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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의 끔찍한 두 개 비극, 명백한 미국의 작품

이흥노 재미동포 | 기사입력 2023/11/10 [15:36]

지구촌의 끔찍한 두 개 비극, 명백한 미국의 작품

이흥노 재미동포 | 입력 : 2023/11/10 [15:36]

바이든 정권의 대외정책 우선순위는 중러를 장애아로 만드는 것이라 해도 과도한 표현이 아닐 것 같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과 동시에 가장 먼저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부 장관이 한일을 방문하고 중국을 겨냥한 인도-태평양 전략 구축에 나섰다. 블링컨 장관은 귀국길에 알래스카에서 중국의 대방과 상견례를 가졌다. 그는 중국 측 대방과 첫 대면인데도 인사와 덕담도 없이 막무가내로 중국을 몰아세우고 시비를 걸었다. 인권, 남중국해 문제를 비롯해 온갖 트집을 잡고 도전적 시비를 해댔다. 조만간 미중 간 뭔가 불길한 대결이 벌어질 것 같다는 게 당시 회담 분위기였다고 한다.

 

코로나 팬데믹을 갓 벗어나 출범한 바이든 정권이 인류의 보건뿐만 아니라 코로나로 망가진 세계 경제 조기 복구를 위한 국제적 대응책 강구에 주도적 역할을 했어야 옳았다. 그런데 ‘내 편 아니면 적’이라는 낡은 냉전 사고방식에 젖어 지구촌을 편 갈라 줄 세우기에 혈안이다. 

 

그 연장선에서 미러 대리전, 즉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졌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영국 등 나토가 합세하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복부를 강타해 완전히 때려눕힐 수 있다고 철석같이 믿었던 것 같다. 그런데 웬걸, 그만 우크라이나 전쟁에 발이 묶여 옴짝달싹 못 하게 돼버렸다. 따라서 중국 코를 납작하게 하려고 벼르던 아시아로의 전선 이동에 차질이 생겼다. 이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중국의 결사적 저지에도 불구하고 대만으로 날아가 차이잉원 총통의 대만 분리 독립을 부추기면서 중국의 도발을 유도하기까지 했는데 말이다. 

 

이미 이길 수 없는 전쟁이라는 걸 뻔히 알면서 11월 대선을 의식해 전쟁을 끌고 가고 있는 미국은 계획했던 대만을 빙자한 또 하나의 전쟁은 어렵다고 판단한 것 같다.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다가오는 1월 대만 총통 선거에서 현 집권당이 패배하고 친중 국민당 승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미국은 중국과 무력 충돌을 피하려고 화해의 손짓을 하면서 다른 한편으론 첨단기술 분야에 대한 접근 봉쇄, 제재에 여념이 없다. 

 

최근 북러정상회담을 계기로 북·중·러 결속에 놀란 미국은 중러 분열 공작을 펴는 동시에 북러 무기 거래는 선을 넘는 거라면서 길길이 뛰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한국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은 한러관계 단절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하면서 “남북관계를 고려하지 않고 우리가 북한에 첨단무기를 지원하면 남한은 어떻게 생각하겠는가”라고 의미심장한 경고를 했다. 한미는 남한의 무기 지원은 괜찮고 북한의 지원은 안 된다고 펄쩍펄쩍 뛰고 있다. 이게 ‘내로남불’이 아닌가. 

 

2014년 미국 사주로 촉발된 우크라이나 봉기는 합법적으로 당선된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의 실각으로 이어져 나토의 동진 정책이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2차 대전 승리를 안긴 결정적 주역 러시아는 어제의 전우요 동지였다. 하지만 미영을 선두로 한 서구는 러시아를 적대시하고 증오한다. 고르바초프가 독일 통일 합의 조건 중 하나가 바르샤바조약기구 해체와 동시에 나토의 해체였다. 미국은 한 치도 나토 동진 확장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보리스 옐친 대통령에 이어 푸틴 대통령까지도 유럽연합 가입을 원했지만 단칼에 거부됐다. 연속적 약속 위반의 결과가 끝내 전쟁으로 비화하고 말았다. 식민지를 지배하며 수탈해 먹던 제국주의 근성과 인종 멸시가 몸에 배서 나토는 러시아를 멸시 배척한다고 봐야 맞을 것 같다. 

