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6일(현지 시각) 가자 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공격에 따른 팔레스타인의 희생자 수가 7,000명을 넘어섰다. 이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어린이로 추정된다. 민간인을 가리지 않는 이스라엘의 무차별 폭격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은 가자 지구에서 하마스를 표적으로 삼고 민간인을 겨눈 공격을 삼가겠다고 밝혔지만, 실제 행동은 정반대로 보인다. 중동 지역 매체 알자지라는 10월 17일 가자지구 보건부를 인용해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남부의 알아흘리 병원을 폭격했으며 희생자는 어린이와 여성을 포함해 최소 500명이라고 발표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보건부의 발표를 부정했다.
하지만 정작 이스라엘의 정부 인사는 병원 폭격 직후 엑스(옛 트위터)에 이스라엘의 행위임을 인정하는 글을 올렸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디지털 보좌관인 하난야 나프탈리는 10월 18일 새벽 “이스라엘 공군이 가자지구 한 병원 내부의 하마스 테러리스트 기지를 공격했다”라고 밝혔다가 황급히 글을 삭제했다. 이에 따르면 이스라엘이 민간인이 있는 병원을 폭격하고도 ‘하마스의 거점’이라며 정당화하려 했음이 드러난다.
국제법에 따르면 민간인을 노린 학살은 명백한 전쟁범죄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에서 많은 희생자가 나오는 와중에도 ‘테러리스트 하마스’를 향한 정당한 대항이라고 주장한다. 미국 역시 “이스라엘의 저항권”을 강조하며 하마스를 섬멸할 때까지 휴전은 있을 수 없다는 이스라엘에 힘을 싣고 있다.
그렇다면 ‘하마스에 저항’한다는 이스라엘의 주장은 사실일까?
이와 관련해 가자 지구 주민 누르 알사리비 씨는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가자에서 온 편지: 지금 가자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걸까」를 공개했다. 편지에 따르면 가자 지구에는 때를 가리지 않고 민간인 거주 지역 어디로든 이스라엘의 로켓탄이 날아들고 있다고 한다. (@Slavyangrad 텔레그램 채널 2023.10.24.)
알사리비 씨는 편지에서 “가자 지구 중심에 있는 알 자흐라에서는 24채의 주거 건물이 파괴”됐다면서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그곳에 있었다고 말하지만 거짓말이다. 하마스는 그곳에 있지 않다. 하마스 전사들은 지하 터널 속으로 들어가 있고, 이스라엘의 로켓탄은 그곳까지 닿지 않는다”라고 울분을 토했다.
또 현재 건물 잔해에 깔린 희생자를 중심으로 수습이 이뤄지고 있어 실제 희생자는 몇 배나 더 많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의 희생자 수가 알려진 것보다 부풀려졌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해영 한신대 교수는 10월 27일 페이스북에서 이스라엘 언론 ‘하레츠’의 보도를 인용하며 “현재 확인된 (이스라엘의 목숨을 잃은) 피해자는 총 683명이다. 이스라엘 정권이 주장하는 1,400명의 절반도 안 되는 규모다. 그리고 이 중 48.4%에 해당되는 331명이 군인과 경찰”이라면서 “그래서 이들이 교전 중 사망한 것이라고 본다면 (희생된) 순 민간인은 339명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진행형인 전쟁이 사실상 이스라엘에 의한 일방적인 팔레스타인 학살에 가깝다는 시각이다.
위 주장에 따르면 팔레스타인이 받는 피해가 훨씬 크다는 점에서 하마스에 저항하고 있다는 이스라엘의 주장은 맞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역사를 돌아보면 팔레스타인에는 애초 이스라엘과 이스라엘을 옹호하는 미국의 압박 때문에 정규군이 존재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맨주먹으로 평화 시위에 나선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일방적으로 학살해왔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2006년 가자지구에 이스라엘에 대항하는 하마스가 집권하지 않았다면 이스라엘의 학살로 인한 민간인의 희생이 더욱 심했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제사회에서는 이스라엘을 ‘팔레스타인 학살’의 주범으로 보는 시각이 점점 강해지는 분위기다.
10월 24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은 24일 유엔 본부에서 “하마스의 공격은 진공 상태에서 일어난 것이 아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56년간 (이스라엘의) 숨 막히는 점령 아래에 있었다”라며 이스라엘을 규탄했다.
10월 24일 미국 방송 CNN에 출연한 라니아 알 압둘라 요르단 왕비는 “(이스라엘의 의해) 분리 장벽의 반대편, 철조망 반대편에 있는 많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전쟁은 결코 곁에서 떠난 적이 없다”라면서 “이건 75년 동안 있던 이야기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죽음과 추방, 아파르트헤이트(국가가 주도하는 인종 차별 정책) 체제 아래에서 토지가 몰수되고 집이 철거되고 군사적 침략과 야간 습격이 벌어지기도 했다”라고 분노했다.
또 압둘라 왕비는 미국과 서방을 향해 하마스는 테러리스트로 몰아가면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주민 학살에는 눈을 감는 “이중 잣대”를 부린다고 비판했다. 본래 친미 성향이 강했던 요르단의 중요 인사가 미국에 공개 발언을 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10월 26일 아나돌루통신에 따르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공격은 자위권을 넘어 공개적인 탄압과 잔혹행위, 학살, 야만 행위로 변질된 지 오래”라면서 “잔혹 행위가 우리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동안 그 누구도 우리에게 침묵을 기대해선 안 된다”라며 이스라엘을 옹호하는 미국과 유럽연합(EU)을 강하게 규탄했다.
하지만 이러한 비판에도 이스라엘은 자신이 팔레스타인 주민을 상대로 벌인 ‘테러’에는 입을 닫으며 전쟁을 이어가고 있다. 전쟁에 따른 희생자는 팔레스타인을 중심으로 계속 늘어갈 것으로 보인다.
한편 팔레스타인의 한 축인 요르단강 서안 지구에서도 주민들이 이스라엘과 미국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주민들의 평화 시위에 이스라엘이 무력으로 대응하면서 희생된 주민들은 100명이 넘었다.
그런데 시위 과정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사진을 든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모습이 포착됐다.
이는 팔레스타인 주민들 사이에서 미국과 정면으로 맞서온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반미의 상징적 존재’로 받아들여지는 것일 수 있다.
<저작권자 ⓒ 자주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팔레스타인, 이스라엘, 전쟁 관련기사목록
|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