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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미 무기 열전 29] 일본은 왜 자국 레이더 기술을 무시하였나

문경환 기자 | 기사입력 2023/10/12 [09:50]

[남·북·미 무기 열전 29] 일본은 왜 자국 레이더 기술을 무시하였나

문경환 기자 | 입력 : 2023/10/12 [09:50]

하늘 높이 날아다니는 비행기를 눈으로 관측해 찾기란 쉽지 않다. 

 

특히 밤에는 아예 볼 수가 없다. 

 

그래서 등장한 게 레이더다. 

 

세계 최초로 실전에 레이더를 사용한 나라는 영국이다. 

 

영국군은 레이더 덕에 2차 세계대전 시기 독일군 비행기를 상대로 물량의 열세를 극복할 수 있었다. 

 

레이더(RADAR)란 RAdio Detection And Ranging의 약자로 전파로 물체를 찾고 거리를 측정하는 장치를 말한다. 

 

물체에 전파를 쏘면 반사되어 돌아오는데 이때 걸린 시간을 측정하면 그 물체가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 알 수 있다. 

 

또 돌아온 전파의 세기를 보면 물체가 얼마나 큰지 대략 알 수 있다. 

 

물론 그 물체 표면의 재질이나 모양에 따라 전파를 잘 반사하기도 하고 흡수하기도 하므로 정확하지는 않다. 

 

돌아온 전파의 파장을 가지고 물체의 속도도 알 수 있다. 

 

도플러 효과를 적용해 쏜 전파보다 돌아온 전파의 파장이 짧으면 물체가 나에게 다가오는 것이고, 파장이 길면 나에게서 멀어지는 것으로 판명한다. 

 

레이더에는 기계식 레이더(MSA)와 위상배열 레이더가 있다. 

 

전쟁 영화에서 흔히 보는 레이더가 기계식 레이더인데 둥근 안테나가 빙글빙글 돌면서 전파를 쏘고 탐지하면 모니터에도 측정 결과가 빙글빙글 돌면서 나타나는 방식이다. 

 

▲ 이스라엘 하체림 공군기지에 설치된 군용 기계식 레이더.  © Bukvoed

  

▲ 기계식 레이더의 표시기인 PPI 스코프의 모양. [출처: Flyingidiot]

 

기계식 레이더 개발에서 획기적인 공헌을 한 이는 일본인 기술자인 야기 히데쓰구, 우다 신타로로 1920년대 개발한 야기-우다 안테나는 영국과 미국의 레이더 기술을 크게 발전시켰다. 

 

정작 일본은 사람의 눈으로 직접 관찰하는 것을 더 중요하게 여겼기 때문에 레이더 기술이 한참 뒤떨어져 태평양 전쟁에서 미국에 대패했다. 

 

기계식 레이더는 안테나를 돌려가며 전파를 쏘기 때문에 안테나가 한 바퀴 돌 때마다 새로운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따라서 정보를 수집하는 속도가 느리고 고장이 잘 났으며 정비하기도 어렵고 또 크고 무거웠다. 

 

이런 단점은 1940년대 들어 위상배열 레이더가 등장하면서 해결됐다. 

 

위상배열 레이더는 여러 개의 작은 전파 발신 장치를 격자 모양으로 배열한 후 위상차를 두고 전파를 발생해 생기는 간섭현상을 이용하는 레이더다. 

 

전파의 위상을 조정하면 안테나를 직접 움직이지 않아도 180도 범위를 빠르게 탐지할 수 있다. 

 

보통 원판이나 네모판 모양으로 생겨서 기계식 레이더와 생김새가 완전히 다르다. 

 

위상배열 레이더는 다시 수동 위상배열 레이더(PESA)와 능동 위상배열 레이더(AESA)로 나뉜다. 

 

AESA의 성능이 더 우수하지만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PESA도 여전히 잘 쓰인다. 

 

▲ 전투기 최초로 위상배열 레이더를 장착한 소련의 MiG-31이 레이더를 노출한 모습. PESA였지만 오랜 기간 세계 최고의 레이더 탐지 능력을 갖춘 전투기 자리를 차지했다. [퍼블릭 도메인]     

 

▲ 로켓, 박격포 등을 추적하는 AESA인 AN/TPQ-53. [출처: 미군]     

 

현대전의 양상을 바꾼 레이더에도 한계는 존재한다. 