 

2차 세계 대전에서 3,700만의 희생을 치른 러시아에 화답 보답한다는 차원에서라도 서구가 러시아와 평화 번영을 함께 만들고 공유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그런데 푸틴 대통령을 한 방에 때려눕히려다 되레 우크라이나 자체의 존폐가 기로에 놓였고 나토 경제가 거덜 나게 됐다.

 

하나 분명한 것은 50만 우크라이나의 젊은 청년 전사자가 흘린 피의 대가를 챙긴 ‘죽음의 상인들’은 돈방석에 올라가 불쑥 튀어나온 기름진 배때기를 두드리며 쾌재를 부르고 있다.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왕서방이 따먹는다”라는 속담이 떠오른다.

 

세기에 걸친 중동의 비극은 팔레스탄인인이 제 땅에서 쫓겨나 중동으로 뿔뿔이 흩어지면서 시작된 것이다. 2차 대전이 끝나고 철수하는 영국 자리에 미국이 들어서면서 미영 주도의 이스라엘 국가 건설에서 팔레스타인인(아랍인)이 철저하게 배제 축출된 것이 문제의 본질이다. 그런데 영미를 비롯한 유럽 열강들이 다수를 차지하는 팔레스타인의 영유권과 권리를 깡그리 무시하고 아랍인을 차별한 데서부터 비극이 잉태됐다고 할 수 있다. 공생 공영을 골자로 한 두 개의 국가론이 1947년 유엔에서도 제기됐고 세 번의 전쟁까지 치르면서 시도됐지만, 미국 지원의 이스라엘에 역부족이라 실패하고 말았다.

 

하마스의 10월 7일, 이스라엘 공격은 어느 날 갑자기 즉흥적으로 단행된 것이 아니다. 70년 넘게 쌓이고 쌓인 팔레스타인의 한 맺힌 원한과 응축된 울분이 폭발한 것이라고 봐야 맞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즉각 휴전, 팔레스타인 독립”을 주장했다. 이스라엘은 유엔 사무총장의 즉각 사임을 요구하고 나섰다. 로마 교황도 두 개 국가가 바람직하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스라엘 전폭 지지 선언, 함대 중동 급파, 가자 병원 폭파가 팔레스타인의 오폭 가능성이 높다고 하자 아랍권과 전 세계는 미국의 일방적 이스라엘 편애를 세차게 규탄 성토하고 있다.

 

▲ 2023년 9월 20일 네타냐후(좌) 총리와 바이든 대통령의 정상회담 장면.     

 

이번 유엔총회 ‘이-팔 휴전 긴급 특별회의’(2023.10.27.)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국제적 ‘왕따’ 신세를 정확하게 보여준 표본이라 하겠다. 휴전 촉구 결의안 가결에 투표한 결과를 보면 ▲찬성 120 ▲반대 14 ▲기권 45였다. 미국과 이스라엘을 비롯한 소수가 반대표를 던졌고 압도적 다수가 즉각 휴전을 촉구한 걸로 나타났다. 유엔에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침략 학살에 대해 수십 년간 규제·제재 결의안이 상정됐지만, 미국은 한 번도 찬성표를 던진 바가 없고 매번 거부권을 행사했다. 그런데 한국은 이번 표결에서 미국을 따르고 싶었으나 국제 여론에 압도돼 결국 기권표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매년 유엔 총회에서 어김없이 팔레스타인의 자주권을 호소하고 지지하는 북한은 이번에도 찬성표를 던졌다. 북의 ‘조선법률가 위원회’는 “미국의 대이스라엘 일변도 정책과 무모한 군사 지원이 아랍인의 대량 학살을 불렀다”라고 하면서 “반인륜 범죄”라고 맹렬히 규탄했다. 세계적으로 명성을 날리는 김명철 재일동포 평론가는 “미국의 지위는 회복되는 게 아니라 침식되고 있으며 국력은 강해지는 게 아니라 쇠퇴하고 있다, 이게 미국의 현주소”라고 평가했다. 사우디는 “당장 이스라엘이 전쟁을 멈추지 않으면 우리가 나서겠다”라고 미국에 강한 경고를 했다. 

