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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와 극으로 촛불국민의 심장을 움켜잡은 극단 ‘경험과 상상’을 만나다

김영란 기자 | 기사입력 2023/09/14 [10:26]

노래와 극으로 촛불국민의 심장을 움켜잡은 극단 ‘경험과 상상’을 만나다

김영란 기자 | 입력 : 2023/09/14 [10:26]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촛불대행진’(아래 촛불대행진)에서 극·낭독·노래 공연으로 촛불국민의 힘을 북돋워 주는 예술인들이 있다. 바로 극단 ‘경험과 상상’(아래 경상)이다.

 

▲ 뮤지컬 「갈 수 없는 고향」의 한 장면.  © 이호

 

경상은 뮤지컬 「우키시마마루」, 「화순 1946」, 「갈 수 없는 고향」 등으로 우리 역사를, 연극 「진숙아 사랑한다」, 「배심원들」 등으로 우리 사회의 현실을 짚었다. 그 외에도 많은 연극과 낭독극을 무대에 올리고 있다. 

 

경상의 유윤주 단원과 서면으로 대담을 나눴다.

 

▲ 유윤주 경상 단원.  © 이호

기자: 본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유윤주: 안녕하세요. 경상에서 활동 중인 유윤주입니다. 부산이 고향이고, 26살에 상경해서 올해로 7년 차 서울살이 중이에요. 경상에는 상경 후 2년 차에 들어왔어요. 경상 작품의 지향성이 저의 예술적 삶의 지향성과 잘 맞아서 들어왔어요. 결론적으로 잘 들어온 것 같아요. (웃음)

 

기자: 경상을 소개해 주세요.

 

유윤주: 경상에는 현재 63명의 단원이 있어요. 극작가, 배우, 연출가, 안무가, 디자이너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되었고요, 단원들의 나이는 50대부터 20대까지 다양해요. 2017년부터 서울시 영등포구 당산동에 연습과 공연을 할 수 있는 ‘창작플랫폼’을 만들었어요. 경상의 연극은 대부분 이곳에서 진행해요. 촛불대행진 공연 이외에도 연극·낭독극·뮤지컬을 하고 있어요. 

 

기자: 단원 선발은 어떻게 하죠?

 

유윤주: 매년 총회 때 신입 단원 선발과 관련해 토론과 투표를 해요. 신입 단원을 선발하기로 하면 어떤 식으로 뽑을지도 토론해요. 지금까지는 추천제로 하자는 의견이 많았어요. 추천제로 선발할 경우, 기존 단원의 추천을 받고 대표와 면담을 거쳐서 찬·반 투표로 입단하게 됩니다. 면담이라는 말이 거창하긴 한데요, 들어오고자 하는 의사가 있고 경상의 지향에 거부감이 없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들어올 수 있어요.

 

기자: 지난해부터 촛불대행진에서 많은 공연을 했는데 소개해 주세요.

 

유윤주: 노래와 격문·시 낭송, 시민과 함께한 뮤지컬, 최근에 공연한 조일권 선생님 추모 공연까지 정말 다양한 공연을 했어요. (조일권 선생은 췌장암 투병 중에도 생의 마지막까지 촛불행동 자원봉사단을 하면서 윤석열 퇴진 투쟁에 적극 나섰다. 지난 6월 28일 운명했다.)

 

▲ 촛불행동 자원봉사단 고 조일권 선생 추모 공연 「짧은 시간」의 한 장면.  © 이호


기자: 단원들이 가장 사랑하는 작품은 무엇일까요?

 

유윤주: 가장 사랑하는 작품을 꼽기가 정말 어려운데요. 비전향 장기수인 윤희보, 박선애, 박순애 선생님들의 일대기를 담은 낭독극 「승리」,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한 일본군 ‘위안부’ 할머님들의 이야기를 담은 「갈 수 없는 고향」, 5.18 광주 시민분들의 투쟁 이야기를 담은 「오월의 사람들」, 암 투병 중에도 촛불에 헌신하셨던 조일권 선생님을 추모하는 공연 「짧은 시간」까지 어느 하나 애정이 없는 작품이 없습니다.

 

기자: 경상의 공연을 보신 분들은 모두 좋아하시더군요. 연습은 얼마나 하나요? 