 

일단 레이더와 목표물 사이에 장애물이 있으면 탐지할 수 없다. 

 

예를 들어 높은 산이나 고층 건물이 있으면 레이더 탐지에 방해가 된다. 

 

그래서 보통 레이더 기지는 산꼭대기에 만든다. 

 

반대로 비행기는 이를 이용해 저공비행을 해서 레이더 탐지를 피한다. 

 

지구 곡률도 장애물과 비슷한 원리로 레이더 탐지를 가로막는다. 

 

지구는 둥글기 때문에 지평선, 수평선 너머 물체를 탐지할 수 없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일부 나라는 초지평선 레이더(OTH)를 운용한다. 

 

레이더로는 물체의 구체적인 정보를 알기 어렵다는 한계도 있다. 

 

레이더상으로는 물체의 대략 크기 정도만 나오기 때문에 자세한 모양을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하게는 그 물체가 아군인지 적군인지 구분할 수 없다. 

 

만약 아군을 향해 빠르게 날아오는 비행체를 포착했다면 이게 아군인지 적군인지 순간적으로 판단해서 요격할지 말지를 결정해야 하는데 사실상 정확한 판단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실전에서는 레이더로 포착한 비행체를 긴급히 요격하고 보니 아군 비행기였던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2004년 11월 29일 자 프레시안 기사 「“정부도 포기한 美미사일, 국회가 ‘사자!’”」에 따르면 2003년 이라크전 당시 미국이 자랑하는 패트리엇 미사일이 미군과 영국군 항공기를 적으로 오인해 격추한 일이 있었다. 

 

미 육군 보고서에는 “전장에 배치된 패트리엇 시스템은 표적 식별에 실패하기도 하고, 적이 미사일을 발사하지도 않았는데 미사일을 식별해 스크린에 보여주기도 한다”라며 레이더 결함을 인정했다. 

 

또 2022년 연말 한국을 충격에 빠뜨린 북한 무인기 사태 때도 군 당국이 새 떼나 풍선을 무인기로 오인해 전투기를 출격시키는 일이 있었다. 

 

이처럼 레이더에 포착된 물체가 무엇이냐를 사람이 최종 판단하는 과정에서 실수가 생기기 쉽다. 

 

이런 레이더의 약점을 이용한 장치로 채프가 있다. 

 

채프란 레이더 전파를 기만하기 위한 장치로 보통 알루미늄박으로 만든다. 

 

비행기가 날아가면서 채프를 뿌리면 채프가 레이더 전파를 반사해 레이더 화면에 수많은 비행체가 있는 것처럼 나오기 때문에 진짜 비행기의 정확한 위치나 크기, 몇 대나 있는지 등을 숨길 수 있다. 

 

또 단순한 채프를 구분하는 기술이 발달하자 아예 비행기 꽁무니에 비행기 모양의 기만체를 줄로 연결해 끌고 다니는 방식도 등장했다. 

 

또 비행기가 적 레이더의 전파와 같은 주파수의 전파를 쏴서 아예 노이즈를 만들어 버리는 방해 전파 장치(ECM)도 있다. 

 

채프와 비슷한 장치로 플레어가 있다. 

 

플레어는 적외선 유도 미사일을 기만하기 위해 만든 기만체로 고온을 내는 물질(보통 마그네슘을 사용한다)에 불을 붙여 뿌리는 방식이다. 

 

따라서 레이더와는 무관하다. 

 

영화나 사진에서 가장 흔하게 보는 게 바로 플레어인데 아무래도 시각 효과가 화려하다 보니 많이 등장한다. 

 

플레어를 모르는 사람은 사진을 보고 대량의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으로 착각하기도 한다. 

 

▲ AC-130U 스푸키가 플레어를 뿌리는 장면. [출처: 수석 항공병 Julianne Showalter]

 

채프, ECM, 플레어 등을 묶어서 디코이(모형, 미끼)라고 한다. 

 

레이더는 전파를 쏴야 하므로 자기 위치를 노출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 치명적인 약점으로 꼽힌다. 

 

이런 약점을 역이용해 적의 레이더 전파를 쫓아가 레이더 기지를 공격하는 대레이더 미사일(ARM)도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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