 

전 세계 도처에서 연일 가열차게 반전시위가 계속되는 가운데, 미국에서도 샌더스 상원의원, 전 유엔 무기 사찰관 스콧 리터가 “즉각 종전, 네타냐후 사임”을 촉구하고 나섰다. 세계 전·현직 지도자 중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가자지구 점령 해제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 ▲이스라엘의 안보 보장 등을 촉구하고 나섰다. 매우 현실적 합리적 주장이라 평가된다. 세계 지도자 중 남아프리카공화국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이 가장 신랄하게 이스라엘을 규탄했다. 팔레스타인 인권, 자주, 자유를 뺏은 네타냐후는 국제법과 유엔 헌장을 위반한 전쟁 범죄자라 하면서 즉시 국제재판소에 회부돼야 마땅하다고 열변을 토했다. 

 

‘이란 핵합의’를 바이든 정권이 원상회복해 관계 정상화로 들어섰다면 중동의 비극은 없었을 수 있다. 그뿐 아니라 미-쿠바 관계를 복구하고 ‘싱가포르 북미선언’을 준수하겠다고 나섰으면 남미와 동북아에도 평화가 깃들 수 있었을 것이다. 

 

오바마 정권의 ‘핵 없는 세계 평화’ 구상에 협력했던 바이든 대통령은 노벨 평화상 외상값 착복 비난에서 절대 자유로울 수 없다는 건 명백하다. 우크라이나전을 계기로 핵전쟁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는 마당에 바이든 대통령이 다시 ‘핵 없는 세계 평화’를 외치고 추진하는 게 마땅한 도리고 책임이다. 그래야만 노벨 평화상을 떼먹은 공범이라는 비난에서 벗어날 수 있다. 단순히 빚을 갚는 걸로 끝나는 게 아니라 세계 평화 번영에 크게 공헌하는 것은 물론이고 핵 없는 세계 평화에 초석을 깔아놓은 위대한 세계적 지도자로 영원히 세계사에 아로새겨질 수 있다. 

 

중동 분열 불화가 미국과 이스라엘 국익을 위해 매우 이상적 조건이라고 믿는 미국은 중동 국가 중 유별나게 이란을 ‘악의 축’이라며 미운털을 박아 놨다. 북한과 같이 수십 년이나 압박·제재·봉쇄의 굴레가 들씌워져 있다. 이것은 이번 중동의 비극과 절대로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의 비극은 러시아와 이란에 대한 미국의 적대 정책의 산물이라고 해도 지나치질 않을 것 같다. 

 

지금 전 세계에서 휴전 촉구, 팔레스타인 지지 운동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이에 발맞춰 해내외 동포들도 큰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서울에서는 시민사회 대학생들이 앞장서고 있다. 한국진보연대와 촛불행동은 “팔레스타인의 독립과 해방을 지지한다!, 팔레스타인 학살 중단하라!”라는 구호를 외치면서 총궐기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진보적 재미동포 ’노둣돌’이 최근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한 성명을 발표하고 분단된 한반도와 팔레스타인의 운명이 많은 공통점이 있다면서 해내외 우리 동포들이 적극적으로 팔레스타인의 자주와 독립을 지지해야 한다고 간곡하게 호소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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