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발 두 달이 돼가는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전쟁에서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 지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1. 하마스에 군사적으로 밀리는 이스라엘?
일부에서는 군사적 측면에서 이스라엘군이 하마스에 밀리고 있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11월 25일(현지 시각) 이스라엘 방송 채널12는 이스라엘 군 당국이 이스라엘 언론에 가자 지구에서의 전쟁 진행 상황을 알리지 않고 있다며 “이는 이스라엘 군대가 (하마스와의 전투에서) 얼마나 적은 성과를 거두었는지 보여주길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11월 27일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한 튀르키예 출신 한국인 기자 알파고 시나씨 씨는 하마스 대원 1,000여 명을 살해했다는 이스라엘의 주장이 사실과 다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마스가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현재까지 이스라엘군에 희생된 하마스 대원의 숫자는 적게는 200명, 많게는 500명으로 짐작된다는 것이다. 또 시나씨 씨는 이스라엘군이 하마스에 의해 파괴된 탱크와 장갑차의 피해를 밝히지 않고 있다며, 이스라엘군이 피해를 축소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날 이스라엘 매체 크래들도 “가자 지구에서 4일간의 휴전이 성사된 뒤, 하마스는 포위된 (가자 지구의) 영토 북부에서 패배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데 성공했지만 이스라엘은 하마스 운동을 전복시키겠다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라고 평가했다.
또 이스라엘 매체 이스라엘 하욤의 군사 담당 특파원 릴라흐 쇼발은 가자 지구에 억류된 이스라엘인들을 석방하는 과정이 “하마스가 원하는 대로 진행되고 있다”라며 “(하마스가) 석방될 수감자들의 신원을 결정하고 석방 일정을 정한다”라고 주장했다.
현시점에서 하마스가 이스라엘군에 유리하다는 주장은 정확한 사실관계가 드러나지 않아 신중히 봐야 한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다만 이스라엘군이 하마스를 압도한다는 서구 언론의 논조에 허점이 있음은 짐작할 수 있을 듯하다.
2. 이스라엘 규탄이 대세인 국제사회 여론
이스라엘은 국제사회 여론에서도 팔레스타인에 지고 있다.
국제사회의 전반 여론은 대체로 어린이와 여성을 포함한 가자 지구 주민을 1만 5,000명 넘게 학살한 이스라엘의 만행을 규탄하는 분위기다.
지난 10월 27일 열린 유엔 총회에서는 120개국이 이스라엘의 만행을 비판하며 팔-이 전쟁 중단에 동참한 바 있다. 휴전에 반대하며 전쟁 지속을 주장한 나라는 이스라엘과 미국을 포함해 14개국에 그쳤다.
세계 곳곳에도 팔레스타인의 주권을 침탈하는 이스라엘에 분노하며 팔레스타인의 독립과 해방을 지지·옹호하는 시민들이 많다.
미국 CNN과 영국 BBC 등에 따르면 최근 이슬람권 각국과 미국, 영국, 스페인 등 세계 곳곳에서는 적게는 수천 명 많게는 수십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참여한 ‘이스라엘 규탄 집회’가 진행 중이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이스라엘을 규탄하며 ‘팔레스타인과 가자 지구에 해방을 달라’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엑스(옛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팔레스타인의 참상을 알리는 영상이 시시각각 올라오고 있다. 이런 영상은 가자 지구 현지에 있는 이른바 소속 없는 ‘프리랜서 기자들’이 올린 것인데, 누리꾼 상당수가 공유하며 상당한 반향을 얻고 있다.
이는 팔-이 전쟁과 관련해 국제사회의 외면을 받는 이스라엘의 처지를 보여준다.
3. 인질을 대하는 태도
이스라엘은 생명을 대하는 도덕적 측면에서도 팔레스타인에 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하마스와 이스라엘은 전쟁을 일시 중단하고 인질 교환을 진행하고 있다.
‘전쟁 포로의 대우에 관한 제네바협약’에는 ▲포로는 어떤 때에도 항상 인도적으로 대우받아야 하며 인간적 존엄성이 손상되어서는 안 된다 ▲포로에게 음식과 구호품을 제공해야 하고 정보를 알아내기 위해 압박을 가해선 안 된다 ▲전쟁 포로의 죽음이나 건강상의 심각한 위협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어떠한 불법적 행동이나 태만 행위는 금지된다 등의 내용이 나와 있다.
제네바협약에 비춰보면 인질 교환, 석방 국면에서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태도는 대비된다.
최근 SNS에는 이스라엘 군인이 가자 지구 어린이의 목을 졸라 억지로 끌고 가는 사진이 올라와 누리꾼들의 분노를 불렀다. 이와 관련해 일부에서는 이스라엘이 50년 넘게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학살하거나 탄압해 왔으며, 이 때문에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런 논란에도 이스라엘군은 포로를 어떻게 대우하고 있는지 밝히지 않고 있다.
11월 26일 팔레스타인 출신 캐나다 변호사인 다이애나 부투 씨는 미국 MSNBC와 대담에서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아무런 재판 없이 무제한 구금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전쟁 발발 전인 10월 7일 이전까지 구금된 팔레스타인 인질이 5,200명이었으며, 10월 7일 팔-이 전쟁이 발발하고 이스라엘에 3,000명의 팔레스타인 인질이 붙잡혔다고 전했다. 부투 씨에 따르면 3,000명 가운데는 145명의 어린이 인질도 있다고 한다.
반면 하마스가 이스라엘인 인질에 보인 태도는 달랐다.
이해영 한신대 교수는 10월 25일 페이스북을 통해 하마스 대원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헤어지는 이스라엘인 인질 할머니들의 영상 등을 소개했다. 영상에는 하마스 대원들이 인질들에게 먹을 것을 건네는 장면도 나온다.
이 교수는 “(이스라엘의 주장처럼) 팔레스타인 여성과 어린아이들에 대한 고문, 협박, 구타의 흔적이 안보이니 이상하다”라고 꼬집었다.
10월 26일 프랑스 방송 BFM에 따르면 하마스가 풀어준 한 여성은 기자회견을 통해 “그들(하마스 대원들)은 우리에게 매우 친절했다. 그들은 우리를 잘 돌봐줬고 약과 자신들의 식사를 나눠줬다. 그들은 자신들이 무슬림이며 우리를 해치지 않을 거라고 말했다”라고 증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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