 

유윤주: 보통 전체 연습은 시간보다 회차로 따져요. 왜냐면 준비 기간을 두 달을 잡아도 시간을 맞추기가 어려워서 연습 날짜가 10일 이내일 때도 있고, 2주를 연습해도 10일 이상일 때가 있거든요. 그래서 공연마다 연습 회차는 천차만별인데요. 정말 간단한 공연은 개인적으로 미리 대본과 구성을 숙지한 뒤 전날이나 당일에 모여서 얘기한 뒤에 진행하기도 하고, 규모가 크거나 세밀하게 맞춰야 하는 경우엔 10회 이상으로 잡아요. 시간이 안 맞아도 서로 조율하면서요. 개인 연습은 따로 횟수나 날짜는 세지 않고 전체 연습 전·후·중간에 해요.

 

기자: 경상 단원들이 노래, 연기, 낭독 등을 모두 잘하던데, 비결이 있다면?

 

유윤주: 많이 발전해야 하지만, 그런데도 좋은 말씀을 해주시는 데에는 대표와 음악감독의 지휘 덕이 큽니다. 여기에 배우들의 진심이 녹아들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대표는 표현의 결을, 음악감독은 음악의 결을 잡아주거든요. 단원들은 연습 때 함께 공부하고 토론을 하거든요. 그것을 통해 생긴 단원들의 건강한 가치관이 관객분에게 ‘공연이 괜찮다’라는 느낌을 전달하는 것 같아요.

 

기자: 경상 단원들은 공연뿐만 아니라 실천 투쟁도 빠지지 않더라고요. 실천 투쟁을 적극적으로 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유윤주: 말만 하는 예술은 부끄럽잖아요. 사실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예술로 얘기하는 사람은 많지만, 그것을 삶으로 들여놓지 못하는 사람들은 더 많아요. 그 사람들을 가식적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더 좋은 가치보다 돈을 좇아 살아야 하는 현실이 잘못됐다고 생각을 해요. 사실 정말 바쁘게 사는데도 이 생활이 돈이 안 되긴 하거든요. 그래서 우리는 좀 가난하게 살아도 내가 옳다고 여기는 가치를 실현하는 보람을 느끼며 살고자 하는 마음과 용기가 있는 사람들인 것 같아요. 이것이 용기가 있어야 한다는 현실이 좀 슬프지만요. 

 

▲ 실천 활동을 하는 경상 단원들.  © 류성

 

기자: 예술인들은 배가 고픈 직업이라던데, 아르바이트하는 단원들이 많나요?

 

유윤주: 많은 정도가 아니라 모두 아르바이트해요. 저만 해도 학기 중엔 초등학교 연극 강사로, 방학 중엔 라멘집에서 서빙을 해요. 올여름엔 라멘집 서빙도 어려워서 원동기 면허를 따서 배달 아르바이트를 할까 계획도 세웠었어요. 그런데 오토바이가 위험하다고 주위에서 반대하는 바람에 돈을 아껴 생활하고 있어요.

 

기자: 공연, 실천 투쟁, 아르바이트까지, 매우 바쁘고 때로는 힘들 것 같은데, 지치지 않고 촛불대행진에서 공연하는 이유는요?

 

유윤주: 사실 우리의 공연이 기술적으로 부족할 때도 많은데, 촛불대행진에서 우리 공연을 보시는 국민은 “쟤 얼마나 연기 잘하냐, 노래 잘하냐”를 보시는 게 아니라 우리가 전달하고 싶은 내용을 보시더라고요. 이것이 예술가로서는 정말 큰 힘이 돼요. 좋은 내용을 더 잘 전달하기 위해 실력을 다듬어야겠다고 다짐하죠. 우리의 기술보다 진심을 봐주시는 분들 앞에서 공연하고 싶어 하는 건 너무 당연한 마음인 것 같아요.

 

기자: 1년 넘게 촛불집회에 나오는 국민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은?

 

유윤주: 정말 대단하고, 존경스럽고, 감사합니다. 우리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끝까지 투쟁해요!!!

 

▲ 56차 촛불행진에서 시 「장군의 호령」을 낭독하는 경상 단원들.  © 이호

 

 ©김영란 기자

 

▲ 뮤지컬 「화순 1946」의 한 장면.  © 경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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