‘유엔군 참전의 날’이라는 의미에 맞게 유엔군에 감사의 말을 전한 것일 수도 있으나 최근 윤석열 정부의 행보를 보면 윤 대통령의 말이 감사의 의미에만 머무르는 것 같지 않다.
윤 대통령은 지난 6월 29일 한국자유총연맹 창립 69주년 기념식 축사에서 “반국가 세력들은 핵무장을 고도화하는 북한 공산집단에 대하여 유엔안보리 제재를 풀어달라고 읍소하고, 유엔사를 해체하는 종전선언을 노래 부르고 다녔다”라며 “북한이 다시 침략해 오면 유엔사와 그 전력이 자동적으로 작동되는 것을 막기 위한 종전선언”이라고 말했다.
또한 통일부 장관으로 임명된 김영호는 지난 13일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서면 답변서에서 “종전선언은 북한에 유엔사 해체를 주장하는 빌미를 제공하는 등 유엔사의 지위와 한미동맹의 역할에 부정적 영향을 줘 우리 안보를 위태롭게 할 우려가 크다”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과 김 장관의 말을 종합해보면 종전선언은 유엔사를 해체시키는 위험(?)한 행위이며,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날 것을 대비해 유엔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유엔사 강화해 온 미국
유엔사 창설과 유지에 대해 비판적 의견이 많다. 유엔사가 창설됐을 때부터 유엔 헌장을 어겼다는 주장이 줄곧 제기됐다. 여기에 한국전쟁 이후 미국 외에 다른 나라의 군대는 모두 자국으로 돌아간 상태에서 유엔사가 해체됐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실제 유엔에서도 유엔사의 문제점을 인정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유엔사를 강화하려 했다. 미국은 전시작전권 전환 문제와 맞물려 2014년 버락 오바마 정부 때 이른바 ‘유엔사 재활성화’라는 이름으로 유엔사를 강화하려 했다. 미국이 전시작전권을 한국에 돌려주게 되면 한미연합사를 해체하는 상황이 올 수 있기에 유엔사를 강화하려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그 이후 유엔사에 미군 이외에 다른 나라의 지휘관들이 부사령관으로 임명됐다. 2018년 유엔사 최초로 미국군 출신이 아닌 캐나다의 육군 중장 웨인 에어가 부사령관으로 임명됐고, 2019년에는 스튜어트 마이어 호주 해군 중장이, 2021년에는 영국 육군의 앤드루 해리슨 중장이 부사령관으로 임명됐다.
이와 관련해 이기범 아산정책연구원 국제법센터 연구위원은 2019년 「미국의 ‘유엔司 재활성화’ 진짜 의도」라는 제목의 글에서 “2018년 유엔사 역사상 최초로 미국 출신이 아닌 제3국 출신의 유엔사 부사령관이 취임하고 주한미군사령부 참모장이 겸임하던 유엔사 참모장에 별도의 인사가 임명되는 등 유엔사 강화 움직임이 여기저기서 눈에 띈다. 이를 유엔사 ‘재활성화(revitalization)’ 프로그램이라고도 한다. 이처럼 유엔사 운용에 관한 전권을 가지고 있는 미국이 유엔사 조직을 정비하고 있다는 것은 미래연합군사령부 창설 또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과정에서 유엔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미국의 의도를 보여준다. 유엔사 강화를 통해 미국이 장기적으로 유엔사를 동아시아의 나토로 확대시킬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는 게 현실”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즉 전시작전권을 한국에 반환해도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에서 군사적인 영향력을 잃지 않으려고 미국이 유엔사를 강화하려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일본을 유엔사에 참여시키려는 흐름도 있다.
해리슨 유엔사 부사령관은 지난 25일(미국 현지 시각) 주한미군전우회가 워싱턴D.C.에서 개최한 세미나에 화상으로 참석해 ‘유엔사의 억제력과 역량 강화를 위해 가장 중요한 다음 단계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일본의 유엔사 참여를 언급했다.
해리슨 부사령관은 “일본과 한·미·일 3자 관계를 둘러싼 전략 지정학적 변화를 고려하면 그것은 기회라고 생각한다”라며 “개인적 관점에서 보면 일본의 유엔사에서 역할 확대는 우리(유엔사)가 검토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해리슨 부사령관의 말은 껄끄러웠던 한일관계가 윤석열 정권 들어서서 풀리고, 한·미·일 삼국이 군사·정치적으로 밀접해지는 상황은 일본이 유엔사에 참여할 절호의 기회라고 들린다.
역대급으로 미국과 일본 편향적인 윤석열 정권 시기에 미국은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에 군사적인 영향력을 잃지 않으려고 유엔사를 강화하려는 기회로 삼은 듯하다.
동시에 한반도 정세가 격화되는 속에서 유엔사를 강화하면서 전쟁을 준비하려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저작권자 ⓒ 자주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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